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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솔로몬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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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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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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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208,381

작성
19.05.1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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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Lunatic Gate 3

-Hello, world-




DUMMY

라이너, 카리나가 하벨카 원장과 잡담을 나누다가, 치료를 마친 샬롯이 원장실에 찾아와 합류했다. 샬롯은 자신의 손과 허리를 보여주며 상처가 말끔하게 나았음을 표현했다.


"스프레이만 좀 뿌리니까 낫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스프레이가 아니라 018 트리트로졸(Treatrosol)이랍니다."


하벨카가 끼어들어 정정하는데, 라이너가 두 손을 뒤통수에 얹고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슬리드는 정말 없는 게 없군."


"요즘 시대는 '정신력'의 시대니까요. 이전 세대가 전력, 태양열, 원자력 등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인간의 정신력으로 기계를 움직이고 사람을 치료하는 등 뭐든지 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인공지능과 종의 생존을 건 전쟁에서 인간이 익히게 된 지혜죠. 사이킷 기술에 이은 슬리드의 출현으로 인해 연구정부에서 말하던 '인간의 시대'가 찾아왔음은 말할 것도 없죠."


"그래서 이런 시골에서도 슬리드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가?"


"이런 변방의 시골에서 쓸 수 있는 슬리드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수준의 '스타터 팩' 뿐이지만요. 정신력으로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등, 고도의 작업을 실행하려면 아직도 재래식의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구만~."


"그럼, 혁명의 주역들이 모두 모였으니 이제 슬슬 지하 세계로 출발해 보도록 하죠."


하벨카는 방 구석에 있던 회색의 철제 옷장 앞에 서더니, 옷장의 손잡이를 잡아 벌컥 열어젖혔다. 그 안에는 4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네모난 공간이 있었다.


"이곳으로 들어갑시다."


샬롯이 옷장 안쪽을 들여다보더니 당혹스러운 듯이 말했다.


"이, 이 안으로 들어가면 지하로 갈 수 있는 건가요?"


"네, 개인용 엘리베이터에 처음 타 보시나요?"


"네, 완전 처음 타봐요."


"지하 시설은 아무나 갈만한 곳이 아닌지라······ 더 큰 입구도 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왔다 갔다 하려면 이쪽이 편하거든요."


"아······ 딱히 불편하다는 건 아니고요."


네 사람은 옷장 안으로 몸뚱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하벨카와 라이너가 안쪽에 들어가고 샬롯, 카리나가 앞쪽에 있었는데, 샬롯은 뒤쪽에 있던 라이너에게 짓눌리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하벨카는 옷장 문 안쪽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당겨서 옷장을 닫았다. 그러자 천장에 달린 전등이 빨갛게 밝아지고, 옷장이 덜컹거리며 몸이 위로 쏠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옷장이 통째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네 사람은 그 상태로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다만 샬롯은 라이너의 가슴팍에 뒤통수를 눌리면서도 눈동자를 계속 위로 굴리고 있었는데, 전등의 빨간 빛이 신경쓰이는 듯했다.


샬롯은 옆에 있던 카리나를 올려다보았지만, 그녀는 외간 남자와 딱 달라붙어있는 것이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라이너의 따뜻한 가슴팍이 샬롯의 뒤통수를 짓눌렀다. 샬롯은 머리 뒤로 묶은 말총 머리가 눌리는 것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라이너에게 가슴으로 눌리고 있다는 사실이 더 신경쓰였다.


'그런데 라이너 씨는 왜 웃옷을 벗고 다니시는 거야? 으으, 부끄러워. 언제쯤 되어야 도착하는 걸까?"


샬롯은 두 손을 꾹 쥐고 입술을 앙 다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빨간불에도 멈추지 않는 소방차처럼 빨개져 있었다. 빨간 조명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는 멈추었다. 절충 장치를 대충 만들었는지 멈출 때에 거슬릴 정도로 충격이 있었다. 원장은 안쪽의 문고리를 잡아 문을 밖으로 열어젖혔다. 지하 동굴이라고 들어서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꽤 깔끔하게 철판으로 마감된 네모난 복도가 나왔다. 네 사람은 줄줄이 달린 노란 전등길 아래를 걸어갔다. 그렇게 30초 정도를 걸어가자 벽 전체가 철문으로 된 막다른 곳이 나타났고, 원장은 그 철문을 꽤나 힘겹게 열어젖혔다. 두께가 손 한 뼘 길이만큼 두꺼웠다.


"와우, 보기랑 다르게 힘 엄청 세시구만."


가볍게 감탄사를 내지르는 라이너. 그런데 그는 곧 더 큰 감탄사를 터트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3층 높이 가량의 거대한 공간이 펼쳐진 것이었다. 그곳 역시 복도와 비슷하게 철판으로 마감이 되어있었지만 넓이는 축구장만 했다.


그런데 샬롯은 갑작스레 코를 찔러오는 불쾌한 비린내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라이너와 카리나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으워어어어어아아아아아악!"


철창을 거세게 뒤흔드는 소리.


"꺄악!"


샬롯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샬롯 보다 머리 두 덩이는 더 큰 털복숭이의 사내가 철창을 잡고 흔들고 있었다. 철창은 왼쪽 벽에 있었으며, 그런 철창들이 공간 끝까지 100미터 정도로 길게 펼쳐져 있었다. 각 철창 안에는 꾀죄죄한 사람들이 들어있었는데 약이라도 맞았는지 하나 같이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 뿐이었다. 오른쪽 벽에는 여러 문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연구실이나 실험실 등으로 보였다. 공간 안쪽에는 하얗고 반투명한 원기둥에 둘러싸인 거대한 링이 있었으며, 그 안에서 기괴하게 생긴 괴물이 온몸에 전선이 꽃인 채 천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샬롯은 그 괴물의 형상을 보자마자 손을 입으로 가리고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괴물은 사람 머리가 셋 달려 있었는데, 각각 중년 남녀, 라이너 또래의 젊은 청년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근육질의 팔이 3쌍이 달려 있었고, 몸통과 다리에도 지나칠 정도로 근육이 붙어있었다. 생식기는 달려있지 않았다.


"거미의 꿈."


그렇게 중얼거리는 원장을 샬롯이 노려보았다. 원장은 괴물을 아련한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아니, 저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원래는 한 가족이었습니다. 부모는 농삿일을 하고 있었고 아들도 농사를 도왔죠. 그런데 어느 날 아들과 어머니가 농약을 먹고 쓰러졌습니다. 아버지는 두 사람을 급히 병원에 데리고 와서 치료를 해달라 했죠. 하지만 두 사람의 상태는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자신들은 한 곳에서 살았지만 한 가족이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은 헛되었······."


"원장,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실험으로 쓰려는 거야?"


카리나가 그의 말을 도중에 끊었다. 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이곳 지하처럼 낮고 어두웠다. 원장은 그녀를 돌아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대략 그렇다고 볼 수 있겠군요. 본의 아니게 하게 되었죠."


"본의 아니게?"


"네, 슬슬 저의 신분을 드러내는 게 좋겠군요."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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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일반연재 승급했습니다. 21.03.16 47 0 -
49 break of day 21.04.01 92 0 8쪽
48 Long Night 6 21.03.26 22 0 12쪽
47 Long Night 5 21.03.23 23 0 12쪽
46 Long Night 4 21.03.19 33 0 11쪽
45 Long Night 3 21.03.15 38 0 14쪽
44 Long Night 2 21.03.14 30 0 12쪽
43 Long Night 1 21.03.13 33 0 11쪽
42 황혼의 때 21.03.12 51 0 11쪽
41 아발론의 고아들 21.03.11 23 0 11쪽
40 SORRY, I'M STRONG. 21.03.10 54 0 13쪽
39 SORRY, I'M WEAK. 21.03.09 30 0 13쪽
38 Lunatic Gate 6 19.05.10 89 0 11쪽
37 Lunatic Gate 5 19.05.10 45 0 9쪽
36 Lunatic Gate 4 19.05.10 48 0 10쪽
» Lunatic Gate 3 19.05.10 57 0 7쪽
34 Lunatic Gate 2 19.05.10 52 0 8쪽
33 Lunatic Gate 1 19.05.10 68 0 8쪽
32 Big Arms 19.05.10 54 0 14쪽
31 로빈 후드의 우울 5 19.05.10 51 0 11쪽
30 로빈 후드의 우울 4 19.05.10 48 0 8쪽
29 로빈 후드의 우울 3 19.05.10 43 0 7쪽
28 로빈 후드의 우울 2 19.05.10 46 0 12쪽
27 로빈 후드의 우울 1 19.05.10 53 0 13쪽
26 Dogfight 2 19.05.10 49 0 7쪽
25 Dogfight 1 19.05.10 41 0 7쪽
24 행진 19.05.10 65 0 9쪽
23 모험의 시작 19.05.10 51 0 7쪽
22 대파괴 4 19.05.10 59 0 9쪽
21 대파괴 3 19.05.10 4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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