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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종조 님의 서재입니다.

늙으니까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금종조
작품등록일 :
2024.05.08 12:48
최근연재일 :
2024.06.16 11: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146
추천수 :
4
글자수 :
179,576

작성
24.06.14 13:25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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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1. 왜 너희 종년 맞잖아. 걸레 같은 종년들!

DUMMY

백리토는 침상에 누워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다 코끝에 맛있는 냄새가 나자 금방 깨어났다.


허리가 굽은 늙은 하인 둘이 방에 들어와 식사를 차리고 있었다. 따뜻한 밥 한공기와 곤륜산 좌망봉(左龍峰) 호수에서 낚은 붕어찜요리였다.


기다란 젓가락으로 집자 새하얀 붕어살이 갓 찐 흰떡처럼 찰지게 떠졌다.

그걸 입안에 넣고 씹고 있자니 지금 여기가 지상인지 천상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한참 맛있게 밥을 먹는데 문득 죽은 천 표두와 이한조가 생각났다. 다시 기분이 울적해졌다.

그런데도 자꾸만 입맛이 당기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식사를 마칠 때쯤 이 집의 시비로 보이는 계집 둘이 방문을 밀고 들어왔다.

둘 다 얼굴이 곱고 몸매가 늘씬하게 빠져있었다. 늙은 하인들만 보다 처음으로 젊은 처자들을 보게 되어 기뻤다.


헌데 그런 반가운 맘도 잠시 백리토는 얼굴을 구겼다.

두 계집 모두 시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방안 탁자에 앉아있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꼴이 마치 한 마리 벌레를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이들 얼굴에는 그를 깔보고 업신여기는 기색이 완연했다.


시비 둘이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아가씨께서 손님을 보자고 하십니다.”


아가씨? 갑자기 웬 아가씨?


기분은 상했지만 일단 누군지 알아야했다.


“그 아가씨란 사람, 곤륜선생의 따님이신가요?”

“나가보시면 압니다.”


시비둘이 꽤나 신경질적이어서 더는 묻지 못했다.

백리토는 식사를 물리고 일어섰다. 혹여 금귀가 사고를 칠까봐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황금관짝 옆에 꼭 붙어 있으라고 했다.


그러자 금귀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리토는 깊게 숨을 들이 쉰 뒤 밖으로 나갔다.


사랑채 뒤쪽에 작은 화원이 있었는데 바로 거기 한 여자가 뒷짐을 선채 서 있었다. 인기척이 나자 그 여자가 돌아섰다.


이때 백리토는 터지는 웃음을 애서 참았다.

그 입은 옷은 십대소녀 옷을 걸쳤는데 그 얼굴은 완전 애 셋은 낳아 기른 아주머니의 얼굴이었다.

백리토는 그녀가 곤륜선생의 부인일까 싶어 두 손을 맞잡고 인사를 올렸다.


“아, 이 댁의 사모님이셨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호북성 무현에서 온 백리토...”


하는데 난데없이 뺨을 두 대나 맞고 말았다.

그 옆에 있는 시비 둘이 백리토의 뺨을 잇달아 올려붙인 것이다.


“이 나쁜 놈! 방금전 우리가 뭐라 했지? 분명히 아가씨께서 보자신다고 말을 전했는데. 왜 너는 갑자기 헛소리를 하고 그러느냐?”


백리토는 양쪽 뺨을 부여잡고 얼떨떨해했다. 황당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분명 아까 아가씨라는 소릴 듣기는 했지만 지금 어딜 봐서 그 앞에 있는 여자가 아가씨라는 말인가.

그냥 딱 봐도 사십, 오십은 훨씬 넘어 보이는데.


그는 빨갛게 붓는 뺨을 감싸 쥐고 소리쳤다.


“젠장, 왜 사람을 초면에 치고 지랄이야? 내가 너희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무슨 잘못? 네가 방금 우리 아가씨한테 사모님 어쩌고 욕을 했잖아!”


욕? 씨발, 사모님이란 말이 곤륜에서는 욕인가?


백리토는 영문을 알 수 없어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시비둘이 아가씨라고 부른 여자가 한손을 ‘휙휙’ 내저었다. 그러지 시비 둘은 공손히 뒤쪽으로 물러섰다.


“너! 오늘 사부님과 함께 온 그 아이지. 맞지?”


사부님?


“곤륜선생이 아주머님 사부님이신가요?”


하는데 또 다시 백리토는 뺨을 맞고 말았다.

방금전 시비 둘도 그렇지만 이 아주머니 또한 휘두르는 손이 어디에서 오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일신에 익힌 무공이 그보다 몇 배 뛰어났다.


백리토는 뺨도 아팠지만 무엇보다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그럼에도 화가 나는 맘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공손히 말했다.


“이것 보셔요, 저는 제가 지금 왜 맞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시비 둘이 성난 얼굴로 소리쳤다.


“물론 넌 맞을 짓을 백번 천번 했지! 우리 아가씨한테 너는 처음에 사모님이라고 했다가 두 번째도 아주머니라고 욕을 했지 않겠어? 그러니 당연히 맞아야지. 아직 시집도 안간 처자인 우리 아가씨를 크게 모욕했으니까 말이야.”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이 나이 많은 여자가 아직도 시집을 안간 처녀였다니.

그로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이 나이 많은 여자가 온전한 처녀의 몸이라니. 자기가 크게 실수한 것은 맞았다.


백리토는 억울하고 분했지만 공손히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흥, 진작 그럴 것이지.”


다시 아가씨라는 여자가 시비 둘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시비 둘은 재빨리 뒤쪽으로 물러섰다.


“너, 듣자하니 곤륜파에 무공을 배우고자 왔다면서.”


백리토는 여자의 음성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얼굴은 완전 늙었는데 그 목소리는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듯했기 때문이다.


“음, 곤륜선생이 제 얘기를.. 그쪽한테 한 모양이지요?”


이때 그는 몸을 움찔했다.

앞에 있는 여자가 한쪽 발을 ‘쓱’ 움직였는데 혹여 또 때리는가 싶어 깜짝 놀란 것이다. 이번에는 손찌검을 하지 않았다.


이마에 땀이 난 백리토가 말했다.


“제가 곤륜파 문하에 들려고 찾아온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곤륜선생께서 뭐라 말씀하셨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호북성에서 꽤나 이름 있는 집안의 자제거든요. 무공을 익히기 더 좋은 곳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그리로 갈 겁니다.”


그는 이 나이 많은 여자가 누군지 몰랐다.

하지만 초면에 손찌검을 하는 그녀에게 위세를 떨고 싶었다.


“명문대파인 곤륜파에서도 저희 집안을 알에 되면 감히 저를 크게 무시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 말에 나이 많은 여자가 ‘호홋홋홋호’웃기 시작했다.


“흥, 남의 표물이나 운송해주고 금전을 챙기는 표국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 한마디는 백리토를 화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젠장! 당신은 정파록도 안봅니까? 백리세가엔 백리소황의 백리18검이 있어요! 백리호지법이란 독특한 지법도 있고요! 그게 강호에서 얼마나 유명하다고요!”


시비들은 당장 검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처녀 아가씨란 여자가 이들을 또 말렸다.

차갑게 웃은 그녀가 말했다.


“호오, 그렇게 대단한 무공을 지닌 집안이라면, 왜 곤륜파로 무공을 배우러왔지? 응?”


“그, 그건...”


“흥, 이 거짓말쟁이야. 내가 보기에 넌 곤륜의 무공을 배울 자격이 없어. 네 나이가 어려는 보인다만 이미 근골이 모두 자릴 잡아서 때를 놓쳤단 말이지. 이제까지 한참 놀고먹은 그 몸뚱이로 무슨 무공을 익히겠다는 거야?”


백리토는 너무 화가 나서 머리뚜껑이 열리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올린 자신의 전과를 한껏 부풀려서 말했다.


“참나, 그렇게 무시하지는 말죠! 이래봬도 장강의 내로라하는 수적들과 녹림의 도적들을 전부 해치운 나니까! 지옥마교 놈들도 나를 어쩌지는 못 했어!”


즉각, 두 눈을 부릅뜬 시비 둘이 소리쳤다.


“거짓말 하지 마! 지옥마교가 얼마나 지독한 놈들인데, 너 하나를 어쩌지 못했을까!”


아직 처녀임을 주장하는 아줌마가 그를 비웃었다.


“호호호, 네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내 시비들과 겨루어도 지지는 않겠구나. 내 시비들을 이기면 너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믿어주마.”


다시 그가 이렇게 저렇게 말할 틈도 없었다.

어느 샌가 시비 둘은 검을 빼들고 그의 앞쪽과 뒤쪽으로 나누어 섰다. 백리토는 당황한 와중에 그 어깨를 으쓱했다.

제 수중에 검이 없음을 피력했다.


나이 많은 처녀는 본인의 허리에 찼던 검을 끌러 그에게 내던졌다. 그 앞 청석바닥에 검갑이 ‘탕’하고 떨어졌다.

어쩔 수 수없이 검을 주워든 백리토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염병, 내가 왜 이 못된 잡것들과 검을 맞대고 겨루어야 하지? 그것도 진검으로다.

이것들이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서 날 해치려는 것일지도 몰라.


그의 고민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새 시비 둘이 양쪽에서 그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삽시간 백리토는 검광에 휩싸여 버렸다. 그는 부지불식간 백리구검을 펼쳤다.

아홉 번에 걸친 검격으로 연달아 ‘챙챙챙챙챙’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시비 둘의 완력이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이것들의 검이 무거운 것인지 백리토의 검신이 부러질 듯 좌우로 꺾였다.


“대단하네. 이 못된 종년들!”


흥분한 나머지 백리토는 집에 있을 때의 말버릇이 튀어나왔다.

그 소리에 시비 둘은 악에 받힌 목소리로 백리토를 욕했다. 그 욕을 듣고서 그도 지지 않고 외쳤다.


“왜들 흥분하냐? 너희 모두 종년 맞잖아! 이 걸레만도 못한 종년들아!”


시비 둘은 전광석화 검을 뿌렸다. 백리토는 다급히 발을 놀려 위험에서 빠져나왔다.


시비 둘의 검식은 화려함이 결여된 중검(重劍)이었다.

내공이 심후하지 못한 그가 손쉽게 맞받아칠 수는 없었다. 정면에서 부딪혔다가는 되레 그의 검이 부러지고 말 터였다.


백리토는 흘긋 손에 쥔 검을 봤다.

검자루도 검신도 은은한 백색을 띤 검이었다. 장식이 없는 수수한 검이지만 분명 좋은 검이었다. 하찮은 검은 아니었다.


헌데도 이런 검이 매번 부러질 듯 꺾이다니.

시비 둘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했다. 백리토는 얼른 몸을 굽혀 시비 둘의 검세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시비 둘은 그가 검망에서 빠져나가게 가만두지 않았다. 여전히 그를 앞뒤로 에워싸면서 한손에 쥔 검을 마구 휘둘렀다.


초식이 매우 가벼우면서도 극히 무겁고 또 정묘한 것이 결코 백리구검 아래의 검법은 아니었다.


견식이 얕은 백리토는 이 시비들이 쓰는 검술이 어떤 사문의 것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어쩌면 곤륜파의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얍! 내 검을 받아랏! 이 멍청한 놈아!”


시비 둘은 매번 욕을 하면서 백리토의 앞가슴과 등 뒤쪽을 노렸다.

일검(一劍), 일검(一劍)이 살초라서 백리토는 온몸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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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지존의 길. 24.06.16 14 0 14쪽
29 29. 통관. 24.06.16 15 0 13쪽
28 28. 도를 닦아 신선이 될 수도 있다. 24.06.16 19 0 13쪽
27 27. 이미 신체를 포기했다는 뜻. 24.06.16 17 0 13쪽
26 26. 견습도사 조령령. 24.06.15 19 0 15쪽
25 25. 곤륜파 속성반. 24.06.15 18 0 14쪽
24 24. 조교도사. 24.06.15 18 0 14쪽
23 23. 백발신공. 24.06.15 20 0 21쪽
22 22. 꺼져, 나한테 다가오지 마! 24.06.14 23 0 14쪽
» 21. 왜 너희 종년 맞잖아. 걸레 같은 종년들! 24.06.14 29 0 10쪽
20 20. 백리가의 비밀(2). 24.06.13 26 0 11쪽
19 19. 백리가의 비밀. 24.06.13 23 0 10쪽
18 18. 곤륜선생 귀후림. 24.06.13 21 0 10쪽
17 17. 도력이 높은 양반을 수배했다. 24.06.13 21 0 12쪽
16 16. 어쩌다 곡마단 단원이 된 백리토. 24.06.13 18 0 11쪽
15 15. 저놈의 말은 순전히 거짓말입니다. 24.06.13 21 0 12쪽
14 14. 방울을 흔들면 그가 나온다. 24.06.12 23 0 11쪽
13 13. 죽음은 늘 가까운 곳에. 24.06.12 23 0 11쪽
12 12. 금귀혼강시의 위력. 24.06.12 26 0 14쪽
11 11. 황금관짝과의 거리는 불과 십보. 24.06.11 22 0 14쪽
10 10. 황금관짝. 24.06.11 31 0 17쪽
9 9. 도둑놈, 도둑년이라면 이가 갈리는 백리토. 24.06.11 35 0 13쪽
8 8. 금귀혼강시(金歸魂剛屍) 24.06.11 38 0 15쪽
7 7. 배때지에 확실히 칼금을 그어줘라! 24.06.11 29 0 10쪽
6 6. 친해지기 어려운 요상한 성격. 24.06.10 40 0 10쪽
5 5. 수취인불명의 표물. 24.06.10 48 0 12쪽
4 4. 곤륜은 너무 멀다. 24.06.10 73 0 17쪽
3 3. 진짜진짜 무림지존(武林至尊)이 될 몸. 24.06.10 105 1 30쪽
2 2. 잠 좀 자자! +1 24.05.09 151 1 11쪽
1 서장(序章) +1 24.05.08 181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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