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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솔로몬의 후예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라이트노벨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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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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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208,381

작성
21.03.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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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황혼의 때

-Hello, world-




DUMMY

라이너는 예전부터 자기 몸은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홍두건단과 함께 양아치처럼 살면서 어느날 우연히 누가 쏜 샷건에라도 맞아죽는 인생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그때 그때 자기 기분에 따라서 살았다.


"해보던가. 응? 해 봐. 죽여 봐. 꼬맹아."


이번에도 라이너는 거의 죽을 생각으로 뒷일은 생각치 않고 내지른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샬롯이 구해주는 기적이 일어났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루카스의 힘이 자신의 힘을 한 두 단계는 뛰어넘고 있었기에 그녀 쪽을 살펴볼 여지가 전혀 없었다.


라이너는 또 한 번 그녀에게 구원받았다고 생각했다. 시덥잖은 양아치의 삶으로부터 꺼내주고, 이번에는 죽음의 늪으로부터도 꺼내준 것이었다.


내가 죽을 곳은 내가 정한다. 언젠가 베타니아가 그에게 한 말이었다.


언제나 죽음이 곁에 있는 곳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죽든 말든 개의치 않는 것과 죽을 곳을 미리 생각해두는 곳은 다르다고 그녀는 말했다.


"아무렇게나 살아간다고 해서 죽을 장소까지 아무렇게나 정해도 되는 게 아니야."


석양의 붉은 빛에 뒤덮힌 채로, 집에서 창밖을 내다 보며 그녀가 한 이야기였다.


······.


전투 후, 현장은 쑥대밭이 되어있었다. 에밀리가 루카스와 함께 꼬리를 말고 도망쳐서인지 좀비는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겁에 질려 있거나 가족이 죽어 울고 있었다.


이빨이나 손톱에 의해 살점이 뜯겨나사 처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았다. 샬롯은 그 모습을 보며 토가 목까지 쏠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목과 입가에 힘을 주며 토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참았다.


그런 그녀에게 라이너가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괜찮아? 토 하고 싶으면 해도 돼."


그러자 고개를 젓는 샬롯.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서 그럴 수야 없죠. 적들과 싸우기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냐."


라이너는 샬롯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 총명하고 맑게 빛나던 두 눈동자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인상도 썩 초췌했다.


"미안해 샬롯,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아직 애인 너를 이렇게 고생시켜서는 안 됐는데."


그 말에 샬롯이 라이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는 이 길을 선택했어요. 어리다고 해서 남들 뒤에서 숨어있기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불의에 저항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 전 지금 여기 서 있는 거에요. 제 오빠에게 저항하기 위해서 여기 있는 거에요. 저 나름 대로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서 여기 있는 거에요.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주세요."


라이너는 그녀에 대해서 잘못 보았다. 분명 두 눈에 생기 따윈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두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새빨갛게 타오르는 석양 아래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푸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응,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샬롯."


라이너는 미안함을 담아 그렇게 대답했다. 멀리서 카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렇기에 주변의 어른들이 더욱 보듬어 주어야지. 어린 새싹이 똑바로 자라날 수 있도록 말이야."


카리나가 샬롯의 곁에 다가왔다.


"샬롯, 사회에는 너처럼 어린 애들이 많아. 걔들도 모두 대견하게 살고 있지만 마음을 잘못 먹어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넌 애들도 많지. 안타까운 일이야. 너도 스스로 판단하는 건 좋지만 꼭 주변 사람들의 말도 귀 기울여 듣도록 하렴. 이건 애한테도 어른한테도 골고루 해당되는 이야기야."


그 말을 들은 샬롯이 물었다.


"아까 그 초능력 쓰던 애들도 길을 잘못 든 걸까요."

"네, 맞아요."


에밀리가 설치기 직전에 미리 도망쳐 있던 제인이 태연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대전쟁 이후 고아들이 대량으로 생겨났는데, 고아들을 모아 특정한 보육원으로 보내고 보수를 받는 조직들이 홍두건단 이외에도 많아요. 그런 보육원들은 고아들을 사이키터로 만들어 불법적으로 이용해 먹고는 하지요. 물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끔찍한 일들을 많이 경험하고, 점차 마음이 망가져 버리게 돼요."


"너 이름이 뭐였지?"


카리나의 물음에 제인이 발끈했다.


"제인이에요. 저번에 알려드리지 않았나요?"

"아, 미안. 원래 마을에 있던 애가 아닌 것 같아서."

"진짜~ 기억해 달라구요, 카리나 씨."

"미안, 미안."


주먹을 입에 대고 목소리를 가다듬는 제인.


"아무튼, 그 에밀리라는 아이도 그런 보육원에서 교육받아서 어린 나이에 그런 냉랭한 학살자가 된 것일 거에요."


그런데 그 말을 주워 들은 한 주민이 끼어들었다.


"그럼 그런 녀석들이 이 마을에 더 몰려올 수도 있다는 거냐?"


그 말을 들은 다른 주민들은 동요했다. 에밀리 한 명 때문에 수십 명의 주민이 한꺼번에 죽었는데, 그런 학살자 유형의 사이키터가 더 몰려올지도 몰랐기에 두려워진 것이다.


샬롯은 상황이 더 혼란스러워지기 전에 허리 꼿꼿히 펴고 나섰다.


"여러분들께선 더 이상 희생을 겪을 필요가 없어요. 방금 싸움으로 간부들을 포함해 홍두건단의 인원은 더욱 줄었을 테니, 한꺼번에 몰려갈 필요가 없게 되었어요."


"네가 똑바로 싸우지 않아서 내 동생이 죽었잖아!"


쓰레기들이 샬롯에게 날아왔다. 그런 그녀의 앞을 라이너가 막아주는데, 샬롯이 그의 옆으로 다시 걸어나왔다.


"괜찮아요. 저 분들은 가족을 잃었어요. 그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가족을 잃은 슬픔을 덜어낼 수는 없을 거에요. 그러니까······."


샬롯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시는 그런 일을 겪게 해선 안 돼요. 홍두건단의 아지트에는 저 혼자 쳐들어 가도록 하겠어요."


그 말을 하자마자 주변의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 붙었다. 라이너가 외쳤다.


"말도 안 돼. 네가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건 알지만 원래 나랑 둘이서 가기로 하지 않았어?"


카리나도 그의 말에 가세했다.


"아무리 인원이 줄었더라도 거기에 몇 명이 인원이 남았는지도 모르잖아. 게다가 넌 에밀리와의 싸움으로 지쳐서 만전의 상태로 싸울 수가 없는 상태야."


지지 않고 대꾸하는 샬롯.


"저희 진영에서 사이키터는 저와 라이너 씨 뿐이에요. 라이너 씨는 이곳에 남아 주민들이 불의의 습격을 당하지 않도록 돌봐 주셔야죠."


그에 라이너는 너 혼자 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하였다. 하지만 살롯은,


"단장과의 싸움은 저 한 사람의 목숨만 걸려있지만, 이곳을 지키는 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어요."

"네가 죽기라도 하면 전력에 큰 손실이 생겨. 그리고 아지트에는 네 부모님도 계시잖아. 네 목숨만 걸린 것도 아니라고."


분한 듯이 이를 악물고 외치는 카리나.


"젠장! 내가 사이키터였다면 나나 라이너가 기꺼이 널 따라갈 수 있었을 텐데!"

"안녕하신가요, 여러분."


그때, 멀리서 병원 원장 하벨카가 끼어들며 나타났다. 아직도 붉은 가운을 두르고 있었지만, 말투에는 온화함이 묻어 나왔다.


"카리나 씨의 기분이 그러하시다면 제 사이킷이라도 빌려드리도록 하죠."


카리나가 그의 멱살을 붙잡았다.


"변절자 놈이,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나타난 거냐."


고드름 보다 차갑고 예리한 그녀의 태도에도 하벨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여러분들께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실지는 몰랐어요. 이번 일로 저도 느낀 게 있어요."

"느끼긴 뭘 느껴. 네가 필요에 따라 여기저기 붙어다니고 사람마저 죽이는 해충이라는 거?"

"네, 맞아요."


카리나의 비아냥에도 태연하게 대꾸하는 하벨카.


"정확히는 우리 모두가 결국 겁쟁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에요."


하벨카의 멱살을 자기 코 앞으로 끌어당기며 소리치는 카리나.


"겁쟁이라고?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걸 뭐라고 생각하냐, 겁쟁이는 바로 너다 이 기회주의자 자식아!"

"겁쟁이이기에, 저처럼 나쁜 놈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당신들처럼 함께 손을 맞잡아 나쁜 놈들을 몰아내는 거라고요."


그는 샬롯 쪽을 돌아보았다.


"당신은 겁쟁이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무모해요. 당신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안전을 신경쓸 필요가 있고, 좀 더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벌릴 필요가 있어요. 좀 더 겁쟁이가 되어도 좋다고요."

"그래서 라이너 씨와 둘이서 아지트에 처들어 가라는 건가요?"

"아뇨. 카리나 씨까지 포함해서 셋이서 활동을 하시는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언제 홍두건단이 처들어올지······!"

"홍두건단 잔당은 앞으로 열 몇 명 정도 밖에 안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아지트에 머물며 단장을 지키고 있죠. 단장과 협력하던 아발론 보육원도 일단 여기서 손을 떼었습니다. 당신들이 열심히 저항하고 노력한 덕분입니다.


여전히 불만스런 표정을 하고서 묻는 카리나.


"그럼 여긴 너 혼자 맡겠다는 거냐? 네가 또 주민들 상대로 어떤 개짓거리를 할 줄 알고."


그러자 자신이 입고 있는 붉은 가운을 벗는 하벨카. 그러자 그 안에서 하얀 가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놈은 대체 가운을 몇 겹이냐 입고 다니는 거냐."

"이게 마지막입니다. 제 마지막 남은 양심이지요."


그의 곁으로 의사들이 다가오고, 하벨카가 이어서 말했다.


"아무리 돈이 궁해도 사람 답게 사는 것을 포기해선 안 됩니다. 저는 이번 일이 끝나면 정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저는 의사로서 속죄를 하고 싶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이곳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겠습니다."


의사들도 하벨카를 변호하는 말들을 해주었다. 홍두건단에 협력한 자들끼리가 아닌, 같은 의사로서의 변호였다.


의사들까지 나서서 그렇게 얘기하니 카리나도 더 이상 쏘아붙이기가 뭣 했고,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네 말대로 홍두건단의 잔당이 그것 밖에 안 된다면, 굳이 3명이 나설 필요가 있나? 나는 역시 여기에 남는 게 좋지 않을까?"

"아뇨. 카리나 씨께서는 따로 하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게 뭐지?"

"바로 도심에 있는 '티나브리스'를 찾아가 구원을 요청하는 겁니다."


그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카리나.


"티나브리스라면, 국선 초능력 해결사 기관을 말하는 거냐?"

"네, 그 티나브리스입니다. 홍두건단 때문에 통신 회로가 차단되어 있어 연락은 안 되지만, 본래 이 일은 치안을 담당하는 그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후 아발론 보육원이 또 쳐들어온다 하더라도 참사를 막을 수 있겠죠."

"그래, 하지만 여기서 찾아가기엔 거리가 꽤 될 텐데."


카리나의 걱정스러운 말에 원장은 가운 안에서 미국 지도를 꺼내 샬롯 일행의 앞에다 펼쳐 보였다.


"잘 들으십시오. 결코 쉽지 않을 테지만, 카리나 씨라면 반드시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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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break of day 21.04.01 93 0 8쪽
48 Long Night 6 21.03.26 23 0 12쪽
47 Long Night 5 21.03.23 24 0 12쪽
46 Long Night 4 21.03.19 33 0 11쪽
45 Long Night 3 21.03.15 38 0 14쪽
44 Long Night 2 21.03.14 30 0 12쪽
43 Long Night 1 21.03.13 34 0 11쪽
» 황혼의 때 21.03.12 52 0 11쪽
41 아발론의 고아들 21.03.11 23 0 11쪽
40 SORRY, I'M STRONG. 21.03.10 54 0 13쪽
39 SORRY, I'M WEAK. 21.03.09 31 0 13쪽
38 Lunatic Gate 6 19.05.10 90 0 11쪽
37 Lunatic Gate 5 19.05.10 45 0 9쪽
36 Lunatic Gate 4 19.05.10 49 0 10쪽
35 Lunatic Gate 3 19.05.10 57 0 7쪽
34 Lunatic Gate 2 19.05.10 52 0 8쪽
33 Lunatic Gate 1 19.05.10 68 0 8쪽
32 Big Arms 19.05.10 54 0 14쪽
31 로빈 후드의 우울 5 19.05.10 52 0 11쪽
30 로빈 후드의 우울 4 19.05.10 49 0 8쪽
29 로빈 후드의 우울 3 19.05.10 43 0 7쪽
28 로빈 후드의 우울 2 19.05.10 47 0 12쪽
27 로빈 후드의 우울 1 19.05.10 53 0 13쪽
26 Dogfight 2 19.05.10 49 0 7쪽
25 Dogfight 1 19.05.10 41 0 7쪽
24 행진 19.05.10 65 0 9쪽
23 모험의 시작 19.05.10 51 0 7쪽
22 대파괴 4 19.05.10 59 0 9쪽
21 대파괴 3 19.05.10 4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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