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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의 닭장

BARREN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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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
작품등록일 :
2014.08.31 17:44
최근연재일 :
2014.09.11 20: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19
추천수 :
63
글자수 :
47,440

작성
14.08.31 18:17
조회
149
추천
5
글자
7쪽

#2. 보랏빛 저주(2)

DUMMY

여기저기 기름때가 묻어서 지저분한 소녀의 뺨 위로 눈물이 흘렀다.


리나가 이런 거친 곳에서 일하게 된 것은 3년 전 이맘때였다. 뱃사람이었던 그녀의 부모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배를 타고 나갔다가 바다의 악마라고 불리는 다곤에 의해 배가 침몰해 목숨을 잃었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 충격에 빠진 그녀를 불쌍히 여겨 거두어들인 것이 술집 주인 래드였다. 그녀의 부모와 친분이 있었던 래드는 그녀를 친 딸처럼 대해주었고, 리나도 그런 래드에게 도움이 되고자 시키지도 않은 주점 일을 도왔던 것이다.


차가운 바람이 창문 틈새로 스며들어 왔다. 흐르는 눈물을 닦은 리나는 모질게 들어오는 바람을 막으려고 창가로 다가섰다.


‘응? 저게 뭐지?’


리나의 눈길이 닿은 곳은 불이 꺼진 부두였다. 파도는 평소와 같이 잔잔하고 차디찬 겨울바람은 여전했지만. 한 가지 눈에 띄도록 이상한 것이 보였다. 검은색의 형체가 부두 앞바다에 무엇인가를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바다에 떨어진 가루 같은 것은 묘한 불빛을 내더니 이내 가라앉았다. 리나는 호기심이 생겨 래드 몰래 주점을 빠져나와 부둣가로 나왔다.


‘이상하네. 방금 까지 여기 있었는데? 어디로 간거지?'


검은 물체가 있던 곳은 겉보기엔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그곳의 공기는 이상하리만큼 무겁고 답답했다.


“안녕?”


“꺄아아아아아악!”


리나의 뒤에서 누군가가 불쑥 말을 걸어왔다.


“아! 이거 미안해. 놀라게 했구나. 하하... 겁내지 마렴. 이상한 사람 아니란다.”


사내에게서 나는 고약한 악취를 제외하곤, 어떠한 악의나 수상하게 보이는 점은 없었다. 리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휴우...죄송해요. 전 또 아까 술집에 있던 사람인줄 알고...”


“술집? 아!... 저기 저 가게에서 일하는구나?”


“네. 맞아요. 그렇다고 뭐 종업원은 아니고요. 그냥 아빠를 도와주는 정도에요. 저희 아빠가 저 가게 주인이거든요.”


리나는 래드 앞에선 부끄러워서 아저씨란 말만 했지만. 남들 앞에서는 거리낌 없이 아빠라고 소개했다.(래드가 직접 들으면 감동에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래? 근데 가게의 따님이 이런 야심한 새벽에 무슨 일로 이런 곳에 나와 계실까? 어린 숙녀가 혼자 이런 곳에 나오면 못 써요.”


사내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나긋나긋이 말했다.


“그냥 좀 답답해서요. 하루 종일 식당에서 아저씨들 땀 냄새랑 술 냄새와 섞여 있으면 정말 죽을 맛이라니까요? 마침 부둣가에서 상쾌한 바람이 불 길래 한번 나와 봤어요.”


리나는 이렇게 말하곤 정말 못 참겠다는 듯이 혀를 메- 하고 내밀었다.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은 자각하지 못했다.


“아저씨는 왜 이런데 계세요? 흠... 행색을 보아하니 꽤나 오랫동안 씻지도 못한 거 같은데... 괜찮으시면 저희 가게에서 머물다 가세요! 저희 가게는 술집이랑 여관을 같이 하고 있거든요. 가격도 괜찮게 해드릴게요! 어떠세요?”


리나는 누가 래드의 딸(친 딸은 아니지만) 아니랄까봐 장사꾼의 기질을 발휘해 신속한 호객행위를 했다.


“아! 괜찮단다. 급히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얘야 혹시 *포그캐슬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 수 있을까?”


사내는 단칼에 리나의 호객행위를 거절한 뒤(리나는 시무룩해졌다.) 이리저리 길을 찾는 듯한 시늉을 하며 물었다.


“영주님의 성이라면 저기 보이는 저 다리를 건너서 쭉 가다보면 나올거에요.”


리엔나는 손가락으로 오래된 돌다리를 가리켰다.


‘잠깐. 포그캐슬에 볼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짧은 찰나 리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급히 무릎을 굽히고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높으신 분인 줄 몰라 뵙고 버릇없이 행동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눈앞의 소녀를 보며 사내는 잠시 동안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온화한 미소를 띠며 엎드려 있는 리나를 일으켜 세웠다.


“아! 일어나렴. 무슨 오해가 있었나 보구나. 난 귀족이나 그런 높은 위치의 사람이 아닌 단순한 전령사란다.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괜찮아.”


리나는 어리둥절해하며 일어났다.


“어쨌든 길을 알려줘서 고맙구나. 자. 여기 이건 내가 헤매지 않도록 도와준 보답이란다.”


사내는 품 안에서 묵직한 주머니를 꺼낸 뒤 소녀의 손에 쥐어줬다.주머니 안에는 금화가 가득했다. 놀란 리나는 큰 소리가 나올 뻔 했지만. 자신을 전령사라고 밝힌 사내가 쉿- 하면서 본인에 입에 손을 가져다 댄 것을 보고는 가까스로 터져 나오는 탄성을 참아내었다.


“이건 고마움의 표시와 덤으로 입막음의 대가란다. 나는 지금 굉장히 중요한 일을 맡고 있거든. 그러니까 누구에게도 나를 봤다는 얘기를 해선 안돼. 알겠니?”


부드럽지만 묘하게 압박을 주는 미소에 리엔나는 그저 얼이 빠진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궁금한게 있었는데 말이야... 저 건물에서 바라본 부둣가의 풍경은 확실히 아름답겠지?”


사내는 리나의 집인 ‘뱃고동 술집’을 가리키며 물었다. 리나는 말할 때 마다 미묘한 감탄사를 붙이는 이 사내에게 왠지 모를 위압감을 느껴 허둥지둥 둘러말했다.


“음... 풍경이요? 글쎄요? 저희 가게에선 이 부둣가는 너무 어두워서 아마 안 보일걸요? 가게 바로 앞에 있는 선박장이면 몰라도요.”


거짓말이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거짓말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리나는 어려서부터 넓은 바다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멀리 그리고 잘 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은 보지 못했을 새벽의 부둣가도 선명하게 보았던 것이다.


“역시 그렇겠지? 아! 그냥 잠시 궁금해져서 말이야. 하하. 자 그럼 친절한 아가씨? 난 이만 가보도록 하마. 너도 어서 들어가렴. 아까도 말했지만 이런 새벽에 혼자 바닷가 근처에 있는 것은 정말 위험하단다. 특히나 이런 이상한 겨울엔 말이야.”


전령사는 말을 타고 리나가 알려준 길을 향해 달려갔다. 시야에서 그 사내가 사라지자 리나는 왠지 모르게 힘이 풀려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상한 사람이야...정말 이상한 사람이었어.’


리나는 일어나서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손엔 사내가 쥐어준 금화 주머니가 묵직한 자태를 뽐내며 흔들거렸다.



*포그캐슬(Fogcastle)- 던리버 지방의 영주의 성. 데보너 가문이 대대로 물려 받았다. 항상 성채 주변에 안개가 자욱해 포그캐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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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 피바람(2) 14.09.11 106 1 9쪽
14 #3. 피바람(1) 14.09.10 77 2 7쪽
13 #2. 보랏빛 저주(8) 14.09.09 95 3 9쪽
12 #2. 보랏빛 저주(7) 14.09.08 104 3 7쪽
11 #2. 보랏빛 저주(6) 14.09.07 116 3 8쪽
10 #2. 보랏빛 저주(5) 14.09.06 47 4 7쪽
9 #2. 보랏빛 저주(4) +1 14.09.06 49 4 7쪽
8 #2. 보랏빛 저주(3) 14.09.06 76 5 7쪽
» #2. 보랏빛 저주(2) 14.08.31 150 5 7쪽
6 #2. 보랏빛 저주(1) 14.08.31 133 5 7쪽
5 #1. 눈물의 아이(4) +2 14.08.31 180 6 9쪽
4 #1. 눈물의 아이(3) 14.08.31 165 5 8쪽
3 #1. 눈물의 아이(2) +2 14.08.31 122 6 7쪽
2 1.라마스(RAMAS)-#1. 눈물의 아이(1) +1 14.08.31 142 6 7쪽
1 #0. Prologue +4 14.08.31 187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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