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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이 금지된 세계의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7.27 23:54
최근연재일 :
2021.08.14 19:05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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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539

작성
21.08.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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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 민속촌에서 생긴 일 #3

DUMMY

마황파천의 위력은 고작 지하실과 지상을 연결하는 거대한 통로를 만들어 달빛이 들어오게 하는 정도가 아니다. 본래의 위력이었다면 이름 그대로 하늘을 부숴야만 했다.

하지만 내가 콜로세움에서 작게 말하는 버릇을 들인 탓에, 아직도 대피가 끝나지 않은 저 게으른 놈들을 신경 쓴 탓에, DLPG 놈들을 기절시키는 선에서 끝나고 말았다.


“···따라와.”


마황파천으로 넓은 구멍이 생긴 이상, 이곳에서 적이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 나는 지렁이처럼 땅에 엎어져 꿈틀거리는 놈들의 팔다리를 모조리 분지르며 지상으로 올라갔다.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입 닫아. 그딴 개소리는 전투가 끝난 다음에 지껄여.”


천 명을 죽인 건 괜찮고, 열댓 명의 팔다리를 분지르는 것은 도의에 어긋나기라도 하나? 나이가 어리기에 그런 모순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전투 중이다. 적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데 내 심기에 거슬리는 개소리는 사전에 차단해야 했다.


관아 밖의 담장에 세 명, 지붕 위에 두 명이 숨어 있었다. 아까의 열댓 명에 지금의 다섯 명을 더하면 스물 정도. 이들이 1차 추격조의 전부일까?


“나와라.”


나는 숨어 있는 다섯 명에게 들리도록 혼잣말을 뱉었다. 청자가 늘어남에 따라 기를 퍼트릴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났고, 나는 관아 주변의 산을 재빠르게 훑었다. 남은 인원은 이들 다섯이 전부.

내 말에 놈들은 미동도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해야 DLPG가 조금이라도 빨리 그년을 내게 보낼까.


“···그대들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네. 다만.”


압도적으로, 누구를 얼마나 보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게 좋겠다.

나는 우선 혼자 왼쪽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있는 놈의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의 목을 움켜쥐어 들어 올렸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피해가 누적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대들은 후세에 영웅으로 기록될 것이니, 내 손속의 잔혹함을 원망하며 죽도록 하게.”


손목을 90도 돌리는 것으로 한 생명이 꺼졌다.


“칼!”


이 남자의 이름이 칼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고함을 지른 놈에게로 이동했다. 지붕에 앉아 있던 그는 내가 자신의 뒤로 올 줄 알았는지, 겨드랑이에 총구를 고정해놓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뒤져!”


총이 격발됐다. 특수한 총알이 담겨 있었는지, 그의 능력인지는 모르겠으나 총알은 정확히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게 그대의 전부인가?”


이미 그의 앞으로 이동한 나는 간단한 발차기로 놈의 총을 부숴버림과 동시에 그의 두 팔이 통제를 잃도록 했다. 그런 후에 정권 두 방으로 놈의 팔을 무력화시켰고, 그의 멱살을 잡아 내 앞에 가져옴으로써 방패를 만들었다.


“다들 쏴! 죽여 버려!”


동료를 아끼는 마음 따위는 전혀 없었던 모양이다. 이놈이 외치기 전에 왼쪽에 있던 한 놈과 담벼락에 숨어 있던 두 놈이 일어나 총알 세례를 퍼부어댔다.

나는 방패를 두르고 제자리에서 몸을 한 바퀴 돌렸다. 내가 맞았어야 할 총알은 모조리 방패가 대신 맞았고, 나는 너덜너덜해진 방패를 지붕 아래로 던지며 말했다.


“어찌 그대들은 동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가!”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새끼가!”


나는 허벅지의 권총집에서 권총을 꺼내려 하는 왼쪽 눈에 모노클 비스름한 것을 착용하고 있는 놈의 코앞에 도달했다. 손목, 어깨, 양쪽 무릎에 주먹을 한 방씩 먹여 주고 그의 권총을 빼앗았다. 그리고 그의 미간에 총구를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탕.


이제 남은 건 담벼락에 붙어 있는 두 명. 나는 뒤로 넘어지려고 하는 시체를 그들에게로 던져 시야를 빼앗고 그들의 옆으로 이동했다. 그런 후에 각자의 관자놀이에 한 방씩을 먹여 주었다.

나는 그들이 허벅지에 부착하고 있던 권총집을 분리해 내 허벅지에 착용했다.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은 내 코트의 안주머니에 보관했다.


- 영웅의 서가 마황, 혁무진의 능력을 회수합니다.


영웅의 능력을 사용하기까지 30분의 쿨타임을 기다려야 한다는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17장을 읽겠다.”


- 옥염의 주인, 리카르도 디프레이브의 이야기를 선택하셨습니다.


내 손에서 옥염의 꽃이 피었다. 정상적으로 능력이 발동된 것을 확인한 나는 불꽃을 꺼트렸다.


- 영웅의 서가 옥염의 주인, 리카르도 디프레이브의 능력을 회수합니다.


추격조의 처리 및 1단계 보상의 정상 작동을 확인한 나는 관유와 사라가 있는 곳으로 갔다. 둘은 관아의 마당에 서서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사라에게 대충 대답해 주고 관유를 그녀의 손으로부터 되찾았다. 그리고 관유를 눈으로 살폈다. 눈이 먼 탄환에 맞지는 않은 듯했다.


“가자. 다음은 어디냐.”

“아, 다음은-.”


관유는 우리의 다음 행선지를 말했다. 사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어디라고?”

“도원(桃源)입니다.”


그렇게 말한 관유는 나를 쳐다봤다. 마치 나라면 자신이 말한 도원이 어디인지 알고 있을 거라는 듯. 도원, 도원···.

아, 거긴가.


“그게 대체 뭔데?”

“사라 님에게는 덕수네 짜장면집이 더 익숙하겠군요. 그곳의 사장이 바뀌기 전 이름이 도원이었습니다.”

“아, 거기.”


사라는 엄지와 중지를 튕겨 소리를 냈다.


“근데 거기 망한 지 꽤 되지 않았어?”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보이도록 DLPG에서 손을 써 두었죠.”

“DLPG가?”

“예. 그곳은 DLPG의 어둠 중 한 곳입니다.”


관유는 고개를 끄덕인 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 혹시, PC방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


PC방.

과거에는 친구들과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DLPG가 설립된 이후로는 절대 가서는 안 되는 금지구역이 되었다. 제자리에 서서 3초만 쳐다봐도 DLPG에게 플레이어냐고 의심받을 수 있는 곳이다.

관유의 설명에 의하면 내가 알던 건물의 한 층을 다 쓸 정도로 규모가 큰 중국집이었던 도원이 지금은 DLPG가 운영하는 PC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사라는 물론이고, 나 또한 그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게임은 DLPG가 다 없앤 거 아니었어?”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MPTP-19를 맞은 사람은 플레이어가 되지만, 플레이어는 애초에 게임을 하지 않으면 각성할 수가 없습니다. 재밌게 한 게임이 없는데 어떻게 게임 속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민속촌을 빠져나오고 도원으로 가는 길, 사라는 관유의 말을 듣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나는 덤덤했다. 내 아버지도 몰래 게임을 개발해 내가 플레이어가 되도록 했는데, DLPG 정도 되는 곳이라면 무엇이든 못할까.


“게임업계에 종사하던 모두가 DLPG에 맞서 싸운 건 아닙니다. 상당수는 DLPG의 밑으로 들어가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개발했죠.”


그렇게 말한 관유는 나를 쳐다보며 말을 덧붙였다.


“대 플레이어용 게임 같은.”

“대 플레이어용?”

“플레이어의 능력 장르가 RPG, FPS, 시뮬레이션, 액션, 스포츠. 이렇게 5개로 분류되는 건 알고 계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장르마다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능력을 분석, 분류하여 그에 대한 카운터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사라님의 능력이 해병들이 입는 갑옷과 소총을 기반으로 싸우는 FPS 장르라면, DLPG는 자신에게 오는 모든 탄을 무효로 하는 능력이나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게임을 만드는 겁니다.”

“···쉽지 않겠는데.”


만약 그런 능력을 가진 NPC가 온다면 확실히 사라는 덩치 큰 샌드백에 불과할 것이다. ···대체 얘를 동료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걸까?


“너 방금 내 욕했지.”

“내가?”

“그래. 나를 앞에 세우고 고기 방패라도 시킬 것 같은 표정이었다고, 방금.”


둔한 줄 알았더니 의외로 눈치는 있군. 앞으로 속으로 욕할 때는 표정에 조금 신경을 써야겠다.


“아까 보여준 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경비병이 있다.”


나는 사라의 말을 잘랐다. 도원이 위치한 건물의 옥상에 두 개의 빛이 번뜩였기 때문이다.


“그럼 일단 숨을까요?”


관유가 길옆의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빛이 번뜩였다는 것은 저격총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 우리를 조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가던 길을 가는 편이 낫다.


“최악을 생각해야 해. VR 길드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너희 둘에 대한 수배령이 떨어졌으니 저 저격수들이 우리를 상부에 보고했을 수도 있어.”


정말 의외로 사라가 도움이 되는 말을 했다.


“34장을 읽겠다.”


- 풍권사, 비천의 이야기를 선택하셨습니다.


“내가 확인해 보도록 하지.”


나는 바람을 도원이 있는 건물 옥상으로 보냈다.


「저놈들 수배령 떨어진 두 명 아니야?」

「게다가 그 옆에 있는 덩치 큰 여자는 사라 레이너 같은데? 그 있잖아. VR 길드의 수장.」

「어떻게 할래? 아까 후크가 우리 쪽을 잠깐 쳐다본 것 같았는데.」


아직 우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군.


“수는 두 명이 전부.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고, 아직 상부에 보고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 빨리 죽여.”


사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편이 도원에 들어가는 것도 수월할 테고, 우리의 행적이 발각되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11장을 읽겠다.”


- 마탄사(魔彈士), 진종헌의 이야기를 선택하셨습니다.


“세상에 나보다 뛰어난 사격 실력을 가진 이가 나온다면, 그건 내가 죽은 후다.”


현대에서 뛰어난 권총 사격 선수였던 진종헌은, 4번의 올림픽에서 모든 금메달을 획득한 후 교통사고를 당해 이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마법을 익힌 그는 마법과 자신의 장점인 사격술을 결합, 총알을 휘게 만드는 옛날 영화보다 더 난해한 궤적을 자랑하는 자신만의 사격 방식을 창조한다.


“바람이여, 내가 원하는 목표로 향하는 최적의 길을 인도하라.”


나는 코트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오른손에 가볍게 쥐었다.


“침묵이여, 그 누구도 내가 하는 일을 들을 수 없도록 만들어라.”


나는 총구를 도원의 옥상을 향해 겨눴다. 세밀한 조준은 필요 없었다. 바람이 만들어놓은 길의 끝에 두 경비의 미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는 방아쇠를 두 번 당겼다. 그리고 총을 안주머니에 넣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 셋의 숨소리를 제외하면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끝난 거야?”

“그래.”

“분명 후크는 불, 바람, 땅, 물만 다룰 줄 안다고 그랬는데···.”


내 능력이 90개는 더 있다는 것을 알면 기절하겠군.


- 영웅의 서가 마탄사, 진종헌의 능력을 회수합니다.


마침 타이밍 좋게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다.


“안 오냐?”

“어, 어? 아, 가야지!”


쯧. 경비를 죽여야 한다는 말로 내게 점수를 땄던 것을 5분도 안 돼서 깎아 먹다니. 어떻게 보면 저것도 능력이다. 허둥지둥 따라오는 그녀에게서 눈을 뗀 나는 관유를 쳐다봤다. 아까 관아에서부터 안색이 좋지 않았다.


“···쉽지 않네요.”

“···.”

“앞에 유리벽을 두고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게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습니다.”


그럴 만하다. 나도 학생 시절에 종종 DLPG가 플레이어를 처형하는 모습을 몇 번 TV로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콜로세움에 막 들어갔을 때 괜찮을 줄 알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아직도 그때를 돌이켜보면 어떻게 이겼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그렇다 치고 쟤는 인종도, 살던 나라도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대화가 가능한 거지?”


내게 위로를 해줄 능력이 있었다면 좋은 말이라도 해주었겠지만, 애석하게도 내게 그럴 힘은 없다. 게다가, 일이 생길 때마다 누군가에게 기댄다면 나약해질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던져 주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생각은 조금이나마 뒤로 미룰 수 있도록.


“MPTP-19 바이러스의 효능 중 하나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국적, 인종, 언어를 초월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죠.”

“그렇군.”

“···감사합니다, 후크 님.”


관유는 조금 정신을 가다듬었는지 웃으며 내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전혀 감사받을 일이 아니었는데, 나이가 어려서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모양이다.


“들어가지.”

“네.”


우리는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작가의말

오늘도 분량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손목이 시큰거리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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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추락 21.08.12 19 1 12쪽
16 15. 빌런 21.08.11 21 1 13쪽
15 14. 강릉지부 습격 사건 #2 21.08.10 26 1 12쪽
14 13. 강릉지부 습격 사건 #1 21.08.09 20 0 13쪽
13 12. 도굴꾼 21.08.08 25 0 12쪽
12 11. 하기 싫은 것 21.08.07 27 0 13쪽
11 10. 반격 21.08.06 28 1 13쪽
10 9. 위기 21.08.05 33 1 13쪽
9 8. 안 하던 짓 21.08.04 32 1 13쪽
8 7. 원한, 은혜 21.08.03 30 1 12쪽
7 6. 도원결의 21.08.02 36 1 14쪽
» 5. 민속촌에서 생긴 일 #3 21.08.01 39 1 13쪽
5 4. 민속촌에서 생긴 일 #2 21.07.31 42 1 12쪽
4 3. 민속촌에서 생긴 일 #1 21.07.30 46 1 12쪽
3 2. 탈출 21.07.29 46 1 15쪽
2 1. 만남 21.07.28 60 1 14쪽
1 0. Prologue 21.07.27 65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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