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연재한담에서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피아에서 무협에 비해 판타지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무협이 정형화되어있기 때문이라고요.
정형화라, 어찌보면 매우 좋은 말입니다.
굳이 세계관을 설명하려 어렵게 머리썩이지 않아도 되고, 독자들도 편하게 넘기며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정형화는 정녕 장르소설에서 필요한 존재인 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비단 판타지만이 아닌 무협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순수소설과는 달리, 장르소설은 소설 속에 숨겨진 깊은 뜻이나, 사회풍자가 적습니다. 진정한 성찰로 빚어진 자신만의 철학관을 집어넣는 장르소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렇다면 그런 장르소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을 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판타지와 무협은 이 세상의 것들에서 탈피해 새롭고 경이로운 세상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판타지소설들을 보면, 저는 그런 저의 생각과 트렌드가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똑같은 레파토리로 지구의 비주류층이 이세계로 넘어가 공작, 후작, 백작 등이 되어, 영지 하나 다스리면서 알콩달콩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장르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장르문학에서 소위 명작이라 부르는 작품들을 대부분 섭렵하면서, 이러한 저의 의문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명작들이나 여타 기발한 소설들 몇몇을 빼면, 모두 다 제가 위에서 말했던 레파토리를 벗어나지 못했으니까요. 아니, 벗어난다 할지라도 별 큰 차이점을 보이지 못했으니까요. 이러한 소설들은 읽기만 하더라도 지루할 뿐입니다.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이 논쟁은 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형화와 정형화되지 아니한 것. 분명 둘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시장이란, 가장 자신에게 적절한 모양으로 정형화를 이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재 이 정형화는 우리 장르문학시장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형태이겠지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최대다수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지금 정형화된 한국적인 장르문학이지요.
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십니까?
꿈나라로 가기 전에, 나티가 쓸데없는 한담 하나를 남기고 갑니다.
Commen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