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처음 글을 썼을 때는 대여점에 넘처나는 양판소에 분노해서 썼던 것 같습니다.
"이게, 뭐야."
"왠, 초등학교 작문이 책으로....."
그런 걸 보는 제 자신이 한심했고, 제가 써도 잘 쓰겠다는 마음에 장르문학을 우습게 보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협이란 장르를 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처음 김용님의 사조영웅전을 봤을 때의 감동이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김용님의 소설 속에서는 바보같은 인물, 똑똑한 인물, 욕심이 많은 인물들이 살아숨쉬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적 지식과 음과 시. 술과 도박에 대한 방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무공에 대한 상상력까지 어느 것 하나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게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재밌었기에 김용님의 다른 소설도 전부 빌려보고, 그것도 모자라 다른 무협소설을 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 년 간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가끔 지뢰도 밟았지만 보석같은 작품들이 많았고, 그걸 골라 읽는 재미도 쏠쏠했으니까요.
그 때 우리나라 작가로 용대운님, 좌백님 등을 알게 됐지요.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볼만한 작품이 점점 줄어들더군요.
어느 걸 봐도 비슷하거나 아예 똑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 때 우리나라에 판타지 열풍이 불었죠.
저는 이상한 아집이 있어 제가 보던 무협지가 최고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판타지를 무시하고,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보게 된 책이 있었지요.
바로 '드래곤 라자'입니다. 제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 여러분이 상상하시는데로 이번에는 폐인모드가 되서 닥치는대로 판타지물을 주어 삼켰습니다.
아, 그 때가 좋았는데.......판타지 초창기는 명작이 많았었거든요. 명작을 찾아내 잠자는 시간마저 줄이며 읽는 기분. 책 한권이 너무나 짧게 느껴지고,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기분.
이런 기분때문에 아직까지 장르문학에서 해어나오지 못하는 거겠죠. 요즘 들어서는 느끼기 힘든 기분이 되어버렸지만요.
볼 것이 하나씩 사라져갈 때 이런 생각을 했지요.
'내가 한번 써볼까?'
책을 빌려볼 때 작가서문에 보면 독자였다가 글을 쓰신 분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저 역시 도전했습니다.
이제 글을 쓴지 한달이 넘었네요. 처음에 쓸 때는 선호작 하나 댓글하나에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점점 초심을 잃고, 욕심이 생기고, 제 글에 집착이 생겼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문피아에 들락날락하면서 조회수 확인, 댓글, 선호작을 확인하는 제 모습이 너무나도 추하게 느껴지더군요.
욕심을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도 바보같은 자기애는 인정받고 싶고 확인받고 싶은 기분이 들었나봅니다.
글을 쓴 다는 것은 망망대해에 알몸으로 내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내가 잘하는 건지 틀린 건지 맞는 건지 확인할 길이 없죠.
그럴 때 댓글과 조회수, 추천은 멀리서 깜박이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 내글을 봐주는 사람이 있어.'
'칭찬해 주는 사람이 있어.'
고독하고, 힘든 일상에서 지켜봐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여러 작가분들이 생계의 위협 앞에서도 차마 글을 놓치 못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 적다보니 두서가 없군요.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이건 그냥 넋두리. 인간으로서의 푸념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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