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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이 금지된 세계의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7.27 23:54
최근연재일 :
2021.08.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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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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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남

DUMMY

게임은 범죄다.


2022년, WHO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 적용했다. 이 법률은 전 세계, 특히 한국의 학부모와 기성세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서 몇 차례의 개정을 통해 게임을 마약보다 심각한 사회의 악으로 규정했다.


게임업계 종사자, 게임을 즐기던 이들은 당연히 이 법률에 대항했고 각국에서 시위를 열었다. 이에 반하여 국가들은 Don’t Let them Playing Game(저들이 게임하는 것을 허락하지 마라)라는 문장을 줄인 범지구적 단체, DLPG를 설립하여 ICD-11에 따라 시위뿐만이 아닌 게임과 관련된 이들을 탄압했다.


진작 제압되었어야 할 시위는 생각보다 시간을 끌게 되는데, 게임을 즐겨하던 이들에게 초능력이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생긴 초능력이 도를 지나친 탄압 때문이라고 말하며 정부와 게임과 관련된 권리를 놓고 전쟁을 선포했다.


처음에는 플레이어 측이 우세한 듯싶었으나, 전 세계를 상대로 하기에 그들의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정부 측에 사로잡힌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한 결과 어느 바이러스가 플레이어로의 각성을 촉진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DLPG는 플레이어에게서 추출한 바이러스 MPTP-19로 충성심이 강한 이들을 플레이어로 강제 각성시켰다. 이들은 플레이어와 다르게 정부의 꼭두각시, 즉 자신의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NPC라 불렸다. 이때 이후로 플레이어들은 압도적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자연적으로 플레이어로 각성한 사람들 중에 정부의 편이 된 이들도 적지 않았는데, 그 탓에 지금은 DLPG 소속 플레이어 전원을 NPC라 부른다.


DLPG와 플레이어 간의 싸움은 DLPG의 압도적인 우세로 끝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압도적인 인구수의 차이. 지구에서 산발적으로 각성하는 플레이어 대 인공적으로 각성하는 NPC. 여기에 국민들의 지지가 더해지니, 플레이어들은 음지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전쟁이 끝난 후, 피해를 본 국민들의 분노로 인해 ICD-11의 10차 개정이 이루어졌다. DLPG의 권력은 최고점을 찍었고 게임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모든 것들의 폐기 처분이 결정되었다. 친DLPG 성향의 게임사까지 모조리 문을 닫았다.

플레이어들의 전쟁 선포부터 친DLPG 성향의 게임사들이 폐업한 순간까지의 기간을 ‘게임 대혁명’이라 부른다.


게임 대혁명 이후 DLPG는 언제 플레이어가 각성하여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지 모른다는 명목하에 각국에 지부를 설립, 정부를 자신의 아래에 두었다.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플레이어들의 능력에 겁을 먹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에 인류는 DLPG의 통제 속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게 5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2072년 지금, 나는 곤지암 플레이어 수용소에 갇혀 있다.


“후크. 준비됐어?”


나는 간단하게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토종 한국인답지 않게 이름은 데이비드인 간수가 버튼을 눌러 콜로세움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열었다.


“후크! 이번에도 너한테 걸었다!”

“그쯤 했으면 많이 해 먹었잖아! 좀 죽어줘, 씨발!”


꽉 채워진 객석. 죄다 고급스러운 명품 옷으로 도배한 남녀들은 내게 응원과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그들에게 반응해 주지 않고 입구의 옆에 놓인 진열대에서 투박한 검을 한 자루 쥐었다.


플레이어가 DLPG의 단속에 걸려 붙잡혔을 경우 둘 중 하나다. DLPG의 연구소에 끌려가 생체실험을 당하거나, 교도소에 끌려가 검투사가 되어 저기 객석에 앉아 있는 이들처럼 소위 높으신 분들의 구경거리가 되거나.


나는 곤지암 교도소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조금 많이 유명한 구경거리가. 글래디에이터 생활을 시작하고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덕분이다. 그리고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지금까지도 나와 함께 해주고 있는 99명의 영웅들 덕분이다.


「자, 이번 경기는 특히나 관심이 뜨거운데요. 그 이유는 바로, 우리 곤지암의 명물 후크의 전적이 여태까지 999전 999승이기 때문이죠! 후크, 오늘 1,000승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으신가요?」


나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검을 이리저리 휘둘러 봤다. 검의 중심이 왼쪽으로 조금 치우쳐진 탓에 휘두를 때마다 검이 자꾸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아하하. 우리의 캡틴께서 조금 기분이 안 좋으신 듯합니다. 자, 그럼 빠르게 경기를 진행해 볼까요?」


오딘이 자신의 눈을 바쳐 온 우주의 섭리를 깨달았듯, 내 오른쪽 눈을 바친 순간 나는 어느 이름 없는 대륙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의식만이 갈 수 있는 대륙이지만, 덕분에 더는 아버지의 유품이 없어도 언제든 영웅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내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은, 책을 통해 그들의 능력을 빌려오는 것이다.


“나와라, 영웅의 서.”


내 시야의 왼쪽에 두꺼운 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갈색 가죽 커버에 금빛 파도가 물결치는 문양의 테두리를 가진 이 책은 오직 나만이 볼 수 있고, 총 10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는 아무리 캡틴 후크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지 단 일주일 만에 교도소의 모든 글래디에이터들을 쓰러트리고 이곳 곤지암에 도전장을 내민 잔혹한 살인마를, 지금 소개합니다!」


내 반대편의 문이 열리고, 웬 가면을 쓴 비쩍 마른 놈이 걸어 나왔다. 왼쪽 어깨에 전기톱을 걸치고 있는 놈은, 관객들의 환호성에 손을 흔들어주며 느긋하게 경기장의 중앙으로 향했다.


“네가 후크보다 낫다!”

“팬 서비스라고는 전혀 없는 저 건방진 새끼 좀 죽여줘!”


관객들의 환호에 보답이라도 하듯, 놈은 전기톱으로 땅을 세게 내리찍고는 시동을 걸었다.


「피로 자신의 전기톱을 붉게 물들인 잔학무도한 살인마, 제이슨!」

“캬하하하! 그래! 내가 제이슨이다, 이 씨발 새끼들아!”


제이슨은 전기톱으로 관객을 겨누며 소리쳤다. 그의 팬 서비스에 관객들은 좋아 죽으려 했다.


“너한테 다 걸었다!”

“지면 뒤진다, 개새끼야! 아하하하!”


패배 조건이 죽음인 이곳에서 한 번 더 죽이겠다는 관객들의 살벌한 협박에도 제이슨은 계속 웃었다.


“···17장을 읽겠다.”


- 옥염(獄炎)의 주인, 리카르도 디프레이브의 이야기를 선택하셨습니다.


시계에 MPTP-19 바이러스가 담긴 초소형 주사기가 장치되어 있었다는 DLPG 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들었을 때, 아버지가 나를 플레이어로 만들려고 생각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나를 낳은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 세계가 게임을, 플레이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면서, 도대체 당신은 왜 나를 플레이어로 만들었을까? 내가 99명의 영웅들처럼 어떤 위대한 업적을 이룩하길 원했나? 모두의 존경을 받길 원했나? 그것도 아니면 장차 지구를 위협할 어떤 위협이 다가오기라도 하나?


“···나는 모르겠다.”


나는 아직 세러머니를 하고 있는 제이슨을 향해 다가가며 17장의 후반부, 리카르도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자전적 일기를 작성하며 뱉은 혼잣말을 따라 했다.


영웅의 힘을 빌리는 조건은, 누군가에게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물론 나도 그 누군가에 포함된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들을 수 없도록 작게 속삭였다.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을 흔히 사람들은 신의 축복이라 표현한다. 하지만 나는 모르겠다. 내가 태어난 순간이 정말 신의 축복이라 할 수 있을까?”

“그딴 낡아빠진 무기로 나를 상대할 수나 있겠어, 잘나신 해적 양반?”


제이슨이 전기톱으로 나를 겨누며 말했다. 나는 계속 리카르도를 이야기했다. 내가 들고 있는 검에는 리카르도의 저주받은 힘, 모든 것을 불태우는 화염이 깃들기 시작했다.


“모두가 나를 대륙을 구원할 영웅, 마법의 미래 등 여러 과분한 이름으로 불러주었지만, 나는 그 누구도 사할 수 없는 대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흉악한 범죄자로 불려야 한다.”


왼손에도 붙기 시작한 불꽃을 확인한 관객들이 고함을 질러댔다.


“거리를 벌려, 이 병신아!”

“후크 대처법 안 배우고 올라왔어? 하긴 씨발, 지방 교도소에서 학살해봤자 수준이 거기서 거기지.”


제이슨은 관객들의 충고에도 오히려 거리를 좁혔다.


“당연히 공부했지. 999번의 전투로 네 패턴은 이미 글래디에이터들에게 완벽하게 분석 당했다고.”


제이슨이 내 심장을 향해 전기톱을 찔러왔다. 나는 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둘렀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


제이슨은 전기톱을 포기하고 몸을 낮췄다. 가면의 윗부분이 검게 그을린 것을 대가로 내 지척에 도달한 그는 소매에 숨겨 두었던 단검을 꺼내 내 허벅지를 노렸다.


“내 무기는 전기톱만이 아니라고!”

“이 글을 읽는 자는 내가 얼마나 이 대목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는지 모를 것이다.”


나는 그의 공격을 구태여 막지 않았다. 이미 내 전신을 뒤덮기 시작한 불꽃이 제이슨의 얇은 단검을 단숨에 녹여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야 준비가 됐다.”


나는 고작 단검 한 자루가 비장의 수였는지 굳어버린 제이슨의 목을 쉽게 움켜쥐었다. 당연히 내 손도 불길에 휩싸여 있기에 그는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이거 놔! 놓으라고!”

“이 개새끼야, 똑바로 못 해?”

“전기톱을 버리고 왜 단검을 쓰냐, 이 돌대가리 새끼야!”


제이슨의 비명은 길지 않았다. 리카르도의 불꽃이 그의 성대를 불태웠기 때문이다.


“이제 내 죄를 고백하겠다. 나는···.”


제이슨의 전신이 불에 휩싸였다. 그가 한 줌의 재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초가 채 되지 않았다. 나는 산들거리는 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재를 보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내 어머니를 죽였다.”


- 영웅의 서를 덮으셨습니다.

- 영웅의 서가 옥염의 주인, 리카르도 디프레이브의 능력을 회수합니다.

- 다음 이야기를 읽기까지 30분의 쿨타임이 소요됩니다.


나는 땅에 검을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몸을 돌렸다.


「전투 종료! 세계 최강의 글래디에이터 캡틴 후크! 그가 부산에서 올라온 살인마 제이슨을 잡고 자신의 1,000승 신화를 달성합니다! 곤지암 교도소에 영웅이 탄생했습니다!」


나는 관객들의 환호성을 뒤로하고 콜로세움을 벗어났다. 리카르도가 자신에게 주어진 별명을 거절했듯, 나 역시 거부하겠다. 나는 영웅이 아니다.


1,000명. 1,000명을 죽인 살인자···.


그래. 이게 좋겠다.


*


콜로세움에서의 경기를 제외하면 내 일과는 자유롭다. 식사, 취침 시간만 지킨다면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간, 교도소장에게 바로 총살당할 것이다. 그리고 왜 나를 따르는지 모를 이 이상한 놈들로부터.


“오셨습니까, 형님!”

“형님!”


내가 50승 정도 할 때부터 한두 명씩 모이더니, 지금은 교도소의 죄수 대부분이 모여들었다. 귀찮은 것은 질색이라 말은커녕 상대도 안 했는데, 잘도 모여 댄다.

그래도 내 자유 시간을 방해하는 놈들을 처리하는 것에는 제법 쓸 만한 거 같아 내버려 두고 있다. 내게 단체로 인사하는 것을 제외하면, 내게 말을 거는 일도 없으니.


나는 감시 목적으로 세워진 초소의 기둥으로 갔다. 그리고 기둥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이곳이 내 지정석이다. 24시간 동안 항상 그늘이 지는 곳이기에 애용하고 있다.


“넌 뭐냐?”

“아, 그게···. 저는 관유라고 하는데 후크 님을 좀 뵐 수 있을까요?”


갑작스러운 소란에 잠을 잘 준비하던 나는 눈을 떴다.


“죄송합니다, 형님! 금방 처리하겠습니다.”


무표정인 내 얼굴을 보고 내가 짜증이라도 났다고 판단했는지, 죄수들이 소란의 근원지로 몰려갔다.


“지, 지화! 후크 님에게 지화라고 전달을 좀-.”

“···데려와.”

“예?”


나는 소매를 걷으며 걸어가던 죄수들을 노려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데려오라고.


죄수들이 데려온 남자는 반곱슬머리에 눈이 크고, 얼굴은 작았다. 몸매는 마른 편이었고, 키는 대략 165 정도 되어 보였다. 나이는 16, 17 정도 되어 보였는데, 눈동자가 기분 나쁠 정도로 맑았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선장 후크. 세계 최강의 글래디에이터.”


목소리는 그나마 남자다워 다행이었다. ···뭐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뭐냐, 너.”

“저는 관유라고 합니다. 오늘 새로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말한 관유는 심장 부근에 손을 얹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내가 그 대답을 들으려고 말한 게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건가?


“용건은.”

“용건만 말하라고 하시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름의 출처를 물어봤자 대답할 것 같지 않아 대충 던진 질문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진지한 표정을 짓고,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그래봤자 고등학생같이 생긴 탓에 위엄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캡틴 후크, 제 동료가 되어 주십시오.”


결연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잠시 쳐다본 나는 입을 열었다.


“···거절한다.”


뭐지? 이 미친놈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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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강릉지부 습격 사건 #2 21.08.10 26 1 12쪽
14 13. 강릉지부 습격 사건 #1 21.08.09 20 0 13쪽
13 12. 도굴꾼 21.08.08 25 0 12쪽
12 11. 하기 싫은 것 21.08.07 26 0 13쪽
11 10. 반격 21.08.06 28 1 13쪽
10 9. 위기 21.08.05 33 1 13쪽
9 8. 안 하던 짓 21.08.04 32 1 13쪽
8 7. 원한, 은혜 21.08.03 29 1 12쪽
7 6. 도원결의 21.08.02 36 1 14쪽
6 5. 민속촌에서 생긴 일 #3 21.08.01 38 1 13쪽
5 4. 민속촌에서 생긴 일 #2 21.07.31 42 1 12쪽
4 3. 민속촌에서 생긴 일 #1 21.07.30 45 1 12쪽
3 2. 탈출 21.07.29 45 1 15쪽
» 1. 만남 21.07.28 60 1 14쪽
1 0. Prologue 21.07.27 64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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