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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의 닭장

BARREN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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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
작품등록일 :
2014.08.31 17:44
최근연재일 :
2014.09.11 20: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30
추천수 :
63
글자수 :
47,440

작성
14.09.06 13:41
조회
49
추천
4
글자
7쪽

#2. 보랏빛 저주(4)

DUMMY

놀란 세이라는 아이들을 향해 방으로 올라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아온이 그런 그녀를 제지했다.


“아니. 이건 모두가 들어야 할 내용이야.”


남편의 표정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세이라는 하던 행동을 그만두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온을 바라보았다.


“어제 전령사가 떠난 이후로 참모들과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어.”


* * * * * * *


“이건 뭔가 이상합니다.”


던리버의 군사대장인 베번이 말했다.


“흠... 시기도 애매하고 이유도 불문, 확실히 이상하긴 하군요.”


호리호리한 몸을 가진 간사 중 한 사람도 그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렇다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왜 죽였나가 아니야.”


극도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아온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왕이 죽음으로써 라마스에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고 그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지.”


“라마스에 일어날 일 말입니까?”


베번이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


“호오... 과연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저도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걱정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여전히 혼자 대화에 끼지 못하고 있는 베번을 뒤로 한 채로 빼빼마른 간사는 아온에게 말했다.


“겉은 튼실해 보이지만 속은 썩고 있는 밧줄과 같이 왕국의 존폐가 위험에 처하게 되면, 지금까지 알면서도 모른 체 했던 썩은 밧줄의 실체가 에이란 전역에 드러나게 되겠군요.”


“음. 과연 자치령들을 묶고 있던 상징적 존재가 더 이상 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에이란 대륙에는 *‘피의 전쟁’ 이후로 가장 큰 전쟁이 일어 날 수도 있겠군.”


수염이 덥수룩한 연로고문이 거들었다.


“아니. 좀 알아듣게 설명 좀 해보시오! 비유로만 말하면 알 수가 없지 않소!”


자신만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답답함에 베번이 소리쳤다. 그 곳에 있던 다른 자들은 모두 못마땅하다는 듯이 수근 거렸지만. 아온이 헛기침을 하자 모두 조용해졌다.


“한마디로 ‘태양의 왕국’이 무너질 것이란 말이야. 베번. 30년 전 에노스의 ‘태양의 집권’이 시작된 이후로 에이란 대륙은 위태롭지만 사실상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통일 국가로써 지내왔어. 하지만.”


아온은 잠깐 말을 멈추고 심각한 표정의 베번에게서 무엇인가를 읽어내곤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 평화를 강제적으로 유지시키고 있던 절대군주가 죽음으로써 대륙내부에선 과거의 영광을 찾고자 하는 *종속 귀족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 분명하고, 자신들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각 자치령의 수장들은 지방 영주들의 힘을 얻으려 할 거야. 결국 지금 우리가 상의해야 할 내용은 에노스를 계속 따를 것인가. 아니면 라마스의 옛 영광을 쫒아 자치령 군주들을 따를 것인가에 대한 것이지.”


“젠장 다시는 손에 피 묻히는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베번이 분노에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카만. 혹시 ‘리온’이라는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 있소?”


아온은 카만이라고 불린 나이가 지긋한 노인에게 물었다. 그는 데보너 가문의 오래된 역사 자문가였다. 카만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흠...리온이라.... 분명... 과거 *오칸하트 지방의 고대 가문이었죠. 현 에노스 왕가에 의해 몰살되어 잊혀진 가문들 중 하나입니다. 이 이름을 이제 와서 다시 들어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군요. 그런데 갑자기 잊혀진 역사 속 이름은 왜 물으시는지요?”


“음. 아까 전에 내게 소식을 전해준 전령사의 성이 리온이라는 자였소. 처음엔 에노스가 아무리 일개 전령사라지만 그런 이름 없는 가문의 자제를 칙사로 보낼 리가 없기에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잊혀진 가문의 후손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이해가 안 되는군.”


카만은 또 한참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리온 가(家)의 후손이라니... 그들은 이 에이란에서 맥이 끊긴지 벌써 반세기가 넘었습니다. 혹 그들의 후손이 살아 있다고 해도 그들이 에노스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온은 분위기를 가다듬고 회의에 모인 대신들에게 공표하듯 말했다.


“내가 보기에 이번 황제 암살사건은 단순한 반란이 목적이 아닌 것 같소. 무엇인가가 복잡하게 얽혀있음이 분명하오. 모레 원탁회의에 가서 세부적인 내용은 더 들어봐야 알겠지만. 아마 왕가 내부는 이미 붕괴하기 시작한 것 같고, 오늘 전령을 보내온 그 리온이라는 자도 이 사건에 관련이 있음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소.”


회의의 모인 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쏜네스트에 가 있을 동안 일단은 대내외적으로 우리가 중립적인 입장임을 알릴 수 있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고 또한 우리가 논의하고자 하는 내용이 의원회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에 주의를 부탁하오.”


“아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너 혼자 쏜네스트에 가겠다고? 지금 에노스의 상황은 언제 누구한테 목숨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야. 나도 함께 가겠어. 그런 정치적인 일들은 고지식한 여기 노인네들에게 맡기라구!”


책상을 내리치며 자신이 섬기는 영주에게 하는 말이라고는 볼 수 없는 말투로 베번이 소리쳤다.


“허어...저런 무엄한!”


“아무리 전장에서 함께 싸운 자라 할지라도 그런 말을!”


여기저기서 각종 힐난과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아온은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베번. 내가 믿을 사람은 너 뿐이야. 내가 던리버를 비우게 되면 이곳을 지킬 사람이 없게 돼. 부탁이야. 이곳에서 나 대신 세이라와 애들을 지켜줘.”


아온은 눈앞의 친구에게 진심을 담아 간청했다.


“좋아. 하지만 이건 명심해. 혹시나 네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면 나는 던리버 따위는 내팽겨 쳐두고 있는 힘껏 깽판을 칠 테니까 말이야.”


아온은 쓴웃음을 지었다.




*오칸하트- 에노스의 심장부 도시.


*종속귀족- 에노스 집권 전부터 에이란에 있던 각 지역의 군주들.


*피의 전쟁- 에노스가 통치하는 에이란 대륙에서는 언급조차 금기시 되는 전쟁. 50년전 길리엄1세가 강력한 군대와 힘으로 대륙의 절대자임을 선포하자 각국의 수령들이 들고 일어나 에노스를 지지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나뉘었다. 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20년 후 소위 말하는 피의 전쟁이 발발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이 전쟁에서 죽었으며 에이란 역사에서 처음으로 넬의 마법사들이 전쟁에 참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에노스는 이후부터 현재까지 절대 군주로써 에이란을 통치하고 있다.


*쏜네스트- 라마스 지역의 수도이자 중심지. 고 라마스 왕가(현재는 종속귀족)의 도시. 지역 주변이 날카로운 암벽산으로 둘러 싸여 있어 가시둥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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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4 구삼닭
    작성일
    14.09.11 20:04
    No. 1

    글이 조금 수정 되었습니다. 개연성을 위해 아온의 회의 장면에 새로운 대사가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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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 피바람(1) 14.09.10 78 2 7쪽
13 #2. 보랏빛 저주(8) 14.09.09 96 3 9쪽
12 #2. 보랏빛 저주(7) 14.09.08 104 3 7쪽
11 #2. 보랏빛 저주(6) 14.09.07 117 3 8쪽
10 #2. 보랏빛 저주(5) 14.09.06 48 4 7쪽
» #2. 보랏빛 저주(4) +1 14.09.06 50 4 7쪽
8 #2. 보랏빛 저주(3) 14.09.06 77 5 7쪽
7 #2. 보랏빛 저주(2) 14.08.31 150 5 7쪽
6 #2. 보랏빛 저주(1) 14.08.31 134 5 7쪽
5 #1. 눈물의 아이(4) +2 14.08.31 180 6 9쪽
4 #1. 눈물의 아이(3) 14.08.31 166 5 8쪽
3 #1. 눈물의 아이(2) +2 14.08.31 123 6 7쪽
2 1.라마스(RAMAS)-#1. 눈물의 아이(1) +1 14.08.31 142 6 7쪽
1 #0. Prologue +4 14.08.31 188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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