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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이 금지된 세계의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7.27 23:54
최근연재일 :
2021.08.14 19:0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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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수 :
107,539

작성
21.08.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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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분기점

DUMMY

야심한 밤. 나는 도시가 나오기를 무작정 바라며 걷다가 지쳐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지피고 야숙하는 중이었다. DLPG의 추가적인 추격도, 일행도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라 간만에 교도소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만났으려나.”


사라, 뤼카, 네이선은 딱히 걱정되지 않는다. 관유만 걱정된다. 모두가 만나 다음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면 최선의 상황이고, 모두가 떨어져서 관유가 줬던 단서만을 가지고 무작정 이동하고 있다면 최악이다.


나는 부디 최악의 상황은 아니길 바라며 모닥불 위에서 구워지고 있는 멧돼지 고기를 쳐다봤다. 내게 있어 사냥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바람을 이용해 동물의 위치를 찾고,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다가가 죽이면 그만이니까.


“맛있네. 의외로.”


돼지고기보다 약간은 질기고 텁텁함이 느껴지지만, 나름 먹을 만한 음식이었다. 아마 관유가 뤼카와 만났다면 이것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것이다. 뤼카의 문을 이용하면 적어도 마을로 갈 수 있을 테고, 마을에는 음식점이 있을 테니까.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내 머리는 저절로 아까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강화된 능력을 바탕으로 비천을 압도했던 황규와의 전투를.


“···몇 번을 싸워도 똑같겠지.”


괴상한 능력을 쓰는 게 DLPG의 작품이라면, 비천만이 아니라 어떤 능력을 써서 싸우더라도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영웅의 능력은 정해져 있는 반면, 상대는 얼마든지 개조해서 올 테니까.


“34장을 읽겠다.”


- 풍권사, 비천의 이야기를 선택하셨습니다.


내 능력의 본질은 영웅의 이야기를 읽어 그의 힘을 빌려오는 것. 내가 이야기에 몰입하는 순간 구연동화가 펼쳐지지만, 수백 수천 번을 읽은 탓에 제 3자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DLPG가 업그레이드한 황규에게 패배한, 전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가 생긴 지금이라면 나 혼자서 구연동화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평소와는 달랐다.”


나는 곧바로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밑져야 본전이고, DLPG를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오직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비천은 평소와 똑같았다. 그는 몇 번이고 반복된 승리에 취해 그의 적수가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그의 패인이었다.”


- 화자(話者)가 이야기에 몰입하기 시작합니다.


된다. 나는 최대한 자세히 그때의 기억을 말로 되뇌었다.


“여태까지 그랬듯 염호출산으로 시작하는 단순한 돌격. 그때 비천은 확신했다. 황규는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 화자가 이야기에 완벽하게 몰입합니다.

- 구연동화가 시작됩니다.


좋아.


주변 배경이 빠르게 바뀌었고, 앉아 있던 나는 일어서서 황규와 대치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황규의 염호출산으로 그어진 직선이 세 개. 다섯 꼭짓점이 만들어지는 순간 땅이 갈라졌으니, 우선적으로 그의 염호출산을 저지해야만 한다.


“쥐새끼 같이 잘도 피하는구나!”


두 번째로 보는 것이기에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짜증나는 척, 분노한 척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지만,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비천의 주된 공격 방식이 회피 후 카운터인 것을 알고 짓는 미소일 것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피하기만-.”

“이번에는 내 쪽에서 먼저 가겠다.”


전신에 바람을 휘감음과 동시에 사방으로 바람을 날렸다, 불꽃은 바람이 흐름을 기묘하게 비틀지만, 바람 역시 불꽃의 방향을 조종할 수 있다.


“질풍보(疾風步).”


바람을 타고 황규의 코앞에 도착한 나는 그의 가슴에 두 손을 가볍게 댔다.


“와선풍(渦旋風).”


그런 후에 왼손과 오른손의 바람을 서로 엇갈리게 만들어 그의 불꽃을 걷어냈다. 불꽃의 갑옷을 벗겨내자 으레 무림인이 그렇듯 얇은 무복 차림의 신체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나는 두 주먹과 두 발에 힘을 주었다.


“광풍난격(狂風亂擊).”


얼굴, 팔, 다리, 복부, 뒤통수, 목, 옆구리, 허벅지, 발목, 손목. 말 그대로 미쳐버린 바람이 된 내 주먹과 발은 그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 살이 터지는 소리, 이빨이 잇몸에서 떨어지는 소리를 비롯한 온갖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너, 너는 분명 나를 우습게 여기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래쪽 앞니가 나간 탓에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말을 뱉는 황규. 그의 말은 분명 사실이었기에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어째서 정면으로 부딪치는 짓을-.”

“그대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황규가 마법진 비슷한 것을 그리려 했던 흔적을 되돌아보며 말했다.


“지옥에서 돌아왔다고 했나? 그렇게 말하는 그대의 표정이 거짓 같지 않더군. 그래서 나도 평소와는 다르게 싸웠던 것이다.”


내 거짓말에 황규가 씁쓸하면서도 비참한 미소를 입가에 띠웠다.


“···내가 여태껏 겪었던 고난이 전부 쓸모없어졌군.”

“그대는 정말 지옥에 갔다 온 건가?”


- 분기점의 방향이 결정되려 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뱉는 말, 하는 행동 하나가 이야기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제대로 했다는 것을 시스템이 알려 주었다.


“패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죽여라.”

“그대는 내 유일한 호적수라 할 만한 사람이다. 수많은 무림인 중에 몇 번이고 내게 도전한 사람은 그대 말고 없었다. 이번에는 그대가 너무 노리는 것 같아 내가 쉽게 이겼으나, 다음에는 그러지 못할 것임을 나는 안다. 그러니 말해 보라. 그대는 정녕 지옥에 다녀온 것인가?”


황규는 고민했다. 나는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얼굴 근육에 힘을 주며 그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대에게 지고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고민하던 날, 한 남자가 나를 찾아왔다.”


- 분기점이 확정되었습니다.

- 이야기의 숨겨진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본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 외전을 발견하셨습니다.


외전? 그렇다면 나머지 98개의 이야기에도 외전이 존재한다는 건가? 지금처럼 전부 숨겨진 설정 같은 것을 찾아야 외전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황규의 능력은 DLPG가 개조한 것.


그렇다면 이 외전의 열람 조건은 DLPG가 아버지가 만든 게임의 이야기 속 빌런을 개조시키고, 이야기의 영웅이 그에게 비밀을 캐묻는 데 성공하는 것.


“서쪽에 있는 사막 너머에 있는 나라에서 왔다고 하더군. 믿기 힘들었지만, 그의 입모양과 내게 들리는 말이 어긋나 믿을 수 있었네. 그의 말에 따르면 ‘마법’이라는 것을 써서 다른 나라의 말을 통역할 수 있다고 하더군.”


DLPG는 황규에게 판타지 세계관의 능력을 추가한 모양이다. 전에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흑마법.


“그는 내게 그대를 이길 수 있을 만한 힘을 주겠다고 하더군. 그의 말에 혹한 나는 방법을 물었고, 그는 지옥의 문을 열어 준다고 했었네.”

“지옥의 문?”

“맞네.”


황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말 그대로 지옥을 갔다 왔네.”


이미 한 번 겪은 적이 있기에,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옥이라는 단어는 내게 지독하리만치 낯설게 다가왔다.


“그는 내게 지옥으로 갈 수 있는 마법이 각인된 종이를 세 장 주었고, 나는 그대를 이기고 싶은 마음에 두 번만에 힘을 얻어 돌아올 수 있었네. 그대라면 그곳에서 나 이상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군.”


그는 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내게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한 번 지옥에 가볼 생각이 있나?”


*


경기의 최종 스코어는 500 : 100. 사라는 상대편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냈다. 공격은 물론이거니와 패스, 수비까지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조던을 상대로 100점이나 냈다는 점은 충분히 존경 받아 마땅했다.


“···이제 가죠. 조던은 팬 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합니다. 지금 가면 악수는 물론이고 사인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관유는 사라와 뤼카를 데리고 경기장 내부의 라커룸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어 적막만이 감도는 이곳에서 관유는 구조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막힘없이 전진했다.


“아무도 없는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정말 그렇군요.”


사라의 말에 뤼카가 대답했다. 분명 경기가 끝난 건 방금인데, 진행 요원이나 경비, 관객들이 한 명도 없는 것은 분명 이상했다.


“플레이어의 능력이 있으니까 굳이 이곳에서 팬서비스를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선수들 전원이 씻은 후에 원하는 복장으로 갈아입고 원하는 곳에 나타날 겁니다. 팬들은 원하는 선수에게 알아서 가는 식이죠.”

“···그렇구나.”

“그렇다면 조던은 왜 그렇게 하지 않나요?”


뤼카의 질문에 관유는 미소를 지었다.


“선수들 전원은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매달 MPTP-19 검사를 받아 플레이어가 아님을 검증받아야 하죠. 그렇기에 선수들이 능력을 쓸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이동 능력이 있는 플레이어를 노예로 삼는 거네.”


사라의 말에 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조던이 왜 남들처럼 하지 않는지 아시겠죠?”

“정말 그가 플레이어라는 건가요?”


리오넬 루스 조던이 혼자 경기장에 남아 샤워를 하는 이유는 같은 플레이어를 노예로 삼아 부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MPTP-19 검사에서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을 수 있었을까?


“DLPG에 의해 조작된 겁니다.”

“조작?”

“리오넬 루스 조던이 가진 가치를 생각해봤을 때 플레이어임을 밝히는 것보다는 그를 최대한 이용해 먹는 편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실제로 그가 속한 팀은 DLPG의 숨겨진 자산 중 하나입니다.”

“신기하군요.”


뤼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고개를 돌려 관유를 쳐다봤다. 그것을 당신이 어떻게 알고 있냐는 눈빛이었고 관유는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띠며 말해 주었다. 자신이 DLPG의 전 연구원 소속이었다는 것을.


“···저는 당신처럼 어린 사람이 왜 DLPG에 그렇게까지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뤼카는 화를 내거나, 욕을 뱉지 않았다. 그대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 대 맞을 것을 각오했던 관유는 그의 반응이 의외였던 탓에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제 알겠습니다. 그곳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당신을 만들었군요.”

“저를 의심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당신이 플레이어였다면 의심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DLPG의 연구원이었다면 당신의 그 비정상적인 시위에의 집착이 이해가 갑니다.”


그렇게 말한 뤼카는 관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곳에서 분명 끔찍한 일들을 겪었겠죠.”

“···여러분들이 겪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관유는 간신히 참아내고는 대답했다. 그래도 눈물까지는 막기가 힘들 것 같아 앞장서 걸으며 막 모퉁이를 지났을 때, 웬 남자의 고함이 들렸다.


“슈퍼 스타면 다야? 잠깐 얘기 좀 하자니까?”

“너 같은 무례한 놈과는 할 말이 없다.”


한 명은 뒷모습뿐이지만 알 수 있었다. 리오넬 루스 조던, 그가 누군가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그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어? 관유! 마침 잘 왔어. 글쎄 이 새끼가···.”


관유의 부탁으로 일행과 떨어져 보물찾기에 나섰던 금발의 남자.

네이선이었다.


작가의말

조금 늦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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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분기점 21.08.14 21 0 12쪽
18 17. 고난과 시련 21.08.14 18 0 11쪽
17 16. 추락 21.08.12 18 1 12쪽
16 15. 빌런 21.08.11 20 1 13쪽
15 14. 강릉지부 습격 사건 #2 21.08.10 26 1 12쪽
14 13. 강릉지부 습격 사건 #1 21.08.09 20 0 13쪽
13 12. 도굴꾼 21.08.08 25 0 12쪽
12 11. 하기 싫은 것 21.08.07 26 0 13쪽
11 10. 반격 21.08.06 28 1 13쪽
10 9. 위기 21.08.05 33 1 13쪽
9 8. 안 하던 짓 21.08.04 32 1 13쪽
8 7. 원한, 은혜 21.08.03 29 1 12쪽
7 6. 도원결의 21.08.02 36 1 14쪽
6 5. 민속촌에서 생긴 일 #3 21.08.01 38 1 13쪽
5 4. 민속촌에서 생긴 일 #2 21.07.31 42 1 12쪽
4 3. 민속촌에서 생긴 일 #1 21.07.30 45 1 12쪽
3 2. 탈출 21.07.29 46 1 15쪽
2 1. 만남 21.07.28 60 1 14쪽
1 0. Prologue 21.07.27 65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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