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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의 닭장

BARREN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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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
작품등록일 :
2014.08.31 17:44
최근연재일 :
2014.09.11 20: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17
추천수 :
63
글자수 :
47,440

작성
14.08.31 17:51
조회
141
추천
6
글자
7쪽

1.라마스(RAMAS)-#1. 눈물의 아이(1)

DUMMY

“으헉!”


짧지만 선명한 신음소리가 시리도록 차가운 새벽바람에 섞여 흩어졌다. 해가 떠오를 시간이 가까웠지만 아직도 하늘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어두웠다.


검은 넝마를 뒤집어쓴 괴한은 아무렇지 않게 피 묻은 단검을 죽은 상대방의 옷에 스윽 닦아 내었다. 거무죽죽한 오물을 닦아낸 칼날은 깨끗함을 뽐내듯 타오르는 횃불에 일렁거리며 춤을 추었다.


“거기 누구냐!”


보초를 서고 있던 경비병이 날붙이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귀찮게 되었군...”


남자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품안에 손을 넣어 자그마한 바늘을 꺼내 들었다.


“재차 묻지 않겠다. 당장 신분을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손에 들려있던 바늘은 어느 샌가 경비병의 두꺼운 투구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경비병은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얼음장 같이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생명을 잃어버린 사자(死者)의 입김이 길 잃은 안개와 같이 뿜어져 나왔다. 남자는 차가운 길바닥에 엎어져있는 시신은 신경도 쓰지 않고 본래의 목적을 향해 소리 없이 내달렸다.


한참을 달려 나타난 거대한 초록색 건물을 마주한 사내는 준비해온 갈고리와 로프를 이용해 건물 위쪽틈새에 고정했다. 거대한 건물은 각종 식물과 풀로 덮혀있어 마치 하나의 큰 산을 보는 것만 같았다.

로프를 타고 순식간에 꼭대기에 다다른 남자는 창문 옆에 얼기설기 얽혀있는 넝쿨들을 신경질적으로 뜯어낸 후, 속살을 드러낸 벽돌에 고리를 꽂아 넣었다. 단단히 고정이 된 것을 확인한 그는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능숙하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한마디로 조용했다. 커다란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백발의 노인을 제외하곤 인기척 하나 없었다. 남자는 노인을 뒤로한 채 거대한 방 또는 홀을 마치 구경이라도 하듯이 빙 둘러 보았다.

방 안은 온통 비싸 보이는 물건들로만 가득했다. 적나라하게 자신이 사치품임을 과시하고 있는 물품들은 그 방의 분위기며 색상과 너무도 잘 어울려 원래부터 꼭 거기 있어야 할 것 같은 인상을 풍겼다.

둥근 돔 형태의 천장부터 시작해 벽에는 온통 붉은색의 커튼이 쳐있었다. 커튼에는 금실로 새겨진 자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태양을 딛고 올라서 있는 사자의 위용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었다. 자수는 어두운 방안에서 달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사자를 바라보며 남자는 필시 예술과 문화에 미개한 *하쉬락(Harshrock)의 야만인일 지라도 이를 보면 감동할 것이라 생각했다.

방안의 모든 가구들은 새것은 아니었으나 한 눈에 봐도 좋은 재료와 명 장인이 심혈을 들여 만든 명품이었다. 한 치의 오차나 먼지 한 톨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매일 아침 청소부가 주인의 마음에 들도록 꼼꼼히 청소했으리라.

섬뜩할 정도로 정갈한 방의 풍경에 암살자는 한동안 넝마에 가려진 얼굴 안면부가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해가 뜨겠군. 시작해볼까.’


남자는 품 안에서 잘 벼려진 단검을 꺼내들고 근엄한 얼굴을 한 채 잠들어있는 백발노인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노인의 얼굴은 너무나 평안해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심혈을 다해 긴장감에 가빠지는 숨을 차분히 고른 뒤 검은사내는 노인에 얼굴에 다가가 살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속삭였다.


“아아!...이너스의 빛, 라마스의 희망, 넬의 행복, 에노스의 태양이신 나의 왕이시여. 여명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온 대륙의 미천한 백성들에게 아침을 밝히는 태양과 같은 당신의 근엄하고 귀한 옥체를 드러내실 시간입니다!”


남자의 악마 같은 속삭임에 잠이 깬 에이란의 절대군주는 아침 햇살의 기운을 만끽할 새도 없이 칠흑의 일격에 몸을 맡겼다.


*하쉬락(Harshrock)- 에노스의 북동쪽에 위치한 대륙으로써 화산활동으로 생긴 척박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에이란 대륙과는 문화교류가 없고, 자원이 부족한 하쉬락의 소수 부족들은 종종 러프로드를 지나 에노스의 어부들을 납치하거나 약탈한다.



* * * * * * *


“돌려줘!”


앳된 소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방 안에 가득 울렸다.


“한스, 우리 데보너 가(家)의 남자는 고작 이런 일 따위로 울지 않는 다구.”


울먹이는 소년보다 조금 더 키가 크고 주근깨가 가득한 소년이 한 손에 목검을 들고 대단한 전리품 마냥 우쭐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이 얼굴이 붉어진 한스는 소심하게 항의했다.


“비겁해! 라마스의 사람들은 힘으로 남의 물건을 빼앗지 않는단 말야!”

한참을 망설이다가 한스는 최후의 공격을 퍼부었다.


“형은... 로낙형은... *디발라신에게 오늘 한 일에 대해 벌을 받을 거야! 예를 들면 폭풍의 바다에 백년정도 갇혀 사는 것 같은 벌말이야!”


한스는 엄청난 위협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으며 형 로낙의 반응을 살폈다. 로낙은 한껏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로 한스를 놀려댔다.


“멍청아. 스툿 할망구가 대륙의 역사에 대해 매일 잠자기 전에 귀가 닳도록 들려준 건 도대체 어디다가 팔아먹은 거야?”


로낙은 마치 선생이 된 것 마냥 자세를 고쳐 잡았다.


“잘 들어 한스. 폭풍의 바다는 폭풍이 휘몰아치거나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득실대서 붙은 이름이 아니야. 과거 그곳에서 있었던 ‘어떤 전쟁’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거라고. 폭풍의 바다는 파도가 비단결같이 곱고, 바람이 순해서 ‘*도나스의 품’ 이라고도 불리는 바다야. 만약 내가 도나스의 품에서 사는 벌을 받게 된다면 나는 디발라신에게 백년은커녕 천년, 만년을 살게 해달라고 부탁할걸?”


자신의 최후의 공격이 허무하게 물거품이 되어버린 한스는 이내 울음을 터뜨리며 방을 뛰쳐나갔다.


*디발라(DIVALA)- 라마스 지역에서 믿는 ‘해일과 폭풍’을 관장하는 신. 에노스의 다른 지역에서는 말피라(MALFIRA)라고도 불린다. 한손에 찢어진 돛을 들고 있으며 주로 여성의 모습으로 묘사한다.

*도나스(DONAS)- 라마스 지방의 토착신앙에 의거한 신으로 파괴적인 디빌라와 반대로 평화를 사랑 하며 ‘물과 바다생물’을 다스린다고 알려져 있다.인어의 형상으로 묘사된다.


작가의말

*표시는 각주로써 앞으로도 스토리 진행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단부에 달릴 예정입니다. 딱히 외워야하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내용을 매끄럽게 이해하기 위해서 천천히 읽어보는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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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4 구삼닭
    작성일
    14.09.09 18:58
    No. 1

    챕터 1,2 까진 다소 이야기 전개가 느려 지루하게 느껴질 수 도 있습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하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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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 피바람(2) 14.09.11 106 1 9쪽
14 #3. 피바람(1) 14.09.10 77 2 7쪽
13 #2. 보랏빛 저주(8) 14.09.09 95 3 9쪽
12 #2. 보랏빛 저주(7) 14.09.08 103 3 7쪽
11 #2. 보랏빛 저주(6) 14.09.07 116 3 8쪽
10 #2. 보랏빛 저주(5) 14.09.06 47 4 7쪽
9 #2. 보랏빛 저주(4) +1 14.09.06 49 4 7쪽
8 #2. 보랏빛 저주(3) 14.09.06 76 5 7쪽
7 #2. 보랏빛 저주(2) 14.08.31 149 5 7쪽
6 #2. 보랏빛 저주(1) 14.08.31 133 5 7쪽
5 #1. 눈물의 아이(4) +2 14.08.31 180 6 9쪽
4 #1. 눈물의 아이(3) 14.08.31 165 5 8쪽
3 #1. 눈물의 아이(2) +2 14.08.31 122 6 7쪽
» 1.라마스(RAMAS)-#1. 눈물의 아이(1) +1 14.08.31 142 6 7쪽
1 #0. Prologue +4 14.08.31 187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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