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랬지만,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면 유난하게 '묘사'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의식적으로 배경을 잘 표현하려고 애를 쓰곤
하죠. 처음 시작은 화려하게 시작합니다. 온갖 상상력을 다 붙여서
표현하죠.
초반에 고전소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환상적인 묘사로 배경을
그린 뒤에 인물이 등장합니다. 근데 이 인물의 대화에 이모티콘
과 '훗훗' '크큭' 과 같은 가벼운 문체가 섞여 나오면,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립니다.
묘사와 대화체의 불균형이죠.
가벼운 대화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그 수준에 맞는 가벼운
묘사와 서사를 해야만, 글을 읽는 맛이 나게 됩니다. 귀여니씨
소설에 세밀한 묘사나, 장중한 서사는 절대 없습니다. 가벼움.
그것을 끝까지 유지하였기에, 하이틴 연령층에 꽤 인기를
얻었었죠.
소설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서사'야 말로 작가의 문체를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서사' 에는 작가가 사건을 보는
생각의 구조에 의해 결정지게 됩니다.
사건을 볼 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는 이가 있는 반면,
논리적 유추에 따라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고,
감정적 요소에 쉽게 지배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작가가 '서사'를 진행시키는데 필연적으로
작용하는데, 독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작가의 생각의 방식에
따라 글을 읽게 됩니다. 그런데, 작가가 그 흐름을 깨고,
다른 방식으로 '서사'를 진행시키게 되면, 독자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글이 되고 맙니다.
이런 오류는 자주 일어나는데, 작가의 생각에 무언가를 억지로
끼워넣을 때 발생합니다. 좋은 구절, 좋은 내용 혹은 좋은 수집
자료 등등. 그런 것들을 끼워넣을 때는 해체해서 자신만의
생각의 구조로 변환시킨 후에 적용해야 합니다.
습작이란 것을 통해서 작가는 '묘사' '대화' '서사'에 대해
자신의 개성을 깨닫고 이 요소들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노력을
통해야만 자신의 문체를 가질 수가 있습니다.
좋은 묘사, 좋은 서사, 좋은 대화체라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이것들이 잘 조화되면 필력이 좋은 것이고, 이것들이 불균형을
이루면 보기 싫은 글이 되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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