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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솔로몬의 후예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라이트노벨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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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208,381

작성
21.03.1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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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ong Night 1

-Hello, world-




DUMMY

원장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티나브리스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있는 구 미국 남부의 텍사스를 벗어나, 중남부의 오클라호마 시티까지 가야 합니다. 다만 이 거리는 일반적인 바이크로는 10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사이키터 전용의 스피릿 체이서라는 바이크를 타고 가야 합니다. 그러면 1~2시간 정도 걸리죠."


그 말에 짐짓 놀라는 체를 하는 카리나.


"오, 그런 것도 있어?"

"네. 홍두건단 아지트 근처 차고에 몇 대가 세워진 걸 봤습니다. 그걸 몰래 빼내서 타고 가시면 됩니다."

"꼭 사이키터가 타야 하는 거냐?"

"체이서는 최대 시속이 1000km 가량 됩니다. 이는 음속에 가까운 수치죠. 평범한 인간의 몸과 반사 신경으로는 그렇게 달릴 때의 공기 저항을 견딜 수 없고, 장애물을 피할 수도 없을 겁니다."


원장은 여기에 덧붙여, 마을 바깥은 거대 마피아 및 카르텔 조직들이 점거하고 있고 그들의 세력권을 돌파하려면 상당한 무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럼 역시 내가 갈 수 밖에 없겠군."

"네, 악인을 잡는 건 카리나 씨 특기 아닙니까. 당신이 믿을 만하니 이런 일을 부탁드리는 겁니다."


원장은 중지와 검지를 붙인 채로 자신의 이마에 대었다. 그러니 이마에서 푸른 빛이 나며 작은 칩, 사이킷이 튀어나왔다. 원장은 그것을 중지와 검지로 집었다.


"혹시 모르실까봐 알려드리는 건데, 이 사이킷은 불법으로 제조한 사이킷이고, 초능력 자격증이 없는 당신이 사이킷을 장비하는 것 또한 불법입니다. 그러니 어쩌면 당신이 연구정부의 영토에 들어선 그 순간, 아니면 길어도 이 마을에 일어난 작은 혁명이 끝날 때엔 당신은 법의 처벌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원장의 발언에 라이너와 샬롯이 소리 없이 놀랐다. 그리고 뭔가 말하려는데 카리나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괜찮아. 나도 알아. 받게 될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받겠지."

"각오는 되어 있으십니까."

"당연하지."

"역시 용감하시군요. 당신의 그 떳떳한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원장의 칭찬에 카리나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예전에 대전쟁을 경험한 세대야. 내 친구와 친척들은 인류를 수호하기 위해 자의로든 타의로든 전장에 나섰고, 지금은 모두 전장의 백골이 되었지. 반면 나는 싸우는 것이 두려워서 이곳 레이몬드빌로 숨어들어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살았어.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이곳엔 전쟁의 영향이 그리 크게 미치지 않아 마을 째로 날아가는 건 면했고, 나도 살아남았어. 하지만 그 결과 나는 사회에서 알고 지내던 모든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연이 끊기고 말았어. 내게 남은 건 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내다 버린 하찮은 삶 뿐이었지.


나는 당신 말대로 그렇게 떳떳한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겁쟁이였지. 지금은 그 속죄를 위해서 조금은 무리하면서까지 당당한 척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런데 오늘 기회가 온 거야. 이걸 성공하면 나는 레이몬드빌 해방의 주역이 될지도 모르는 거잖아. 내가 일찍이 쓰러져간 그들처럼 당당한 삶을 살았다는 게 증명이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 일이 끝나고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거절할 생각은 없어. 설령 이게 내 삶의 마지막 여정이 되어도 좋아. 이 일을 해내고 레이몬드빌을 해방시키는 것 만으로도 나는 성공한 인생을 살다가는 거야.


그러니까 원장. 더 이상 묻지 말고 그 사이킷을 내게 심어줘. 부탁이야."


카리나의 곧은 눈빛에 샬롯과 라이너는 숙연해져 고개를 숙였다. 원장 역시 그녀로부터 기백을 느낀 건지 지금껏 본 적 없는 엄숙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는 입을 꾸욱 다물고서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카리나의 이마에 사이킷을 대었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머리속으로 사이킷이 서서히 들어갔다. 원장이 말했다.


"사이킷은 이마에 댄 뒤 받아들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장비가 가능합니다. 당신의 의지는 진실되었군요."


원장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체이서의 위치와 사용법에 대해 간략히 알려주겠다 하고 개인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 동안엔 라이너와 샬롯 두 사람만의 시간이 흘렀다.


"샬롯. 이제서야 함께 갈 수 있게 되었구나. 안 떨려?"


그의 말에 희미하게 웃는 샬롯.


"떨려요. 하지만 제가 목표로 하는 상대는 너무 까마득히 높이 있어서, 이 정도 일도 해내지 못하면 닿을 수 없을 거에요."

"모든 영웅이 시작부터 위대했던 건 아닐 거야. 어릴 적엔 사고뭉치에다 스승에게 바보라고 비난받던 사람들도 있었을 거고. 그러니 너도 처음부터 너무 큰 일을 해내려고 애쓰지 마. 한 번 깨져도 보고, 주변에 의지도 하고,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도록 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친하게 지내던 싸쥬 오빠에게 그런 비슷한 말을 들었어요. 오빠는 제게 인륜을 저버리지 말라 했죠. 하지만 저는 홍두건단의 간부와 싸울 적에, 간부를 쓰러뜨리기 위해 나쁜 짓을 한 적이 있어요. 정말로 비겁한 짓을 하지 않더라도, 인륜을 어기지 않더라도 제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걱정스레 묻는 샬롯의 머리를 라이너가 쓰다듬었다.


"너는 어린데 정말로 복잡한 생각들을 하는구나. 나는 어릴 적엔 오늘 모슨 장난을 치고 뭘 먹을지 밖에 생각 안 하고 살았는데. 너는 분명 착하게 살면서 꿈도 이룰 수 있을 거야."


라이너가 말을 끝낼 즈음에 카리나를 향한 원장의 개인 설명도 끝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샬롯 일행에게 미션 브리핑을 해주었다. 아지트에 샬롯과 라이너가 함께 처들어간 뒤, 차고에 가서 체이서를 빼내고, 카리나는 그것을 타고 오클라호마 시티에 가 지원을 요청한다. 그리고 샬롯과 라이너는 상황을 보고 돌입하거나 이곳에 돌아와 지원이 올 때까지 대기.


"자, 그럼 시작해 보자고. 인생 최고로 긴 밤을 즐겨 보자!"


카리나의 외침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보라빛으로 멍든 하늘이 붉은 하늘을 위에서 누르고 있었다.


잠시 후, 홍두건단의 아지트 근처.


샬롯과 라이너, 그리고 카리나는 셋이서 아지트로 향하고 있었다. 수풀 너머로 3층 짜리 주택이 보이고, 그 앞을 보초 둘이서 지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세 사람은 초월적인 신체 능력으로 수풀을 헤쳐 나간 뒤, 샬롯과 카리나가 보초들을 소리없이 제압했다.


아지트의 벽에는 철문으로 막힌 차고가 있었는데,


"흐읍!"


카리나가 철문을 종이처럼 찢어 버렸다. 그러자 그 안의 모습이 드러났고, 원장이 말한 체이서라는 것이 딱 한 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체이서는 경주용 바이크와 비슷한 생김새였지만 동체가 좌우로 좀 더 두껍고 넓어. 마치 길쭉한 UFO에 바퀴가 달린 듯한 모양새였다. 한편 이마의 땀을 소매로 닦는 시늉을 하며 휴우 하고 숨을 내쉬는 카리나. 표정에서는 만족감이 느껴졌다.


"이거 진짜 쩐다. 이런 재밌는 장난감을 너네만 갖고 있었다니 질투나는데?"


그녀의 말에 샬롯은 멋쩍게 웃고 카리나는 곧바로 사과했다.


"미안. 농담이야. 네가 초능력을 쓸 수 있단 이유 만으로 얼마나 고생한지 알면 그런 소린 절대 못하지. 방금 내가 하긴 했지만 말이야. 하하하하!"


카리나는 샬롯의 어깨를 팡팡 두드리며 호쾌하게 웃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네게 있어서는 시작이겠지."


그녀의 말에 미소로 화답하는 샬롯.


"레이몬드빌 여러분들께도 시작이에요. 이 일을 계기로 다시 힘차게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래. 정말로 대단하다 너. 만약 내게 자식이 있었고 그게 너 같은 아이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 그리고 난 네 어머니는 아니지만······ 일단 연상이니까 네게 뭔가 얘기를 해주자면······."


힘내라. 카리나가 입가에 미소를 품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샬롯의 마음에 물에 푼 물감처럼 뭉클함이 퍼져나감은 그녀 자신만이 알았다.


"네, 카리나 씨도 힘내세요. 이 싸움이 끝나면 같이 파티라도 여는 게 어떨까요?"


그러자 손가락을 튕기며 맞장구치는 카리나.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다. 꼭 열어서 맛있는 음식들을 배터지게 먹자고."

"네, 약속이에요!"

"라이너, 너도 꼭 파티에 참가해야 돼. 알고 있지?"


라이너에게 주먹을 내미는 카리나와, 미소와 함께 똑같이 주먹으로 받아주는 라이너.


"그래, 물론이지."


카리나는 체이서 위에 올라타고는 이리저리 만져 보더니 금방 시동을 걸었다. 엔진음은 바이크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좀 더 묵직했다.


"다시 만나자."


카리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현장을 떠났다. 현장엔 밤의 어둠과 부엉이가 우는 소리만이 남았고, 샬롯과 라이너의 눈 앞에는 한 때 마을 회관으로 쓰였던 벽돌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근데 샬롯이 생각하기에 뭔가가 이상했다. 분명 원장은 체이서 몇 대가 있을 거라 했는데, 있는 건 하나 뿐이었다. 이런 좁은 마을에서 체이서를 타고다닐 필요는 없을 거고, 그렇다면 혹시 마을 밖으로 나가기 위해?


샬롯은 건물을 자세히 보았다. 1층과 2층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지만, 3층에는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분위기가 지나칠 정도로 허전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어쩌면 단장이 마을 밖으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샬롯은 그것을 라이너에게 말했고, 라이너 역시 그녀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원장은 브리핑 중에 체이서를 탈취하면 지원을 기다리거나 돌입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했지만, 이 상황에서 대기를 고르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듯했다.


"정말로 단장이 도망쳤고, 제 부모님도 함께 데려 갔으면 어떡하죠?"


한 손을 가슴에 대고 불안해 하는 샬롯.


"지금 그런 걸 걱정하진 마. 우리는 모든 홍두건단 간부들을 제압했어. 아직 보육원 꼬맹이들이 단장에게 협력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초능력자는 단장 이외엔 없을 거야. 조무래기들은 빠르게 처리하고, 빠르게 돌아 보고 내려오면 돼. 단장이 있으면 잡으면 되는 거고, 없으면 바로 나와서······."


말 끝을 흐리는 라이너.


"바로 나와서?"

"뭐, 카리나가 부르러 간 티나브리스인가 뭔가 하는 녀석들에게 의지하는 수 밖엔 없겠지."

"그, 그럴 수가······."


라이너의 말에 실망한 듯한 반응을 보인 샬롯이었지만, 라이너는 그녀에게 별 다른 위로의 말을 건네줄 수 없음에 아쉬워했다. 단장이 없을 가능성이 더 높은 이 상황에서, 단장은 반드시 있을 거고 네 부모님도 계실 거야! 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실없는 소리를 하는 것과 같았으니까.


그렇다 해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은 실낱같은 희망을 마음에 품고서 아지트 안으로 돌입했다.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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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break of day 21.04.01 93 0 8쪽
48 Long Night 6 21.03.26 22 0 12쪽
47 Long Night 5 21.03.23 23 0 12쪽
46 Long Night 4 21.03.19 33 0 11쪽
45 Long Night 3 21.03.15 38 0 14쪽
44 Long Night 2 21.03.14 30 0 12쪽
» Long Night 1 21.03.13 34 0 11쪽
42 황혼의 때 21.03.12 51 0 11쪽
41 아발론의 고아들 21.03.11 23 0 11쪽
40 SORRY, I'M STRONG. 21.03.10 54 0 13쪽
39 SORRY, I'M WEAK. 21.03.09 31 0 13쪽
38 Lunatic Gate 6 19.05.10 89 0 11쪽
37 Lunatic Gate 5 19.05.10 45 0 9쪽
36 Lunatic Gate 4 19.05.10 49 0 10쪽
35 Lunatic Gate 3 19.05.10 57 0 7쪽
34 Lunatic Gate 2 19.05.10 52 0 8쪽
33 Lunatic Gate 1 19.05.10 68 0 8쪽
32 Big Arms 19.05.10 54 0 14쪽
31 로빈 후드의 우울 5 19.05.10 52 0 11쪽
30 로빈 후드의 우울 4 19.05.10 49 0 8쪽
29 로빈 후드의 우울 3 19.05.10 43 0 7쪽
28 로빈 후드의 우울 2 19.05.10 47 0 12쪽
27 로빈 후드의 우울 1 19.05.10 53 0 13쪽
26 Dogfight 2 19.05.10 49 0 7쪽
25 Dogfight 1 19.05.10 41 0 7쪽
24 행진 19.05.10 65 0 9쪽
23 모험의 시작 19.05.10 51 0 7쪽
22 대파괴 4 19.05.10 59 0 9쪽
21 대파괴 3 19.05.10 4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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