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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솔로몬의 후예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라이트노벨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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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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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208,381

작성
19.05.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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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unatic Gate 6

-Hello, world-




DUMMY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야!"


"똥 마렵다!"


"카리나 이년은 폭탄을 만들어오냐?"


밖에서 기다리던 환자와 그들의 가족들이 열과 정을 다해 성을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역시 폭탄 같은 건 없었어. 저놈들이 잘못 알고 그런 거야. 멍청한 놈들."


"애초에 멀쩡히 잘 있었는데 왜 갑자기 폭탄을 설치하겠어? 설치해도 그건 너네가 찾아와서 그런 거 아니야? 빨리 꺼져!"


층별로 분류해놓은 환자들의 행렬은 온데간데 없이 흐트러져 있고,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1층 입구 안으로 몰려 들어가려고 각을 잡는 모습이 보였다. 카리나 역시 상황이 슬슬 위험해지고 있으며 사람들이 다시 몰려 들어올 것이라고 통신으로 알렸다. 라이너는 그 말을 듣고 짜증을 냈다.


"아니, 애초에 폭탄이 안 나오는데 어쩌라고. 진짜 폭탄이 있긴 한 거야? 원장 놈, 우리를 속이려고 이런······."


라이너의 말이 도중에 끊겼다. 카리나는 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것은 라이너의 진지한 목소리였다.


"설마."


"응? 왜 그래?"


"카리나 씨, 입구 좀 잘 막아줘. 나는 지하로 가볼게."


"아앙?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제대로 설명해!"


"원장이 거짓말을 했을지도 몰라. 시한 폭탄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놈과 담판을 지으러 갈 테니까 통신은 잠시 못 할지도 몰라. 뿅!"


"뿅은 무슨, 야 임마!"


카리나가 라이너에게 따지려던 그 순간, 원내 전체에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벨카 원장의 목소리였다.


"아, 아, 본 병원 원내, 원외를 아울러 알려드립니다. 카리나 밀러 보안관이 병원에 폭탄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해 왔었습니다만, 확인 결과, 폭탄은 원내, 원외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카리나 밀러 보안관이······."


"아앙? 뭔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폭탄이 있다고 한 건 너잖아!"


카리나가 보이지 않는 원장을 향해 성질을 쏟아냈다. 라이너는 제멋대로 행동하지, 원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분이 오를 대로 오른 카리나에게 샬롯이 통신을 걸어왔다.


"근데 정말로 다른 분들까지 동원해도 폭탄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폭탄이 있단 건 그냥 거짓말 아닐까요?"


그 말에 카리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분명 원장은 시한 폭탄을 설치했다고 했는데, 사람들을 동원해서 찾아도 발견이 되지 않은 점, 찾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폭탄이 터지지 않은 점, 이것들을 모두 고려해서 뭔가 판단을 내리려는 듯했다. 샬롯 역시 톱니바퀴의 어디가 어긋났는지 생각해보려던 순간,


"그런 판단을 내리기는 아직 일러."


카리나가 입을 떼었다.


"아직 또 다른 가능성이 남아있어."


"가능성이라뇨?"


"폭탄을 직접 들고 다니는 경우지."


"폭탄을 직접 들고 다니는······ 설마, 저희와 함께 폭탄을 찾은······ 아니에요, 그 분들이 그랬을 리가 없어요."


"그들 역시 가능성은 갖고 있지만, 가장 먼저 수색해봐야 하는 건 이 병원의 직원들, 바로 의사와 간호사들이야. 그들 중에 누군가가 폭탄을 가지고 있고, 하벨카의 지시가 떨어지면 그제서야 폭탄을 설치해서 터트릴지도 몰라."


"라이너 씨는 그 사실을 알고······."


"아마 그렇겠지. 원장의 입을 막고 손을 꺾으면 지시를 내릴 수 없게 될 테니까."


"야 이놈들아! 폭탄 없다는 거 들었어! 당장 들여보내!"


"어이쿠쿠, 바깥 공기를 너무 마셨더니 허리······ 아니, 머리가······."


카리나가 지키고 있던 1층, 그 정문의 유리문을 사람들이 두들기고 있었다. 하얀 환자복을 입고서 유리문에 몰려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좀비가 연상되는 듯했다. 샬롯 역시 2층의 창문을 통해 그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었는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긴박하게 소리쳤다.


"저렇게나 몰리면 다칠지도 모르······."


"동작 그마안!"


화약이 터지는 소리, 격렬히 튀는 빨간 불똥, 산산히 부서지며 연기를 뿜는 천장.


카리나가 천장에다 산탄총을 쏘았다. 그 귀가 아릴 정도의 폭음에 사람들은 온몸이 꼿꼿이 굳으며 움직이지도 못 했다. 카리나는 입을 굳게 다물고서 그들을 맹렬히 노려보았는데, 용감한 사내 한 명이 다가와 유리문을 두들기며 외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보안관이 이래도 돼?"


카리나는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눈에 힘을 한껏 주고서 그를 노려보았다.


"이 참에 확실히 말해둘게. 이곳의 병원장은 홍두건단과 비밀리에 협약을 맺은 배신자 놈이고, 이건 본인이 자기 입으로 밝힌 거야. 너희도 남쪽의 한 식당에서 소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은 들었겠지. 일개 식당의 주인도 마을을 배신하고 간부가 되는 마당에, 이 병원 병원장이라고 안 될 것 있겠어?"


그 말에 사내와 그 뒤에 있던 사람들은 동요했다. 카리나의 말이 꽤 자극이 큰 듯했다. 카리나는 더 이상 그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점잖게 말했다.


"지금 내 동료가 병원장과 담판을 지으러 갔어. 곧 결과가 나올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마침 샬롯이 통신으로 라이너의 상태를 물었다. 하지만 라이너는 시체처럼 조용했고, 카리나가 대신 대답해주었다.


"원장이랑 싸우기라도 하는 중인지 통신을 할 정신 상태가 아닌 모양이야."


"그럼 라이너 씨를 도와주러 갈까요?"


"넌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어. 밖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1층 대기실로 불러들여."


카리나는 병원의 직원들을 상대로 복장 검사라도 할 생각인 듯했다. 샬롯은 그녀의 속뜻을 이해하고는 곧바로 창문을 열고서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다. 그리고는 의사와 간호사들만 안으로 들어와 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의사들의 반응이 심상찮았다. 그들은 샬롯의 말을 못 들은 척 하며 환자들을 돌보거나, 환자의 상태가 안 좋다며 들여보내줄 거면 환자들과 함께 해달라고 하였다. 또 간호사들은 의사들이 가만히 있으니 자기들도 움직이지 않았다. 누구 하나 샬롯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결국 보다 못한 샬롯은 창문을 통해 2층에서 뛰어내렸고, 그들에게 다가가 면전에서 말을 걸었다.


"여러분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원장이 여러분의 옷에다가 뭔가 장치를 해놨을지도 몰라요. 잠깐이면 끝나니까 안으로 들어와 주시면 안 될까요?"


두 손을 모아 애절하게 묻는 샬롯을 의사들은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일부러 협조를 피하려고 하는 듯한 그들의 답답한 태도에 샬롯은 점점 화가 나려 했다.


"여러분께서 이러실수록 의심의 골은 깊어질 뿐이에요."


"······."


"혹시 원장의 지시를 기다리시는 건가요?"


환자를 돌보던 한 의사의 손이 멈추었다. 샬롯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그분은 라이너 씨와 싸우고 계실 거고 여러분에게 통신을 걸 정신 상태가 아닐 거에요. 그분은 자신이 홍두건단의 간부임을 시인했어요. 만일 여러분께서 그걸 알고도 하벨카 씨를 따르고 계신다면 제가 이제부터 할 말을 들어주세요."


그러자 말을 듣던 의사가 샬롯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왜 근거도 없는 소리를 하냐고 꾸짖었다. 하지만 샬롯은 도리어 당당한 태도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리포드에서 왔고, 그곳 역시 홍두건단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홍두건단을 위에서 조종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자기를 미워해서 자기 부모를 납치하도록 홍두건단에게 지시했다며, 부모가 지금 이 마을에 있다고 하였다.


"저는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어요. 여러분도, 이곳의 환자분들도 자식이 있을 거에요.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는 것은 자식에게 있어서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고통스러워요. 그리고 그걸 여러분은 저 보다 훨씬 잘 알고 계실 거에요. 그렇다면 지금도 누군가의 가족을 희생시키고 있을지도 모를 홍두건단 따위에게 협력을 하면 안 돼요."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샬롯의 뇌리를 뭔가가 팟 하고 꿰뚫고 지나갔다. 한편 의사와 간호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는데, 한 의사가 나서더니 그럼 그놈들 말을 안 들으면 어쩔 거냐며 따져왔다.


"네 말대로 우리에겐 부모가 있고, 자식이 있어. 그렇기에 놈들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어. 그렇지 않으면 놈들이 반드시 보복을 해온다고. 그 보복으로 인해 죽은 사람들도 많고 고아가 된 아이들도 많단 말이야."


"바로 그거에요!"


샬롯이 검지를 들이대며 외쳤다.


"혹시 환자들 중에 제 또래의 아이를 가진 분이 계시나요?"


의사들은 서로 쳐다보고, 샬롯이 부연설명을 이어갔다.


"최근에 희생된 사람들 중엔 저랑 비슷하거나 더 어린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어요. 홍두건단은 일부러 고아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확실히 그건 그랬지."


그 말엔 의사들도 동의를 한 듯이 자기들끼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처음에 샬롯에게 따져들었던 한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그게 홍두건단이 일부러 벌인 짓이라고 하기엔 증거가 모자라."


샬롯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을 참고 말했다.


"여기까지 와서도 아직도 홍두건단 편을 들 생각인가요."


그녀는 아까 카리나에거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어머니나 다른 보호자가 있다면 집에서 살지만 그렇지 않다면 홍두건단이 따로 마련한 보육원에서 살게 돼.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면, 지하에 끌려가는 사람들의 일부는, 자신 이외에 아이의 보호자가 달리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야. 게다가 아이는 스스로 살아가기엔 너무 어린 아이들 뿐이고. 아니 그냥, 지하 동굴 뿐만이 아니라 최근에 마을 곳곳에서 다치거나 죽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 다 그런 사람들이야.'

그리고 하벨카에게 들은 말도 떠올렸다.


'그 보육원과는 다른 보육원이야. 여기서 고아가 생기면 가끔 거기서 데려가기도 하지만, 아무튼 전혀 다른 곳이야. 오히려 거긴 보육원이라기 보다는 폭력 조직이라고 하는 게 낫겠군.'


속단하기에는 증거가 모자랐지만, 아니라고 딱 집어 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의사들은 홍두건단의 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협력적인 태도만 보일 뿐이었다. 샬롯은 여기선 이 말을 외쳐야만 한다면서 속으로 읊조렸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그리고 외쳤다.


"절 믿어주세요. 여러분들께서도 소식을 들으셨겠지만, 저희는 이미 두 명의 간부를 쓰러뜨리고 왔어요. 저와 제 동료분들의 힘이라면 홍두건단을 무너뜨릴 수 있어요. 저희들은 단장을 공격하기 위해 간부들을 하나하나 제압하고 있어요. 그러니 부디 하벨카를 제압할 수 있게 협력해 주세요."


의사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자신들에 대한 믿음이라고 판단하고 그런 말을 외친 것이었다. 그리고 무모할 정도로 당돌한 그녀의 태도에 의사들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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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break of day 21.04.01 93 0 8쪽
48 Long Night 6 21.03.26 22 0 12쪽
47 Long Night 5 21.03.23 23 0 12쪽
46 Long Night 4 21.03.19 33 0 11쪽
45 Long Night 3 21.03.15 38 0 14쪽
44 Long Night 2 21.03.14 30 0 12쪽
43 Long Night 1 21.03.13 34 0 11쪽
42 황혼의 때 21.03.12 51 0 11쪽
41 아발론의 고아들 21.03.11 23 0 11쪽
40 SORRY, I'M STRONG. 21.03.10 54 0 13쪽
39 SORRY, I'M WEAK. 21.03.09 31 0 13쪽
» Lunatic Gate 6 19.05.10 90 0 11쪽
37 Lunatic Gate 5 19.05.10 45 0 9쪽
36 Lunatic Gate 4 19.05.10 49 0 10쪽
35 Lunatic Gate 3 19.05.10 57 0 7쪽
34 Lunatic Gate 2 19.05.10 52 0 8쪽
33 Lunatic Gate 1 19.05.10 68 0 8쪽
32 Big Arms 19.05.10 54 0 14쪽
31 로빈 후드의 우울 5 19.05.10 52 0 11쪽
30 로빈 후드의 우울 4 19.05.10 49 0 8쪽
29 로빈 후드의 우울 3 19.05.10 43 0 7쪽
28 로빈 후드의 우울 2 19.05.10 47 0 12쪽
27 로빈 후드의 우울 1 19.05.10 53 0 13쪽
26 Dogfight 2 19.05.10 49 0 7쪽
25 Dogfight 1 19.05.10 41 0 7쪽
24 행진 19.05.10 65 0 9쪽
23 모험의 시작 19.05.10 51 0 7쪽
22 대파괴 4 19.05.10 59 0 9쪽
21 대파괴 3 19.05.10 4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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