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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솔로몬의 후예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라이트노벨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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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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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381

작성
21.03.1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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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아발론의 고아들

-Hello, world-




DUMMY

2021. 3. 11 목 10시 07분


에밀리는 초크 없이 맨손으로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앰프에 연결이 안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타는 일렉기타 특유의 왜곡음을 내며 요란하게 울었고, 그녀의 손가락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떨리며 음을 32조각으로 쪼개 나갔다. 그녀의 속주는 사람들의 이목을 단 수 초만에 자신에게 이끌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옛날에~ 하늘에는 아무도 없었다네~."


요란한 전주를 끝낸 기타는 동일한 리프의 반복을 시작하고, 에밀리는 앳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땅에도 아무도 없었다네~."


에밀리가 부르는 노래의 내용은 대륙을 개척하고 마을을 개척한 한 혁명가의 이야기였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아리송 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 내용이 자신들의 조상을 찬미하는 이야기임을 깨닫기 시작하자 서서히 호응하기 시작했다.


"멋지다!"


"휘~ 휘~!"


이윽고 광장의 분위기는 샬롯 일행이 연설을 할 때 이상으로 달아올라, 여름날의 태양이 질투할 정도로 뜨거워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민들의 표정이 하나 둘 굳어가기 시작했다. 노래는 여전히 정열적이었지만 그 내용이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대륙을 발견하고 마을을 만든 개척자는 사람들을 모으며 영원한 평화를 약속했지만, 붉은 두건의 도적떼가 쳐들어와 마을을 지배하고 주민들과 개척자를 탄압하여 결국 압제자로서 군림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한 명의 소녀가~ 마지막 입사귀가 떨어지네~ 과거도, 명예도, 생명도~!"


노래는 종착지에 거의 이르렀다. 에밀리는 씨익 웃으며 사람들의 안색을 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몹시 좋지 않았고 호응하는 이도 하나 없었다. 에밀리는 폐 속에 모든 공기를 모으고, 최후의 소절을 향해 내질렀다.


"이젠 모두~ 굿 바아아아아아아이!"


그리고 그녀의 기타에서 보라빛의 전기가 맹렬히 용솟음 치더니, 전기의 소각들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전기 조각들은 주민들의 머리에 정확히 맞았고,


"으아아아아아아!"


주민들은 머리통을 보라빛으로 빛내며 괴성과 함께 이리저리 뛰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저 뛰어다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치 좀비가 된 것처럼 서로를 물고 쥐어뜯기 시작했다.


"히, 히이익!"


그 광경을 지켜보던 제인은 호들갑을 떨며 현장에서부터 똥꼬 빠지게 도망쳤다.


"제기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라이너와 샬롯은 패닉에 빠졌다. 정말 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져 사람들이 좀비처럼 변해 버린 것이었다. 에밀리의 연주 하나 때문에 모든 계획이 망쳐진 것이었다.


그때, 샷건의 격발음과 함께 좀비 둘이 쓰러졌다. 주민들을 향해 김 나는 총구를 겨누는 카리나였다.


"샬롯, 멈추지 마! 저 녀석을 잡아!"


샬롯은 그 말을 듣자마자 칼을 빼들고 에밀리에게 달려들었다. 사이키터의 초월적인 각력에 의해 그녀는 0.5초만에 에밀리의 코 앞에 이르렀다.


"에잇!"


하지만 에밀리는 기타를 들어올려 샬롯의 칼을 막아냈다. 기타는 보라색 전기를 뿜으며 샬롯을 덮쳤다.


"크윽!"


에밀리를 밀쳐내고 자신도 멀찍이 물러나는 샬롯. 에밀리는 샬롯을 보며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전기톱처럼 맹렬히 진동하는 전기를 기타의 테두리에 둘렀다. 그리고는 초월적인 각력으로 수 미터를 뛰어 올라 샬롯의 머리 뒤로 넘어 가더니 샬롯 일행이 연설을 했던 무대 위에 착지했다.


"아이돌은 무대 위가 홈이지. 너도 올라와!"


샬롯 역시 점프 한 번으로 무대 위에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에밀리가 기타에서 전기 조각들을 쏘아내어 공중에 있던 샬롯을 요격했다. 샬롯은 검을 재빠르게 휘둘러 전기들을 쳐내고 무대 위에 사뿐히 착지했다.


두 소녀는 서로를 노려보더니, 서로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며 맞부딪쳤다.


"으랴앗!"


에밀리는 샬롯이 가까이 오면 전기톱을 휘두르고, 멀리 있으면 전기를 날려댔다. 정말 까다롭기 짝이 없는 전투법이었다. 샬롯은 혀를 튕기더니 에밀리에게 말을 걸었다.


"너도 홍두건단의 간부야?"


"홍두건단은 간부들에게 초신체 밖에 없는 불법 사이킷을 주는 가난한 조직이야. 내가 그렇게 가난한 사람으로 보여?"


에밀리의 되물음에 샬롯이 더욱 언성을 높였다.


"그럼 넌 어디에서 왔는데?"


그 말에 하늘을 검지로 찌르는 에밀리.


"저 위에서. 홍두건단 머리 위에 군림하는 조직에서 찾아왔지!"


에밀리가 다시 야수처럼 맹렬하게 샬롯에게 덤벼들었다. 샬롯은 그녀가 지금껏 상대했던 적들 중 가장 골치 아프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광장의 밖에서는 검은 차량들이 몇 대 더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선 홍두건단 조무래기들이 튀어나와, 좀비가 된 주민들을 향해 기관단총을 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행동은 좀비 같았으나 육체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었고, 총에 맞자마자 단말마를 지르며 낙엽처럼쓰러져 갔다.


"그만둬!"


몸에 불꽃을 두른 채 달려드는 라이너. 홍두건단 조무래기들이 그를 발견하고 총을 쏘았지만 총알들은 모조리 불길에 의해 튕겨나갔다.


라이너는 그 기세로 불주먹을 조무래기들 몇에게 날려 해치웠고, 당황하며 총알을 낭비해 대는 다른 조무래기들 역시 똑같은 방법으로 해치우려 했다.


"윽!"


그러나 순간 그의 옆구리를 예리하게 파고드는 시원한 충격. 그 시원함은 곧 뜨거움으로 바뀌어갔고, 고통이 피와 함께 넘쳐나기 시작했다.


라이너는 빨간 두건을 쓴 조무래기들 사이에서 머리가 노란 소년을 발견했다. 그는 얼굴은 앳되었으나 덩치는 자신과 비슷했고, 한 쪽 눈두덩이에 끔찍한 화상이 나 있었다.


소년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달리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다만 라이너를 향해서 적지 않은 살의를 내비치고 있음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루카스! 그 배신자 놈은 죽이면 안 돼! 베타니아가 쓸 데가 있다고 했어!"


샬롯과 무기를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에밀리가 외쳤다. 루카스라 불린 소년은 그녀를 돌아보지도 대꾸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는 라이너. 온 몸에 주던 힘을 풀고서 완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뭐,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었으니 살살 부탁해."


대답이 없는 루카스. 라이너는 그걸 보며 히죽거리더니, 재빨리 검지 두 자루를 빼들어 그에게 화염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아다다다다다다!"


루카스는 제때 대응하지 못 하고 화염총 몇 발을 몸에다 허용했다. 그의 몸 곳곳이 불타올랐지만, 그는 자신의 몸에 붙은 불꽃들과 라이너가 새로 날리는 불꽃탄들을 쏘아보는 것만으로 모든 불꽃들을 산산히 흩어 버렸다.


"공기가 요란하구만."


너스레 떨며 이야기하는 라이너. 그는 이미 자신 주변의 공기가 멈춤과 흐름을 반복하며 상당히 부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이 공간 자체가 라이너를 적대하고 있는 듯했다.


"알 것 같군. 내 옆구리를 베어낸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라이너는 다시 한 번 온몸에서 불을 뿜었다. 그 어떤 외부의 간섭도 몰아낼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해 불의 장막을 펼쳤다.


그리고 그는 그 상태로 달려들어 루카스의 어깨를 붙잡았다.


"자, 한 번 뜨겁게 놀아보자고!"


코 앞에서 라이너가 내뿜는 불꽃의 폭풍에 머리칼과 옷깃을 휘날리는 루카스. 요즘 나오는 옷들은 사이키터의 신체 능력과 동기화가 되어 똑같이 튼튼한 내구성을 갖게 되지만, 현재 루카스는 제로거리에서 불꽃에 지져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피부와 옷 곳곳이 그을리기 시작했다. 그는 적잖이 고통스러웠는지 입에서 신음도 흘렸다.


"······마라."


"아앙? 뭐라고?"


"우쭐대지 마라. 에밀리가 그런 말만 안 했어도 너 따위는 바로 썰어 죽였다."


"이 꼬맹이가 헛바람이 들었구만. 해 봐! 해 봐!"


"크윽······!"


붉은 불길 속에서 루카스의 눈동자 속에서 푸른 불꽃이 이글거렸다.


"에밀리. 이녀석 죽이지만 않으면 되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팔다리는 알아서 붙이라고 해."


그 말과 동시에 라이너를 적대하던 공간이 송곳니들을 드러냈다.


"벤투스 텔룸ventus tēlum."


공기들은 수십 정의 보이지 않는 칼날이 되어 라이너를 덮쳤다. 그의 불꽃이 공기의 칼날을 몰아냈지만 고작 수 초였다. 라이너는 순식간에 벌거숭이가 된 채로 난도질 당했다.


"크아아아아악!"


라이너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가 떨어졌다.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진 않았지만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루카스가 다가와 라이너의 배를 콱 밟고 그림자 진 얼굴로 그를 내려다 보았다.


"홍두건단의 쓰레기 주제에······."


라이너는 경멸하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루카스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헤헷, 사이킷의 성능이 다르다는 거냐."


"모든 것. 모든 점에서 불합격 수준이야. 아발론 보육원의 아이들에 비하면."


"머리에 피가 덜 마른 꼬맹이가 나를 이기다니. 기술이란 건 참 편리하구만."


"닥쳐, 아직도 날 얕보는 거야?"


루카스는 조금만 수틀려도 라이너를 죽여 버릴 기세였다. 지금 그에게 있어서 '어른의 지시' 따위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잘게 썰어서 햄으로 만들어 버릴 테다."


그 말에 라이너가 웃었다.


"해보던가. 응? 해 봐. 죽여 봐. 꼬맹아."


라이너의 도발에 루카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있던 공기도 일그러져, 공간 전체가 커튼의 주름처럼 왜곡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라이너는 지금 생애 최후의 도발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는 온 몸의 기운을 얼굴 쪽으로 끌어모으고, 얼굴에 모인 기운을 다시 입의 근육으로 끌어 모았다. 그렇게 모인 기운은 그의 혀뿌리 아래로 스며들어, 천천히, 하지만 굳세게 위로 밀어올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성된 형상은, 라이너의 분홍색 혀가 완전히 입 밖으로 튀어 나와 루카스의 두 눈동자에 비치는 모습이었다.


루카스는 온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더니,


"죽여주마!"


라이너의 남은 수명을 1초로 줄여버렸다. 모든 공기의 칼날을 그에게 쏟아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


"멈춰! 루카스!"


에밀리의 외침이 루카스를 멈추었다. 라이너는 자신의 얼굴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 느껴졌다. 그건 그냥 선선할 뿐인 바람이었지만, 이제껏 맞아본 바람 중에 가장 소름끼치는 바람이었다. 사신이 보이지 않는 낫을 자신의 코 앞에 들이대고 있음을 그는 알아챘다. 그런 그의 얼굴에 식은땀이 서서히 맺혔다.


"괴물 같은 꼬맹이."


라이너가 입속말로 웅얼거린 것이기에 루카스는 듣지 못했다. 루카스는 에밀리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에밀리는 어느새 샬롯에게 붙잡혀 있었다. 샬롯이 에밀리의 뒤에 붙은 채로 그녀의 목젖에 칼을 대고 있었다. 완전히 인질 그 자체였다.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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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break of day 21.04.01 93 0 8쪽
48 Long Night 6 21.03.26 23 0 12쪽
47 Long Night 5 21.03.23 24 0 12쪽
46 Long Night 4 21.03.19 33 0 11쪽
45 Long Night 3 21.03.15 38 0 14쪽
44 Long Night 2 21.03.14 30 0 12쪽
43 Long Night 1 21.03.13 34 0 11쪽
42 황혼의 때 21.03.12 52 0 11쪽
» 아발론의 고아들 21.03.11 24 0 11쪽
40 SORRY, I'M STRONG. 21.03.10 54 0 13쪽
39 SORRY, I'M WEAK. 21.03.09 31 0 13쪽
38 Lunatic Gate 6 19.05.10 90 0 11쪽
37 Lunatic Gate 5 19.05.10 45 0 9쪽
36 Lunatic Gate 4 19.05.10 49 0 10쪽
35 Lunatic Gate 3 19.05.10 57 0 7쪽
34 Lunatic Gate 2 19.05.10 52 0 8쪽
33 Lunatic Gate 1 19.05.10 68 0 8쪽
32 Big Arms 19.05.10 54 0 14쪽
31 로빈 후드의 우울 5 19.05.10 52 0 11쪽
30 로빈 후드의 우울 4 19.05.10 49 0 8쪽
29 로빈 후드의 우울 3 19.05.10 43 0 7쪽
28 로빈 후드의 우울 2 19.05.10 47 0 12쪽
27 로빈 후드의 우울 1 19.05.10 53 0 13쪽
26 Dogfight 2 19.05.10 49 0 7쪽
25 Dogfight 1 19.05.10 41 0 7쪽
24 행진 19.05.10 66 0 9쪽
23 모험의 시작 19.05.10 51 0 7쪽
22 대파괴 4 19.05.10 59 0 9쪽
21 대파괴 3 19.05.10 4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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