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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이 금지된 세계의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7.27 23:54
최근연재일 :
2021.08.14 19:05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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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수 :
107,539

작성
21.08.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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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 안 하던 짓

DUMMY

DLPG의 한국지부 지부장실. 높으신 분의 방문에 의해 원주인은 다른 곳으로 쫓겨나고 만 불운의 장소에서 두 여인은 소파에 앉아 홀로그램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을 감상 중이었다.


“···후크의 통제 부분에 관한 분석은 누가 했지?”

“이제석 연구팀장과 그의 팀원들입니다.”

“전부 잘라.”

“예.”


DLPG 연구소장 포비아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기에 아르마는 이유 하나 묻지 않고 핸드폰의 메모장을 켜 상관의 지시를 적어놓았다. 방을 나가면 바로 한국지부의 지부장을 찾아 해당 인원들의 해고 절차를 밟게 하기 위해.


“···네 장기말로 쓰면 어떨까 싶은데.”

“그녀는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후크의 유일한 혈육이기도 하지. 금방이라도 죽일 듯했지만, 결국 사지만 분지르고 떠났잖니?”


포비아의 말에 아르마는 사지가 전부 부러질 때까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은 지화의 정신력에 대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DLPG에 대한 충성도는 과거만 보면 확실하지만, 애초에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에 NPC가 될 가능성이 작아 보입니다.”

“극에 달한 증오는 사랑과도 통하는 면이 있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니, 아르마?”


잠깐 생각해 보던 그녀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르침을 청했다.


“게임을 없애기 위해, 플레이어가 된 자신의 피를 물려받은 자식을 없애기 위해, 본인이 게임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지.”

“그러면 테스트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어떻게?”

“잠깐 귀를 빌려주시겠습니까?”


둘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르마는 포비아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계책이라 큰 목소리로 들려주기에는 많이 부끄러웠다.


“···좋은 계책이구나.”

“그렇습니까?”


다행이다.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아르마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 정도의 굴욕을 감수할 정도라면, 우리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이 되겠지.”

“예.”


포비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상관의 말 일부를 되새겼다.


“무엇이든지.”


*


아무리 생각해도 실수했던 것 같다. 관유의 불살주의를 내일부터 실행하겠다고 말하고 그년의 목을 부러트려놨어야 했는데. 하···. 내가 가진 능력 중에 시간을 되돌리는 게 없다는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야, 후크.”

“···왜.”


나는 창밖에서 전방을 주시하며 운전하는 사라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가 너무 단편적인 면만 보고 말하는 거일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은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관유야 어려서 죽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겠지만, 나는 네가 그녀를 죽였어도 이해했을 거야.”


그렇게 말한 그녀는 백미러로 뒷좌석에 누워 있는 관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대형 SUV인 덕분에 가운데 좌석을 펼쳐놓고 관유는 그 위에 일자로 누워서 곤히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오히려 좋아.”


나는 좌석에 몸을 묻으며 한숨과 함께 말을 뱉었다. 그녀가 내 얼굴을 잠깐 쳐다보더니 다시 앞을 바라봤다.


“한 번에 죽이면 시시하잖아.”


끝까지 비명 한 번 안 흘리던 그 독한 눈빛. 그게 거슬렸다. 마치 너는 나이를 처먹고, 플레이어가 되어도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하는 듯해서. 나는 어떻게 해서는 그 눈빛을 없애버리고 싶었다.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걸복걸할 정도로 만들어 줄 생각이야.”

“···그렇게 잔인하게 복수하면 남는 게 없어.”


그녀가 내게 담뱃갑을 건넸다. 나는 뭐 하자는 건가 싶어서 가만히 그것을 바라봤다.


“한 대만 꺼내 달라고.”

“애 잔다. 도착해서 펴.”

“이거 냄새 안 나는 거야. 전자담배라서, 연기도 안 나고. 그냥 기분만 내는 거지.”


그럼 혼자서 꺼내면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일단 그녀의 부탁대로 해주었다. 겉으로만 봤을 때는 일반 담배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전자담배 한 개비를 그녀에게 건네주고, 담뱃갑을 닫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핸들에 최소한 한 손은 얹어 놓아야 안심이 돼서.”

“···차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어?”


면허 시험에서 떨어졌다거나, 작은 교통사고를 냈다거나.


“부모님이 DLPG의 불심검문에 걸려 죽었어.”


···빌어먹을. 그냥 입 다물고 있을걸.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나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자니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눈썹을 올렸다.


“오래된 일이라 괜찮아. 아버지가 염동력을 가지고 계셨거든. 그래서 자주 두 손을 놓고 운전하셨었어. 어렸던 나는 그게 컴퓨터가 운전하는 거라는 아버지의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었고.”

“유감이네.”


우리 둘 다. 한 명은 처형장에서, 한 명은 차의 뒷좌석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다니. 정말 기구한 운명이다. 얘나, 나나.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불행한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 단순한 여자가 그렇게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너는··· 능력이 그게 다냐?”


이런 머저리. 기껏 주제를 돌릴 거리를 찾는다는 게, 생각을 거치지 않고 시비조로 말을 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당연히 아니지. 자랑은 아니지만, 내 능력의 원주인은 게임 속에서 주인공이었다고. 이 담배 하나로 온 우주를 구원했다 이 말이야.”


그녀가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검지로 틱틱 튕기며 조금, 아니 많이 느끼한 미소를 지었다.


“때가 되면 보여줄 날이 있겠지. 우리의 길드장께서 워낙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계시잖냐.”


그렇긴 하지. 탈옥범이 광화문 광장에서 DLPG 한국지부까지 시위를 벌이겠다는 미친 생각을 가진 놈인데.


“그러고 보니, 도원 건물에서 길드 이름 가지고 말하던 거 같던데, 이름은 정했어?”

“응.”

“뭔데?”

“자유의 날개.”

“···그거 표절 아니냐?”


성운 전쟁의 후속작, 성운 전쟁2의 첫 확장팩의 이름이랑 완전히 똑같았다.


“내가 있으니까 되지. 내 이름이 뭔데.”


사라 레이너. 사라, 레이너. 확실히 성운 전쟁의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


“그런 내가 있는데 표절? 있을 수가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달이 구름에 가려 산의 실루엣만이 보이는 새벽. 산의 너머에서부터 주황빛이 서서히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


우리는 해가 온전히 뜬 아침이 되어서야 지산 포레스트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관유에게 잘 시간을 주기 위함이라는 태평한 말을 남긴 사라가 졸음쉼터에 차를 세우고 시트를 뒤로 눕힌 후 잠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졸지에 불침번을 서게 된 나는 영웅들 중 자신을 제외한 다른 것들을 투명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영웅의 힘을 빌려 차를 투명하게 만들었다.


“후크 님, 후크 님!”

“응?”


잠깐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더니 관유가 내 옆에 바짝 붙어 고함을 질러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라고?”

“이곳의 Rock n Roll, 줄여서 R&R 길드에 가서 마이크와 스피커를 빌리려고 해요.”

“시위하면서 연설이라도 하게?”


사라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위를 준비하면서 수집한 정보들을 대중들에게 공개하고, DLPG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말하려고 해요.”

“와우.”


그녀는 짧은 감탄사를 끝으로 더 말하지 않았다. 해봤자 자신의 정신만 혼미해질 뿐이라는 것을 이제야 안 듯하다.


“···어디 보자, 락 페스티발이 열리는 곳으로 가려면-.”

“우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죠.”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몸을 돌렸다. 주차장에 떡하니 나타난 문 앞에 웬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구릿빛 피부, 이마에 두른 두건과 그 두건에 꽂힌 새의 깃털. 알록달록한 망토까지. 누가 봐도 인디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R&R 길드의 길드장 뤼카 드렘마 엘라이온이라고 합니다. 부끄럽지만 이곳을 이끄는 지도자 노릇을 하고 있죠. 줄여서 뤼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뤼카 님. 저는 과분하게도 자유의 날개 길드의 리더를 맡고 있는 관유라고 합니다. 저희가 이렇게 오게 된 것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빌릴 수 있을지를 여쭤보기 위함입니다.”

“물론 가능하죠.”


뤼카가 웃으며 관유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문을 한 번 닫았다가 열었다. 그러자 문의 건너편에 웬 대형 천막이 보였다.


“일단 들어가서 얘기를 나누실까요?”



이 뤼카라는 인디언은 신기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옛날 만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문에 손을 살짝 댔는데,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더니 문이 작은 잎사귀로 바뀌었다. 그는 뻣뻣한 잎사귀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는데, 전혀 삐져나오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저희에게 있어 소중한 마이크와 스피커를 빌려 어디에 쓰려고 하십니까?”

“아, 그건-.”

“나는 잠깐 나가 있을게.”


이미 들은 얘기를 또 듣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았고, 저렇게 친절을 베푸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밖에서 일시에 천막에 폭격을 가한다던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문을 가지고 있는 놈이니 부활하거나 방어막을 만드는 정도는 쉽게 하겠지.


“그렇다면 나도.”


나와 사라는 천막의 입구에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푸른 들판 위에 천막이 중구난방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의 뒤에는 거대한 무대가 있었는데, 사용한 지 한참이 지났는지 기둥들에 넝쿨이 잔뜩 감겨 있었다.


“어이, 거기 둘.”


대충 주변을 둘러본 후에 마땅히 할 게 없어 하늘을 보고 있었는데 웬 고슴도치 머리에 코에 피어싱을 박은 남자 한 명이 심각한 팔자걸음을 자랑하며 다가왔다.


“뤼카가 착해서 받아는 줬지만, 바로 나가는 게 이로울 거야.”

“어떤 면에서?”

“목숨.”

“뭐야, 시비 거는 거야 지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니 사라가 알아서 나서 주었다. 그녀는 고슴도치남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는 시가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한 판 뜰까?”

“이게 내가 누군 줄 알고-.”

“누군데 너.”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구경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나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팔짱을 끼며 누가 먼저 주먹을 휘두를지 생각하고 있을 때, 천막의 입구가 열렸다.


“후크 님, 사라 님! 들어와 주세요!”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너야말로.”


고슴도치남은 땅에 침을 찍 뱉고는 자리를 떴다. 나는 그의 껄렁거리는 뒷모습을 잠깐 본 후에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협상이 잘 끝났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관유의 옆에 아까 전 뤼카가 나타났을 때와 같은 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열려 있는 문의 건너편에는 웬 폐연구소가 보였다.


“자세한 것은 가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다짜고짜 문 너머로 들어갔고, 나는 한숨을 쉬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래서 뭘 해야-.”


나는 관유의 뒷덜미를 잡아 내 쪽으로 당겼다. 영웅의 서를 소환해 비천의 능력을 빌려왔다. 사라도 입에 물고 있던 시가에 불을 붙였다.


“누가 있군요.”

“그래.”


우리를 기준으로 좌측에 있는 나무들 사이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사람이 낙엽을 밟은 소리였다. 나는 언제든 공격할 수 있게 왼손에 바람을 최대한 촘촘하게 감아 두었다.


“누구냐!”


사라의 외침에 나무의 뒤편으로부터 한 여자가 튀어나왔다.


“너는···.”


분명 내가 사지를 부숴서 지금쯤이면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할 여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왜, 아니. 어떻게 왔지?”


그녀는 대답하는 대신 입술을 꽉 깨물고 나를 당장이라도 죽일 듯 노려봤다. 그러더니 표정과 맞지 않게 갑자기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았다.


“미안했다.”


그리고 내게··· 사과했다. 내 귀가 틀리지 않았다면. 나는 전혀 상상치 못했던 사태에 관유와 사라를 쳐다봤다. 둘 다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혹시 내가 잘못 봤나 싶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여전히 땅에 엎드려 있었다.


···이 년이 미쳤나?


작가의말

날이 덥습니다.


독자분들 더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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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금지된 세계의 플레이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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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추락 21.08.12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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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강릉지부 습격 사건 #2 21.08.10 27 1 12쪽
14 13. 강릉지부 습격 사건 #1 21.08.09 21 0 13쪽
13 12. 도굴꾼 21.08.08 26 0 12쪽
12 11. 하기 싫은 것 21.08.07 27 0 13쪽
11 10. 반격 21.08.06 28 1 13쪽
10 9. 위기 21.08.05 33 1 13쪽
» 8. 안 하던 짓 21.08.04 33 1 13쪽
8 7. 원한, 은혜 21.08.03 30 1 12쪽
7 6. 도원결의 21.08.02 37 1 14쪽
6 5. 민속촌에서 생긴 일 #3 21.08.01 39 1 13쪽
5 4. 민속촌에서 생긴 일 #2 21.07.31 43 1 12쪽
4 3. 민속촌에서 생긴 일 #1 21.07.30 46 1 12쪽
3 2. 탈출 21.07.29 46 1 15쪽
2 1. 만남 21.07.28 60 1 14쪽
1 0. Prologue 21.07.27 66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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