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죽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설득력있게 다가와 준다면 그건 오케이긴 하겠죠...한두명도 아니고 수십 수백명씩 떼거리로 날려버리는 글들 보면 저들은 인간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사람 죽여본 일도 죽여볼 일도 없겠지만 만약에 누가 저 사람 안 죽이면 너가 죽어! 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죄책감 없이 죽일 수 있나요? 그게 열명이면요? 그게 백명이면요? 그게 천명이면요?
사람의 정신은 상당히 나약해서 한 두사람 자기 눈 앞에서 처참하게 죽는걸 본 것만으로도 정신과의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나 사람 죽일 수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라면요. 게임하고 다를 바 없더구만이라고 말하는 그 미군의 정신상태가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죠? 그 미군의 정신이 평범해지지 않은데는 필시 이유가 있을겁니다. 그 미군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면 당연히 그런 이유들을 깊이있게 파고들어야 하겠죠. 어린 시절의 기억때문일 수도 있고 전쟁때문일 수도 있고 정말로 FPS에 미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독자가 읽고 수긍할 만한 이유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말 자신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행하는 일이라면 최소한 그 일로 인한 극중인물의 심리적 불안상태 정도는 묘사가 되어야 하겠죠. 악당을 악당보다 더 잔혹하게 죽이는 퍼니셔같은 캐릭터 마저도 내적인 심리적 불안상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죄책감을 비롯한 심리상태의 묘사가 문제인 듯 싶습니다.
일단 사람을 죽이다는 것 자체는 말이 안 될 것 없습니다. 적을 향해 총을 쏘는 군인은 존재하고, 흉악한 연쇄살인마도 있으며, 사형집행인도 있고, 심사숙고를 거친다 해도 어쨌거나 버튼 하나로 무지막지한 대량살상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권력자는 세상 어디에나 있습니다.
문제는 요즘들어 그 심리와 정신의 이해&분석이 잘 드러나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요.
하지만, 그 어떤 심리와 정신이 있다고 해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걸 납득해서는 안된다는 모순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고 해도, 사람을 죽여야햘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되겠지요.
완다리아님, 제가 접한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 잘려져있던, 세부적이지 않았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좀 더 상세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제 아버지의 실제 월남전 경험담을 말씀드려볼까요?
물론 전부를 말씀드릴 순 없고 일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악의적인 편집은 아닙니다.
어렸을 적 저는 아버지께 여쭈었습니다.
"아버지도 사람을 죽였나요?"
"그건 묻지 마라." 아버지는 말씀하셨습니다.
"처음 헬기에서 뛰어내리고 정찰을 할 때, 바람소리가 슝슝 나더니 옆에서 걸어가던 동료가 픽픽 쓰러지더라. 어디서 뭐가 날아오는 지도 모르고 그렇게 죽어버리더라고. 그런데 나중에 가면 슝 하는 소리만 들어도 전부 바닥에 배를 깔고 자동으로 엎드려. 총구는 저절로 소리가 난 쪽으로 향하게 돼. 익숙해지는 거지. 사람이란 결국 죽지 않으면 익숙해지는 거야."
인간은 약한 동물입니다만 가장 강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후유증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나중의 이야기입니다.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있는 동안에는 대부분 적응을 합니다.
적응을 해야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죽거나 낙오합니다.
물론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고 해꼬지 하는 내용의 글은 문제가 있겠지요.
하지만 전쟁, 혹은 자신의 생명이 얹혀있는 문제라면 조금 달라집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잔인한 동물이니까요.
뭔가 공감을 얻고 싶으면 일관성들 좀 가지고 쓰셨으면 합니다. 첫시작은 사람을 죽이면 왜 영웅이 되어야하는가라는 소설의 개연성문제라서 이해가 되었지만 뜬금없이 평화주의자 이야기를 하시다니요.
영웅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아 환타지로 넘어간 현대인들의 생활을 비판하시는듯한데 살인에 대한 LABAN님의 생각을 굳이 장르소설에 와서 공감을 얻으려고 하시는건가요. 개연성이 맞으면 그걸로 만족을 하시면 되었을것을 굳이 그것을 현대인의 살인에 대한 의식으로까지 해석하셔야하나요. 범죄물을 다루는 소설은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건가요.
티렌/ 말씀드렸다시피 현대의 인식과 다르다는건 이미 인정했는데 왜 다시 그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제가 반박한 건 중세에도 생명을 경시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중세를 관통하는 윤리관은 기독교적 윤리관입니다. 아시다시피 기독교적 가치관에서 인간은 신의 형상을 본 뜬 피조물입니다. 그 생명을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중세는 윤리 도덕적으로 현세보다 훨씬 더 엄격하였습니다. 낙태를 반대하는 운동의 주축이 기독교사회라는걸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중세에는 마녀사냥으로 사람들을 화형시키고 갖가지 고문이 횡행했고 저자거리에서 죄인의 내장을 적출하고 그걸 어린아이들마저 보도록 하는 등 종교적 권위에 의해서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었지만 사람이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식의 의식은 없었습니다. 오로지 종교적, 정치적 권위를 빌어서만 그러했죠.(중세에 종교적 권위=정치적 권위였으니 둘은 같은거긴합니다)그것은 통치의 방편이기도 했고 신앙이 생명보다 더 귀중하다고 생각하다는 사고 때문이기도 했었습니다. 그것으로 중세에는 생명을 경시했다는 일반적인 견해를 끄집어내기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대에도 KKK단의 만행, 이슬람의 명예살인, 일제시대의 생체실험 등 인륜을 져 버린 일들이 많이 일어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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