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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이 금지된 세계의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7.27 23:54
최근연재일 :
2021.08.14 19:05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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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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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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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3. 강릉지부 습격 사건 #1

DUMMY

“카하하학!”


나는 살쾡이 같은 웃음을 터트리는 풍채 좋은 남자를 쳐다보며 신경질적으로 귀에 꽂았던 통신기를 뺐다. 그리고 그에게 던져 주었다.


“이 정도면 됐나?”

“어, 충분해.”


남자의 대답에 나는 잠깐 뒤로 미뤄 두었던 공간을 구경하기로 했다. 함정들을 다 처리하고 탄광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간 우리를 전혀 다른 공간이 반겼다.

옛날 유물을 연구하는 연구실처럼 보이기도 했고, 온종일 게임만 하는 사람의 지저분한 방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 험지로 떠나는 탐험가의 쉼터인 것 같기도 했다.


“네이선 이 새끼. 지금쯤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겠지? 아, 아쉽다. 진작 CCTV를 세 배는 더 깔아놨어야 하는 건데.”


실실 웃으며 배에 놓아둔 팝콘 봉지에서 두세 개씩 팝콘을 집어 먹는 저 남자의 이름은 샘. 당사자의 말로는 원래 이름이 핸섬이라고 하는데, 세상의 여자들이 너무 부담스러울까 봐 한 글자인 샘으로 바꿨다고 한다.

사라가 개소리하지 말라며 담배를 피워댔으니 내가 저 남자의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이건 뭔가요?”


관유가 아무것도 비추고 있지 않은 모니터에 다가가 말했다. 모니터 주변에는 다양하게 생긴 게임기기들이 널려 있었다.


“그건 정보 탐색용이야. 우리가 워낙 엉덩이가 무거워 쉽게 움직이질 않으니, 가벼운 인터넷 속에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랄까?”

“그렇군요. 어, 이거는 게임스테이션 4 아닌가요?”

“맞아. [우리의 최후] 팩 있는데, 한번 해볼래?”


샘의 말에 관유가 눈을 빛내며 그를 돌아봤다.


“그거 출시하자마자 올해의 게임 상을 받은 명작 아닌가요? 실제로 그 게임의 주인공들의 능력을 가지고 플레이어로 각성한 사람들이 많았죠.”

“정작 평범하거나 괴물이 되어 버리는 애들이 대다수였지만.”

“그건 그랬죠.”


방긋 웃다가도 금방 침울해진다. 아마 주인공이 되고 싶었지만, 괴물이 되어 버린 사람들의 최후를 생각한 모양이다. 뭐, 샘이 알아서 달래주고 있으니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바라보니 뤼카와 사라가 진지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제가 봤을 때는 사라 님의 능력이 더 사기인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네가 가지고 있는 그 문 하나만 봐도 네가 플레이어 중에 최강인데.”

“이 문은 제가 가본 적이 있는 곳만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올 때도 탄광으로 바로 오는 게 아니라, 동굴에서 여기까지 걸어오지 않았습니까.”

“야, 그래도 네가 한 번 가본 곳이면 외국이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거 아니야. 그게 어디냐?”


여기는 둘의 능력을 두고 누구의 것이 더 사기인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제게는 전투 능력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지산에서 사라 님이 소환하셨던 거대 전투 전함 하이퍼리온만 보더라도, 제가 천 명이 있다고 해서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엄청 좋은 성능의 무기 설계도만 있으면 만들 수 있잖아. 아니야?”

“이미 완성된 설계도를 얻을 수도 있지만, 직접 설계해야 하는 경우에는 무기의 원리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쉽게도 저는 과학 쪽에 문외한이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갑자기 주제가 누가 더 쓸모없는지로 바뀌려고 하고 있었다.


“야야. 내 능력이라고 만능인 줄 알아? 나도 매번 하이퍼리안을 소환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일정 포인트를 모아야 한다고. 하이퍼리안이면 한 달을 빡세게 모아도 소환할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인데.”

“그렇습니까?”

“그렇다니까? 매번 꿈속에서 정신 나간 두 외계 종족을 상대로 싸워서 힘들게 포인트를 얻어야 하는데, 한 번 실패하면 그날은 끝이야. 애써 모은 포인트가 증발해 버린다고!”

“사라 님도 나름의 고충이 있으셨군요.”

“그럼!”


무슨 생사의 고비를 수백 번은 우습게 넘긴 전우처럼 둘은 끈끈한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더니 사라가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다짜고짜 욕을 날렸다.


“그에 비해서 저 개 같은 놈 좀 봐. 가지고 있는 능력만 해도 다섯 개는 그냥 넘는데 페널티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어.”

“DLPG의 부대를 말 그대로 녹여 버리는 엄청난 파괴력에, 그 집단 포화 속에서도 멀쩡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철벽에 가까운 방어력까지.”


지랄들 한다.


“저 새끼가 제일 사기야, 그냥!”

“그런 것 같습니다. 후크 님에 비하면 저희는 한낱 떨거지에 불과하죠.”

“같은 떨거지끼리 힘내 보자고, 뤼카!”

“좋습니다, 사라 님. 후크 님이 계신데도 불구하고 우리를 동료로 삼아 준 관유 님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러더니 서로의 손을 꽉 움켜쥔다. 오글거리는 영화의 두 주인공을 보는 것 같아 나는 둘이 어떤 결말에 도달할지 궁금해 계속 지켜봤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난입으로 영화는 일찍 막을 내렸다.


“샘!”


금발에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산탄총을 들고 다 죽여 버리겠다는 눈빛으로 들어온 그는 관유와 게임을 하고 있는 샘을 발견하고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저 개새끼를 그냥···.”

“네가 네이선인가?”


내 말에 그가 나를 노려봤다.


“그러는 너는 후크?”

“그래.”

“물 위에서 노셔야 할 해적께서 어찌 이런 땅속까지 오셔서 굳이 몸에 흙을 묻히시나?”


아까 샘이 시키는 대로 통신기를 통해 장난을 좀 쳐서 그런지 나를 보는 눈빛이 곱지는 않았다.


“네 도움이 필요한 놈이 있어서 말이야.”


나는 고개를 까닥여 관유 쪽을 가리켰다. 그쪽을 잠깐 쳐다본 그는 손가락으로 관유를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저 어린놈?”

“그래. 저 어린놈.”

“···이거 참. 전설적인 글래디에이터라는 분께서 무슨 약점을 잡혀서 저런 어린 애 보모나 하고 있으신가?”


나는 굳이 말로 대답해 주는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무슨 도움이 필요한데?”

“인공위성을 해킹해 줘.”


뤼카와 궁상떠는 시간이 끝난 사라가 일어나 바지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며 말했다.


“저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하나인 줄 알아? 다짜고짜 그렇게 말하면 무슨-.”

“가장 좋은 거로. 지구 전역에 방송을 송출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말에 네이선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주변에 있던 의자를 하나 끌고 와 앉은 뒤, 우리에게 가까이 오라며 손짓했다.


“너희, 뭐 하는 놈들이야? 다짜고짜 찾아와서 내 동료의 목숨을 인질로 삼아-.”

“저기 우리 일행 있다.”


사라의 말 대로 관유는 샘과 실컷 게임에 몰입해 있었다.


“흠! 뭐, 그건 넘어가더라도. 지구 전역에 방송을 송출할 수 있을 정도라면 DLPG의 플레이어 감시용 목적 인공위성인 앱실론은 돼야 한다는 뜻인데, 그게 저런 구시대의 컴퓨터로는-.”

“뭐가 필요한데.”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보는 눈빛이 30% 정도 더 나빠졌다.


“필요한 게 있으면, 구해줄 수 있는 능력은 되고?” “적어도 너보다는 뛰어나지.”


나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뤼카에 사라까지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좋아. 그렇다면 DLPG의 강릉지부에 있는 게임스테이션 5를 가져다줘.”

“그거면 돼?”

“그래.”

“어디에 있는데?”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분명 샘의 말에 의하면 강릉지부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탐색을 하러 간다고 했었는데···.


“그러면 그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이군.”

“그 말?”

“네가 데이나라는 NPC와 사랑에 빠졌다는-.”

“새애앰!”


네이선이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재밌게 게임을 즐기고 있는 샘에게 다가가 그의 뒤통수를 빡 소리 나게 때렸다. 그런 후에 돌아와 의자에 앉아 심호흡하더니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가자.”

“뭐?”

“가자고! 위치는 내가 알고 있으니까.”


자신을 보자마자 죽일 게 뻔한 여자에게 반했다는 말이 진짜였군.


*


관유는 샘의 곁에서 계속 게임을 하게 내버려 두고, 우리는 DLPG 강릉지부의 외곽까지 다가갔다. 네이선이 길을 알고 있는 탓에 순조롭게 내부의 건물을 보호하고 있는 외벽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좋아.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게임스테이션 5는 지부의 가장 안쪽에 있는 부장실에 있어. 다른 곳은 경비의 카드만 뺏으면 되지만, 부장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부장이나 아마조네스의 길드장의 인증키가 필요해.”

“데이나 말이지? 네 첫사-.”

“제발 조용히 좀 해!”


네이선이 사라의 입을 틀어막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사라의 눈이 곡선을 그린 걸 보니 씨알도 먹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무튼, 우리의 작전은 속전속결이야. 모두가 뭉쳐서 데이나를 생포해 그녀의 인증키를 빼앗고, 부장실로 쳐들어가 게임스테이션 5를 가지고 나오는 거야.”

“네이선 님은 사랑도 얻으시겠네요.”


뤼카의 지원 사격에 사라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얼굴이 시뻘게진 네이선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내 뤼카의 목에 가져가고는 얼굴을 굳혔다.


“샘한테 이런저런 말을 들으니까 내가 좀 우스워 보이는 모양인데, 초면에 자꾸 선을 넘다가는 목 따이는 수가 있어. 이런 밀림에 시체 가져다 놓으면 동물들이 먹어서 흔적도 안 남는 거 알지?”

“죄송합니다. 자중하겠습니다.”

“좋아.”


고개를 끄덕인 네이선은 꺼낸 김에 단검으로 땅에 대략적인 강릉지부의 건물 구조를 그리며 설명을 계속했다.


“강릉지부의 구조는 간단해. 우리가 있는 이 외벽을 넘어가면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그 공터의 중심에 지부의 건물들이 모조리 모여 있어. 중세 시대의 성 알지? 그 느낌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편할 거야.”

“방비가 너무 허술한 거 아닌가요?”


뤼카가 손을 들고서 정중하게 질문을 던졌다.


“좋은 지적이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허술해 보이지만, 공터에 한 발자국이라도 인증되지 않은 사람이 발을 딛는 순간 경보가 울려. 그러면 대기 중이던 NPC들이 일제히 출동해 침입자를 제거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그러려면 NPC들이 엄청 강해야 되는데?”


사라의 말에 네이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릉지부의 NPC들을 이끄는 아마조네스는 지구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한 PVP 길드야. 그들의 리더인 데이나는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강자라고 불리지.”

“그 정도면 사랑에 빠질 만하네.”


사라의 기습에 네이선이 단검을 역수로 잡았다. 그녀는 미안하다며 미소와 함께 손사래를 쳤다.


“더 들을 거 없으면 바로 시작하지.”

“아, 데이나가 가지고 있는 무기들도 알아두면 좋아.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올가미는 유도 기능이 있고, 한 번 묶이게 되면 절대 풀려날 수 없어. 양 손목에 차고 있는 건틀릿은 상대의 공격을 흡수했다가 두 배로 방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니 참고해.”

“그게 전부야?” “그녀 자체의 신체 능력도 웬만한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해. 초인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게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 있으라는 눈짓을 보낸 뒤 영웅의 서를 펼쳤다.


“66장을 읽겠다.”


- 마황, 혁무진의 이야기를 선택하셨습니다.


예전처럼 지하도 아니고, 저 너머에 있는 인간들의 목숨을 신경 써야 할 처지도 아니니 있는 힘껏 주먹을 지르면 될 것이다.


“누군가가 내게 권공(拳功)의 끝이 어디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허리에 가져간 오른 주먹에 강대한 기운이 몰렸다.


“가볍게 내지른 일권(一拳)으로 산을 부술 수 있다면, 그는 자신 있게 권공의 끝을 봤다고 자랑해도 될 것이라고.”


나는 비틀었던 허리를 원래대로 돌리며 주먹을 곧게 뻗었다.


“일권붕산격(一拳崩山擊).”


툭, 가볍게 내 주먹과 닿은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은 순식간에 벽 전체로 퍼졌고 벽은 고운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다. 나는 벽 너머로 발을 딛었고, 사이렌이 반겨 주었다. 부장실을 향해 걸어가는 내 뒤에서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저것 봐. 개사기라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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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추락 21.08.12 19 1 12쪽
16 15. 빌런 21.08.11 21 1 13쪽
15 14. 강릉지부 습격 사건 #2 21.08.10 26 1 12쪽
» 13. 강릉지부 습격 사건 #1 21.08.09 21 0 13쪽
13 12. 도굴꾼 21.08.08 25 0 12쪽
12 11. 하기 싫은 것 21.08.07 27 0 13쪽
11 10. 반격 21.08.06 28 1 13쪽
10 9. 위기 21.08.05 33 1 13쪽
9 8. 안 하던 짓 21.08.04 32 1 13쪽
8 7. 원한, 은혜 21.08.03 30 1 12쪽
7 6. 도원결의 21.08.02 37 1 14쪽
6 5. 민속촌에서 생긴 일 #3 21.08.01 39 1 13쪽
5 4. 민속촌에서 생긴 일 #2 21.07.31 42 1 12쪽
4 3. 민속촌에서 생긴 일 #1 21.07.30 46 1 12쪽
3 2. 탈출 21.07.29 46 1 15쪽
2 1. 만남 21.07.28 60 1 14쪽
1 0. Prologue 21.07.27 65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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