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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이 금지된 세계의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7.27 23:54
최근연재일 :
2021.08.14 19:05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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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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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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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 도굴꾼

DUMMY

우리는 이름 모를 동굴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사라의 상처를 치유하기는 했지만, 정신적인 피로가 쌓여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관유와 뤼카 역시 나름대로 피로가 쌓였을 테니, 쉬고 가는 게 맞는 판단이었다.


뤼카의 바지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나뭇잎들이 침낭으로 변해 자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내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세 명이 편히 잘 수 있도록 불침번을 섰다. 그러는 동안 동굴의 입구에서 검, 도, 창을 다루는 영웅들의 능력을 점검했다.


그렇게 시간은 아침이 되었고, 우리는 뤼카의 문으로 관유의 다음 목적지인 강릉으로 이동하여 산을 타는 중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를?”

“네.”


뤼카가 눈을 크게 뜨며 관유를 쳐다봤고, 관유는 그의 시선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마이크와 스피커가 필요하다고 하신 거군요.”

“네. 시위하기까지 모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설명할 겁니다. DLPG의 방식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죽을 수도 있습니다.”


뤼카가 관유의 나이를 고려해 돌려 말한 것 같지만, 광화문에서 시위하겠다는 것 자체가 ‘나는 이 세상에 미련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수준이다. 즉, 100% 죽는다고 보면 된다. DLPG가 자신들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을 가만히 둘 리가 없으니까.


“···각오한 일입니다.”


관유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각오를 떠나 이미 그는 DLPG에 발각되면 즉시 사형에 처할 정도의 범죄자가 되어버렸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고. 뒤늦게 합류한 사라와 뤼카는 아마 NPC로 변절하겠다면 살려줄 것도 같다.


“저 하나의 희생으로 모두가 올바른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면, 저는 그것만으로 만족합니다.”

“그 내일에 네가 없더라도?”


사라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관유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더니 싱긋 미소 지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예. 제가 없어도.”

“지구에 사는 인간 모두를 가족으로 생각하는군요. 어린 나이임에도 이 무슨 훌륭한 가족애인가! 저 뤼카, 당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뤼카가 눈물을 흘리며 관유의 손을 잡아 위아래로 세게 흔들어댔다. 그러고 보니 저놈이 가족은 구성원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던가? 그런 면에서는 관유가 아마 이상적인 가족으로 보일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모두를 도와주려고 하는 거니까.


쯧.

기분이 나빠진다. 분명 가족은 없고, 존재할 수도 없는데 자꾸 저렇게 가족이 이러니저러니 떠들어대는 게 좋지는 않다. 과거의 내 이야기를 해서 다들 입 다물게 할까 하다가, 관뒀다.

대신 아버지에 대해 생각했다. 뤼카의 가족관(웃기지도 않는)에 의하면 아마 우리 아버지가 진정한 가족일 것이다. 목숨을 바쳐 나를 강한 플레이어로 만들어 주었으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당사자의 의사를 전혀 물어보지 않은 희생은 부담감만 줄 뿐이다.

···만약 내게 조금이라도 언질을 주었으면, 상황은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도착한 거 같습니다.”


관유의 속삭이는 듯한 말에 상념에서 벗어난 나는 앞을 바라봤다. 숲이 잠깐 끊어지고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 두 대는 지나들 법한 흙길의 끝에 탄광으로 보이는 동굴의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 동료가 설마 광부는 아니지?”

“비슷합니다.”


사라의 말에 웃으며 대답한 관유는 먼저 탄광으로 걸어갔다. 입구 주변의 나무 거치대를 비롯한 광차, 곡괭이, 삽 따위의 물건들은 모조리 녹이 슬어 만지기만 해도 병에 걸릴 것만 같았다.


“제가 이곳에서 부탁할 분은 천재 해커, 네이선 크로프트님입니다. 이분에게 인공위성 해킹을 부탁해 제가 시위하는 장면을 전 세계의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쪼끄만 게 다 생각이 있구나?”


사라가 그의 머리를 헝클어댔다. 확실히, 그의 계획은 치밀한 부분이 있다. 나를 동료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무모한 점이 있긴 하지만, 나름의 체계가 잡혀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봤자 딱 애늙은이 정도 수준이지만.


“후크 님, 가시죠.”

“아, 그래.”


사라와 관유의 뒤를 따라 광산 내부로 들어가는 길, 뤼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지산에서는 정말 신세 많이 졌습니다.”

“저기 계신 우리 길드장은 그렇게 생각 안 할걸. 우리 때문에 망했다고 자책이나 하겠지.”

“어차피 모든 PVE 길드들도 결국은 DLPG에 의해 망할 운명 아니겠습니까.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진 것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나쁠 것도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은 범죄고, 플레이어는 세계의 적이다. 아무리 평화를 추구하는 플레이어라 해도 결국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사라질 것이다.


“···그보다 횃불을 좀-.”


철컹.


앞에서 무언가 장치가 작동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비천의 능력을 빌려와 바람으로 사라와 관유를 재빨리 잡아당겼다.


“화, 화살?”

“죽을 뻔했네.”


누가 밟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명쯤은 가뿐하게 고슴도치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화살이 왼쪽 벽에서 날아와 오른쪽 벽에 박혔다.


“도굴꾼들이 이런 함정을 설치해놓았을 줄은 몰랐습니다.”

“도굴꾼?”

“예.”


관유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했다.


“지금 찾아가고 있는 네이선 크로프트 님은 해커이자 뛰어난 도굴꾼들이기도 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DLPG 지부의 금고까지 쳐들어간다는 광인 집단?”


뤼카가 말했고, 관유는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미친놈들이면 사고 칠 것 같아서 불안한데···.”

“괜찮을 겁니다.”


그래. 괜찮겠지. 길드장은 그것보다 더 미친놈이니까. 나는 사라를 뒤로 밀어내고 일행의 선두로 나섰다. 그리고 비천의 능력을 영웅의 서로 회수, 이런 상황에 걸맞는 영웅의 힘을 빌렸다.


“49장을 읽겠다.”


- 나이트 워커, 크로우의 이야기를 선택하셨습니다.

“한 점의 빛도 없는 어둠, 그곳에서도 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크로우의 고유 기술인 나이트 비전. 눈에 마나를 주입하는 것으로 칠흑 속에서 뚜렷하고 정확한 시야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설치된 각종 함정까지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지금부터 함정을 해체하면서 갈 거다. 놀라지 마라.”


다섯 발자국 앞에 바로 함정이 하나 더 있었다. 어둠 속에서 뭣 모르고 걸으면 발목이 실에 걸리는 단순한 함정인데, 끊어진 실이 벽면을 타고 천장까지 올라가 쇳조각이 박힌 두꺼운 철판이 침입자를 압사시키는 구조였다.


나는 창을 찔러 실을 끊었다. 창을 회수하자마자 쿵 소리를 내며 철판이 떨어졌다.


“히익!”


경박하기 짝이 없는 비명에 나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사라가 덩치에 맞지 않게 관유의 뒤에 숨어 바짝 긴장해 있었다. 어이가 없는 건, 저렇게 숨어봤자 몸의 절반 이상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왜, 뭐! 난 누가 날 깜짝 놀래키는 걸 진짜 무서워한다고!”

“···.”

“뭔데 그 표정!”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겁에 질린 강아지의 짖음 따위는 무시하고 전진했다. 함정은 꽤 다양했다. 화염방사기, 송곳처럼 앞을 깎은 통나무, 20개가 넘는 단창들, 개틀링 건, 전기 등등 제법 해체하는 맛이 있었다.


“으아악! 후크, 해체하기 전에 말 좀 해달라니까!”


···누가 저 덩칫값 못하는 여자의 입 좀 막아줬으면 좋겠다. 막 함정을 해체한 후, 내 발에 작은 단검 하나가 걸렸다. 이번 함정은 양쪽 벽에서 단검이 총알처럼 빗발치는 함정이었다.


“흠.”


나는 그 단검을 주워 사라의 뒤쪽으로 던졌다. 단검은 날 부분이 먼저 땅에 닿아 쇠붙이 특유의 날카로운 소음을 냈다.


“히이이익!”


사라는 관유의 등에서 벗어나 앞으로 쏜살같이 달렸다. 그리고 내게 안겼다. 아니, 어린 아이가 곰돌이 인형을 안 듯 나를 세게 껴안았다.


“후크! 뒤에 뭐가 있어. 뭐가 있다니까? 빨리 확인 좀 해봐.”

“···없어.”

“있다고! 내가 똑똑히 들었어!”

“없어.”


이 겁 많은 덩치가 나를 꼭 껴안은 것보다 더 열 받는 것은, 관유와 사라가 나를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다는 점이었다.

···뭘 봐.


*


DLPG의 강릉 지부는 브라질의 아마존을 연상케 하는 밀림 속에 있다. 이는 강릉 지부의 NPC들의 능력에 기인한 것인데, 강릉 지부를 수호하고 있는 PVP 길드의 이름인 아마조네스에서 알 수 있듯 NPC들은 밀림에서 가장 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오늘도 예쁘신, 아니. 빛나는 보석들이 많구만.”


짙은 베이지색의 탐험복에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고 있는 금발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남자가 쌍안경으로 강릉지부의 내부를 탐색하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강릉 지부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고지대로, 아마조네스들조차 등반하기를 어려워하는 험한 곳이었다.


“오늘은 데이나가 안 나오려나? 흐흐흐. 아이고, 저 예쁜 언니들 좀 보게.”


강릉지부의 최대 전력인 아마조네스들 탓인지 모르겠지만, 강릉지부의 NPC들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들의 외모는 유명한 배우나 아이돌 못지않게 아름답다. 그런 탓에 천성이 도굴꾼인 남자는 빛을 발하는 보석들을 도굴하기 위해 쌍안경을 바삐 움직였다.


- 네이선. 네이선, 들려? “어, 들려.”


귀에 꽂은 통신기에 대충 대답해 준 그는 강릉지부의 한 지점에서 쌍안경을 멈췄다. 그리고 클리크를 조절하여 배율을 조정, 최대한으로 확대했다.


“그럼 그렇지. 평소대로 대원들을 점검하는구나. 우리 데이나 양은 참 부지런하기도 하지.”


PVP 길드 아마조네스의 수장 데이나, 통칭 경이로운 여인. 그녀의 등장만으로 강릉지부의 모든 아마조네스들과 기타 NPC들의 외모가 빛을 잃었다.


- 네이선, 너 또 데이나 보러 갔냐?

“개소리야. 게임스테이션 5를 도굴하기 위한 루트 탐색을 위해 정찰 나온 건데.”


네이선은 인이어에서 들리는 잔소리에 혀를 차면서도 데이나의 아름다운 외모에 눈을 떼지 않았다.


- 어떤 미친놈들이 우리 기지에 설치한 함정을 다 뚫으면서 들어오고 있다고! 서둘러 복귀해!

“아, 좀! 그런 잔챙이들은 네가 알아서 하면 안 돼?”


젠장, 큰일 났다. 네이선은 황급히 쌍안경을 들여다봤다. 한참 떨어져 있는 데이나가 정확히 그를 노려보고 있었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올가미를 머리 위로 두어 번 돌리더니 그에게로 던졌다.


“어이쿠.”


그는 쌍안경을 공중에 살짝 던지고 뒤로 물러났다. 주황빛 불을 두른 채 날아온 올가미는 쌍안경을 낚아챈 후 주인의 곁으로 돌아갔다.


“하, 이런. 5분은 더 볼 수 있었는데···.”


더는 그의 두 눈으로 강릉지부 NPC들의 단련 일과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들끓는 분노에 몸이 떨렸고, 그 분노는 고스란히 인이어 너머의 샘애게로 향했다.


“샘, 이 개 같은 새끼야! 내 하루 중에 가장 완벽한 10분을 못 참아서-.”

- 도굴꾼이면 보물을 밝혀야지. 왜 여자를 밝히고 그래?


샘이 아닌 다른 남자의 목소리였다. 많아 봤자 20대 중, 후반? 네이선은 미리 설치해둔 로프에 벨트의 버클을 달고 뛰어내렸다. 절벽을 발로 차며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그의 귀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이선 크로프트. 여기서 거기까지 5분 걸린다며?

“···너 뭐 하는 놈이야. 샘은 어떻게 했지?”

- 궁금하면 직접 와서 봐. 우물도 목마른 놈이 파는 법 아니겠어?


나뭇가지와 돌에 긁히는 것을 무시하고 최대 속도로 내려간 결과 평소보다 시간을 절반 단축한 그는 빠른 속도로 밀림을 헤쳐나갔다.


“이름. 너 이름이 뭐야.”


그는 이를 악물며 물었고, 인이어 너머에서 같잖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후크. 해적이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 잘 마무리하시고, 다음 주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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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추락 21.08.12 19 1 12쪽
16 15. 빌런 21.08.11 21 1 13쪽
15 14. 강릉지부 습격 사건 #2 21.08.10 27 1 12쪽
14 13. 강릉지부 습격 사건 #1 21.08.09 21 0 13쪽
» 12. 도굴꾼 21.08.08 26 0 12쪽
12 11. 하기 싫은 것 21.08.07 27 0 13쪽
11 10. 반격 21.08.06 28 1 13쪽
10 9. 위기 21.08.05 33 1 13쪽
9 8. 안 하던 짓 21.08.04 32 1 13쪽
8 7. 원한, 은혜 21.08.03 30 1 12쪽
7 6. 도원결의 21.08.02 37 1 14쪽
6 5. 민속촌에서 생긴 일 #3 21.08.01 39 1 13쪽
5 4. 민속촌에서 생긴 일 #2 21.07.31 43 1 12쪽
4 3. 민속촌에서 생긴 일 #1 21.07.30 46 1 12쪽
3 2. 탈출 21.07.29 46 1 15쪽
2 1. 만남 21.07.28 60 1 14쪽
1 0. Prologue 21.07.27 66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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