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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의 닭장

BARREN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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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
작품등록일 :
2014.08.31 17:44
최근연재일 :
2014.09.11 20: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29
추천수 :
63
글자수 :
47,440

작성
14.08.31 18:06
조회
165
추천
5
글자
8쪽

#1. 눈물의 아이(3)

DUMMY

“한스. 혹시 에이란의 7기사의 이야기를 알고 있니?”


에이란의 7기사는 에이란 대륙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 같은 것이었다. 한스 또한 유모인 스툿이 매일 밤마다 지겹도록 들려준 이야기이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신화 이야기 중 하나였음으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확실히 자신 할 수 있었다.


“잘 알다마다요. 빛나는 검의 기사 에올룬! 검은 바위 다바크, 칼날바람 올시란! 그리고...”


아온은 신이 나서 떠드는 한스를 진정시켰다.


“그래 그래 잘 알고 있구나. 그럼 ‘달 그림자 가앗’ 의 이야기도 잘 알고 있겠구나.”


“물론이죠! 눈을 멀게 하는 흑색의 명검 ‘쉐도우’를 가지고 게오그의 거대한 수하들을 쓰러뜨린 가앗 말이죠?”


다른 역사에 대해선 관심도 없고 공부 따윈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역사가 마냥 줄줄 꿰고 있는 한스였다. 게다가 마침 로낙에게 폭풍의 바다 건으로 제대로 창피를 당한 터라 한스는 이를 만회하려는 듯이 눈앞의 아버지에게 열성을 다해 대답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온은 흥분해 어쩔 줄 모르는 아들을 향해 싱긋 웃었다. 남들이 보면 분명 오금을 지릴만한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 하지만 아마 가앗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걸? 왜냐하면 가앗은 사실 세상에서 제일가는 겁쟁이에다가 울보였기 때문이지.”


아온은 놀란 한스를 두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가앗은 한 가난한 대장장이의 집에서 태어났단다. 어릴 때부터 몸집이 작고 겁이 많아 항상 마을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지. 울보에다가 소심하기까지 했지만 가앗은 정의감이 강한 아이였단다. 또한 소심한 것과 별개로 용감하기도 했지. 불의를 보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았어. 자기도 괴롭힘 당하는 처지였지만. 혹여나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발견하면 그 약한 몸을 기꺼이 내던졌단다. 물론 그러는 날에는 불량배 아이들에게 평소보다 심하게 얻어맞아서 얼굴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아온은 쿡쿡 웃으며 말했다. 커다란 곰이 딸꾹질을 하느라 몸을 들썩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가앗이 13살쯤 되었을 때였지. 네가 잘 아는 게오그의 시대가 온거야. 게오그의 붉은 군대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부수고 불태웠단다.”


“가앗의 마을도요?”


“재앙의 불씨는 가앗의 마을 역시 피해가진 않았단다. 그들이 마을을 침략한 그 날. 겁이 많은 가앗은 너무 무서워 집에 있는 작은 술통에 들어가 숨을 죽이고 숨었단다. 그 덕에 붉은 병사에게 들키지 않았지만 가앗은 붉은 군사들이 자신의 부모와 친구들의 목숨을 무참히 앗아가는걸 그저 지켜 볼 수 밖에 없었어.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단다. 슬픔, 죄책감, 공포가 그를 집어 삼켜버린거야.”


술통 속의 가앗처럼 몸을 움츠린 한스는 이내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가앗의 마음속을 지배하던 공포는 어느 샌가 분노로 바뀌어갔단다. 자기보다 훨씬 큰 동네 불량배들이 자신의 친구를 괴롭히는 것을 보았을 때와 같은 분노를 말이야. 그의 눈에 폭포같이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거짓말처럼 멈추었어. 그때 그는 술통을 박차고 나와 땅바닥에 떨어져있는 부서진 나무 조각 하나를 쥐고 신명나게 약탈을 하고 있는 붉은 병사 한명에게 미친 듯이 달려갔어.”


한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건 정말 말 그대로 미친 짓 이었지. 상대는 무려 자신보다 4배나 덩치가 컸고, 죄악의 군주에게 받은 어둠의 힘을 지닌 괴물이었거든.”


아온은 잠시 뜸을 들이며 한스를 쳐다보았다.


“가앗이 어떻게 되었을 것 같니?”


“붉은 군사에게 잡혔나요?”


겁을 잔뜩 집어먹은 한스는 조심스레 말했다. 때마침 차가운 바닷바람이 건물을 부술 듯이 두드리고 있어서 한스는 더욱 겁을 먹었다.


“잡혔단다. 그것도 아주 손쉽게.”


한스가 경악했다.


“가앗은 죽...었나요?”


신화 속 영웅의 이야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결과는 뻔한 것 이었지만 한스는 어느새 이것이 신화라는 사실도 까먹은 듯 했다.


“죽었어.(한스의 입이 충격으로 떡 벌어졌다.) 그것도 아주 허무하게 말이야. 소년의 목을 끊어버릴 듯이 조르던 병사는 가앗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휘두른 나무파편에 눈을 다쳤단다. 붉은 병사는 앞이 보이지 않아 휘청거리다가 잔해에 걸려 넘어지면서 대장간에 있던 쇠붙이에 심장이 찔려 죽고 말았어. 작고 연약해 보이는 어린아이에게 방심했던 거야.”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한스는 뾰루퉁한 얼굴을 하며 아버지를 째려보았다. 놀린 것이 미안했는지 아온은 털이 잔뜩 난 거대한 손을 한스의 머리 위에 올린 뒤 (나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때 쓰러져 있는 붉은 병사를 보면서 가앗은 다시는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했단다. 그리고 약속의 증표로써 죄악의 군주의 저주가 담긴 피가 묻은 쇠붙이를 가져다가 무기를 만들었지.”


“그 칼이 바로 맹(盲)검 ‘쉐도우’이군요!”


“맞아. 신들이 이 세상에 하사한 선물들 중 유일하게 인간에게 적대적인 신에게 받은 힘을 지닌 무기였지.”


“그럼 ‘쉐도우’는 말피라의 *아티팩트 인거네요?”


“그건 게오그에게 있어 치명적인 실수였지. 악의 힘만으로 없앨 수 있는 자신의 저주가 결국 자신에게 힘을 쥐어준 신의 힘으로 자멸되는 꼴이 되었으니까 말이야."


아온이 한스를 번쩍 들어올려 한 손에 안았다.


"7기사단으로써 에이란에 평화를 찾아온 가앗은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단다. 하지만 그 눈물은 창피함이나 연약함과는 거리가 멀었어. 어느 누구도 그가 흘리는 눈물을 보고 한심하다거나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단다. 그 눈물이 있었기에 그가 세상을 바로잡을 결심을 세울 수 있었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눈물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후에 사람들은 그의 뜻을 기려 가앗에게 ‘눈물 없는 소년’이란 칭호를 붙여주었단다.”


아온은 감동과 놀라움에 가득 찬 한스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그 때 흘린 눈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흐르다 못해 넘쳐서 지금의 '깊은 호수'(deep lake)가 생겼어.”


“풉! 마지막은 지어내 신거죠?”


한스는 웃으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녀석 눈치 한번 빠르구나.”


아온은 너털웃음으로 크게 웃고는 한스의 이마를 가볍게 쳤다.


한스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적잖이 놀랐다. 이런 이야기는 옛날 신화를 줄줄 꿰고 있는 스툿 할멈도 한 번도 해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신화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아버지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알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한스. 눈물을 흘리는 것은 절대로 부끄러운 것이 아니란다. 가앗이 그의 눈물을 게오그를 무찌르는 원동력으로 삼았듯이 눈물은 많은 힘과 의미를 담고 있단다. 악한 마음을 가진 자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 오직 정의로운 마음을 가진 자들만이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법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눈물을 헤프게 보여선 안돼. 이 또한 명심해야 한단다. 정말 필요할 때 흐르는 눈물이야말로 용맹한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알겠니?”


“네. 아버지.”


아온은 그의 짧은 말과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변화를 눈치채곤 뿌듯해 했다.


“자 늦었구나. 이만 형한테 가거라. 참 이 말을 안했구나. 사실 가앗은...”


말을 맺으려는 도중 갑자기 누군가 소란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아온과 한스의 대화를 끊었다.


*아티팩트- 에이란에서 숭배받고 있는 신들에 대한 믿음의 결정체. 과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일어난 7명의 기사들을 위해 에이란의 신들이 내려준 축복의 물건들을 지칭한다. 현재는 거의 모두 유실되어 남아있는것은 얼마 없다.


작가의말

이번편은 신화 이야기로 조금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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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 피바람(1) 14.09.10 78 2 7쪽
13 #2. 보랏빛 저주(8) 14.09.09 96 3 9쪽
12 #2. 보랏빛 저주(7) 14.09.08 104 3 7쪽
11 #2. 보랏빛 저주(6) 14.09.07 117 3 8쪽
10 #2. 보랏빛 저주(5) 14.09.06 48 4 7쪽
9 #2. 보랏빛 저주(4) +1 14.09.06 49 4 7쪽
8 #2. 보랏빛 저주(3) 14.09.06 77 5 7쪽
7 #2. 보랏빛 저주(2) 14.08.31 150 5 7쪽
6 #2. 보랏빛 저주(1) 14.08.31 134 5 7쪽
5 #1. 눈물의 아이(4) +2 14.08.31 180 6 9쪽
» #1. 눈물의 아이(3) 14.08.31 166 5 8쪽
3 #1. 눈물의 아이(2) +2 14.08.31 123 6 7쪽
2 1.라마스(RAMAS)-#1. 눈물의 아이(1) +1 14.08.31 142 6 7쪽
1 #0. Prologue +4 14.08.31 188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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