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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이 금지된 세계의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7.27 23:54
최근연재일 :
2021.08.14 19:05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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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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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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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 반격

DUMMY

대비하지 못한 폭음에 귀가 먹먹해졌다. 99명의 영웅들 중에 가장 강한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라한의 능력으로 방어막을 전개하지 않았다면 거센 화염에 휩쓸려 죽었을 것이다.


“괜찮냐.”

“아, 예.”


귀에 이상이 생겼는지 관유는 내 질문에 잠깐의 시간차를 두고 대답했다.

미사일의 폭발로 천막은 물론, 안에 있는 물건들까지 깡그리 불타버린 탓에 주변 풍경이 훤히 보였다.


“···이런 미친.”


헬멧의 덮개를 연 사라가 하늘을 보며 힘 빠진 욕을 뱉어댔다. 아까의 것은 단순한 선전포고였다는 듯 수십, 수백 개의 미사일이 빗방울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땅으로 떨어진 미사일은 속에 감춰 두었던 맹렬한 화염을 아낌없이 드러냈고 나는 사라와 관유를 잡아당겨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게 했다.

대지가 흔들리고, 공기가 뜨겁게 달궈지는 짧지만 긴 시간이 지났다. 나는 방어막을 거두고 생존자가 있는지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조심해.”


건물, 무대는 물론이고 주변 일대를 말 그대로 초토화했음에도 미련이 남았는지 땅에 남아 있는 잔불이 함부로 발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더는 폭격이 오지 않으니 비천의 능력으로 바꿔 거센 바람이 불게 했다. 이곳에 있는 잔불을 모조리 가지고 흩어지도록.


“생존자, 생존자 없습니까!”

“있을 리가···.”


사라는 관유의 귀에 들리지 않게 조용히 속삭였고, 나 역시 그녀의 의견에 동감했다. 리조트나 다른 건물의 지하실에 있었다면 살 수 있었겠지만, 이런 평원의 천막에서 지내던 이들은 전멸했을 것이다.


“어, 땅이 움직입니다!”


10m 정도 떨어진 곳의 땅이 들썩였다. 관유는 재빨리 그곳으로 가 땅을 파헤쳤다.


“어이, 아무도 없어?”

“여기 있습니다! 금방 꺼내드릴게요!”


동그랗게 생긴 문 밑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관유는 성급히 문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만지지 마. 화상 입어.”


사라가 그런 관유를 저지했다. 그리고 두꺼운 슈트로 무장한 자신의 손을 손잡이로 가져갔다. 그리고 짧은 기합을 넣은 뒤 한 번에 잡아당겼다. 문은 우지직 소리를 내며 말 그대로 뽑혔다.


“뭐야, 너였냐?”


사라는 안에서 한 남자를 들어 올렸다. 관유와 뤼카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다짜고짜 시비를 걸었던 고슴도치남이었다.


“너, 너 이 새끼들!”


땅 위로 올라온 그는 아까만큼이나 갑작스럽게 우리에게 삿대질했다. 그러더니 관유에게 달려들었다.


“어딜.”


사라가 그의 목덜미를 잡고 저 멀리 내동댕이쳤다. 본인에게 직접 살기를 드러내는 사람을 본 건 처음인지, 관유는 내 뒤에 숨어 고개만 내밀었다.


“너희 때문에 우리의 보금자리가 망가졌어!”

“그건···.”

“듣지 마. 대답하지도 말고.”


애초에 R&R 길드장인 뤼카가 우리를 쫓아내지 않았고, 거래에 응했다. 그런데 일개 길드원이 길드장이 결정한 사항을 가지고 이래라저래라 말하는 것은 같잖기만 하다. 저런 놈을 상대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더 낫다.


사라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더는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다른 곳을 살폈다. 나도 관유와 사라의 근처를 수색했다. 저 싸가지 없는 고슴도치처럼 누군가가 지하에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 씨발 새끼들이-.”

“쫑알쫑알 더럽게 시끄럽네, 진짜.”


아직 비천의 능력을 영웅의 서로 되돌리지 않았기에 내가 그의 앞에 도달하기까지는 바람 한 번 불 시간이면 충분했다. 아직 거래의 물품을 받지 못했기에 티가 나지 않게 기절시켜야 한다.


“뭐, 뭐야! 대체 언제-.”

“혀 넣어. 잘리기 싫으면.”


나는 일부러 그에게 반응할 시간을 준 뒤 왼 손바닥으로 그의 턱을 후려쳤다. 다행히 내 말을 들었는지 입에서 피는 나오지 않았다. 그가 땅에 쓰러진 것을 확인한 나는 관유에게로 돌아갔다.


“관유 님! 무사하셨군요!”


천막이 있던 자리, 풀들이 없었던 곳을 중점적으로 수색하고 있자니 리조트가 있던 방향에서 뤼카를 비롯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뤼카 님!”

“뭐야, 어떻게 다 무사하지?”


뤼카에게 달려가는 관유의 뒷모습을 보며 사라와 같은 의문을 품었다. 폭격이 올 것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나? 그렇다면 저 고슴도치남은 왜 같이 안 가고 이곳의 지하에 처박혀 있던 거지?


“어떻게 무사하셨던 겁니까?”

“저희에게는 비상시를 대비한 텔레포트 탈출 버튼이 있습니다. 일회용이긴 하지만, 리조트 지하에 만들어놓은 대피용 벙커로 이동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죠.”


한 차례의 폭격이 지나갔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웃는 뤼카를 본 사라가 헛웃음을 지었다.


“쟤는 뭐 DLPG에 끌려가도 웃을 놈이네.”

“진짜 그럴지도 모르지.”

“게다가, 무슨 못 만드는 게 없어?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문에다가, 이제는 지정한 장소로 움직이는 텔레포트 장치까지?”

“···그러게.”


저런 사기적인 능력을 가지고도 왜 이런 곳에 박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마찬가지인가?


쿵.


관유와 뤼카가 화목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대지가 한 차례 울렸다. 이 단순한 진동은 모두의 시선을 진원지로 돌리기 충분했다.


쿵.


또 한 번의 진동. 이번에는 더 가까운 곳에서 더 크게 울렸다.


“으아아악!”


대지를 울리는 것의 실체를 본 R&R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걸 어떻게 저 새끼들이···.”


이족보행로봇이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두 다리 위에 바로 조종석이 붙어 있는 것이, 목을 줄인 타조를 보는 느낌이었다. 사라는 저 기계의 정체를 아는지 이를 갈며 화를 냈다.

그녀의 개인적인 분노는 뒤로하고, 나는 기계 타조의 너머를 바라봤다. 똑같이 생긴 기계들이 수십 대나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의 틈새에서 중무장한 DLPG의 NPC들이 대열을 갖춰 진군하는 중이었다.


「플레이어 제군들.」


가장 앞으로 나선 기계 타조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제대로 된 전쟁을 시작하지.」


DLPG 측의 모든 총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


아르마 레기온.

백만분의 일의 경쟁률을 뚫고 DLPG 연구소장의 비서가 될 수 있었던 그녀의 능력. 게임 속 군대를 소환하는 것. 그녀는 오로지 포비아의 비서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DLPG의 훈련소에서 수십 개의 게임을 했으며, 지금 그녀가 소환한 군대가 속한 게임은 성운 전쟁이었다.

지상, 공중까지 상대 가능한 이족보행기계 골리앗. 거기에 사라 레이너가 기뻐서 미쳐 날뛸 해병 부대까지. 물론 효율적인 병력 운용을 위해 해병들 곳곳에 의무병을 배치해 주었다.


“골리앗 부대 뤼카 드렘마 엘라이온, 후크 두 타겟 집중포화 개시. 해병들은 증기 약물 투여 후 적들을 원형으로 포위한다.”


머릿속으로 부대를 어떻게 운용할지 생각함과 동시에 말로 뱉는다. 그녀가 소환한 병력이 충실히 그녀의 명령을 따랐다. 골리앗의 포탄 세례에 후크가 다급히 방어막을 펼친다. 그 범위는 R&R 길드 전원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덕분에 시간을 벌었네.”


해병들이 적을 완전히 포위할 시간을. 그녀는 골리앗의 사격을 중지했다. 그리고 후방에 있는 골리앗 네 기를 소환 해제하고, 새로운 병력을 소환했다.


“공성 전차 두 기. 공성 모드.”


평범한 탱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더니, 다리가 네 조각으로 나뉘어 땅에 단단히 발을 고정한다. 포가 달린 본체 부분은 180도 회전하여 밑에 숨겨 두었던 거대한 공성포를 꺼냈다.


“공성 시작.”


쾅! 콰앙!


공성 전차의 공성포가 불을 뿜는다. 골리앗들의 일제사격에도 멀쩡했던 후크의 배리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르마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해병들에게도 지속 사격을 명령했다.


쾅! 투두두두. 콰앙! 투두두두두.


공성 전차의 포탄과 해병들의 대괴수 전용 총알이 빗발친다.


‘자. 다른 능력으로 바꿔 봐.’


후크는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 번에 쓸 수 있는 능력은 한 개다. 후크가 능력을 바꿀 틈을 주지 않으면, 쉽게 사냥할 수 있다. 제아무리 교도소의 제왕이라고 불렸던 해적일지라도, 정부군을 상대로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교도소에서 천박한 이들을 일대일로만 상대한 그와 온갖 야비하고 치졸한 술수를 써대는 플레이어들을 섬멸하는 작전에 수도 없이 나간 그녀. 승패는 애초에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지켜야 할 자들이 있다. 그녀가 질 만한 변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골리앗에 달린 카메라와 연동되어 있는 모니터를 보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너무 쉬운 전쟁은 상대를 학살하는 재미가 있는 법이었기에 절로 신났다.


“···뭐야?”


후크의 배리어에 금이 잔뜩 가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은 상태였다. 1분도 안 가서 모조리 몰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상태였는데,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시커먼 구멍에서 거대한 함선이 구멍을 찢으며 나타났다.


“사라 레이너···!”


DLPG에 능력을 숨기고 있던 이는 후크 한 명이 아니었다.


*


“소개하지. 이게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최강 병기. 하이퍼리온이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는데 전함이 하늘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자 저 먼 지평선까지 그늘이 졌다. 터무니없는 거대한 크기. 이걸 정말 혼자 소환했다고?


“맨날 소환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이런 함선을 소환하려면 내가 여태까지 모아 두었던 포인트를 전부 소모해야 한다고.”

“포인트?”

“꿈속에서 두 종족과 전쟁을 벌이거든. 걔들을 죽이는 퀘스트를 수행하면 포인트를 받아. 그걸 모아서 소환하거나 강화할 수 있어.”

“이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관유가 입을 살짝 벌리고는 멍하니 하이퍼리온을 올려다봤다. 나는 사라에게 눈빛을 보냈다.


“이제는 반격해야지.”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이런 전함이 나타난 이상, 우리에게만 포화를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 반드시 틈이 생기고, 그 틈이 생기면 내게는 반격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관유. 이리 와.”

“에? 예?”


나는 관유를 등에 업었다.


“저번과 같은 일을 할 거다.”

“···아! 알겠습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먹는다. 내 목을 두 팔로 꽉 두른 관유는 내 등에 몸을 최대한 밀착했다. 좋아, 이것으로 구연동화를 위한 최소 조건은 충족했다.


“하이퍼리온! 야마토 캐논 발사!”


우웅, 우우웅.


무언가 소리가 들리더니 적들의 중앙에 한 줄기 굵은 섬광이 번뜩였다. 그 후에 엄청난 후폭풍이 배리어를 강타했다. 섬광에 직격당한 골리앗은 부품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소멸했고, 주변에 있던 것들은 모조리 넘어졌다.


“17장을 읽겠다.”


- 옥염의 주인, 리카르도 디프레이브의 이야기를 선택하셨습니다.


철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녹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 어떤 것보다 뜨거운 불꽃을 가진 영웅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대들도 믿는 바가 있고, 내게도 내 나름대로 믿는 바가 있으니 우리의 다름은 당연한 것이다.”


리카르도가 불과 상극인 물의 마탑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때 했던 대사를 읊었다, 그리고 골리앗과 사라의 것과 색깔만 다른 슈트를 입고 있는 놈들이 자세를 고쳐 잡기 전에 달렸다.


“그대들이 내 스승을 바다에 빠트려 질식사시켰을 때도, 내 제자를 다른 마탑과 연합하여 갈기갈기 찢어 죽였을 때도 나는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 청자가 이야기에 몰입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두 팔에 지옥에서 가져온 불꽃을 두르고 속도를 올렸다. 막 일어서려는 골리앗의 앞에 급제동을 걸고, 반동을 추진력 삼아 위로 높이 뛰었다. 손과 발에서 불꽃을 분출해 골리앗보다 높이 올라간 나는 두 손을 모아 골리앗의 조종석을 겨냥했다.


“하지만 이제는 참을 수가 없구나. 내 주변 사람들이 그대들과 같은 급으로 추락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너희보다 낮은 곳에 있다. 이 불꽃은 내 원죄로부터 비롯된 그 어떠한 것보다 추악한 불.”


- 구연동화가 시작됩니다.


황량하던 벌판이 거대한 호수로 바뀌었다. 리카르도가 스승님, 제자의 죽음에 인내심을 잃고 쳐들어간 물의 마탑이 있는 곳. 골리앗이 상급 물의 정령으로 바뀌었고, 슈트를 입고 있는 이들은 물을 다루는 마법사들로 변했다.

나, 리카르도 디프레이브는 저들에게 복수라는 이름의 심판을 내렸다.


“플레임 오브 인페르노.”


내 두 팔에서 지옥의 불길이 용암처럼 끈적끈적하게 흘러내리며 물의 정령들을 녹였다.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간 불꽃은 호수마저 증발시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던 나는 볼에서 느껴지는 물기를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나는 그대들이 주었던 영웅의 칭호를 반납하겠다.”


작가의말

독자님들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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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금지된 세계의 플레이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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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 공지. 21.08.01 23 0 -
19 18. 분기점 21.08.14 21 0 12쪽
18 17. 고난과 시련 21.08.14 18 0 11쪽
17 16. 추락 21.08.12 19 1 12쪽
16 15. 빌런 21.08.11 21 1 13쪽
15 14. 강릉지부 습격 사건 #2 21.08.10 27 1 12쪽
14 13. 강릉지부 습격 사건 #1 21.08.09 21 0 13쪽
13 12. 도굴꾼 21.08.08 26 0 12쪽
12 11. 하기 싫은 것 21.08.07 27 0 13쪽
» 10. 반격 21.08.06 29 1 13쪽
10 9. 위기 21.08.05 33 1 13쪽
9 8. 안 하던 짓 21.08.04 33 1 13쪽
8 7. 원한, 은혜 21.08.03 30 1 12쪽
7 6. 도원결의 21.08.02 37 1 14쪽
6 5. 민속촌에서 생긴 일 #3 21.08.01 39 1 13쪽
5 4. 민속촌에서 생긴 일 #2 21.07.31 43 1 12쪽
4 3. 민속촌에서 생긴 일 #1 21.07.30 46 1 12쪽
3 2. 탈출 21.07.29 46 1 15쪽
2 1. 만남 21.07.28 60 1 14쪽
1 0. Prologue 21.07.27 66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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