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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의 닭장

BARREN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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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
작품등록일 :
2014.08.31 17:44
최근연재일 :
2014.09.11 20: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21
추천수 :
63
글자수 :
47,440

작성
14.08.31 18:14
조회
133
추천
5
글자
7쪽

#2. 보랏빛 저주(1)

DUMMY

매년 이 맘 때면 봄이 시작되어 새싹을 피울 시기였지만, 아직 겨울은 계절의 끝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이번 겨울의 심술 때문에 올해 라마스의 어민들은 전례 없는 기근에 허덕이고 있었다.


물론 겨울이라고 해서 물고기가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에이란의 해양 생태계는 다채로워서 각 계절에 맞는 어류가 풍부했다. 그러나 풍부하고 다양한 생태계는 어디까지나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연을 위해 형성된 것이었고, 육지의 인간들에게 때때로 그것은 공포로써 다가왔다.


더군다나 그것이 겨울 바다일 경우에는 더욱 더 치명적이었다.


* * * * * * *


“에라이. 오늘도 허탕 쳤구먼!”


“그래도 어쩌겠어. 괴물 녀석들이 판을 치니 뭐 오늘 하루 살 목숨 건진 걸로 만족해야지. 드칸 신도 야속하시지. 이게 무슨 일이람.”


삐쩍 마르고 머리털이 다 빠진 어부가 들고 있던 술을 한 번에 들이켰다. 그들 사이에 젊은 사내가 끼며 말했다.


“이보게들. 쏜네스트에서는 그 괴물 녀석들을 잡아다가 재미 좀 보고 있다 하는 소문이 들리더군. 우리도 이렇게 손 놓고 있지만 말고 같이 한 탕 해보는 게 어떻겠나? 맨날 당하는 것도 지겹지 않나? *포이즌 웨일 한 마리면 이런 지긋지긋한 바다생활도 청산이라구!”


하루의 고단함을 풀고자 항구 근처의 ‘뱃고동 술집’에 모인 어부들의 이야기가 오갔다.


“에이 이 사람아! 말이 되는 소리 좀 하게나. 그런 괴물들을 잡는 놈들이 우리 같은 동네 어부 인줄 아는가? 내 듣기론 괴물 녀석들 중엔 큰 것은 성채만하다고 들었다네. 그래서 쏜네스트에선 거대한 범선과 대포를 가지고 사냥을 한다고 하지. 그게 전쟁이지 어디 어업활동이라 볼 수 있겠나!”


덩치가 크고 억세게 생긴 자가 다 들으라는 듯이 소리쳤다.


“그 한심한 *왕의 똘마니께서는 자기 소농어민들을 위해 전쟁까지 치르고 있는데 우리 위대하신 ‘스톤베어’께서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원!”


“그거 내 보기엔 겨울이 길어지니 포그캐슬(Fogcastle)에서 새끼 곰들을 데리고 겨울잠이라도 자시는 것 같구려!”


술집 익살꾼의 언소와 함께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거친 뱃사람들의 행패에 땅바닥에는 음식이며 술이며 온통 흘러서 돼지우리 마냥 어질러졌다.


“어이! 여기 술이랑 고기가 다 떨어졌다구!”


어부들은 게걸스럽게 입에 있는 음식을 흘려대며 고래고래 소리쳐댔다.


그들이 소리치자. 키가 작은 소녀가 더럽고 비좁은 틈 사이를 요리조리 요령 있게 움직이며 정확히 주문받은 음식을 테이블에 가져다 놓았다.


“음식을 시키면 빨리 빨리 가져다 줘야 할 거 아냐! 이 바다 사나이를 화나게 만들지 말라고! 으하하!”


“이봐! 리나! 잠깐 이리 와서 즐기다 가라구! 즐겁게 해줄 테니까! 케헤헤.”


여기저기서 각종 음담패설과 욕설이 왔다갔다.


“아휴. 콘 아저씨는 머리에서 발 냄새가 나서 싫어요! 혹시 캐버로 머리를 감는 건 아니에요? 저 지금 매우 바쁘단 말이에요.”


그 말을 들은 콘과 다른 사람들은 와하하 하고 웃어댔다. 리나 라고 불린 소녀는 나이에 맞지 않게 거친 뱃사람들의 짓궂은 말을 유연하게 받아쳐냈다. 다시 주문을 받으러 돌아가려는 그 때.


“그래 그래. 저 냄새나는 옥수수 녀석은 내버려두고. 이 멋쟁이 아저씨랑 놀자구.”


억센 손이 여린 소녀의 허리를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웬만하면 이런 경우도 그녀의 재치로 빠져 나갈 수 있었지만 이번엔 경우가 다른 듯 했다.


“이것 좀 놔주세요. 이러시면 곤란하단 말이에요!”


자신의 손안에서 작은 소녀가 버둥거리는 걸 보는 게 재미있는지 사내는 그녀를 더욱 거칠게 다루기 시작했다. 처음엔 재밌는 볼거리라도 생긴 양 지켜보던 사람들도 슬슬 동요하기 시작했다.


“어.. 어이 그만두게나. 고통스러워하고 있잖아.”


“그래. 어서 놔주게.”


사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는 계속해서 리나를 괴롭혔다. 사내는 이성을 잃고 점점 더 해서는 안 될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려 했다.


“뭐... 뭐야?! 이거 안 놔?”


순식간에 누군가가 사내의 손을 낚아채었다. 그를 잡고 있는 손은 마치 거인의 손처럼 거대해 사내의 억센 손이 작아 보일 정도였다.


“감히 내 가게에서 내 딸에게 손을 대? 자칭 멋쟁이 양반. 내가 다시는 그 손을 못 쓰게 만들어줄까?”


덩치가 산만한 가게 주인이 두 눈을 부릅뜨면서 사내를 노려보았다.


“...쳇. 이거 원 술 맛 떨어져서 못 있겠군! 젠장!”


사내는 말하는 것과 달리 잔뜩 겁을 집어먹곤 꽁무니 빠지게 가게를 나갔다.


“다시는 우리 가게에 얼씬도 하지 마!”


가게 주인은 부리나케 도망치는 사내에 뒤에 대고 소리쳤다.


가게는 한동안 정적에 잠겼으나,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왁자지껄해졌다.


“리나. 오늘은 그만 올라가 쉬도록 해. 나머지는 내가 정리하도록 하마.”


“괜찮아요. 아저씨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리엔나.”


가게 주인이 단호하게 말하자 리나는 할 수 없지 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다락방으로 향했다.


“아깐 고마웠어요. 래드 아저씨.”


래드는 머쓱해서 손만 휘휘 젓곤 다시 식당으로 나갔다.


자신의 다락방에 들어온 리나는 서랍에서 낡은 머리핀을 꺼낸 뒤 품에 꼭 껴안은 채로 침대에 누웠다.


‘엄마...아빠... 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 엄마가 머리를 빗어주지 않아도 혼자 빗을 수 있게 되었고, 아빠의 잔소리 없이도 내 물건은 내가 잘 정리해. 이제는 무서운 사람들이 뭐라 해도 아무렇지도 않아. 나... 대견하지? 그치?’



*포이즌 웨일(Poison whale)- 에이란 대륙의 해안가에 드물게 출현하는 괴어류. 크기는 고래와 비슷하거나 더 크다. 일반 고래와 달리 상당히 공격적이며 꼬리에는 치명적인 독이 있다. 다른 괴어류와 마찬가지로 겨울 바다의 불청객이다.


*왕의 똘마니- 라마스 자치령의 군주 ‘데칸 폰 라마스’를 비꼬는 말. 긍지있는 왕족가문이었던 라마스는 '태양의 집권'이 이루어지기 훨씬 전부터 라마스 대륙 전역을 의롭게 다스렸으나 현재는 에노스 왕국의 종속 귀족으로써 살아가고 있다. 이를 분하게 여긴 라마스 대륙의 주민들은 에노스 왕국의 독재보다는 무능한 라마스 가문의 처세에 더욱 불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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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 피바람(1) 14.09.10 78 2 7쪽
13 #2. 보랏빛 저주(8) 14.09.09 95 3 9쪽
12 #2. 보랏빛 저주(7) 14.09.08 104 3 7쪽
11 #2. 보랏빛 저주(6) 14.09.07 116 3 8쪽
10 #2. 보랏빛 저주(5) 14.09.06 47 4 7쪽
9 #2. 보랏빛 저주(4) +1 14.09.06 49 4 7쪽
8 #2. 보랏빛 저주(3) 14.09.06 76 5 7쪽
7 #2. 보랏빛 저주(2) 14.08.31 150 5 7쪽
» #2. 보랏빛 저주(1) 14.08.31 134 5 7쪽
5 #1. 눈물의 아이(4) +2 14.08.31 180 6 9쪽
4 #1. 눈물의 아이(3) 14.08.31 165 5 8쪽
3 #1. 눈물의 아이(2) +2 14.08.31 122 6 7쪽
2 1.라마스(RAMAS)-#1. 눈물의 아이(1) +1 14.08.31 142 6 7쪽
1 #0. Prologue +4 14.08.31 187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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