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 양판소......
예전이나 지금이나, 양판소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끊이질 않는다.
(편의상 경어를 생략하겠습니다. 해량해 주시길..)
사실, 대부분의 독자들-책방에서 책을 빌려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양판소가 뭔지도 모를 것이다.
장르 소설에 대해 지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양판소에 대한 이야기들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양판소.
늘여서 말하면 다들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라고 한다. 혹자는 '출판사들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되지도 않는 소설을 출판해 주는 것.' 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혹자는 '줄거리가 전혀 없는, 막가는 내용의 소설' 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혹자는 '필력이 엄청나게 딸리는, 중딩이 쓴 것 같은 소설.' 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필자는 양판소를 이렇게 정의한다.
'지나치게 대중성을 따르는, 획일화된 소설.'
그러나. 필자는 가끔, 문득 이 양판소를 욕할 마음을 잃곤 한다. 대중성이 극대화된 판타지 소설, 양판소.
그런데, 참 어렵다.
양판소는 인기가 많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렇다. 양판소는 잘 나간다. 십 대들의 인기를 끌고, 필력만 그럭저럭 따르면 이십 대도 공략 된다. 그냥 막 넘어온다. 그리고 지금 필자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소위 양판소라도 써 본 적이 있는가.' 라고.
필자는 양판소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이렇게 생각한다.
'작가의 진심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양판소에는 작가의 마음이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다.
'예쁜 여자를 사귀고 싶다.'
'나를 괴롭히는 모든 것들을 깨부수고 멋진 삶을 살고 싶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모든 것들이 한 곳에 녹아들어있다.
예술성? 개연성? 이런건 다 집어 던지고 자신의 감정을 따른다. 그리고 이 감정은, 획일화 되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 지친, 십 대, 이십 대..... 그들의 가슴 속에 쉽게 파고든다. 간단하다.
흔히 소설을 읽는 재미중의 하나가 감정 이입이라고 한다. 독자 자신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양판소는... 적어도 이 점 하나는 절묘하게 해낸다고 필자는 본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이 양판소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양판소가 정통 판타지보다 잘 나가는 것이다. -이 쯤에서 필자를 욕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는 가능한한 냉정하게 양판소를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김 작가라는 사람이 있다.
인기 절정이다. 대부분의 판타지 일세대들이 그를 욕하고 비난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잘 나가는 '작가'다. -이 작가라는 단어조차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필자도 그러한 성향이 있다. 하지만 한 번 쯤은 생각해봄직한 일이다. 그가 쓰는 책들... 비록 쉬이 나온 글이라 할 지라도 그리 말처럼 쉬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 말은 글 줄 한 번 정도 써 봤으면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엄청나게 욕을 먹는다. 여기저기 욕이 도배다. 하지만 여러 소설 카페에 가 보면
'나는 김씨의 소설은 무조건 본다.'
'나는 그의 팬이다.'
라는 사람이 정-말 많다. 물론 그들은 대부분 십 대 초, 중반의 소년, 소녀들이다.
자, 이쯤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왜 그들은 이토록 그 소설에 미칠까. 아까운 돈을 아까운 지도 모르고 그 소설을 사기 위해 투자할까?
흔히 기초 경제학에서 배우듯이, '소비'는 '효용'이 나오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시장의 대답은,
'김씨의 소설은 충분한 효용이 있다.' 이다.
-이쯤에서 이런 말들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에이 c 이 자식 뭐야. 양판소 옹호자냐?-
그러나 기실 필자는 양판소 옹호자는 아니다. 양판소는 거침 없이 던진다. 보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가 논하려는 것은 좀 더 근원적인 것이다.
양판소.
과연 그 소설이.... 대놓고 까일 만큼 가치가 없는 것일까.
문학적 가치로 보면 기실 그들의 가치는 거의 0%에 가깝다. 하지만 조금만 뒤틀어서, 그리고 생각의 문을 열고 보면 그들의 가치는 100%이다.
'틀에 짜여진 세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 빌어먹을 세상! 나도 한 번 잘나가보자!'
이 시대의 민중의식이 녹아있다. -민중의식은 개뿔!- 이렇게 소리치지 말아라. 지금에 와서야 그런 생각을 품는다면 다시 이 글을 위에서부터 찬찬히 읽어보길 권한다.
자, 필자의 양판소에 생각은 이렇다.
'대중의식이 지나치게 가미된 소설.'
그리고,
'이 시대의 민중의식-어쩌면 십대에 국한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이 녹아든 소설.'
예술성.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예술성을 표현한 작품들은 외면 받는 경우가 잦다. 사실 이 글을 쓰며 욕 얻어먹을 생각 많이 든다. 하지만 그냥 한 번 생각해 보라.
'양판소의 작가가 과연 이 글을 어떤 마음으로 썼을까?'
그리고.
'양판소의 작가가 과연 이 글을 거저 쓰고 있을까?'
그리고 또 한가지 이야기한다.
양판소의 작가는.... 대부분... 신인인 경우가 잦다. 그들의 현실에 대한 배출구에서 흘러나온 욕지기들이 모여 웅덩이를 만들어낸 것이 '양판소'가 된 것이다.
자. 필자는 욕 먹을 각오하면서 이 글을 썼다.
이제 당신들이 대답할 차례다.
어줍잖은 열기로 분노를 토해내는 말들은 듣고 싶지도 않다.
필자는 양판소에 대해 적어도 열 번 이상, 아니 수십 번은 생각했다고 자부한다.
그 정도의 생각은 하고 답변해 주길 바란다.
(말이 지나친 감이 있다면... 해량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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