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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이 금지된 세계의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7.27 23:54
최근연재일 :
2021.08.14 19:0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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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수 :
107,539

작성
21.08.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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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 고난과 시련

DUMMY

“결과는 현재까지 성공적입니다.”


포비아는 지화와 후크의 전투를 홀로그램 화면에 띄워 포비아에게 성과를 보고했다.


“후크의 MP3 34번 파일에 담겨 있던 영웅 비천의 능력을 확실하게 압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과대망상’의 자유로운 발동과 해제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되었습니다.”


흉악범같이 험상궂게 생긴 남자에서 자신의 본모습으로 변한 지화. 그에 따라 덩달아 주변의 풍경도 바뀌는 것을 확인한 포비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훌륭한 성과구나, 포비아.”

“아닙니다. 아직 한 개의 파일로 테스트했을 뿐, 그 말씀은 나머지 98개의 파일을 마저 검증한 다음 듣도록 하겠습니다.”


포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마는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화면을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지화 그녀는 저희에게도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해당 원인은 친자인 후크에 대한 분노 및 저희가 NPC들을 육성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불이다, 아르마. 종국에 자신마저도 태우는 불. 그런 점에서 그녀에게 배울 만한 것이 분명히 있을 게다.”


아르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관의 말을 경청했다.


“하지만 불은 주인과 적을 가리지 못하지. 네가 그 곁에서 물이 되어 주어야겠다.”

“제 병사로 삼겠습니다.”

“그게 서로에게 좋겠지.”


그녀의 말에 포비아가 눈썹을 살짝 위로 올리며 웃었다.


“그래서 후크는 지금 어디 있지?”

“이곳에 있습니다.”


다시 한번 리모컨을 누른 아르마가 화면에 나타난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


“허어억!”


눈을 뜨자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코와 입으로 물이 잔뜩 들어왔다. 팔다리를 몇 번 움직인 결과 나는 내가 물에 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어머니였던 여자에게 밀려 떨어진 곳이 계곡이었던 모양이다.


“···씨발. 병신 같은 새끼.”


잠깐 혹했던 나 자신이 이토록 한심할 수가 없다. 그렇게 당하고도 그 잠깐 5분도 안 되는 순간에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다니.


“좀 물러진 건가.”


만약 교도소에 갇혀 있던 시절의 나였다면 그녀가 사과하면서 내게 절할 때 그녀의 머리를 짓이겨 터트렸을까? 음, 그랬을 것 같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이런 꼴을 당하지도 않았을 테고, 관유 일행과 헤어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이건 지나친 비약이다. DLPG에서는 그녀가 일단은 내 어머니이니까 그녀에게 내 능력에 상성을 지닌 게임을 개발해 플레이어로 만든 거지, 굳이 그녀가 아니었어도 NPC 중 누군가는 그녀처럼 내 앞을 가로막았을 것이다.


“···87장을 읽겠다.”


- 수룡(水龍), 우의 이야기를 선택하셨습니다.


물이 있는 곳에서는 이 영웅의 능력이 제일 편리하고 강력하다. 물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물을 넝쿨 줄기처럼 가늘고 길게 뽑았다. 그리고 그것을 왼손으로 움켜쥐고 위로 자라나게 했다. 그렇게 계곡의 위에 도착한 나는 옷의 물기를 모조리 뽑아내 계곡 아래로 떨어트렸다.


일단 계곡의 반대편으로 방향을 잡고 걸었다. 곧바로 관유 일행을 찾기 전, 아까의 사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분기점. 분기점···.”


만약 내가 그 심연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그녀가 나를 떨어트리는 순간 능력을 해제해 구연동화가 취소되지 않았다면 분명 비천은 죽었을 것이다. 비천의 이야기에 그런 장면은 없다. 죽을 위기에 처하는 때가 있긴 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아까 죽을 뻔했다. 황규에게 존재하지 않는 능력을 DLPG가 추가한 탓이었다.


- 2단계, ‘친구와 적’의 정보 데이터가 대폭 수집되었습니다.

- 현재 2단계의 정보 수집률은 90%입니다.


“···이건 또 뭐야.”


갑자기 왜 데이터 수집률이 이렇게까지 상승한 거지? 애초에 정보 수집에 관해 메시지가 자주 뜨는 편도 아니었는데. 1단계가 완료 보상으로 쿨타임을 없애 주었듯 2단계 역시 완료 보상을 줄 테니 나쁘지는 않지만, 뭔가 찜찜했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원.”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잔뜩 꼬인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쨌든, 분기점은 내게 있어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만약 한 번 더 붙게 된다면 비천은 확실하게 황규에게 죽을 게 뻔하니까. 게다가, 그녀는 구연동화를 취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 번 구연동화가 발동되면 능력을 해제할 수 없는데, 그녀는 능력을 풀어 구연동화를 강제로 취소했다.


“···아니면 분기점이 나타나서 결말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구연동화를 자유롭게 취소할 수 있는 걸까.”


모르겠다. 오랫동안 물 위에 둥둥 떠다녀서 그런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의 주제를 바꿔 보기로 했다. 관유 일행들이 다 모였을지. 만약 모였다면, 어디로 갈지.


“스포츠를 좋아하냐고 물었었지.”


스포츠. 세계에서 게임이 금지된 직후, 지구의 스포츠 산업은 몇 배나 성장했다. 그 결과 NBA, EPL, MLB 등 유명한 스포츠 리그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졌고 운동선수는 유명 배우나 아이돌 이상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


관유가 여태까지 동료로 삼았던 이들이 어중간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네이선은 아직 검증하지 않아서 논외다.) 이번에 삼으려는 동료 역시 스포츠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스포츠인가, 아니면 교도소의 콜로세움처럼 플레이어들을 선수로 삼아 즐기는 도박 스포츠인가. 잠깐의 고민 끝에 나는 관유가 말한 스포츠가 전자일 거라고 판단했다.


“플레이어들에게 플레이어를 노예 취급하는 스포츠에 흥미가 있냐고 묻지는 않았을 테니까.”


이렇게 나의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


로스앤젤레스.


야구의 MLB, 농구의 NBA가 있는 미국의 도시가 스포츠의 메카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렇게 놀랄 만한 것이 아니다. 라스베이거스가 카지노의 도시라면 이곳은 스포츠의 도시, 모든 운동선수들의 최종 목적지와 같은 곳이 되었다.


“···정말 이곳에 동료로 삼을 만한 애가 있다는 거지?”

“예.”


뤼카의 문으로 손쉽게 LA에 도착한 관유 일행. DLPG의 눈을 피하기 위해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인기 농구팀 골드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로고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기장 인근 음식점 거리의 햄버거집에 들어가 있었다.


“오늘도 루스가 캐리하겠지?”

“당연하지. 조던이 있는 팀이 질 수가 있겠냐.”


주변 사람들은 곧 있으면 열릴 경기를 들뜬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상기된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탓에 괜히 움찔한 사라가 테이블에 머리를 밀착하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야구와 농구 경기가 동시에 있나 봐?”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시죠?”

“주변 사람들이 루스니, 조던이니 신나서 말하니까.”


그녀의 말에 뤼카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감자튀김 하나를 입에 가져가며 그녀의 의문을 해소해 주었다.


“루스와 조던은 동일 인물입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리오넬 루스 조던.”


관유가 치킨버거를 한 입 베어 물며 웅얼거리듯 말했다.


“축구, 야구, 농구 세 종목을 모조리 섭렵한 세기의 천재 운동선수입니다.”

“세 종목을 전부 다? 그게 가능해?”


사라의 말에 웃은 뤼카가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니까 천재라고 불리겠죠.”

“주급이 1,000억이라고 하더라고요.”

“처, 천억?”


입을 떡 벌린 사라가 다급히 손가락을 놀려 셈했다.


“슈퍼컴퓨터로 가상현실 게임을 최소 열 개는 만들 수 있는 비용을 고작 7일 만에 번다고?”

“축구 주급 330억, 야구 주급 330억, 농구 주급 330억. 나머지 10억은 팬들이 태어나 줘서 고맙다고 주는 기부금.”

“기, 기부로 10억···.”


사라는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햄버거를 쳐다봤다.


“경기하는 거 보면 그럴 가치가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제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 선수는 정말 잘하거든요.”


간단한 식사 이후, 셋은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스포츠의 성지인 LA답게 경기장 규모는 수십만 석. 셋은 관객석의 맨 윗줄에 자리했다.


“매콤한 크리스피 치킨 있습니다!”

“방금 전문 양조점에서 가져온 시원한 맥주 팔아요!”


상인들이 오가며 각종 음식들을 팔았다. 5분 후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종목은 농구, 번들번들한 나무 바닥 위로 선수들이 차례대로 등장했다.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아낌없이 환호성과 박수를 보내던 팬들은 한 선수의 등장에 이르렀을 때 전원 기립했다.


“뭐, 뭔데?”


사라는 앞 좌석의 관객이 일어난 탓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190을 넘는 수염이 덥수룩한 거한이 관객들의 함성을 유도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코트 안으로 들어왔다.


“저자가 리오넬 루스 조던. 세간에서는 스포츠의 신이라고도 말하더군요.”

“신? 저 덩치에 축구까지 잘할 거라고는 상상이 안 되는데.”

“보시면 압니다.”


뤼키가 희미한 웃음을 흘렸다. 사라는 콧방귀를 뀌며 팔짱을 꼈다. 심판의 휘슬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선공은 조던이 속한 시카고 불스가 가져갔다. ‘어디 한 번 그 잘난 실력 좀 보자.’는 식으로 최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려던 사라의 동공이 확대된 것은 단 5초면 충분했다.


“와아아아!”

“조던! 조던! 조던!”

“역시 선제기압에는 메테오 덩크가 최고지!”


동료의 패스를 받은 조던이 가볍게 발을 놀리더니 이내 덩치에 맞지 않는 유려한 드리블과 턴으로 상대 수비 세 명을 일순에 제쳤다. 그리고 자유투 라인에서 힘껏 뛰어 하늘을 날아 공을 골대에 내리꽂았다. 말 그대로 메테오처럼.


“저게 가능하다고?”

“그러니까 신이라고 불리는 거죠.”


사라는 조던의 플레이에 푹 빠졌다. 화려하고 파괴적이면서도, 동료들에게 좋은 기회가 나오면 기가 막힌 패스를 연거푸 찔러주는 이타심까지 지닌 조던은 신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저희가 지금 그의 경기를 보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뤼카가 물었다.


“저곳에 동료로 삼고 싶은 자가 있으니까요.”

“코트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말인가요?”


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넬 루스 조던. 저희는 이곳에서 그를 동료로 삼고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할 겁니다.”


관유의 말과 눈빛에 담긴 확신. 뤼카는 그가 이렇게까지 확신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질문했고 관유는 대답해 주었다.


“···예?”


뤼카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쳐다봤다. 관유는 그에게 친절하게도 한 번 더 말해 주었다.


“리오넬 루스 조던은 플레이어입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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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고난과 시련 21.08.14 18 0 11쪽
17 16. 추락 21.08.12 18 1 12쪽
16 15. 빌런 21.08.11 20 1 13쪽
15 14. 강릉지부 습격 사건 #2 21.08.10 26 1 12쪽
14 13. 강릉지부 습격 사건 #1 21.08.09 20 0 13쪽
13 12. 도굴꾼 21.08.08 25 0 12쪽
12 11. 하기 싫은 것 21.08.07 26 0 13쪽
11 10. 반격 21.08.06 28 1 13쪽
10 9. 위기 21.08.05 33 1 13쪽
9 8. 안 하던 짓 21.08.04 32 1 13쪽
8 7. 원한, 은혜 21.08.03 29 1 12쪽
7 6. 도원결의 21.08.02 36 1 14쪽
6 5. 민속촌에서 생긴 일 #3 21.08.01 38 1 13쪽
5 4. 민속촌에서 생긴 일 #2 21.07.31 42 1 12쪽
4 3. 민속촌에서 생긴 일 #1 21.07.30 45 1 12쪽
3 2. 탈출 21.07.29 46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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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 Prologue 21.07.27 65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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