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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의 닭장

BARREN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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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
작품등록일 :
2014.08.31 17:44
최근연재일 :
2014.09.11 20: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25
추천수 :
63
글자수 :
47,440

작성
14.09.06 13:48
조회
47
추천
4
글자
7쪽

#2. 보랏빛 저주(5)

DUMMY

“갑작스럽지만 바로 오늘 쏜네스트로 출발할 예정이야.”


세이라의 표정이 굳었다.


“당연히 저희도 같이 가는 거죠?”


“아니. 원탁회의에는 나 혼자 갈거야.”


아온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순 없어요. 아온. 황제가 죽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이런 시기에 단독으로 움직인다는 건...”


세이라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는 말끝을 흐렸다.


“세이라. 이런 시기이기에 더욱이 당신들을 데려 갈수 없어. 미안해. 금방 마치고 돌아올게.”


“그럼. 하다못해 베번과 동행하세요. 그 라도 당신과 함께 있으면 그나마 위안이 될 것 같아요.”


아온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베번은 내가 떠나있는 동안 던리버를 지키고 있을거야. 이미 어제 얘기가 끝났어. 아이들과 당신은 그가 지켜줄 거야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줘.”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아온도 가족들을 던리버에 남겨둔 채 떠나는 것이 불안했다. 하지만 자신과 오랜 시간 같이 지내온 베번이라면 맡길 수 있다. 아온은 이렇게 생각했다.


“아온...”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말아줘. 오후에 바로 준비를 마치고 떠날 예정이야. 베번이 엄선한 정예 병사들도 함께 가니 너무 걱정하지 마.”


자리를 뜨는 아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세이라는 왠지 모를 불안함을 도저히 감출 수가 없었다.


“어머니. 아버진 괜찮으시겠죠?”


“당연히 괜찮으시지 멍청아!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강한 분인지 잘 알고 있잖아. 걱정 따윈 하지 않아도 돼.”


맨날 놀리고 괴롭히기만 했지만 이럴 때면 어엿한 형의 모습을 보여주는 로낙이었다.


“로낙의 말이 맞단다. 한스. 네 아버진 아무 일 없으실 거야. 자 식사 마쳤으면 어서 올라가렴. 아버지 배웅해드려야지.”


아온의 짐은 조촐했다. 던리버에서 쏜네스트까지는 험한 길이 많지 않아 하루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전례 없는 긴 겨울이 이어지는 이상 얼마나 걸릴지는 예상할 수 없었기에 아온은 두툼한 털 망토를 둘렀다. 그리곤 벽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묵직한 쇳덩이를 등에 매었다.

이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쇳덩이의 정체는 바로 피의 전쟁 당시 그 유명한 ‘광야의 기사’를 두 동강낸 ‘프레스’ 라는 이름이 붙은 검이었는데 그 묵직한 무게 때문에 아온 외의 사람은 드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날은 아직도 무엇이든 벨 수 있을 것처럼 번뜩거렸지만 다 헤져서 너덜너덜한 손잡이 부분과 피와 알 수 없는 액체로 녹슬어 있는 장식부분이 이 칼의 세월의 흔적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꼼꼼히 장구류를 점검한 아온은 창문을 통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보았다. 그들에겐 아무걱정 하지 말라고 자신한 아온이었지만 자신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으리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온.”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아온을 누군가가 불렀다.


“베번.”


아온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무슨 회의를 하러 가는 사람 모습이 그 모양이야. 누가 보면 전쟁이라도 치르러 가는 줄 알겠구만.”


아온이 피식 웃었다.


“여전히 네 감은 못 속이겠어 베번. 그래 난 어떻게 보면 전쟁을 치르러 가는지도 모르겠군.”


베번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본 아온도 말없이 오랜 친구를 쳐다보았다. 한참동안의 정적이 흐르다 베번이 입을 열었다.


“이봐 아온. 왜 내가 남은여생을 편하게 살 수 있었는데도 이렇게 생고생을 해가면서 포그캐슬에 남아있는 줄 알아? 바로 너의 이런 점 때문이야. 아온 우린 이제 과거의 전쟁터에서 싸우던 전사들이 아니야. 한물 간 퇴물들이라고. 힘들고 더러운 일들은 이제 어린녀석들에게 맡기란 말이야. 게다가 너에겐 이제 가족들도 있어. 아내와 그 어린 녀석들을 지키는게 이깟 변방 지방을 구하는 것 따위 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해.”


“베번...난...”


“알아. 안다고. 그 망할 책임감이라는 녀석. 나도 더 이상 말리진 않을게. 하지만 이번 일을 안전하게 끝내고 돌아와야 나라를 구하든 삶아 먹든지 할 수 있다는걸 알아둬.”


베번이 진지한 눈을 하고 아온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래. 고마워. 그리고 일전에 이야기 했던 세이라랑 아이들...”


“오냐오냐. 가족들에게는 개미 한 마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마. 빌어먹을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고 어서 출발해버려.”


말은 거칠었지만 그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믿고 가족을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자이었기에 아온은 군말 않고 그의 말을 믿었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지.”


묵직한 장비의 무게를 느끼며 아온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에게 향했다.


* * * * * * *


하루가 저물고 고된 피로를 풀기 위해 모인 뱃사람들로 ‘뱃고동 술집’은 언제나처럼 북적거렸다.


“오늘 영주가 던리버를 떠나 쏜네스트로 갔다지?”


“우리 영주 뿐만 아니라 라마스의 다른 영주들도 모두 소집되었다고 하더군. 뭔가 큰일이라도 생긴건가.”


“뭔 상관이야. 지금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그 높으신 분들이 뭘 하든 우리랑은 상관없어. 이 빌어먹을 겨울을 피해 따뜻한 곳으로 여행이라도 간 모양이지.”


테이블에 둘러앉은 어부 패거리가 풍문을 공유하고 있었다. 대륙의 여러 지방과 교류하는 어부들의 소식통은 그 어떤 전령보다 빠르고 넓게 퍼졌다. 주로 신빙성 없는 소문이 대부분이었지만 개중에는 은밀하고 퍼져서는 안 될 소문들도 종종 섞이기도 했다.


“에노스의 태양왕이 암살되었다고 하더군.”


그들의 뒤쪽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사내가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어허! 저 사람이! 말조심 하게나. 함부로 입 놀리다가 큰일 날 사람이구만.”


“말이라... 그래 소문은 사람을 죽음으로 이끄는 좋은 도구이지...”


사내는 기분 나쁜 분위기를 한껏 풍겼다. 그가 걸치고 있는 검은 넝마는 이를 보란 듯이 더 배가시키고 있었다.


“소문 하니 말인데. 던리버의 영주가 반란을 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더군. 이번 쏜네스트 원정도 라마스를 무너뜨리기 위함이라지.”


“저...저! 이 사람아 내 자네를 위해 충고하네만. 소문도 소문이지만 이곳에서 던리버의 영주에 대해 신빙성 없는 그런 무서운 말을 함부로 했다가는 경비병에게 잡혀 갈 걸세!”


어부들의 말에 사내는 음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과연. 어떠할지...”


바로 그때 누군가가 술집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큰...큰일이야! 데보너가! 던리버의 영주가! 에노스를 상대로 반역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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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 피바람(2) 14.09.11 107 1 9쪽
14 #3. 피바람(1) 14.09.10 78 2 7쪽
13 #2. 보랏빛 저주(8) 14.09.09 96 3 9쪽
12 #2. 보랏빛 저주(7) 14.09.08 104 3 7쪽
11 #2. 보랏빛 저주(6) 14.09.07 116 3 8쪽
» #2. 보랏빛 저주(5) 14.09.06 48 4 7쪽
9 #2. 보랏빛 저주(4) +1 14.09.06 49 4 7쪽
8 #2. 보랏빛 저주(3) 14.09.06 76 5 7쪽
7 #2. 보랏빛 저주(2) 14.08.31 150 5 7쪽
6 #2. 보랏빛 저주(1) 14.08.31 134 5 7쪽
5 #1. 눈물의 아이(4) +2 14.08.31 180 6 9쪽
4 #1. 눈물의 아이(3) 14.08.31 165 5 8쪽
3 #1. 눈물의 아이(2) +2 14.08.31 122 6 7쪽
2 1.라마스(RAMAS)-#1. 눈물의 아이(1) +1 14.08.31 142 6 7쪽
1 #0. Prologue +4 14.08.31 188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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