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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의 닭장

BARREN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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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닭
작품등록일 :
2014.08.31 17:44
최근연재일 :
2014.09.11 20: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28
추천수 :
63
글자수 :
47,440

작성
14.09.06 13:35
조회
76
추천
5
글자
7쪽

#2. 보랏빛 저주(3)

DUMMY

“리나! 일어나렴! 아침이란다!”


간밤에 있었던 일 때문에 한 숨도 제대로 자지 못한 리나는 비몽사몽한 채로 일어났다.


“네. 아저씨 지금 내려가요!”


리나는 다락방 아래를 향해 소리 친 다음에 부스스한 머리를 빗어넘기고 엄마의 유일한 유품인 낡은 핀을 꽂았다. 간밤의 기름때를 씻어낸 깨끗한 리나의 피부는 아침햇살에 유난히 빛이 났다.


‘저걸 어떻게 처리해야 한담.’


리나는 낯선 전령사에게 받은 금화를 넣어 둔 서랍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래드에게 모두 맡길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출처도 알지 못하는 금화를 함부로 노출했다가는 자신뿐만 아니라 래드에게도 분명 피해가 갈 것이라고 생각한 리나는 일단은 아무도 모르게 숨겨두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리나. 아침식사를 마치고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조신한 소녀의 모습 따윈 바다에 버려버린 듯이 게걸스럽게 아침상을 해치우고 있는 리나에게 래드가 말했다.


“에 무흔 이린 대효?(네 무슨 일인데요?)”


입 안 가득 베이컨을 우겨넣은 채로 리나가 물어보았다.


“가게 식재료가 다 떨어져서 그런데 시장에 가서 몇 가지 사다 줄 수 있겠니?”


우걱거리고 있는 리나를 보며 래드는 피식 웃었다.


“우-하! 네! 그럼요. 제가 다녀올게요!”


힘겹게 입 안의 음식을 넘긴 리나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키가 작고 왜소했지만 리나는 한 눈에 봐도 확실히 이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본인은 자각하지 못한 듯 했으나 리나가 길거리를 지나갈 때 마다 동네 청년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수수한 차림과 화장기 없는 피부였지만 그것은 그 나름대로 청순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으- 아직도 춥네... 도대체가 이번 겨울은 뭐가 이렇게 심술궂은지 몰라.”


리나는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보려고 온몸을 꽁꽁 싸매곤 래드가 적어준 식재료를 찾아 시장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어디보자. 감자 한바구니에 빅아이피쉬 6마리, 란다크 2줄기 그리고 캐버 3마리...캐버? 도대체가 아저씨들 입맛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이 썩은내 나는 생선이 뭐가 그리들 좋다고 먹는 건지 참.”


“여어 리나! 장보러 온 거니? 지금 생선이 잘 안 잡혀서 가격이 좀 세지만 단골인 리나한테는 좀 싸게 줄게. 구경이라도 하고 가렴!”


“아. 가분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 그럼 빅아이 좋은 놈으로다가 6마리 3골드 어때요?”


순식간에 풋풋한 소녀에서 아줌마로 돌변한 리나는 웃으며 말했다.


“흐음... 그래 옛다! 기분이다! 자 여기 여섯 마리! 뭐 최고로 좋은 놈들은 아니다만 요즘 같은 땐 이 정도 상태인 물건은 없어서 못 판다구!”


“매번 정말 고마워요. 오늘도 많이 파세요!”


리나는 정감 넘치는 말투로 인사했다.

그녀가 시장을 돌아다니면 다니는 곳곳마다 여기저기서 리나를 불러댔다.


“어이! 리나! 오늘도 수고많구나!”


“아! 네. 아주머니도 수고많으셔요!”


“어이쿠 우리 리나! 언제 그렇게 이뻐진거야? 슬슬 시집가도 되겠는걸? 어떠냐 우리 아들놈 한번 안 만나보련?”


“아이 참 아저씨도. 저 아직 열다섯 밖에 안되었다구요!”


한명도 빼놓지 않고 친근한 말동무가 되어주는 성격 덕분에 리나는 이 시장에서 알아주는 인기인이었다.


‘음. 필요한건 다 샀고. 가져온 돈에서 아직 이렇게나 남았네. 응! 만족스러워!’


래드가 넉넉하게 준 것은 아니었지만 리나는 항상 이렇게 돈을 남겨오는 재주가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려는 리나는 어젯밤의 그 부둣가에서 눈이 멈췄다.


‘그 남잔 어제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그녀는 아직도 간밤의 미스터리에 미련을 못 버린 듯 했다.

어제밤 무거운 공기가 가득했던 부둣가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리나는 분명 어제 바다에서 반짝이는 이상한 가루를 보았다.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가져다주는 것이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만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리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잔잔한 바다에 작은 돌을 하나 던져보았다. 돌이 떨어진 바다 표면은 잔잔한 물결을 그렸다.


‘흠...괜한 걱정인가?’


더 이상 깊게 생각지 않기로 한 리나는 장바구니를 들고 부둣가를 떠났다. 그녀가 있던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감지하지 못한 채...


* * * * * * *



포그캐슬에서의 아침은 가족이 모두 모인 아침식사로부터 시작되었다. 평소 각종 업무 때문에 가족이 모두 모일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아온은 이 시간을 정말 소중히 여겼다. 시중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엄선된 재료로 만든 요리가 나온다는 점만 빼면 아온의 가족식사는 다른 집안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아. 정말 형! 저기도 많이 있잖아!”


“멍청아. 저기까지 손을 뻗기가 귀찮으니까 그렇지.”


“얘들아? 식사할 땐 조용히 해야지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들리자 로낙과 한스는 움찔하며 순식간의 모범적인 영주의 아이들로 변했다.


“허허. 이 녀석들 아빠가 말할 땐 듣지도 않더니. 역시 엄마가 무섭긴 무섭나보구나.”


“아온. 당신은 애들을 조금 더 엄하게 키울 필요가 있어요. 맨날 그렇게 오냐오냐 하니까 이러는 거 아니에요.”


“어이쿠. 불똥이 나한테 튀었구만!”


아온이 과장된 몸짓으로 억울하다는듯한 행동을 하자. 식탁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항상 아이들의 교육은 아내인 세이라의 몫이었다. 아온은 ‘원래 애들은 밖에서 뛰어놀고 싸우고 그러면서 크는거야. 우리도 그랬잖아?’ 라며 아이들이 공부를 하던 놀던 그저 자유롭게 내버려두기만 했다.


“당신도 참. 지금은 우리가 어렸을 때랑은 달라요. 힘으로 살아가는 세상은 지나갔단 말이에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가문을 이뤄 더욱 번영하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필요가 있어요.”


평소의 아온이라면 이런 아내에 말에도 그저 웃어넘기곤 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아니. 이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아온이 갑작스럽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자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경직됐다. 세이라와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온을 쳐다보았다.


“사실 어제 늦은 새벽에 에노스의 칙사가 왔어.”


한스는 어제 보았던 냄새나는 남자를 기억했다.


“에노스의 칙사? 왕실의 전령사가 무슨 일로 지방영주에게까지 온 거죠? 그것도 늦은 새벽에.”


세이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길리엄 황제가 죽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살해되었다 가 정확한 표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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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 피바람(2) 14.09.11 107 1 9쪽
14 #3. 피바람(1) 14.09.10 78 2 7쪽
13 #2. 보랏빛 저주(8) 14.09.09 96 3 9쪽
12 #2. 보랏빛 저주(7) 14.09.08 104 3 7쪽
11 #2. 보랏빛 저주(6) 14.09.07 117 3 8쪽
10 #2. 보랏빛 저주(5) 14.09.06 48 4 7쪽
9 #2. 보랏빛 저주(4) +1 14.09.06 49 4 7쪽
» #2. 보랏빛 저주(3) 14.09.06 77 5 7쪽
7 #2. 보랏빛 저주(2) 14.08.31 150 5 7쪽
6 #2. 보랏빛 저주(1) 14.08.31 134 5 7쪽
5 #1. 눈물의 아이(4) +2 14.08.31 180 6 9쪽
4 #1. 눈물의 아이(3) 14.08.31 165 5 8쪽
3 #1. 눈물의 아이(2) +2 14.08.31 123 6 7쪽
2 1.라마스(RAMAS)-#1. 눈물의 아이(1) +1 14.08.31 142 6 7쪽
1 #0. Prologue +4 14.08.31 188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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