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렐렐렐레~
벨렐렐렐레~
핸폰.
"여보삼?"
-아 형님? 접니다.-
"...? "
전화 목소리가 이렇게 헷갈릴 줄이야. 한참을 헤매다 결국....
"...누구삼-_-?"
-....저 현운데요. 송현우.-
"헉쓰-! 아니, 송도사? 웬일이래?"
난 개인적으로 송영감이라는 별명의-순전히 작가들의 꼬는 별명은, 아직 결혼도 안한 총각을 이런 식으로 괴롭힌다.- 그를 송도사라 부른다.
하기사 송영감이나 송도사나.
그냥 꼬부랑으로 늙었어, 나 그래도 좀 있어보이게 늙었어, 나 그게 그거 로군(-_-;)
술이나 한잔 하고 싶다는 그에게
"언제?"
를 물었더니
"내일 출근 안하시죠?"
란다. 순간 헷갈렸다. 전화기 옆의 달력을 암만 쳐다봐도 27일은 까만색인데.
"낼이 뭔날인데 논다는거여?"
-형님 삼교대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크헙'
내글 읽어주는 독자들이 이걸 잘못 들으면 난 칼침맞게?
도화동 기계공단에 출퇴근하는자가 삼교대라니, 있을 수가 있는 얘기냐... 대한민국 해가 무슨 육쪽마늘도 아닌바에야.
내글이 뭐 그렇게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뭐 글쟁이가 뻥치는 정신은 있어야지 그럼.(-_-;)
"이교대지...아이엠 에프가 벌써 십년전인데 삼교대하는 회사가 아직도 판타지 말고 현실에 남아 있당가?"
-허허허허! 그러셨어요?-
허허허라니, 이 무슨 손주델고 노는 할아버지 같은 효과음이냐...
머쓱한 티를 그는 이렇게 냈다.
-울적해서요.-
"뭐, 울적할 때 날 찾아...?내가 그렇게 좋았어? "
-아니, 아까 댓글 달아놓은 거 보니 계신거 같아서...-
'이런 줵일, 그럼 그렇지.'
"험, 뭐 이번주 주간이니까... 하핫!"
나도 한번 뻘쭘. 그래서...
얼렁 뭐가 그렇게 울적한가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그중 하나가 문피아 내에서 공격적인 성향이 늘어나는 문제였다. 이거야 뭐 문주님이 조~ 밑에서 지적하셨으니 따로 썰 풀어봐야 읽는 사람 눈만 아프지.
나머지는 신변 잡기였다.
-지금 뭐하세요?-
"퇴근하자마자 이제 글쓰려고 앉았지..."
-아, 그래도 직장 가지고 있으시니 쓰고 싶은 글 쓰시는 구나.-
"글 자체를 모르는데 쓰고 싶은게 뭔지 알게 뭐냐... 반응 없는 글이라고 안하고 쓰고 싶은거 쓴다고 해주는 사람은 그래도 송도사 뿐이로군(ㅜㅜ)"
-아, 통장에 잔고 바닥나 보세요. 쓰는거 자체가 틀려진다니까요.-
"그거야 송도사 처럼 쓰는 사람이나 그렇지... 글을 쓰면서 장면끼리 연결하는 고리부분 분량에 대한 감도 못잡는 사람이 가능한 일이냐 그게."
사실, 강호풍 작가랑 얘기하면서도 그런얘기를 들었다.
호풍이는 진중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그게 망가졌다.
그래서 출판사에 미안하다고, 저번 손해 만회시켜준다고 약속했고, 그래서 나온게 벽력왕이다.
증판 소식이야 나도 들었고 인천작가들 사이에서 그럭저럭 약속은 지켰다는 말이 오가는 걸 보니 강호풍작가도 실제 압축된 실력은 내가 눈으로 확인한 것을 상회하고 있는 셈이다. 훨씬.
날더러 그런 경지에 동급으로 놓고, 그냥 쓰고 싶은거 쓴다, 고 말해주니 기분 좋은 거 보다 좀 미안했다.
실제 동생이 울적하다고 전화햇는데 쏴줄께 와라 라고 하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먼저 자리잡아 이바닥에서 나도 일정 분량 책임을 걸머지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 헤매고 있고, 걍 별 도움 없이 신변 잡기나 늘어놓고 있다니.
쩝쩝쩝...
그렇게 별 도움도 못주고 전화 끊고, 나도 컴터나 보다가... 결국 끄적끄적,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뻔뻔 하다고?
뭐, 송도사가 증명하지 않았는가. 필력은 되는데 쓰고 싶은거 쓰는거라고.
시장이 아무리 냉혹해도, 자신감을 가질지어다, 프로를 향해 가는 아마추어여.
피에쓰;
노(no 가 아닌, 老)총각 송도사에게 소개팅 시켜주실 분은...
반응보고, 친한 작가들 인터뷰 계속 갈지 말지 결정함.
도화동 공돌이 도장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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