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백야 님의 서재입니다.

혼자서는 못 죽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김백야
작품등록일 :
2019.10.21 17:46
최근연재일 :
2019.12.02 10:29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015
추천수 :
80
글자수 :
139,372

작성
19.12.01 13:39
조회
23
추천
2
글자
12쪽

25화: 블루 칼라 중의 블루 칼라

DUMMY

쾅쾅쾅


그 많은 사람들이 차 있을 거라고 의심도 못할 만큼 지하실이 조용해졌다.


쾅쾅쾅


문은 계속해서 울렸다. 사람이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아는 듯했다.


'이상한데.'


이완이 어둠을 더듬어 추주원의 어깨를 쥐었다.


"주원아."

"왜. 조용히 해!"

"경찰들이 우리가 어디서 모이는지 알고 있어?"

"그거야 모르...! ...어? 그러네? 아니, 몰라. 그만큼 우리에게 관심이 있지도 않고."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던 추주원이 의아한 듯 대답했다. 그 때였다.


"왜 문 안 열어...? 벌...회의... 끝...?"

"안 돼, ...면... 이 놈은 어떡..."

"몇 번... 두드...보..."


익숙한 목소리였다.


"경찰이 아니라 블랙이잖아."


추주원이 짜증을 내며 램프를 찾았다. 지하실이 다시 환해졌다.


"문 열어줘. 블랙이잖아. 짜증나게, 경찰 얘기 좀 했다고 쫄 건 뭐람."

"뭐야, 블랙이었어?"

"그러고 보니까 안 온 사람들이 좀 되네."


뒤늦게 중얼거리던 블랙들 중 계단에 가까이 서 있던 사람이 올라가 문을 열어주었다.


"뭐야, 왜 이렇게 늦게 와. 우리 다 쫄았다고. 경찰이라도 뜬 줄 알았잖아."

"엉? 쫄 일이 뭐가 있어? 회의 늦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설마 짭새들이 여기까지 오겠냐."

"그렇긴 한데 하필 경찰 얘기 중이어서."


왁자지껄한 웃음 소리가 들렸다. 졸지에 식은땀을 흘리던 이완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도 이렇게 늦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럴 만한 일이 있었어. 들어가!"


퍽.


무언가를 내리치는 소리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소리가 들렀다.


쿵. 쿵.


인영 하나가 계단 너머로 쓰러졌다. 사람이었다. 손목이 뒤로 돌아가 있었다. 블랙의 지역에 밧줄 같은 것이 있을 턱 없으니 옷가지로 묶어둔 듯했다.


"엑, 뭐야. 비리비리한 게 그냥 쳤다고 쓰러져 버리네."


인영을 밀었던 블랙도 쓰러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그를 일으켜 세웠다.


"우리가 블루를 잡아 왔다고! 이 근처에서 멍청하게 배회하고 있었지 뭐야. 가만, 생각해 보니까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머리를 부숴 버릴 위세화는 없으니 그냥 묶어 왔지. 다행히 이 놈이 멸치 같아서 쉽게 제압이 가능하더라고!"


블랙들이 인영을 흔들며 이완 쪽으로 밀었다.


"블랙! 우리가 첩자를 잡아 왔습니다!"

"으하하! 첩자가 뭐야. 우리가 뭐. 반란군이라도 되냐?"

"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기분도 못 내? 기자 나부랭이일 수도 있잖아!"


이완은 그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는 블루였지만 기자도 첩자도 아니었다. 반항할 생각조차 없는지 사람들이 미는 대로 끌려오고 있었다.


"잠깐. 잠깐만요."


유성지. 그는 유성지 작가였다.


이완이 단상을 뛰어내려 유성지를 묶은 옷가지를 풀었다. 묶은 사람도 서툴렀는지 제대로 묶여 있지 않았다. 어린아이도 머리만 쓰면 풀 수 있는 정도였다.


유성지는 얌전했다. 마치 일부러 잡혀 온 것처럼. 항상 그랬지만 특히나 지치고 외로워 보였다.


"에, 왜 풀어주는 겁니까. 힘들게 잡았는데! 입은 옷 하며 행동거지 하며 블루 세계에서 온 첩자가 맞다니까요?"

"이 사람 어차피 안 도망갈 거예요."


이완이 대답했다.


손목이 풀린 유성지는 얼떨떨한 얼굴로 이완을 올려다보았다. 곧 그의 눈이 커졌다.


"당신...!"


사람들이 유성지를 둘러 싸고 유니콘이나 무두 따위를 보는 얼굴을 했다. 이완의 등줄기에 멈췄던 식은땀이 다시 흘렀다.


'이 사람이 내 정체에 대해 발설하기라도 한다면? 애초에 외곽과 제일 관련 없어 보이는 사람이 여기는 대체 왜 나타난 거지? 블루 칼라 중의 블루 같은 사람이잖아?'


"다, 당신. 살아 있었군요."

"여긴 무슨 일로 온 건가요."


침착한 목소리로 되물었지만 손 끝이 떨렸다.


"당신이 무, 무사하다니 다행입니다. 나는 이미, 당신이... 죽었을 줄... 알고."


이완의 떨림은 유성지에게 묻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이완은 구석에 놓인 의자를 유성지에게 가져다 주었다.


"알겠으니까 진정해요. 무슨 일인지 말해 봐요."

"블랙, 왜 블루에게 친절하게 구는 겁니까? 내가 잡았는데!"


칭찬이라도 바랐는지 유성지와 함께 들어온 블랙의 목소리가 토라져 있었다.


"이 사람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 그래도 우선... 블루를 잡아다 준 건 고마워요."

"아는 사람?"


이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번에야말로 블랙들이 이완을 기억해 낼 지 몰랐다. 그도 아니라면 김세희가 이완의 정체를 밀고할지도.


원망이나 폭력, 최소한 의심의 눈초리를 각오했지만 이완의 아는 사람이라는 말에 다들 한 걸음씩 물러났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라니 뭐."


동료애.


블랙들은 이완을 철저히 믿었다. 김세희가 남편에게 이완의 정체를 말하지 않은 이유를, 추주안이 걱정이라고 하면서도 정체를 밝히지 않겠다는 이완의 뜻을 구태여 따른 이유를 아주 조금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시울이 찡했으나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확인하려고 했던 게 제 안위인가요?"

"이 곳에, 이 곳에 정말로 무두가... 있습니까?"


이완의 말에 유성지는 오히려 되물었다.


"블랙, 아는 사람인 것까지는 알겠는데 여긴 왜 온 거예요?"

"그 사람도 우리 편인가요?"

"말도 안돼, 블랙이랑 아는 사이라고 해도 블루인데?"


추주안이 이완의 어깨를 쥐었다.


"형, 이만 회의는 해산 시키죠. 그리고 저 사람은."


추주안이 유성지를 노려보았다.


"우리 집으로 데려가는 게 좋겠슴다."

"...그래. 미안해. 고마워.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

"얘기는 이따가 듣겠슴다."


다들 피곤하니 내일 낮이나 같은 시간에 모여 다시 이야기하자는 이완의 말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흩어졌다. 지하실이 순식간에 텅 비었다.


"따라와요."


이완이 유성지에게 말했다.


추남매의 좁은 집은 네 사람이 들어서자 꽉 찼다. 이완은 유성지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당신의 말을 듣고 나는 외곽으로 향했노라고, 이 곳에서 할 일을 찾았다고.


"당신은 블루 쪽 사람이니 무두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나는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시체처럼 딱딱하고 머리가 없죠. 여성체 남성체 가리지 않고 나타나며 그들에게 닿은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빛을 좋아하고 특정한 구역에서 나타나죠. 별 일이 없으면 기본적으로 자신의 구역을 떠나지 않습니다. 사냥할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그저 평범한 사람처럼 걸어 다니죠. 갈 곳이 있는 것처럼요. 그러나 삼 일 이상 배를 곪으면 자신의 구역을 벗어나는 일이 있더라도 사람을 공격하려 움직입니다."

"...어떻게?"


인터넷에는 이렇게까지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지 않았다. 개중에는 이완이 몰랐던 사실도 있었다.


겨우 몇 달 간 무두에 대한 정보가 블루 칼라들에게 퍼졌을 리는 만무했다. 당장 외곽에 드나든 블루도 이완 이후로 유성지가 처음이 아닌가.


"......어떻게 아는지 보다는, 내가 이미 무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게 중요하겠지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이완 오빠, 이 사람 뭐야? 하는 짓은 영락없는 블루잖아? 그런데 어떻게 무두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알아. 우리도 겨우 최근에 알아낸 정보가 많잖아!"


추주원이 소리쳤다. 총을 꺼내 유성지의 머리에 겨누는 걸 이완은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도... ...나도 모르겠어."


이완은 망설였다. 유성지는 블루 칼라였다. 블루 칼라 중의 블루 칼라. 권력이 가득한 사람. 그렇다는 건 물자를 가져다 줄 능력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완에게는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대대적인 작가이니 재산도 많겠지. 어쩌면 이 사람이 도움이 될 지도 몰라. 정말 어쩌면, 어쩌면......'


블랙들이 모은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총과 물자가 떠올랐다. 총만 있으면 가능한데도 몇 자루 구할 능력이 없어 모두에게 거부당했던 계획.


이완은 유성지에게 계획을 전부 털어놓았다. 추주안과 추주원의 제지를 막으면서.

"당신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면 부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곳을 벗어나 돌아가세요. 왜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주 멀쩡하니까."

"형...!"


추주안의 눈에 책망하는 시선이 어렸다.


"내가... ...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총을... 총을 구해다 주지요."


유성지에게 총 몇 자루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위성준을 통하거나, 에이전시 측에 작품에 필요하다는 부탁을 하기만 하면 됐다.


누가 감히 천재 작가 유성지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을까.


"다만 총알은 안 들어 있을 거예요. 총알과 함께 구하려면 반입도 늦어질 거고......"

"아, 다행입니다. 그 정도는 우리도 있습니다. 총알 정도는..."


듣다 못한 추주안이 이완의 팔을 잡아 바깥으로 끌고 나갔다.


"형!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우리에게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얘기해 주지도 않았잖슴까!"

"미안해, 하지만 저 사람은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지금도 봐. 총을 구할 수 있다고 하잖아."

"실망입니다! 형은 역시 블랙이 아니에요! 나는 저 사람을 알고 있슴다. 블랙이 되기 전에 본 적 있어요. 작가잖아요, 그것도 엄청나게 유명한! 저 사람이 우리 얘기를 퍼뜨리면? 형이 책임질 겁니까? 대체 왜 이렇게 무모함까. 그 계획이란 것도 무모하고, 지금 하는 행동도 전부 무모함다!"

"주안아, 나는..."

"형은 경솔하다고요! 이게 다 형이 블랙이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형은 돌아갈 자리가 있으니까!"

"그래, 유명한 사람인 건 맞아! 하지만 그래서 더 믿을 수 있어. 얼굴이 팔렸으니 말을 함부로 하지도 못하겠지!"

"그 반대일 수도 있겠죠! 주원이가 저 놈과 둘만 있게 둘 수는 없슴다. 당장 데리고 나오겠슴다. 아니면 저 놈을 쫓아내든가. 아니, 쫓아낼 수 없죠! 형이 줄줄 불어버린 탓에 우리의 기밀을 죄 알게 됐으니까!"


추주안이 성을 내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추주안의 말이 맞았다. 이완이 경솔했다, 또 무모했다.


'하지만.'


말도 안 됐던 첫만남처럼, 이완은 왠지 모르게 유성지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안이 말처럼 적어도 무슨 사이인지, 아니면 왜 왔는지를 캐묻는 게 먼저였겠지만......'


추주안이 씩씩대며 추주원과 함께 나왔다. 추주원은, 반은 제 오빠처럼 이완에게 실망한 얼굴이었고 반은 유성지에게 호기심을 가진 얼굴이었다. 총을 겨누었는데도 작게 한숨을 쉰 것 외에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그 상태로 이완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기까지 했다.


신발코를 내려다보던 이완이 추주안에게 다가갔다.


"주안아, 맞아."

"뭐가 맞다는 검까."


이완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심호흡하더니 말을 이었다.


"나는 블랙이 아니지. 하지만 이제는 블랙이야. 너희 남매도 처음부터 블랙인 건 아니었듯이... ...나는 가족이 없어. 돌아갈 곳도 없다. 나에겐 너희가 가족이야. 믿어 줘."

"말은... ...누가 못..."


불안감과 책임감에 불안이 가득했던 추주안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이러나 저러나 아직 애였다.


"내가 전부 책임질게."


이완이 힘주어 말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 ek******..
    작성일
    19.12.01 13:47
    No. 1

    의외의 인물이 나왔네요 아니 무두 정보는 어떻게 아는거지... 꿈 속에서 알게 된 정보일까요? 성지가 찾아오게 된 이유가 궁금하네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혼자서는 못 죽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 +3 19.12.04 32 0 -
27 26화: 죄책감의 무게 19.12.02 22 2 11쪽
» 25화: 블루 칼라 중의 블루 칼라 +1 19.12.01 24 2 12쪽
25 24화: 미로같은 골목, 골목같은 미로 (2) +1 19.11.29 26 2 12쪽
24 23화: 미로같은 골목, 골목같은 미로 19.11.27 30 2 12쪽
23 22화: 형이 왜 거기서 나옵니까 19.11.25 34 1 11쪽
22 21화: 사냥에 천부적인 재능을. +1 19.11.24 32 2 12쪽
21 20화: 천부적인 재능을. 19.11.22 35 3 12쪽
20 19화: 훈련 19.11.20 31 1 12쪽
19 18화: 고양이 눈매의 남매 19.11.18 34 3 12쪽
18 17화: 괴물의 심장은 사람과 같다 19.11.17 39 3 11쪽
17 16화: 외곽으로 향하다(2) 19.11.15 47 4 12쪽
16 15화: 외곽으로 향하다 19.11.13 45 3 11쪽
15 14화: 블루 칼라 19.11.11 52 3 11쪽
14 13화: 세계가 조작한 만남 19.11.10 44 3 12쪽
13 12화: 이세계의 정원 19.11.08 60 3 13쪽
12 11화: 나도 모르는 새에 살인자가 되었다 19.11.06 55 3 11쪽
11 10화: 우연을 가장한 필연 (2) 19.11.04 58 3 12쪽
10 9화: 우연을 가장한 필연 +2 19.11.03 73 3 12쪽
9 8화: 만남 19.11.01 67 3 12쪽
8 7화: 유성지 19.10.30 69 3 11쪽
7 6화: 죽음을 결심하다 19.10.28 74 4 11쪽
6 5화: 서현주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2) 19.10.27 78 3 13쪽
5 4화: 서현주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19.10.25 86 3 11쪽
4 3화: 할당량 19.10.23 99 3 14쪽
3 2화: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었다 19.10.23 143 4 11쪽
2 1화: 게임 오버 19.10.23 211 6 11쪽
1 프롤로그 19.10.21 446 5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