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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의 닭장

BARREN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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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
작품등록일 :
2014.08.31 17:44
최근연재일 :
2014.09.11 20: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22
추천수 :
63
글자수 :
47,440

작성
14.09.11 20:29
조회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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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3. 피바람(2)

DUMMY

주인을 잃은 몸뚱아리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석상같이 꼼짝하지 않았다. 아온이 발끝으로 툭 치자 그제야 힘없는 나뭇가지 마냥 풀썩 쓰러져 내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참상에 양측 모두 말을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잘 듣거라! 나 던리버의 영주 아온 데보너는 에노스의 왕을 살해하고 라마스의 영주들의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이다! 내 앞에 널부러져 있는 이 자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나는 너희들을 라마스의 중추인 쏜네스트 함락의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데려왔다! 그럼에도 나를 따를 자! 야망을 위해 그 하찮은 목숨들을 기꺼이 바치거라!”


던리버의 병사들을 향해 아온이 침묵을 깨며 소리쳤다. 병사들이 하나같이 충격에 가득 찼다. 그들 모두 자신들의 영주가 그럴 인물이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었으나 현재의 상황으로 보거나 영주 본인의 진술로 인한 혼란스러운 정황은 그들의 믿음이 흔들리는 데에 충분히 일조했다.


“어...어쩌지.”


“뭘 어째. 영주를 따르면 우리 목숨은 없는 거나 다름없어. 쏜네스트의 군사는 우리보다 10배는 많다고.”


“하지만... 영주님이 그런 일을 하셨을 리가.”


“본인 입으로 자기가 했다고 하잖아. 이건 재볼 필요도 없어.”


병사들의 기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무기를 집어 던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몇몇이 대열에서 벗어나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도망을 신호탄으로 들판에 불이 번지듯이 공포감이 퍼져서 많은 인파가 도망가는 계기로써 작용했다.


“난 반란자의 밑에서 일하지 않겠어!”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이런 개죽음은 피하고 싶습니다!”


아온은 예상했다는 듯이 도망치는 자들을 말리지 않았다. 오직 자신들을 보고 있는 쏜네스트의 병사들을 향해 서있었다. 그들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지휘관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이 순간 눈앞에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에 그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기에 바빴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아온의 무리는 단 몇 명 밖에 남지 않은 오합지졸이 되었다.


“영주님...이건 무모한 행동입니다. 당신의 뜻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다라스가 묵묵히 서있는 아온의 뒤로 다가왔다.


“아직 가지 않았나.”


“혼자서 이 모든 것을 짊어지기엔 너무 짐이 큽니다. 이미 적의 간계에 말려 든 이상 홀로 싸우기 보단 없는 힘을 모아 해결책을 구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라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미 늦었어. 얼마 못가 에이란 대륙은 전례 없는 혼돈에 빠질 거야. 우리는 단지 그 절망적인 종말의 선발주자가 되었을 뿐이고. 어떤 자들의 소행인진 모르겠지만. 그들의 목적이 에이란의 붕괴라면 정말 질투가 날정도로 완벽한 계략을 세웠군.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야.”


아온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떠나더라도 말리지 않겠다. 대신 던리버로 돌아가 앞으로 닥쳐올 일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대비를 해주겠다고 약속해다오.”


다라스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영주님을 모시기 위해 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당신의 곁에서 있을 수 있다면 제겐 그것보다 큰 영광이 없을 겁니다.”


끝없이 쏟아지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음. 덕분에 가는 길이 외롭진 않겠구나.”


말을 마친 아온이 땅에 꽂혀 있던 칼을 쥐어 잡았다.


“자. 그럼 예전처럼 다시 날뛰어 볼까.”


쏜네스트의 병사들이 그들을 향해 활과 석궁을 조준했다. 한 마리의 거대한 곰이 대지를 뒤흔들 듯이 달려들었다. 어느새 날씨가 개어 눈부신 햇살이 대지를 비췄으나 하늘에선 붉은 피가 비를 대신하듯 끊임없이 흩날렸다.




* * * * * * *




“이 무슨 경우 없는 일이오!”


“아. 거 시끄럽구만. 귀 안 먹었으니 조용히 좀 하쇼.”


“저...저 자가!”


한바탕 싸움을 마치고 돌아온 베번은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의원회장으로 끌려왔다.


“자자. 진정들 하고 일단 모두 앉으시오.”


카만이 그들을 진정시키자 씩씩거리고 있는 젊은 의원이 할 수 없다는 듯이 자리를 잡고 착석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당신들이 따듯한 포그캐슬에서 궁둥짝이나 데우고 있을 동안 이 몸은 병사들이랑 흉악한 괴물을 무찌르고 왔건만.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지금 날 추궁하는 거요?”


베번이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고마워? 하! 오늘 그대가 한 행동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 행동인지 모르는가 보군. 우리 같은 지방 소도시에게 군사의 유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오? 경이 회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군사를 몰고 나간 틈을 타 만약 던리버의 몰락을 노리는 자들이 쳐들어 왔으면 어쩔 뻔 했소! 더욱이 지금같이 에이란 대륙에 크나큰 위험이 닥친 시기에 말이오.”


베번이 콧방귀를 꼈다. 그 모습을 본 젊은 의원은 더욱 열이 뻗쳐 소리쳤다.


“당신 같은 무능하고 영지에 위험을 몰고 오는 자들이 있기에 대 에노스 제국의 황제께서 혜안을 발휘하셔서 우리 같은 *위원회를 각 지역에 설치하신 것이오!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자는 당신과 이 던리버이임을! 이래서 피의 전쟁의 찌꺼기들은!”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베번의 주먹이 닿은 책상은 강한 힘으로 우그러져있었다.


“호오. 그래. 네놈 말 한번 잘했군. 드디어 스스로 던리버와 라마스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발언을 하는군! 지금 네놈이 발 딛고 서있는 이 땅이 네가 말한 찌꺼기 중에 하나인 데보너의 영지라는 것을 알고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가? 이 에노스의 개 같으니라고!”


“그만들 하시게!”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베번. 말이 지나치군요. 그리고 지금 같이 국가 정세가 뒤숭숭한 때에 정치적 성향을 띤 발언은 자제해 주시길 바라오. 클리온.”


이런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카리스마 있게 정리 할 수 있는 자는 의원회의 의장인 마칸 베이오른 뿐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에노스 왕가의 기수로써 충성을 바쳐온 베이오른가(家)의 사람으로. 긴 갈색 장발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얼굴, 한 치에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옷차림을 유지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냉철하고 권위적인 성격을 더욱 부각시켰다. 마칸은 위계질서에 자유분방한 베번이 쩔쩔매는 몇 안 되는 인물 중에 한 사람이었다.(그 사실에 베번은 항상 자신에게 분노했다.)

의원장의 차가운 한마디에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던 베번과 클리온은 화를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솔란트경. 확실히 오늘 있었던 일은 독단적으로 행한 위험한 일이었소. 원래대로라면 의결에 따라 죄를 물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대의 신속한 결정 덕분에 큰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을 감안하여 이번 일은 나의 재량권으로 없던 일로 하겠소.”


클리온과 다른 의원들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흥. 그러시던지. 에노스의 하인들이 나에 대해 뭐라 떠들던지 관심 없으니까.”


어느새 자리에 앉은 베번이 책상위에 발을 올리고 거만한 자세로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마칸이 조금 동요했으나 이내 마음을 추스렸다. 이마 위로 드리운 윤기 나는 갈색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마칸이 본제를 꺼냈다.


“정신없는 이런 시기에 갑작스럽게 의원회를 개최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오늘 회의를 통해 오늘 있었던 다곤의 마을 습격 원인과 더불어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에 대해 의논하고자 함입니다.”



*의원회- 태양제국 에노스는 겉으론 단일 군주제로써 왕권국가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론 다른 군주들에게 '폰'이라는 족쇄를 채워 이룬 연맹 국가이다. 따라서 에노스 황제의 힘과 권력을 유지, 각 국가들에 대한 감시 및 영향력 행사를 위해 각각의 나라 및 지방에 크고 작은 의원회를 세웠다. 의원회의 장은 에노스에서 직접 선출하며 나머지는 에노스와 자치령의 합의 하에 일정수를 선출한다. 자치령의 선택권이 있긴 하나 명백히 에노스의 기관이므로 단체의 성향은 상당히 편향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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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 피바람(1) 14.09.10 78 2 7쪽
13 #2. 보랏빛 저주(8) 14.09.09 95 3 9쪽
12 #2. 보랏빛 저주(7) 14.09.08 104 3 7쪽
11 #2. 보랏빛 저주(6) 14.09.07 116 3 8쪽
10 #2. 보랏빛 저주(5) 14.09.06 47 4 7쪽
9 #2. 보랏빛 저주(4) +1 14.09.06 49 4 7쪽
8 #2. 보랏빛 저주(3) 14.09.06 76 5 7쪽
7 #2. 보랏빛 저주(2) 14.08.31 150 5 7쪽
6 #2. 보랏빛 저주(1) 14.08.31 134 5 7쪽
5 #1. 눈물의 아이(4) +2 14.08.31 180 6 9쪽
4 #1. 눈물의 아이(3) 14.08.31 165 5 8쪽
3 #1. 눈물의 아이(2) +2 14.08.31 122 6 7쪽
2 1.라마스(RAMAS)-#1. 눈물의 아이(1) +1 14.08.31 142 6 7쪽
1 #0. Prologue +4 14.08.31 187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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