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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의 닭장

BARREN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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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
작품등록일 :
2014.08.31 17:44
최근연재일 :
2014.09.11 20: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18
추천수 :
63
글자수 :
47,440

작성
14.09.08 13:23
조회
103
추천
3
글자
7쪽

#2. 보랏빛 저주(7)

DUMMY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누구의 허락을 받고 마음대로 군사를 움직이는 것이오?”


아닌 밤중의 소란에 잠이 깬 자들이 있었다.


“영주님이 안 계신 지금은 원로회의 동의를 받아야 군사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은 거요? 솔란트경!”


병사들을 향해 서 있는 베번의 뒤로 원로의원들과 간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에게 따지듯이 항의했다. 하지만 베번은 그들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무심히 말했다.


“댁들이 항상 책상에 모여앉아 방법을 구걸하는 동안 우리는 행동으로 옮기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영양가 없는 대화는 우리가 일을 마무리 지은 뒤에 지지고 볶든지 알아서 하라고.”


베번의 일침에 무리가 술렁거렸다. 병사들 사이에서 간간히 의원들을 비웃는 듯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상황을 의식한 의원 중 한명이 소리를 높여 베번에게 소리쳤다.


“이 못 배워먹은 녀석이! 영주님께서 친구라고 높은 자리에 앉혀 주었더니 이젠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분노에 차 씩씩거리고 있는 의원에게 베번이 말없이 다가섰다.


“뭐..뭐야!”


“잘 들어. 한번만 더 내게 그딴 소리를 지껄였다간 네 녀석의 혀를 뽑아 생선 미끼로 사용할 테다.”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베번이 속삭였다. 차분한 목소리와 달리 그의 갈색 눈동자는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의원은 자신이 겁에 질려 수차례 뒷걸음 쳤다는 사실을 눈치 채곤 치욕감과 분노에 얼굴을 숙이고 돌아갔다. 베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중압감을 함께 목도한 다른 자들도 주춤거리며 의원을 뒤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솔란트경. 이번 일은 영주께서 돌아오시는 날에 꼭 죄를 물을 것이니 그리 아시오.”


무리 중 한사람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엄포한 뒤 잰걸음으로 뛰어갔다.


“흥! 입만 살은 애송이들 같으니. 아온이 다른 것은 몰라도 저 멍청한 것들을 선출해낸 것만은 정말 이해 할 수가 없어.”


“대장님.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병사 한명이 베번의 곁에 다가와 보고했다.


“좋아. 그럼 어디 사냥을 시작해볼까.”


베번이 눈을 번뜩거리며 어깨를 붕붕 돌려댔다.


* * * * * * *


“아저씨!”


“... 리나! 난 괜찮다! 다친데 없니?”


“네. 살짝 긁힌 거 외에는 문제없어요.”


가게 천장을 부수고 들어온 괴물에 의해 잔해가 래드와 리나를 덮쳤다. 쓰러져있는 래드와 리나를 앞에 두고 괴물은 가게를 부수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칸 신이시여! 도대체 다곤이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 거야! 저것이 육지로 올라오는 일은 없을 텐데!”


“다곤...이라구요?”


그 이름을 들은 순간 리나의 눈이 공포로 흔들렸다. 지금 자신들의 위에서 가차 없이 건물을 부수고 있는 녀석이 자신의 부모의 생명을 앗아간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리나는 발끝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녀석이 한 눈 팔고 있는 동안 몰래 빠져 나가야겠군.’


래드가 리나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려했다.


“리나?”


래드의 부름에도 그녀는 아무 답이나 미동이 없었다. 리나의 얼굴은 너무나 창백해 마치 피가 다 빨린 시체마냥 차가웠다. 래드는 어쩔 수 없이 넋이 나간 그녀를 들쳐 매곤 여차저차 부서진 가게 문까지 가까스로 도달했다. 두 사람 위로 다곤이 씹고 있는 나무 부스러기가 떨어져 내렸다.


“지금이야.”


래드가 신호를 보냈다. 다시 정신을 차린 리나가 식사가 한창인 괴물 아래로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면서 기어나갔다. 그녀의 주위로 역겨운 액체가 악취를 풍기며 뚝뚝 떨어졌다.


‘우윽.’


리나는 다곤의 입에서 흘러나온 점액에 구역질이 났지만 억지로 참고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한다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전진했다. 간신히 밖으로 빠져 나온 리나는 아직 가게 안에 있는 래드에게 빨리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녀가 안전하게 나간 것을 확인한 래드는 그제서야 등에 맨 가방을 내려 손에 쥔 채로 엉금엉금 기어나가기 시작했다.


“꺄아악!”


리나가 비명을 질렀다. 괴물이 하던 것을 멈추고 가만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괴물의 눈이 그의 눈과 마주쳤다. 순간 래드는 등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자 이윽고 괴물이 그를 향해 커다란 입을 벌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굉음을 내뱉었다.


“이런 젠장!”


래드는 가방에서 작은 식칼을 꺼내 눈앞의 거대한 괴물을 마주했다.


“오냐! 어디 한번 덤벼봐라! 이 개자식아!”


커다란 입이 쩌 억 벌려지며 래드의 왼편 몸통을 집어삼켰다. 그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으으악!”


래드가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온 몸에서 잔인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손에 쥔 식칼은 덧없이 허공만 가르고 있었다.


“아저씨! 아... 아저씨!”


충격에 빠진 소녀가 비명을 질러대었다.

입에 물고 있는 사냥감에 관심을 쏟고 있는 다곤의 등에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커다란 불길이 치솟았다.


“크와아아악!”


다곤이 울부짖으며 입안에 있던 것을 떨어뜨리고 자신을 공격한 자들을 향해 방향을 돌렸다.


“이런! 녀석이 아직 멀쩡하다! 유황병을 더 가져와!”


“으왓! 이쪽으로 오고 있다!”


“대열을 흩트리지 마라!”


뒤늦게 도착한 군사들이 괴물과 교전에 들어갔다. 다곤이 꼬리를 휘두르자 수십 명이 한 번에 나가떨어졌다.


“으아악!”


“이 괴물녀석이!”


뒤에 위치하고 있던 경기병들이 괴물의 몸통에 기다란 창을 꽂아 넣었다. 괴물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흔들자 병사들이 잡고 있던 창이 나뭇가지 마냥 부서졌다.


“음. 생각했던 것 보단 작은 녀석이군. 계속해서 병을 던져라! 녀석은 불에 약하다!”


베번이 다곤을 향해 유황병을 던지면서 소리쳤다. 그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허리춤에 매었던 병을 꺼내들어 괴물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화염에 휩싸인 다곤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바닷가로 달려갔다.


“어딜 도망가려고! 마을을 엉망으로 만든 죗값은 치르고 가야지!”


베번이 칼을 꺼내들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건물 지붕위로 올라갔다. 엄청난 속도로 달아나는 다곤과 자신의 거리를 재고는 그것이 사정거리에 다가오는 동시에 높이 뛰어올라 불에 휩싸인 괴물의 목덜미에 안착했다. 거센 몸부림에 하마터면 떨어질 뻔 했으나 이내 자세를 바로 잡았다. 마치 계산 된 동작마냥 베번은 신속하게 칼을 고쳐잡곤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하늘에서 칼끝이 불빛에 번뜩거렸다.


“죽어라! 이 생선대가리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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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 피바람(2) 14.09.11 106 1 9쪽
14 #3. 피바람(1) 14.09.10 77 2 7쪽
13 #2. 보랏빛 저주(8) 14.09.09 95 3 9쪽
» #2. 보랏빛 저주(7) 14.09.08 104 3 7쪽
11 #2. 보랏빛 저주(6) 14.09.07 116 3 8쪽
10 #2. 보랏빛 저주(5) 14.09.06 47 4 7쪽
9 #2. 보랏빛 저주(4) +1 14.09.06 49 4 7쪽
8 #2. 보랏빛 저주(3) 14.09.06 76 5 7쪽
7 #2. 보랏빛 저주(2) 14.08.31 149 5 7쪽
6 #2. 보랏빛 저주(1) 14.08.31 133 5 7쪽
5 #1. 눈물의 아이(4) +2 14.08.31 180 6 9쪽
4 #1. 눈물의 아이(3) 14.08.31 165 5 8쪽
3 #1. 눈물의 아이(2) +2 14.08.31 122 6 7쪽
2 1.라마스(RAMAS)-#1. 눈물의 아이(1) +1 14.08.31 142 6 7쪽
1 #0. Prologue +4 14.08.31 187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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