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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종조 님의 서재입니다.

늙으니까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금종조
작품등록일 :
2024.05.08 12:48
최근연재일 :
2024.06.16 11: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141
추천수 :
4
글자수 :
179,576

작성
24.06.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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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4. 곤륜은 너무 멀다.

DUMMY

독고화린은 백리토와 작별했다.


그녀는 나는 듯이 창문을 빠져나가 사라졌다. 신법의 빠름과 정묘함은 귀신같았다. 강한 남자를 신봉한다는 그 말처럼 독고화린의 무예도 쉽게 볼 수준은 아니었다.


백리토는 한참동안 방안을 맴돌았다.

한손에 쥔 독고화린의 서찰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함부로 열지 못하게 금실로 종이 테두리가 꼼꼼히 꿰매져 있었다.


젠장, 졸라 열심히도 꼬매놨네.


결국 그는 치미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독고화린이 건네준 서찰을 천천히 뜯기 시작했다. 대관절 그녀가 부모님께 무슨 말을 써놨는지 몹시도 궁금했다.


밤새 노력해서 종이가 상하지 않도록 했다. 그런 탓에 새벽녘이 다 되어서야 꿰매진 금실을 풀고 서찰을 개봉할 수 있었다.


백리토는 침상에 걸터앉아 서찰을 펴들었다. 창가에는 노란 햇볕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서찰을 읽어 내린 그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아아, 이럴 수가.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서찰의 내용은 자못 충격적이다.




<백리만방 오라버니에게>


오라버니,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갑자기 제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죄송해요.

전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실연의 상처는 잘 봉합되었고 아물었어요. 오라버니에 대한 증오 또한 세월과 함께 묻혔어요.

그러니 더는 절 불편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어쨌건 저는 그날 이후, 16년 동안 생각보다 잘 지냈어요. 지금 이렇게 서찰을 보낸 것은 단지 그 이야기를 하기위해서가 아니에요.


갑작스런 소식에 많이 당황하실 수도 있어요. 지금쯤 오라버니 앞에는 제 서찰을 건넨 자제분이 서 있겠죠.

백리토, 그 아이가 저에게 고백을 했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보통 성숙한 것이 아니에요. 저를 그간 얼마나 괴롭혔는지 말도 못한답니다.


어쩜 그렇게 맹랑한 말과 행동을 잘도 하는지 팔대세가의 인사들도 꽤나 놀란 눈치였어요.

그 옛날 젊었을 적 백리 오라버니를 보는 것 같다면서 저희끼리 쑥덕대더라고요.

호호호, 이것은 농담인 것 아시죠.


암튼, 오라버니. 너무 충격 받지는 마세요. 저희도 어렸을 때 한번쯤은 그래봤잖아요.

자기보다 한참 연상인 이성이 대단해보이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렇지만 저도 깜짝 놀랐어요. 스무 살이나 연상인 저에게 백리토가 고백을 할 줄은 몰랐어요.


한동안 그것 때문에 고민이 깊었어요.


이 사실을 오라버니한테 어떻게 알려드려야 할지 난감했거든요.

오라버니도 아시다시피 16년 전. 오라버니가 저를 포기한 그날. 저는 절망에 빠져 집을 나갔어요.


강호에서도 유명한 얘기니까 오라버니도 잘 아실 거예요.

저는 그때 제 인생이 아무렇게나 되라는 식으로 매일같이 잘못된 사람들과 어울렸어요. 마교의 인물들이 특히 그랬죠.

귀혼마교(鬼魂魔敎)의 교주 악불악(惡不岳)과 굉장히 가깝게 지냈어요. 어느 날 밤, 술에 취해 그와 성혼하기로 약속을 하기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파혼을 천명했죠.

그 때문에 귀혼교주 악불악은 저를 가만두지 않으려 했어요.


차마 절 노리지는 못하고 만약 악불악 본인보다 무공이 낮은 자와 만나려 든다면 그게 누구든 없앤다고 했죠.

그와 대적해서 쓰러뜨린 남자라야만 자신이 물러설 거라며 호언했어요.


그 이후. 저를 쫓아다닌 남자는 백도든 흑도든 그게 누구든 전부 죽었죠.

귀혼교주 악불악에게 의해서요. 호호호, 만방 오라버니 죄송해요. 제 이야기가 너무 살벌했죠.


걱정 마세요. 그도 이제는 저를 잊었나 봐요.

귀혼교주를 본지도 벌써 십년이 넘었네요. 최근 절 쫓아다닌 것들이 있었는데 그것들 전부 제가 혼내줬죠. 악불악은 코빼기도 안 비쳤어요.


어쨌건 오라버니가 아드님 간수를 잘 하셔야겠어요.

저에게는 적들이 참 많아요. 정파 사파를 가리지 않고요. 어렸을 때 개차반으로 논 값을 제대로 하는 거죠.


때문에 오라버니의 자제인 백리토가 계속 저를 쫓아다니다간 큰 고초를 겪을 수 있어요.

그러니 오라버니가 이번 참에 훈육을 단단히 하시는 것이 좋겠어요. 아직 어리니까 여자보단 무공에 더 열을 올리도록 말이에요.


아, 오랜만에 안부를 전하는데 헛소리가 너무 많았네요.


앞으로도 오라버니에게 꽃길만 있길 바랄게요. 이것은 제 진심이에요.

혹여 이제까지 죄책감 같은 것이 남아있다면 그러지 마세요. 전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아요.


저는 오라버니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기화영(起花英) 언니한테도 안부 전해주세요. 많이 늦었지만 오라버니와 맺어진 것을 축하드린다고요. 또 잘생기신 아드님을 낳으신 것도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독고화린 드림>




백리토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서찰의 내용은 명확했다.


과거 독고세가의 영애 독고화린과 제 부친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부친이 독고화린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성혼을 했다. 바로 그의 어머니인 기화양과 말이다.


이후 독고화린은 강호를 정처 없이 떠돌면서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귀혼마교의 교주 악불악과의 만남이 그러했다. 서찰의 내용대로라면 독고화린은 지난 16동안 말도 못할 고초를 당한 것이 틀림없다.


백리토는 그렇게 확신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서찰에 적힌 글귀마다 애증과 슬픔, 절망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아아, 불쌍한 여자. 아아, 불쌍한 여자.


백리토는 화가 나서 서찰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제 부친인 백리만방이 이토록 무정한 사내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기가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부친은 노상 어머님께 애틋하지 않았던가. 부부의 금슬은 무척이나 좋았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죄 없는 한 여자의 희생이 있었을 줄이야.


백리토는 그길로 짐을 꾸려 집으로 돌아갔다.

남경에서 호북성까지 오는 길에 잠 한숨 안자고 왔다. 백리표국 앞에 이르자 타고 온 말은 그대로 뻗어 쓰러졌다.

입에 새하얀 거품을 잔뜩 문 것이 금방 죽을 것만 같았다.


백리토는 표국 장원(莊園)에 모인 표사들을 밀치면서 안으로 들어섰다.


“아버님! 아버님! 소자 토야가 돌아왔습니다!”


본채 밖에 나온 백리만방은 그를 보자마자 꾸짖었다.


“이 망할 놈! 남경 표행 길을 끝마쳤으면 곱게 돌아올 것이지. 어딜 쏘다니다가 이제야 기어들어 오는 것이냐!”


백리토는 인사를 마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아버님, 소자가 긴히 할 말이 있습니다!”


그가 정색을 하자 백리만방은 멈칫했다. 응석받이로 자라난 백리토는 지금까지 노상 아빠, 엄마를 입에 달고 살았다.


헌데, 갑자기 아버님이라니.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느껴진다. 백리만방은 서둘러 그를 일으켜 세웠다.


“토야! 남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더냐? 혹여 사고라도 당했더냐?”


입술을 굳게 다문 백리토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일단 방안으로 들어가시죠.”

“그래, 어서 들어가자. 빨리 들어가서 얘길 나눠보자.”


사실 그가 응석받이가 된 것은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그를 낳아 키운 백리만방과 기화영 탓이 컸다. 아비인 백리만방과 어미인 기화영은 겉으로는 엄한 척을 했지만 실상은 백리토 앞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날 이때껏 그가 입고자 하는 것 먹고자 하는 것은 뭐든 다 사다 주었다.


정도(正道) 육대문파나 팔대세가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표국으로 나름 잘 나가고 있었다.


백리토는 여느 대감댁 자제 못지않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랬기에 건방이 하늘을 찔렀고 위도 아래도 없이 제멋대로 굴어왔다.


방안에 들어선 백리만방은 윗자리에 앉았다. 부인인 기화영이 바깥에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독고화린 못지않은 미모를 뽐냈다. 다만 기화영은 둘째를 가진 배부른 몸으로 혈색이 좋지 못했다.

때문에 백리만방은 눈짓으로 좀 있다 들어오라 일렀다.


본채의 하녀가 차를 내오자 백리만방이 물었다.


“자, 말해 보거라. 이 아비에게 할 말이 무엇이더냐?”


백리토는 새빨개진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 속마음 같아서는 절 낳은 아버지를 크게 꾸짖고 싶었다. 어째서 독고화린의 연정을 무참히 저버렸느냐면서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진짜로 묻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었다. 왜 독고화린 그 여자랑 아버지가 남녀사이로 엮인 것이냐며 울분을 토하고 싶었다.


그 나이는 어려도 세상의 이치는 제법 아는 백리토였다. 한때나마 부친과 독고화린은 연인관계였다. 그


렇다면 그것은 결코 자신과 그녀가 맺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만약 그것을 뛰어넘자면 세상 사람들의 온갖 질책과 손가락질을 감당해야만 했다.


굳은 결심을 한 백리토가 말했다.


“소자. 당분간 집을 떠나겠습니다.”


부친인 백리만방으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토야, 너가 왜 집을 떠나? 대체 무슨 연유로?”

“소자 그간 너무 막 살았습니다. 하여 이제부터라도 무공을 좀 제대로 익혀보려 합니다.”

“갑자기 무공이라니? 무공이라면 가전무공이 있지 않으냐? 대관절 어디를 가서 또 무공을 배운다고...”


백리토가 그의 말을 끊었다.


“아버님! 저도 눈이 있고 귀가 있습니다. 현재 백리세가의 가전무공은 빈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오십년 전 저희 가전무공은 의맹(義盟)에 의해 반 토막이 났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부친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의맹은 과거 오십년 전 창설된 기구였다. 구파일방이 주축이던 무림맹이 깨지고 육대문파가 새롭게 모여 만든 곳이 의맹이었다.


이후, 그 의맹에서는 백리세가의 가전무공인 백리십팔검법(白利十八劍法)과 백리호지법(白利虎指法)을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도작(盜作)이라 공표했다.


의맹의 주장에 의하면, 그 옛날 삼백여년 전. 백리가(家)의 절세고수 백리소황(白利小皇)이 소림사의 지법과 무당의 검법을 함부로 훔쳐갔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백리세가의 가전 무공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백리세가는 그런 의맹의 억지에 격렬히 반박했다.


결코 도작일리 없다면서 끊임없이 반론을 펼쳤다. 그럼에도 육대문파로 구성된 의맹은 집단의 힘으로 백리세가를 굴복시켰다.


백리세가가 같은 팔대세가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모두 침묵했다.


그사이 육대문파의 연합체인 의맹은 마지막 경고장을 날렸다.

삼백여년 전 베껴간 지법과 검법을 내놓지 않는다면 당장 정파록(正派錄)에서 삭제해버릴 것이라 했다.


정파록이란 구대문파와 팔대세가를 아우르는 정도문파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그 서열을 정해놓은 책자였다.


단순한 책자지만 위기상황에서의 역할은 지대했다.


둔황 등의 새외지역에서 넘어오는 수많은 사도의 무리들이 정도문파를 공격할시 그 책자에 포함된 문파들은 같은 정도문파들의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평소에는 서로 죽일 듯 싸우지만 위기상황에 처하면 다함께 힘을 합쳐 새외의 사악한 무리들을 물리쳐왔던 것이다.


헌데 그 책자에서 백리세가가 제외된다면 당장 곤경에 처할 수 있었다. 마교를 비롯한 새외의 무리들이 굶주린 승냥이 떼처럼 달려 들것은 뻔했다.


정도세력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이들 또한 알게 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백리세가는 눈물을 머금고 굴복했다.

오십년 전 의맹이 원하는 대로 백리18검법과 백리호지법의 무공보를 반으로 찢어 넘겼다.

중요 후반부가 날아간 백리18검법과 백리호지법은 본래 위력의 삼할도 채 내지 못했다.

그 이후로 백리세가는 가세가 기울었고 결국 표국 운영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백리토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아버님! 저를 한번만 믿어 주십시오! 소자가 다시 저희 집안을 일으켜 보겠습니다!”


마음에 아예 없는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집에서 나가고 싶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도저히 부친과 모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의 말에 백리만방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너의 뜻은 진정 가상하다. 하지만 굳이 집을 떠날 필요가 있겠느냐. 집과 가까운 무당산이 있지 않으냐. 이집에서 오갈 수 있는 무당파의 속가제자가 되면 어떻겠느냐? 그곳에서 무공을 연마하면 될 듯한데.”


백리만방은 그에게 무당파 조사전에 공양을 올리겠다고 했다.

속가제자로 들 수 있게 힘을 한번 써보겠다고 했다. 말이 공양이지 표국에서 번 돈의 일부를 갖다 바친다는 소리나 진배없었다.


백리토는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고개를 짤짤 흔들었다.


“아버님! 그것은 절대로 싫습니다! 저희 집안을 이리 만든 것이 의맹이고 또 그에 속한 곳도 무당파입니다. 게다가 무당은 백날 천날 저희를 비웃는 것들이 아닙니까? 제가 그곳에 간다한들 그 누가 저에게 신공절학을 가르쳐 주겠습니까?”


백리만방은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잠깐의 시간을 갖고 차를 한잔 마셨다.


“하지만 토야. 비록 반쪽짜리 무공이지만 우리에겐 아직 백리구검과 백리호지법이 있다. 나름 뛰어난 구석이 있지. 그것을 뛰어넘은 무공은 같은 팔대세가인데. 그것은 자존심상 아니 될 말이고. 또 의맹에도 가지 못한다면, 토야 네가 갈 곳은 단 세 곳뿐이다. 바로 아미, 개방, 곤륜이지. 헌데 아미파는 여자만 받는 곳이고, 개방은 거지들이나 가는 곳이고, 반면 곤륜은 이곳에서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 곤륜은 십만리 길도 넘는 청해성에 있지 않으냐?”


다시 차를 홀짝인 백리만방은 초조했다.

귀하디귀한 아들의 입에서 설마 곤륜파가 나올까봐 심히 걱정이 되었다. 허나 그의 불길한 예감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아버님! 소자 곤륜파 문하에 들겠습니다. 그 옛날 백리세가의 위용을 되찾을 무공을 반드시 익혀오도록 하겠습니다.”


백리만방은 손에 든 찻잔을 떨어뜨렸다.


“토야! 그건 안 된다! 곤륜파는 너무 멀어서 위험해! 네 동생을 가진 어미가 이 사실을 알면 충격으로 쓰러지고 말 것이다!”


“아버님! 저는 이미 결정했습니다! 제발 저를 막지 말아주세요!”


그런 이때였다. 방밖에서 숨어듣던 백리토의 엄마 기화영이 들이닥쳤다. 벌써부터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철철 흘리고 있었다.


“엉엉, 안 된다! 안 돼! 토야! 절대로 안 된다! 내 귀한 아들을 내 눈으로 본적도 없는 그런 먼 곳으로 보낼 수는 없어! 만약 네가 간다면 이 엄마는 그날로 쓰러져 죽고 말거야! 그러면 토야 넌, 이 엄마와 뱃속에 있는 아기, 그 모두를 죽이는 것이야!”


기화영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백리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크게 오열했다.


“어, 엄마! 아니, 어머니! 이것 좀 놓으세요. 옷 찢어져요!”

“엉엉, 안 된다! 안 돼! 갈 거면 이 어미를 죽이고 가라!”


백리토로선 어처구니가 없었다. 부친과 모친이 반대를 하리라 예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실성한 사람처럼 울부짖을 줄이야.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럴수록 더욱 강하게 맘을 먹었다.


젠장, 속세의 규범 따위는 똥을 먹는 개에게나 줘버리라지. 나 백리토! 반드시 독고화린과 맺어질 테다!


서찰의 내용만 보면 그녀 또한 날 어린애 취급하는데. 일단은 무공을 쎄게 익히자.

그런 뒤 어느 정도 무림에서 입지를 다지고 나면 독고화린도 더는 날 우습게보지 못하겠지.


이렇게 백리토는 가문의 영광도 영광이지만 무엇보다 독고화린한테 인정받고 싶은 맘이 컸다.


만약 무공을 익히는 중간에 독고화린이 성혼을 할 경우 억지로라도 그녀를 빼앗겠다고 다짐했다.

역시나 제멋대로 자라난 백리토다웠다.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 그것을 가져야만 직성이 풀렸으니까.


그런 반면 인간적인 면모도 나름 있었다.

백리토는 불쌍한 독고화린을 간악한 마교의 것들에게서 구해주고 싶었다.


딴에는 그녀가 괴롭힘을 받고 있는 이때에 자신만 편안히 있을 순 없었다. 그녀를 깊은 수렁에서 구해줄 이는 당연히 자신뿐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백리토는 너무 많이 독고화린의 서찰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 탓에 독고화린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너무 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독고화린이 괜찮다고 한 것은 결코 괜찮지 않은 것이라 여겼다.


귀혼마교의 교주 악불악의 경우도 그랬다.


독고화린이 표현을 안했을 뿐 여태까지 그 개 같은 놈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또 그녀는 젊은 시절 많은 실수로 적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 최근에도 그녀를 괴롭힌 것들이 있다고도 했다.


그런 만큼 백리토는 반드시 고강한 무공을 익혀야만 했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독고화린을 지켜낼 수 있다고 여겼다. 실상은 그게 전혀 아니라도 백리토는 그것을 진실로 믿었다.


그는 자꾸만 제 바짓가랑이를 끌어당기면서 목 놓아 우는 엄마를 보면서 혀를 쯧쯧 찼다.


아, 이거 안 되겠다. 기회를 봐서 도망을 쳐야지 곱게는 빠져나갈 수가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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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지존의 길. 24.06.16 14 0 14쪽
29 29. 통관. 24.06.16 14 0 13쪽
28 28. 도를 닦아 신선이 될 수도 있다. 24.06.16 19 0 13쪽
27 27. 이미 신체를 포기했다는 뜻. 24.06.16 16 0 13쪽
26 26. 견습도사 조령령. 24.06.15 19 0 15쪽
25 25. 곤륜파 속성반. 24.06.15 18 0 14쪽
24 24. 조교도사. 24.06.15 18 0 14쪽
23 23. 백발신공. 24.06.15 20 0 21쪽
22 22. 꺼져, 나한테 다가오지 마! 24.06.14 23 0 14쪽
21 21. 왜 너희 종년 맞잖아. 걸레 같은 종년들! 24.06.14 28 0 10쪽
20 20. 백리가의 비밀(2). 24.06.13 26 0 11쪽
19 19. 백리가의 비밀. 24.06.13 22 0 10쪽
18 18. 곤륜선생 귀후림. 24.06.13 21 0 10쪽
17 17. 도력이 높은 양반을 수배했다. 24.06.13 21 0 12쪽
16 16. 어쩌다 곡마단 단원이 된 백리토. 24.06.13 18 0 11쪽
15 15. 저놈의 말은 순전히 거짓말입니다. 24.06.13 21 0 12쪽
14 14. 방울을 흔들면 그가 나온다. 24.06.12 23 0 11쪽
13 13. 죽음은 늘 가까운 곳에. 24.06.12 23 0 11쪽
12 12. 금귀혼강시의 위력. 24.06.12 26 0 14쪽
11 11. 황금관짝과의 거리는 불과 십보. 24.06.11 22 0 14쪽
10 10. 황금관짝. 24.06.11 31 0 17쪽
9 9. 도둑놈, 도둑년이라면 이가 갈리는 백리토. 24.06.11 35 0 13쪽
8 8. 금귀혼강시(金歸魂剛屍) 24.06.11 38 0 15쪽
7 7. 배때지에 확실히 칼금을 그어줘라! 24.06.11 29 0 10쪽
6 6. 친해지기 어려운 요상한 성격. 24.06.10 40 0 10쪽
5 5. 수취인불명의 표물. 24.06.10 48 0 12쪽
» 4. 곤륜은 너무 멀다. 24.06.10 73 0 17쪽
3 3. 진짜진짜 무림지존(武林至尊)이 될 몸. 24.06.10 105 1 30쪽
2 2. 잠 좀 자자! +1 24.05.09 151 1 11쪽
1 서장(序章) +1 24.05.08 180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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