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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이 금지된 세계의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7.27 23:54
최근연재일 :
2021.08.14 19:0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632
추천수 :
15
글자수 :
107,539

작성
21.08.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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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 빌런

DUMMY

네이선은 우리에게 협력을 약속했다. 관유가 원하는 시각, 우주에 떠다니는 가장 강력한 인공위성을 하나 해킹해 DLPG의 간섭에도 방송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거기에 더해, 관유가 한 동료 제안에 재밌을 것 같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대답하는 동안 그의 시선은 계속 데이나를 향해 있었지만, 뭐. 그녀를 강릉지부로 돌려준다고 해서 약속을 어길 만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조네스 분들을 이용해 강릉지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실험 같은 것들에 대한 자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관유가 여전히 눈은 모니터 속의 게임에 고정한 채로 말했다.


“아마조네스는 강릉지부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몰라.”


관유의 옆에서 틈틈이 조언해 주며 팝콘을 먹고 있던 샘이 대답했다.


“애초에 리더인 데이나가 가지고 있는 올가미의 이름이 ‘정의의 올가미’라서. 얘네들이 추구하는 것은 정의거든. 강릉지부가 하는 짓을 알게 되면 곧바로 쿠데타를 일으킬걸?”

“···그렇다면 진실을 알려준 뒤 인터뷰를 따도 괜찮겠네요. DLPG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에 대한 것 같은?”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들의 머리를 침착하게 조준해 총을 쏘는 관유를 보며 사라가 자신의 팔을 쓸었다.


“쟤 너무 변화의 폭이 큰 거 아니야?”

“어리잖아.”


그녀의 물음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어리다는 건 모든 질문에 대한 완벽한 이유가 되어준다.


“저러다가 나쁜 길로 접어드는 건 아니겠지?”

“왜, 걱정되냐?”

“조금?”


사라가 과물들을 아예 학살하고 있는 신난 관유의 뒷모습을 보며 답지 않게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쟤가 타락하면 우리 잘못이잖아.”

“쟤는 궁극적으로 선을 지향하고 있잖아. 괜찮아.”

“그 과정이 악이어도 결과만 선이면 된다는 거야? 그건 좀 위험한 생각인 거 같은데, 후크.”

“···그때 도원 건물에서 말했었잖아.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다고. 그 말을 들은 이후로 난 여태까지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대신 죽는 게 나을 정도로 두들겨 팼지.”


내 말에 사라가 헛웃음을 뱉었다.


“게다가 갑자기 나타난 골리앗과 해병 부대는 확실하게 죽였잖아.”

“그것들은 안에 사람이 없는 빈 껍데기였어. 그러니 살인에는 포함되지 않지.”

“···확실해?”


그녀가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는 내게 답변을 요구했다.


“확실해. 골리앗의 조종석은 텅 비어 있었고 해병들의 헬멧 안에 사람의 얼굴은 찾아볼 수 없었어. 거기에 내가 죽도록 팬 두 여자 중 한 명은 멀쩡하게 살아 돌아와 내게 웃기지도 않는 짓거리를 선보였고, 다른 한 명은 저기 곤히 자고 있지.”


완벽한 답변이었다. 나는 더 말할 게 없다는 의미에서 어깨를 으쓱여 주었다.


“···너는 너무 강해.”

“조건이 맞아떨어졌을 뿐이야.”


이건 사실이다. 데이나가 신임 무림맹주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구연동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테고, 제압까지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네 강함이 저 아이에게 막대한 권력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돼서 그래.”

“그런 거 같으면 내가 떠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관유에게 관심이 있는 이유는 그가 영웅의 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타락해서 더는 대의를 좇지 않는다면, 그의 곁에 머물 이유가 사라진다.


“그런데 너는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그새 정이라도 들었나 봐.”

“흥.”


웃기지도 않는군. 뭐라고 한마디 해주려던 때, 데이나가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뜨려고 했다. 사라는 입에 시가를 물었고, 나는 허벅지에 달아놓은 권총에 손을 가져갔다.


“···여기는?”

“우리의 아지트다. 보다시피 너는 우리의 인질이고.”


네이선이 그녀와의 대화를 주도했다. 굳이 나서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랬지. 나는 후크에게 져서 그대로 의식을···.”


그녀는 나를 쳐다보더니 의기소침해져서는 고개를 숙였다.


“데이나 님. 네이선 님과 샘 님에게 듣기로는 당신이 정의의 집행자라고 들었습니다만, 맞나요?”

“그래.”


그새 게임을 클리어했는지 네이선의 옆으로 온 관유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DLPG가 정의롭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래. 플레이어들은 무고한 시민들을 방패로 삼아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이기적인 집단이다.”

“과연 그럴까요?”


관유가 핸드폰을 꺼내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사라의 지렁이 카메라를 빌려서 촬영했던 DLPG 측 인간들이 PC방에서 즐겁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찍혀 있었다. 영상을 본 데이나는 감전된 것 마냥 몸을 부르르 떨더니 눈을 감았다.


“믿기 어려우신가요? 하긴, 저희가 조작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믿겠다.”


의외였다. 순순히 믿지 않으면 능력을 써서라도 믿게 만들려고 했는데, 그럴 수고를 덜었군.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모르겠다.”


그녀가 재차 나와 눈을 맞췄다. 맞췄다고 하기도 애매한 게, 1초도 안 돼서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관유는 데이나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네이선이 발끈하며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사라와 뤼카의 손에 의해 끌려갔다.


“···진정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는 것 자체는 쉬운 일입니다.”


관유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사라, 뤼카에게도 한 번씩 시선을 보냈다.


“사람들이 제 행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일지는 그들의 문제죠. 저는 다만 선택할 수 있는 기로를 마련해줄 뿐입니다.”

“고작 그것을 위해-.”

“그거면 충분합니다.”


관유는 영웅들이 자주 짓는 특유의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적어도 지금은 사라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증거였다.


“그대의 뜻대로 하지.”


데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다시 미소를 지어준 관유는 갑자기 나를 쳐다봤다.


“왜.”

“이것 좀 풀어 주세요.”


그는 데이나의 팔과 몸을 묶고 있는 올가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해?”


멀쩡한 주인을 앞에 두고.


“올가미의 속박은 올가미를 사용한 사람이 아니면 풀 수 없다.”

“네가 주인이잖아.”

“적어도 지금까지는 네가 주인이다.”


나는 한숨을 쉬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데이나에게 다가갔다. 올가미에 가볍게 손을 얹고 그녀를 놓아주라고 말하자 올가미가 크게 늘어났다. 제법 세게 묶였는지 데이나가 양팔을 주물렀고 나는 그녀에게 건틀릿과 검을 돌려주었다.


“이것을 왜 내게 주는 거지?”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데 의미가 필요한가?”


내 말이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그녀는 건틀릿과 검을 손에 올려놓은 채 나를 빤히 쳐다봤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평생 저러고 있을 것 같아 나는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내게 필요가 없다. 사라나 뤼크에게도 맞지 않고, 관유는 애초에 전투를 할 줄 모르니 없느니만 못해. 그러니 돌려주는 게 낫지. 네게 빚을 만들 겸.”

“···그럼 받도록 하지.”


정말 고맙게도 그녀는 건틀릿을 착용했다. 그리고 올가미와 검을 허리에 차니 조금은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바로 돌아가도록 하겠다. 그대들이 다음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강릉지부는 아무런 추격도 하지 않을 것을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모두에게 고개를 한 번씩 숙인 데이나는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한 가지 의외였던 것은, 네이선이 그렇게까지 데이나에게 집착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야, 네이선. 네 사랑이 떠나가는데 안 잡아도 돼?”

“사랑은 무슨.”


네이선이 피식 웃더니 게임스테이션 5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난 단지 이걸 얻기 위해 연기를 했던 것뿐이야. 사랑에 빠져 본분을 잊은 로맨티스트, 누구라도 한 번쯤은 혹할 만한 설정 아니야?”

“그래, 그래. 너 잘났다.”

“넌 이거 어떻게 가지고 움직일지 궁리나 해. 아무리 데이나에게 협력을 얻었다고 해도 여기에 계속 죽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알았어.”


뤼카가 샘에게 주머니를 하나 건네주었다.


“내 능력이 적용된 주머니입니다. 열 가지 정도는 크기, 무게에 상관없이 넣을 수 있으니 쓸모가 있을 겁니다.”

“고마워, 친구! 근데 내가 줄 건 없네. 팝콘이라도 줄까?”


샘이 반 정도 남은 팝콘 봉지를 내밀었다. 뤼카는 손을 내저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럼 저희도 이동하죠.”

“그래. 다음은 어디로 갈 건데?”

“다들 스포츠 좋아하시죠?”


관유의 뜬금없는 질문을 들으며 우리는 탄광에서 나왔다. 본격적으로 방향을 정해 움직이려는 그때, 눈앞이 순간 번쩍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영웅의 서를 펼쳐 비천의 능력을 사용해 관유를 붙잡았다.


태양이 순간 지구로 떨어진 듯한 눈 부신 빛에 팔로 눈을 가려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고막이 찢어졌는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붙잡은 관유를 놓치지 않기 위해 팔에 힘을 주었다.


등에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아마 나무 아니면 돌에 부딪힌 것 같았다. 엄청난 바람에 한 번 부딪치고도 다섯 번을 더 연달아 부딪쳐야만 했다. 그제야 속도가 줄어든 나는 땅에 누울 수 있었다.


“71장을 읽겠다.”


- 성녀, 루산데의 이야기를 선택하셨습니다.


나는 관유를 먼저 치료했다. 비천의 능력을 빌리고 있었던 덕분에 나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관유는 그렇지 않았을 테니까.


작은 손이 내 어깨를 잡고 흔들어댔다. 관유가 의식을 잃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안심하고 능력을 사용해 나를 치료했다. 그제야 소리가 들렸다.


“후크 님. 후크 님!”

“···귀 안 먹었다.”


눈까지 멀었었는지 이제야 주변이 조금 들어왔다. 우리는 거대한 나무에 처박혀 앉아 있었고, 우리의 앞 일대는 완전히 초토화되어 있었다.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탄광 앞이 풀 한 포기도 남지 않은 온전한 황무지로 변했다.


“사라 님! 뤼카-!”


나는 관유의 입을 틀어막고 숲 안으로 이동했다. 황무지 쪽을 볼 수 있으면서도, 저곳에서는 우리를 볼 수 없을 만한 위치를 찾아 계속 움직였다.


“적의 공격이야. 조용히 해.”


나는 다시 비천의 능력으로 바꿔 바람을 불렀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넓게 퍼트렸다.


“다른 분들은 괜찮을까요?”

“사라의 슈트는 두꺼우니까 괜찮을 거고, 뤼카는 문이 있으니 도망갔을 수도 있어.”

“네이선 님은요?”


몰라. 걔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아.

하지만 기습을 당한 것에 놀랐는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관유의 눈을 보니 차마 이렇게 대답할 수는 없어 쉽게 죽을 놈은 아니라고 말해 주었다.


“데이나 님의 배신일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나라면 그렇게 안 해.”


동료가 되겠다고 말한 후에 공격을 받으면 당연히 변졀자에게 의심이 쏠린다. 처음부터 배신할 목적으로 동료가 되겠다고 말했으면 최대한의 신뢰를 얻은 후에 뒤통수를 치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

그렇기에 이번 공격은 데이나와 무관하다. ···아니면 정의감에 똘똘 뭉친 데이나가 정말 멍청한 짓을 했을 수도 있고.


우리 둘을 가릴 수 있을 정도 크기의 나무 뒤에 숨어 바람이 충분히 이동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기류가 급변했다. 황무지를 바라보니 웬 불타고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 강적을 마주했습니다.

- 구연동화가 강제 발동됩니다.


···씨발. 이건 말이 안 되는데.


“나와라, 후크! 아니, 비천! 바람으로 항상 모든 것을 파악한 후에 싸우는 것이 네 방식이었지. 하지만 내가 있는 한 그렇게는 안 될 거다.”


“이건 진짜 말이 안 되는데.”

“저 사람이 누군데 그러세요?”


저 남자가 누구냐고?


“나 옥염마제가 너를 죽이기 위해 지옥에서 돌아왔다!”


옥염마제(獄炎魔帝) 황규(黃圭).

풍권사 비천을 끝까지 괴롭히는 메인 빌런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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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 고난과 시련 21.08.14 18 0 11쪽
17 16. 추락 21.08.12 19 1 12쪽
» 15. 빌런 21.08.11 21 1 13쪽
15 14. 강릉지부 습격 사건 #2 21.08.10 26 1 12쪽
14 13. 강릉지부 습격 사건 #1 21.08.09 20 0 13쪽
13 12. 도굴꾼 21.08.08 25 0 12쪽
12 11. 하기 싫은 것 21.08.07 27 0 13쪽
11 10. 반격 21.08.06 28 1 13쪽
10 9. 위기 21.08.05 33 1 13쪽
9 8. 안 하던 짓 21.08.04 32 1 13쪽
8 7. 원한, 은혜 21.08.03 29 1 12쪽
7 6. 도원결의 21.08.02 36 1 14쪽
6 5. 민속촌에서 생긴 일 #3 21.08.01 38 1 13쪽
5 4. 민속촌에서 생긴 일 #2 21.07.31 42 1 12쪽
4 3. 민속촌에서 생긴 일 #1 21.07.30 46 1 12쪽
3 2. 탈출 21.07.29 46 1 15쪽
2 1. 만남 21.07.28 60 1 14쪽
1 0. Prologue 21.07.27 65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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