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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의 닭장

BARREN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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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
작품등록일 :
2014.08.31 17:44
최근연재일 :
2014.09.11 20: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26
추천수 :
63
글자수 :
47,440

작성
14.08.31 18:00
조회
122
추천
6
글자
7쪽

#1. 눈물의 아이(2)

DUMMY

최근 겨울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는 바람에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소식, 주요한 무역상대인 카노얼과의 유일한 해로(海路)에서 야만인들의 약탈과 납치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는 소식과 무기나 방어구를 생산하는 데에 필수인 경석(light stone)을 가득 실은 무역선이 다곤의 둥지 해역에서 행방불명이 되어 군수물품 유통에 큰 차질이 생겼다던지 하는 정신없는 문제들 때문에 라마스 자치령의 영주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 문제들은 라마스 자치령에 종속되어있는 던리버 지방에도 물론 해당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느라 이른 아침부터 비상회의를 소집한 던리버의 영주는 끼니까지 거르고 해가 질 때까지 열띤 토론을 했으나 결론은 예와 같이 소지주와 부자들의 하찮은 자존심 때문에 의미 없는 탁상공론으로 마무리 되었다.


저녁이 되자 모두 떠난 회관에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내는 비명소리만이 맴돌았다. 오래되었지만 고풍스러운 나무의자에 아무렇게나 걸쳐앉은 영주는 이러한 적막 속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술이 필요하구나.”


영주가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렸다. 푸석푸석한 회색머리, 깊게 패인 이마의 주름, 어두운 피부와 왼쪽 뺨에 난 상처는 그를 나이에 비해 훨씬 늙어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심해의 바다색을 연상시키는 남색의 눈동자와 집채만큼 거대한 몸집은 보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거대한 신체와 상대방을 꿰뚫어 보는 듯 한 깊은 눈동자는 그에게 ‘전장의 *스톤베어 아온’ 이라는 별칭을 선사했다.


자고로 전사들에게 이런 별칭이 붙는다는 것은 그 전사의 용맹함을 증명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영웅을 꿈꾸는 에이란의 힘 좀 깨나 쓴다는 전사들이라면 모두 이러한 별칭을 갖기를 원하고 소망했을 터이었다.


하지만 정작 아온은 이 별칭을 증오하였다. 그의 어린 시절. 그의 친누이가 숲에 놀러갔다가 야생곰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던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항간에는 그의 앞에서 그의 별칭을 함부로 떠벌린 자가 두개골이 산산조각이 났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물론 다행히도 던리버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자가 없었기에(적어도 그의 앞에서는) 아직까지 누가 맞아서 불구가 되었다네 하는 소식은 없었다.


전장을 누비며 용맹히 싸우던 스톤베어의 영광이란 찾아볼 수 없이 축 쳐져있는 영주에게 하인이 조용히 다가와 술을 건넸다. 검고 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퍼플씨와 인접한 라마스에서만 잡히는 거대한 생선인 캐버를 삭혀 꿀과 함께 담군 던리버의 전통주로써 굉장히 역한 냄새와 독한 맛이 특징이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 역한 냄새 때문에 ‘생선배설물’ (당연히 나쁜 의미로) 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표정변화 하나 없이 ‘생선배설물’을 들이킨 아온은 목에서부터 타오르는 독주의 움직임을 가만히 수용했다. 몸이 나른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고단했던 하루를 정리할 수 있을 터 이었다.


“으와앙~”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복도 끝에서부터 시작되어 어느새 그의 앞에서 윙윙 울렸다. 아온은 휴식을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며 무거운 눈을 뜨고 눈앞에 어린 소년을 마주했다.


“이번엔 무슨 일이니 한스. 스툿이 또 이상한 괴담이라도 들려준 거니? 후... 그러게 내가 진작에 그런 노망난 노인네는 갈아치워버려야 한다고 누누히 말했는데.”


아온은 약한 짐승마냥 울고 있는 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그게아니에요. 형이...로낙 형이 베번이 만들어 준 목검을 멋대로 빼앗고 돌려주질 않아요.”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한스는 자신의 앞에 있는 거대한 곰 같은 아버지앞에서 질질 짜며 말했다. 그런 한스를 쫒아 헐레벌떡 달려온 로낙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한스에게 빼앗은 목검을 던졌다.


“옛다 도로 가져가렴. 몇 번 사용해보니 그리 좋은 물건도 아닌 것 같고 이젠 질렸거든.”


그러곤 얼굴을 돌려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버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별 일 아니에요 아버지. 그냥 잠깐 목검에 문제가 없나 구경 좀 하느라고 가져갔었던거에요. 금방 돌려 줄 생각이었어요.”


아온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로낙에게 말했다.


“너희 유모는 어디서 뭘 하고 있길래 이 시간까지 자지 않고 있느냐.”


피곤과 함께 오는 밀려오는 짜증을 억누르며 아온은 말했다.


“스툿 할멈은 식당에서 또 이상한 요리를 만들다가 골아 떨어졌어요. 저희는 그저 방 안에서 검술연습을 하고 있었구요.”


로낙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띤 채로 킥킥거렸다.


“로낙. 밤이 늦었구나. 이만 들어가서 자거라. 그리고 동생 좀 그만 괴롭히렴. 너도 얼마 안 있음 가문을 이어야 될 성인이 된단다. 네가 형이고 덩치도 크니 상대적으로 약한 동생을 보호해주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니. 나중에 베번한테 말해서 네 것도 새로 만들어 달라고 할 테니 동생 것은 빼앗지 말고.”


조금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로낙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다. 어느새 울음을 멈춘 한스도 일어서서 터덜터덜 형을 따라나서려던 참이었다.


“한스.”


아온이 한스를 불러 세웠다.


“잠깐 이리 와보렴.”


한스는 겁먹은 강아지 마냥 잔뜩 위축된 모습으로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제가 또 울어서 화나셨어요?”


금방이라도 다시 눈물을 보일 것 같은 푸른 눈을 바라보며 아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은 형이나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해야 한단다?”


침을 삼키며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한스를 보며 아온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한스.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언 중에 ‘데보너는 눈물이 없다.’라는 말 알고 있지? 데보너 가의 사람들은 강인하고 냉철해서 그 누구에게라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이지.”


한스는 아버지가 자신을 혼낼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그게 사실은 그렇지 않단다.”


“그렇지 않다니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하늘을 그대로 박아 넣은 듯 투명한 푸른색 눈이 호기심에 반짝거렸다.


*스톤베어- 던리버 북쪽에 펼쳐져있는 쏨버우드 숲에서 서식하는 거대한 곰. 몸이 무거워서 달리거나 두 발로 일어 설순 없지만 무지막지한 힘과 사나운 성격으로 보이 것은 무작정 부수고 본다. 나무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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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0 몽환의광대
    작성일
    14.09.06 02:04
    No. 1

    로낙.. 이 나쁜 넘.. 동생을 괴롭히고는 반성도 하지 않고 아버지 앞에서 그리 태연하다니. 전 저 장면에서 동생이 울보라고 혼날 때 로낙이 메롱하면서 골려 먹는 것을 상상했어요. 그런데 다행인 게 아버지는 아이가 우는 것을 강압적으로 하지 마라 할 정도로 차가운 위인은 아닌 모양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구삼닭
    작성일
    14.09.06 13:43
    No. 2

    강하지만 마음이 따듯한 아버지입니다. 다만 아이들을 다루는게 조금 서툴지요. 아이들 교육은 아내인 세이라의 몫입니다. 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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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 피바람(2) 14.09.11 107 1 9쪽
14 #3. 피바람(1) 14.09.10 78 2 7쪽
13 #2. 보랏빛 저주(8) 14.09.09 96 3 9쪽
12 #2. 보랏빛 저주(7) 14.09.08 104 3 7쪽
11 #2. 보랏빛 저주(6) 14.09.07 116 3 8쪽
10 #2. 보랏빛 저주(5) 14.09.06 48 4 7쪽
9 #2. 보랏빛 저주(4) +1 14.09.06 49 4 7쪽
8 #2. 보랏빛 저주(3) 14.09.06 76 5 7쪽
7 #2. 보랏빛 저주(2) 14.08.31 150 5 7쪽
6 #2. 보랏빛 저주(1) 14.08.31 134 5 7쪽
5 #1. 눈물의 아이(4) +2 14.08.31 180 6 9쪽
4 #1. 눈물의 아이(3) 14.08.31 165 5 8쪽
» #1. 눈물의 아이(2) +2 14.08.31 123 6 7쪽
2 1.라마스(RAMAS)-#1. 눈물의 아이(1) +1 14.08.31 142 6 7쪽
1 #0. Prologue +4 14.08.31 188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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