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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의 닭장

BARREN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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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
작품등록일 :
2014.08.31 17:44
최근연재일 :
2014.09.11 20: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20
추천수 :
63
글자수 :
47,440

작성
14.09.10 14:13
조회
77
추천
2
글자
7쪽

#3. 피바람(1)

DUMMY

아온이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문 반대편엔 완전 무장을 한 병사 수십 명이 적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아온의 무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의 가슴팍에는 쏜네스트를 상징하는 노란 장미가 선명히 새겨져있었다. 전투태세를 완벽히 갖추고 있어 그들이 아온의 일행을 환영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했다.


“이건 무슨 의미지?”


아온이 경계를 하며 등에 매고 있던 거대한 칼을 뽑아 들자. 그의 뒤를 따르던 자들도 일제히 손에 무기를 꺼내 들었다. 묵직한 긴장감이 주위를 감쌌다. 쏜네스트의 병사들 사이에서 말을 탄 자가 아온의 무리 앞으로 다가와 소리쳤다. 그의 갑옷은 금빛 장신구로 한껏 치장되어 있어 한눈에 봐도 그가 군사들의 사령관이라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었다.


“칼을 내려라! 던리버의 영주 아온 데보너! 당신을 황제 암살 및 에이란의 평화를 해치려 한 죄로 이 자리에서 즉결 처형하겠다!”


치렁치렁한 기사의 엄포에 아온의 무리가 술렁거렸다.


“어이. 저 광대(충분히 그래 보였다.)가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황제 암살? 평화를 해치려고 해?”


“저 녀석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군.”


아온은 말에 내리자마자 손에 쥔 거대한 무기를 땅바닥을 향해 내리 찍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울리는 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의 충격이었다. 기사가 타고 있던 말이 깜짝 놀라 몸을 흔드는 바람에 그대로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순식간에 술렁거리던 무리가 조용해졌다.


“이...이 녀석! 무슨 짓이야!”


기사의 찬란히 빛나는 갑옷이 흙탕물을 흠뻑 뒤집어썼다.


“폰께서 직접 하달하신 명령인가.”


아온이 쓰러져있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쏜네스트의 병사들이 그를 제지하려는 동작을 취했다. 하지만 그의 풍채와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모두 겁을 집어 먹어 행동으로 옮기려 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금빛의 기사는 치욕감에 부들부들 떨었다.


“다시 한 번 묻지. 쏜네스트의 군주께서 직접 이 일을 명하셨나.”


“배신자 녀석에게 들려줄 말 따윈 없다! 감히 뻔뻔하게 쏜네스트에 오다니. 게다가 겨우 이정도 병력으로 철벽의 성을 무너뜨릴 작정이었나! 하! 아주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과거의 용맹했던 스톤베어가 한낱 시궁창 쥐새끼가 되었군. 사내대장부가 비겁하게 암살 따위를 자행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기사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눈앞에 있는 거대한 사내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긴 정적이 흘렀다. 스톤베어에게 저런 모욕을 준 자의 결과는 뻔했기 때문에 차마 일어날 수 없을 일을 목도한 병사들은 지레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모두가 예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온은 아무 말 없이 들고 있던 검을 다시 들쳐 매고는 자신의 무리로 돌아갔다.

얼굴에 묻은 침을 닦지도 않은 채 걸어오는 아온을 바라본 병사들이 화가 잔뜩 나 소리쳤다.

“영주님!”


“이건 사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는 계속 던리버에서!”


“저 무례한 놈을 저대로 두실 겁니까!”


“그만.”


아온이 손을 들어 무리를 저지했다.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병사들은 그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늘에선 계속해서 비가 오고 있었다. 아온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세찬 빗줄기가 그의 얼굴을 쉬지 않고 때려댔다. 던리버의 병사들과 쏜네스트의 병사들은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짧은 시간이 흐른 뒤 아온은 무엇인가 결심한 듯 자신의 무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들의 말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그것이 라마스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다. 다만 이 일은 나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일. 다라스. 이들을 데리고 던리버로 돌아가라. 난 이곳에 남아 폰의 명을 받들겠다.”


“영주님!”


다른 병사들과 마찬 가지로 비를 맞아 볼품없는 모습의 기사가 울부짖었다.


“다라스. 영주로써. 네 상관으로써. 명령한다. 이들을 데리고 당장 던리버로 돌아가.”


아온의 말에 힘이 들어갔다.


“누구 멋대로 군사를 돌리는 건가 이 배신자 녀석! 너희 모두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너희뿐 아니라 네 녀석들의 고향도 라마스의 심판을 피해갈 수 없어. 너희 던리버는 이 에이란에서 영원히 말살될 것이다!”


진흙탕에 넘어져 있던 기사가 겨우 일어나면서 냅다 소리를 질렀다.


“내 오늘 반드시 저 녀석의 목을 따고 말테다!”


“오냐! 어디 한번 덤벼보아라! 반역자 놈들아!”


기사의 말을 시작으로 양측에서 흘러나오는 살기가 일촉즉발에 다다랐다. 아온 역시 그의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순간 그의 머리에 던리버에 두고 온 가족의 얼굴이 떠올랐다. 호화롭진 않지만 아늑했던 자신의 방, 그 방에서 함께 사랑을 나누던 아름다운 아내, 언제까지고 함께 할 거라 생각했던 아이들, 즐거운 식사, 보랏빛 해안, 정감 넘치는 마을.

그 모든 것이 사라진다. 잔인한 무기에 의해 짓밟히고 부서진다. 불타는 화염에 한 줌의 재가 된다. 목적 없는 전쟁의 재물이 된다.

이 모든 것들이 생각에 미치자. 아온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가 쥔 주먹에선 손톱이 살에 박혀 피가 흘렀다.


“예상은 했다만...역시 나 하나론 해결할 수 없는 건가.”


아온이 중얼거렸다.


“응? 하하하! 어리석구나! 한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가 반란을 일으키면 어떻게 되는지 너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터! 이제 와서 겁을 먹은 겐가? 전장의 스톤베어! 과거의 영광 따윈 정말로 바다에 집어 던졌나 보구나! 보아라! 이것이 대 에노스 제국을 향해 칼을 들이민 자의 말로다!”


기사의 힐난에 쏜네스트 병사들 사이에서 아온을 향한 온갖 야유와 조소가 흘러나왔다.


‘미안하오. 세이라. 얘들아. 이 방법밖엔 없구나.’


아온이 병사들과 박장대소를 하고 있는 찬란한 기사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응? 뭐야. 이제 와서 무릎 꿇고 살려주십사 하는 마음이라도 생긴건가? 혹여 그렇게라도 한다면 내 필히 정성을 봐서 네 가족들만큼은 깔끔하게 참형(斬刑)으로 끝을 내주는 아량을 베풀어 주마.”


찰나였다. 그 순간 세상 모든 것이 정지한 것만 같았다. 줄기차게 쏟아지던 빗방울마저도 시간의 흐름을 거역한 듯 멈추었다.


시간이 정신을 차리고, 빗방울이 자신의 길을 되찾아 쏟아 내렸을 땐 이미 영주의 손에 들린 커다란 칼끝에선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피가 떨어져 고인 웅덩이 옆에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눈조차 감지 못한 기사의 머리가 떨어져있었다.


“내 가족. 내 고향은 네 녀석 따위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게 아니야. 재수 없는 금빛 애송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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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 피바람(2) 14.09.11 106 1 9쪽
» #3. 피바람(1) 14.09.10 77 2 7쪽
13 #2. 보랏빛 저주(8) 14.09.09 95 3 9쪽
12 #2. 보랏빛 저주(7) 14.09.08 104 3 7쪽
11 #2. 보랏빛 저주(6) 14.09.07 116 3 8쪽
10 #2. 보랏빛 저주(5) 14.09.06 47 4 7쪽
9 #2. 보랏빛 저주(4) +1 14.09.06 49 4 7쪽
8 #2. 보랏빛 저주(3) 14.09.06 76 5 7쪽
7 #2. 보랏빛 저주(2) 14.08.31 150 5 7쪽
6 #2. 보랏빛 저주(1) 14.08.31 133 5 7쪽
5 #1. 눈물의 아이(4) +2 14.08.31 180 6 9쪽
4 #1. 눈물의 아이(3) 14.08.31 165 5 8쪽
3 #1. 눈물의 아이(2) +2 14.08.31 122 6 7쪽
2 1.라마스(RAMAS)-#1. 눈물의 아이(1) +1 14.08.31 142 6 7쪽
1 #0. Prologue +4 14.08.31 187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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