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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종조 님의 서재입니다.

늙으니까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금종조
작품등록일 :
2024.05.08 12:48
최근연재일 :
2024.06.16 11: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143
추천수 :
4
글자수 :
179,576

작성
24.06.13 16:39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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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9. 백리가의 비밀.

DUMMY

백리토는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과연 석굴 안에 있는 얼음들은 죄다 사람의 형상으로 얼려져 있었다.

그 얼음을 문질러 반질반질 윤이 나게 하자 그 안에 꽁꽁 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으헉.


곤륜선생이 말했다.


“풍장, 동장 말고 설장도 있지. 곤륜산맥 제일 높은 봉우리, 그 만년설이 쌓인 곳에 파묻는 것을 설장이라고 하지.”


황당한 표정의 백리토가 말했다.


“저는 그렇게는 못합니다. 제 고향이 호북성 무현인데 그곳에선 죽은 이를 바람에 말리거나 얼리고나 또 눈에 파묻지를 않아요.”

“허, 이 어린놈이 때와 장소를 못 가리네. 여기가 지금 중원이야? 호북성 무현이냐? 아, 됐고. 그럼 딴데 가서 알아봐. 이 어르신네는 풍장, 동장, 설장뿐이 안 치르시니까 말이야.”


그는 어이가 없었다. 하루종일 이 개고생을 했는데 그게 다 헛수고가 되다니.


곤륜선생은 잠시 귀찮은 얼굴로 말했다.


“근데, 너 아까 중원팔황 어쩌고, 신공 어쩌고 하면서 혈겁을 막는다는 둥 헛소리를 했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백리토는 황망한 중에 고개를 돌려 귀후림을 보았다. 보통 때 같았으면 화가 나서 대꾸도 하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그는 어차피 곤륜파에서 무공을 닦을 요량이었으므로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제 출신이 호북성 무현, 백리표국의 장자인데 오늘날 마교가 득세하는 꼴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곤륜파 문하에 들기로 작심을 했다고 말이다.


“흥,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로군. 그 바보 놈하고 어쩜 이리 똑같을까?”

“예?”

“아니, 너랑은 상관없는 얘기야.”


백리토는 굳이 앞전에 지옥마교와 얽힌 일은 얘기하지 않았다. 곤륜선생 귀후림은 그의 말을 한귀로 흘려듣더니 한소리 했다.


“그래서 곤륜파에 제자가 되려 찾아왔다고? 음, 저기 황금관짝은 뭐냐?”

“네, 제가 처음에는 곤륜파에 공양으로 바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싹 바뀌었습니다. 저 안에는 제 소중한 친구들이 들어 있으니까요. 그 대신 저의 집안 가보인 현천동검(玄天銅劍)을 가져왔습니다. 그것을 저당 잡히고 무공을 배우려고요.”


곤륜선생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돌은 놈인가? 곤륜파가 무슨 전당포도 아니고.

뭔 검을 하나 달랑 저당 잡히고 무공을 배운다고 지랄이지?


어쨌건 그 검이 집안 가보라니까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현천동검? 그게 어떻게 생긴 물건인데?”


백리토는 황금관짝을 열어 현천동검을 꺼냈다.

바깥 온도가 영하라 그런지 예의 그 한기 섞인 냉기는 그닥 거세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꺼낸 현천동검을 본 곤륜선생은 제 이마를 철썩 때리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헉, 이, 이것은... 뇌룡검(雷龍劍)이로군!”

“뇌룡검이요?”

“이 바보 같은 녀석! 집안 가보인데도 이게 무슨 검인지도 몰랐단 거야?”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현천동검이라고.”

“그거야 그냥 누가 듣기 좋으라고 막 지은 이름이겠지. 이 검의 진짜 이름은 뇌룡신검(雷龍神劍)이야. 딱 하늘높이 쳐들고만 있어도 자연히 뇌전(雷電)을 부른다는 그 검이지.”

“예? 뇌전을 부른다고요?”

“그래, 그 뇌전으로 검법을 펼치면 이 세상천지에 당할 자가 없지.”


백리토는 곤륜선생의 말이 진짜일까 싶었다. 그렇게 대단한 신검이라면 왜 그의 부친과 선조들은 이 신검을 골방에만 썩히고 있었을까.

곤륜선생은 코웃음을 치면서 백리토를 응시했다.


“내가 아는 한 이 뇌룡검의 비밀을 아는 자는 중원에는 없어. 너희 조상 중에 이 검을 쓰는 자와 몹시 가까웠거나 다투었던 자가 있었을 걸. 아, 너의 성씨가 백리라고 했지?”

“네. 제가 백리입니다만.”

“옳지, 음, 언제였더라. 그러니까 삼백년 전에... 이 뇌룡신검이 없어졌으니까. 그때 제법 이름을 날렸던 백리 씨가 누구였더라. 백리.. 백리..”

“혹시 백리소황이 아닐까요?”

“아, 맞아, 백리소황! 그 사람이었겠군. 나또한 들어본 적이 있어. 정파록에 몇 번이나 그 이름이 나오기도 하고. 정파록 백리세가 편을 보면 그가 백리18검으로 수많은 고수들을 황천길로 잘도 보냈다고 했어. 암튼, 곤륜파에서 태어났으면 천하지존이 되었을 인물이야. 연대가 얼추 맞아떨어져.”


흥분한 백리토가 말했다.


“백리소황과 뇌룡검의 주인이 다투었다면. 백리소황이 그 뇌룡검의 주인을 죽이고 이 검을 빼앗았다는 얘긴가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왜냐면 당시 뇌룡신검을 소지한 이는 곤륜최고의 미녀는 금도홍(金到紅)이었어. 서역은 물론 중원에까지 그 이름이 짜하게 알려졌을 정도로 대단했지. 그런 미녀를 죽이고 검을 빼앗을 사내는 극히 드물지. 정파록에 적힌 것을 보면 백리소황은 꽤나 호색한인데. 그런 그가 금도홍을 죽일리는 없지.”


백리토는 곤륜선생이 제 조상인 백리소황을 호색한 어쩌고 욕을 하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백리소황이 금도홍을 죽이고 뇌룡신검을 빼앗은 것보단 나았다.


그가 말했다.


“그렇게 금도홍이 예뻤을까요? 서로 검을 겨누고 싸웠지만 끝내 죽이지 못할 만큼.”

“크크, 내 말을 믿어.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난 골이 빠개지도록 절을 하고 한번만 만나달라고 빌었을 거야. 암튼 금도홍은 당시 사문의 뇌룡신검을 몰래 가지고나갔어. 천하에 그처럼 아름다운 이는 없었지. 그 금도홍이 자신을 농락한 이를 죽이고 오겠다면서 쪽지를 남겼어. 그런 뒤 곤륜산을 떠났지. 쪽지에 그 상대를 밝혀놓지 않았기에 사문의 어른들은 그녀가 어디로 향했는지 알 수 없었고 또 이후의 소식은 그 누구도 들은 바가 없게 됐지.”

“왜 그렇죠?”

“네 말마따나 백리소황이 죽이고 어디다 파묻었다면 말이 되지. 하지만 내 생각엔 그 백리소황에게 시집을 간 것이 틀림없어.”

“예? 시집이요?”


갑작스런 이야기 전개에 백리토는 당황했다. 곤륜선생이 말했다.


“곤륜파는 모든 제자들의 금혼(禁婚)이 불문율이야. 남녀 간에 사사로이 정을 통해서도 안 되지. 만약 금혼을 어기면 큰 벌을 받게 돼. 그래서 몰래 백리소황에게 시집을 간 뒤, 그 흔적을 지웠을 거야, 틀림없이.”


백리토는 금혼이라는 말에 큰 심적충격을 받았다.

곤륜파 문하의 제자들이 금혼해야 한다면 그는 결코 곤륜파 문하에 들 수 없었다. 그에게는 독고화린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 씨발, 이거 좆 됐네. 잠깐만, 아니지. 일단 신공을 터득할 때까지는 그런 척하고 나중에는 걍 모른척하면 되는 일이 아닐까.

맞아, 그러면 되겠어. 일단 절세고수가 되고 다면 그 누가 나한테 뭐라 할 수 있겠어.


그는 그런 생각으로 뺨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백리토가 물었다.


“곤륜의 여제자 금도홍이 백리소황에게 시집을 갔다고 말씀하시는 근거는요?”


곤륜선생은 한손으로 백리토를 가리켰다.


“증거는 바로 너야. 너는 모르겠지만 곤륜파 조사전 한쪽에 금도홍의 얼굴이 박힌 벽화가 있어. 삼백년 전부터 곤륜파는 그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지.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그녀를 잊지 말고 찾아내야 한다는 뜻으로 벽화를 그려 넣은 거야. 물론 뇌룡신검의 행방이 더 중요해서였겠지. 헌데, 그 벽화 속 금도홍의 얼굴과 너는 완전 빼다 박았어. 너무도 신기할 만큼 완벽하게.”


곤륜선생의 말에 그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나 닮았나요?”

“말해 무엇해? 길게 말할 것도 없어. 나중에 들릴 일이 있으면 가서 봐봐. 깜짝 놀랄 정도니까.”


백리토는 곤륜선생 귀후림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허, 이걸 믿어야돼, 말아야돼?


너무도 허무맹랑한 얘기지만 또 듣고 있자니 정말 그런 것도 같았다.

지금 그가 들고 있는 현천동검만 해도 그것을 방증하는 증거품이 아니겠나.

곤륜파의 보검인 뇌룡신검이 어째서 백리세가의 가보가 되었는지는 그의 몇 마디 말로 해답이 딱 나와 버렸다.


허참, 그럼 이 모든 것이 다 진실이라는 얘기?


백리토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곤륜파에서 도망 나온 여제자 금도홍이 자신의 몇 대조 할머니이었다니.


그는 퍼뜩 생각난 것이 있어 물었다.


“잠깐만요, 이야기가 그리되면 금도홍이 이 뇌룡신검을 곤륜파에서 훔쳤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당연히 그리되지. 금도홍이 왜 계속 이 뇌룡신검을 갖고 있었는지는 몰라. 이 뇌룡검을 사문에 돌려주고 큰 벌을 받느니 차라리 스스로의 죽음을 위장했는지도 모르지.”


백리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몰랐어요. 저희 부친도 그렇고 저희 집안사람들은 이 검이 곤륜파의 뇌룡신검인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요.”

“그야 금도홍이 비밀에 부쳤겠지. 백리소황에게 검의 내력을 말해 주지도 않았을 테고. 이봐, 어린 아우, 백리세가에 혹여 곤륜파의 무공을 익힌 이가 있나?”

“아니오, 없어요. 저는 백리가문의 장자인데 이제껏 곤륜파에 관해선 단 한마디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아는 것들은 죄다 책이나 귀동냥으로 얻어 들은 것뿐이에요.”

“음, 역시 그렇군. 어쩌면 그게 금도홍이 마지막까지 지킨 사문의 의리였는지도 몰라. 곤륜파의 무공을 다른 이에게 전하지도 않았고 또 백리가에 뇌룡신검을 남기긴 했지만 그 정확한 내력을 밝혀놓지도 않았어. 그럼으로써 자기가 진정 사문을 배신한 것은 아니라고 여겼을 거야. 그렇게 뇌룡신검의 존재가 영원히 묻혀버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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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지존의 길. 24.06.16 14 0 14쪽
29 29. 통관. 24.06.16 14 0 13쪽
28 28. 도를 닦아 신선이 될 수도 있다. 24.06.16 19 0 13쪽
27 27. 이미 신체를 포기했다는 뜻. 24.06.16 17 0 13쪽
26 26. 견습도사 조령령. 24.06.15 19 0 15쪽
25 25. 곤륜파 속성반. 24.06.15 18 0 14쪽
24 24. 조교도사. 24.06.15 18 0 14쪽
23 23. 백발신공. 24.06.15 20 0 21쪽
22 22. 꺼져, 나한테 다가오지 마! 24.06.14 23 0 14쪽
21 21. 왜 너희 종년 맞잖아. 걸레 같은 종년들! 24.06.14 28 0 10쪽
20 20. 백리가의 비밀(2). 24.06.13 26 0 11쪽
» 19. 백리가의 비밀. 24.06.13 23 0 10쪽
18 18. 곤륜선생 귀후림. 24.06.13 21 0 10쪽
17 17. 도력이 높은 양반을 수배했다. 24.06.13 21 0 12쪽
16 16. 어쩌다 곡마단 단원이 된 백리토. 24.06.13 18 0 11쪽
15 15. 저놈의 말은 순전히 거짓말입니다. 24.06.13 21 0 12쪽
14 14. 방울을 흔들면 그가 나온다. 24.06.12 23 0 11쪽
13 13. 죽음은 늘 가까운 곳에. 24.06.12 23 0 11쪽
12 12. 금귀혼강시의 위력. 24.06.12 26 0 14쪽
11 11. 황금관짝과의 거리는 불과 십보. 24.06.11 22 0 14쪽
10 10. 황금관짝. 24.06.11 31 0 17쪽
9 9. 도둑놈, 도둑년이라면 이가 갈리는 백리토. 24.06.11 35 0 13쪽
8 8. 금귀혼강시(金歸魂剛屍) 24.06.11 38 0 15쪽
7 7. 배때지에 확실히 칼금을 그어줘라! 24.06.11 29 0 10쪽
6 6. 친해지기 어려운 요상한 성격. 24.06.10 40 0 10쪽
5 5. 수취인불명의 표물. 24.06.10 48 0 12쪽
4 4. 곤륜은 너무 멀다. 24.06.10 73 0 17쪽
3 3. 진짜진짜 무림지존(武林至尊)이 될 몸. 24.06.10 105 1 30쪽
2 2. 잠 좀 자자! +1 24.05.09 151 1 11쪽
1 서장(序章) +1 24.05.08 180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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