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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종조 님의 서재입니다.

늙으니까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금종조
작품등록일 :
2024.05.08 12:48
최근연재일 :
2024.06.16 11: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135
추천수 :
4
글자수 :
179,576

작성
24.06.1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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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7. 도력이 높은 양반을 수배했다.

DUMMY

백리토는 객점에 들러 주린 배를 채웠다. 양고기 몇 점과 우육면을 먹었다.


금귀는 강시라서 사람이 먹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금귀는 객점 앞에 황금관짝을 내려놓고 그 위에 걸터앉게 했다.


우육면과 양고기를 씹으면서도 온 신경은 바깥에 있는 금귀와 황금관짝에게 쏠렸다.

면상에 새하얀 분을 발랐지만 여전히 금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더욱이 짱짱한 햇볕에 반짝거리는 황금관짝은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만했다.


행인 중 몇몇은 저것다 가짜라는 둥, 진짜면 저게 다 얼마냐는 둥 말들이 많았다.


아까 성문 앞에서 백리토가 곤란을 겪은 것을 본 이들은 저거다 곡마단 공연용으로 만든 가짜관짝이라면서 아는 체를 했다.


“무역업을 하는 색목인은 봤어도 곡마단에 있는 색목인은 또 첨보는데?”


“하하하, 난 가끔 봤지. 이곳은 곤륜파 때문에 홍루가 번창하지 못했지만 천산산맥쪽으로 가면 엄청난 곳들이 많이 있어. 난쟁이 색목인에다 기가 막힌 색목미인들이 가득한 홍루도 많다니까.”


“헉, 이보게, 천산산맥이면 십대마련의 주요거점지가 아닌가. 잘못 발을 들여놨다가는 뇌골과 심장이 쥐도 새도 모르게 뽑힌다고 들었어.”


“크크, 그것은 너무 겁이 많은 녀석들이 하는 얘기고. 십대마련은 돈만 많이 들고 오면 얼마든지 단골손님으로 받아준다고. 나도 서역장사치를 따라 몇 번 가봤는데. 완전 별천지더라고. 뭐, 마교 놈들에게 납치 되서 그곳에 갇힌 인간들이야 불쌍하지만 말이야.”


“쉿, 곤륜파 도사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이러나? 마교도들과 내통한 혐의로 목이 잘려 효시를 당할 수 있단 말일세.”


“하하, 이 친구 겁이 나무 많구만.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목을 자르다니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나?”


“자네 뭘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이곳에선 곤륜파가 바로 법일세. 곤륜성 성곽을 지키는 장수와 병사들도 곤륜파가 금전을 지급해서 사 모은 용병들이라고. 옥문관 바깥에는 황제의 힘이 전혀 미치지 못하니까.”


백리토는 사람들이 점차 모여들자 골치가 아파왔다. 대충 식대를 지불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음 같아선 한 며칠 성내에서 푹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시인 금귀와 황금관짝은 너무 이목을 집중시켰다. 되는대로 빨리 곤륜파로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판단 같았다.


금귀와 대로를 걷다가 상점 하나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주인장, 여기서 젤로 좋은 옷으로 두벌 주시오. 아니, 네 벌 주시오.”


그는 곤륜산을 오르기 전 나름 때깔 좋은 옷을 네 벌 샀다.

두벌은 자신과 금귀가 입고 나머지 두벌은 황금관짝에 누운 천사림과 이한조에게 입히기 위해서다.


제명에 못 죽은 것도 원통한데 옷까지 구려서야 어디 귀천이나 제대로 할까. 지금 옷은 죄다 찢어지고 칼빵이 뻥뻥 뚫려 있었다.

그 옷 그대로 고스란히 황금관짝 안에 넣어 두었었다.


때문에 깨끗한 옷을 갈아입혀 정성스럽게 장례를 치러주고 싶었다.

그는 객점 주인장에게 장례를 치러줄 이가 없는지 한번 알아봐 달라고 했다.

경험이 일천한 그로서는 도저히 저 혼자 장례를 치러줄 깜냥이 없었다.


뒷짐을 지고 있던 객점 주인장이 놀라 말했다.


“장례라니? 그럼 저 바깥에 있는 황금관짝에 정말로 사람의 시신이 들었단 말이오?”


백리토는 그저 고개만 까딱였다.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와 부딪히는 사람마다 뭐든 꼬치꼬치 캐묻는 통에 머리에서 쥐가 날 지경이었다.

다행히 객점 주인장은 이것저것을 따져 묻지 않았다. 다만 장례를 치러줄 돈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품속에서 애기 주먹만한 은괴를 꺼내놓았다.

그것을 보고 주인장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 눈이 파르르 떨리더니 어느새 입가에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후후후, 좋아요, 좋아, 젊은 공자 분께서 이리 배포가 크시다니. 제 눈이 삐었군요. 장례를 아주 끝장나게 치러주는 사람을 제가 잘 알고 있습죠. 잠시만 기다려 보십쇼.”


객점 주인장이 자릴 비운 사이 백리토는 잠시 빌린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더러워진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방으로 같이 들어온 금귀도 씻겼다.


죽은 사람의 몸을 씻긴다고 생각하니 처음엔 오싹 소름이 끼쳤다.

그렇지만 이제껏 제 옆에서 절 지켜준 이를 소중히 여기지 못한다면 자신 또한 저를 천대한 것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백리토는 성심껏 금귀를 보살폈다.

그를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앉게 하고 그 머리에도 몸에도 비싼 향유를 뿌렸다.

그런 다음 부드러운 천으로 그의 몸을 싹싹 문질러 닦았다.


그러자 아까 전에 바른 하얀 분첩은 물론이고 거무죽죽한 땟국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몇 번이나 물을 새로 받아와 씻겼는데도 까만 물은 계속해서 줄줄 흘러나왔다.


“우웩! 드러워! 아까 먹은 우육면하고 양고기가 절로 다시 목으로 넘어오네.”


말은 그렇게 했어도 금귀를 닦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한번 하기가 싫어서 그렇지 백리토도 나름 고집은 있었다.


“크르르르르르.”


금귀가 이빨을 드러내고 낮게 소릴 냈다. 백리토는 순간 놀래 금귀의 얼굴을 살폈다.

이놈이 목욕을 싫어해서 그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좋아서 그러는 것이다.


견식이 얕아 잘은 모르지만 암만 봐도 이 금귀혼강시는 일반적인 강시와는 많이 달라보였다.

천사림이 설명했을 때 강시들은 대개 이지를 상실하여 생전의 기억은 물론이고 사람으로서 가지는 기쁨, 슬픔, 분노 등의 온갖 감정들을 못 느낀다고 했었다.


헌데 금귀는 어렴풋이 인간의 감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작게는 싫고 좋고가 드러나고 화가 났을 때는 그 어떤 사람보다 분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백리토는 순간 마음이 착잡해졌다.

아직 어린 그의 입장에서 이 낯선 도시에서 의지할만한 이는 이미 죽어서 강시가 된 금귀뿐이 없었다.


아무튼 금귀를 다 씻기고 나자 그 인물됨은 이전보다 더 굉장해졌다. 하마터면 백리토가 그에게 홀딱 반해 그를 힘껏 껴안을 뻔도 하였다.

금귀의 온 전신이 청동색임에도 그의 멋짐은 전혀 가려지지가 않았다.


그 떡 벌어진 양쪽 어깨에다 단단한 근육질로 뒤덮인 그의 몸은 황궁의 장인이 수없이 정을 쪼아 만든 멋들어진 조각상 같았다.


“씨발, 부럽네, 조낸 부러워! 도대체 무얼 먹으면 저렇게 큰 거야?”


백리토는 금귀의 두 다리 사이에 난 것을 보면서 정말이지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나 대단해서 경이로움마저 느꼈다.

한참 넋을 놓고 보고 있자니 불현 듯 자신의 손이 거기로 가있었다. 미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금귀의 것을 움켜쥐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퍼뜩 들자 백리토는 ‘헉’하고 신음을 토했다. 이제 겨우 16세인데 벌써부터 정체성이 흔들리면 무지 곤란했다.


그의 목표는 정말이지 독과화린과 맺어져서 떡두꺼비 같은 아들들과 토끼 같은 딸을 수없이 낳는 것이 소원인데.


그는 자신의 양 뺨을 철썩철썩 내갈겼다.


“야야, 백리토! 너 정신 차려! 대체 왜 이러니? 왜 이래?”


한참 뺨을 내갈기고 있는데 방문에서 소리가 났다.

서둘러 뒷정리를 한 그는 객점의 방문을 열었다. 객점주인장이 요상한 표정으로 백리토를 응시했다.


“엉? 어째서 젊은 공자분의 얼굴이 새빨갛게 부어있지요? 혹시 누구한테 맞기라도 했어요? 문 앞에서 들으니까 누가 막 욕을 하면서 때리는 소리가 들리던데.”


백리토는 머쓱해서 앞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장례를 치러줄 사람은 왔습니까?”


객점주인장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미심쩍은 눈길로 방안을 둘러봤다.

피부가 청동색인 남자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을 뿐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다만 방안 한켠에 놓여있는 황금관짝만은 영 못마땅했다.


저 안에 시신이 들어있다면서 왜 자꾸 그것을 객점 내부로 들여다 놓는지. 그것을 말리지 못한 점소이 춘삼이가 더 원망스러웠다.


어쨌건 빨리 이 젊은이를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자님, 놀라지 마세요. 제가 곤륜파에서도 대단히 도력 높은 양반을 수배했어요. 그 양반이라면 아무리 한 많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도 귀천시킬 수 있을 겁니다.”


백리토는 그것 참 잘되었다며 곧장 짐을 꾸려 객점을 나섰다. 금귀는 여전히 한쪽 어깨위에 황금관짝을 짊어지고 있었다.


상점가를 빠져나와 한참 객점주인장을 따라갔다. 큰 길과 맞닿은 곤륜성 외곽 후문을 통과했다. 정문보다는 병사들의 숫자가 확연히 줄어 있었다.


객점주인장과 함께 있는 덕분인지 귀찮게는 하지 않았다. 곧 여러 갈래의 길이 나타났다. 험준한 곤륜산맥과 이어지는 길들이었다.


객점주인장은 한쪽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곤륜산으로 향하는 길 중에서 제일 큰 길이었다. 반시진 정도만 가면 곤륜성내의 사람들을 장사지내는 대묘(大墓)가 나올 거라 했다.

거기에 곤륜파의 도사가 있을 거라고 했다.


백리토는 사잇길에서 객점주인과 헤어져 산행을 시작했다.


처음엔 길이 제법 넓어서 믿음이 갔는데 반시진은커녕 한 시진을 걸어도 대묘가 나오질 않았다.

길도 점점 좁아지고 험해져서 완전 가파른 길이 되었다. 공기도 점차 차가워졌다.


곤륜산 아래는 온화하고 따뜻한 기후였는데 산중턱부터는 날씨가 급격히 변해버렸다.

거센 바람과 함께 점점이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좁아진 길 한가운데로 함박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시선을 높여보니 앞쪽으로는 눈밭 천지였다.


백리토는 난데없는 추위에 몸을 떨었다.

며칠전만 해도 사막 한가운데서 쪄죽을 것 같더니만 이제는 완전 얼어 죽을 판이었다.


아이고, 우라질. 이 따위로 지랄 맞은 동네가 다 있다니. 산 밑이랑 그 위쪽이랑 기후가 전혀 다르잖아!


길도 점차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연방 헉헉 대면서 결국 백리세가의 가전무공 백리호지법을 발동시켰다. 사지로 사족보행을 하는 듯한 전반부 초식을 써먹었다.


헉헉, 당최 이 곤륜파 도사 놈은 어디에 짱박혀있는 거야? 사람의 피를 말리는 것도 아니겠고.


급기야 백리토는 깎아지는 벼랑을 타기 시작했다.


뒤쪽에서 금귀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잘만 산을 타고 있었다. 그 머리위에는 황금관짝을 이고 있었다.

험준한 곤륜산맥을 끼고 도는 운무의 소용돌이에도 금귀는 전혀 흔들림 없이 나아갔다.


백리토는 그 모습을 흘긋 보고 생각했다.


금귀 저거 진짜 마교에서 만든 것 맞아? 어떻게 저런 물건이 십대마련에 있었는데 지금까지 정도 쪽이 아무렇지도 않았지. 저것들을 떼로 만들어 보냈으면 진즉 사달이 나도 났을 것 같은데.


그는 이따금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금귀를 바라봤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백리토는 귀혼교주 악불악이 어떤 뜻으로 금귀혼강시를 만들고 또 그걸 다시 숨기려들었는지 알지 못했다.


전후사정을 모르다보니 쌓이는 것은 의구심과 두려움뿐이었다.

저리 고약하고 고강한 금귀를 백구, 천구, 만구씩 동전 찍어내듯 만들 수만 있다면 장차 정도무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고 봤다.


“제길, 내가 어서.. 헉헉... 중원팔황을 휩쓸 신공을 터득해야 헉헉... 돼. 그래야만 무림의 혈난을... 막아낼 수 있어. 느헉헉헉.”


그런 이때였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놈아! 네가 뭔데 중원팔황을 휩쓸 무공을 터득하고, 또 무림의 혈난을 막아낸다는 것이냐?”


백리토가 앞을 보자 깎아지는 벼랑 한쪽 면에 노인 하나가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얼마나 그 면상에 주름이 많은지 둥그런 호두껍질을 보는듯했다.

그 노인네는 등짐을 지고 딱딱한 절벽에다 곡괭이로 구멍을 크게 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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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니까 강해진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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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지존의 길. 24.06.16 13 0 14쪽
29 29. 통관. 24.06.16 14 0 13쪽
28 28. 도를 닦아 신선이 될 수도 있다. 24.06.16 18 0 13쪽
27 27. 이미 신체를 포기했다는 뜻. 24.06.16 16 0 13쪽
26 26. 견습도사 조령령. 24.06.15 19 0 15쪽
25 25. 곤륜파 속성반. 24.06.15 18 0 14쪽
24 24. 조교도사. 24.06.15 17 0 14쪽
23 23. 백발신공. 24.06.15 20 0 21쪽
22 22. 꺼져, 나한테 다가오지 마! 24.06.14 23 0 14쪽
21 21. 왜 너희 종년 맞잖아. 걸레 같은 종년들! 24.06.14 28 0 10쪽
20 20. 백리가의 비밀(2). 24.06.13 26 0 11쪽
19 19. 백리가의 비밀. 24.06.13 22 0 10쪽
18 18. 곤륜선생 귀후림. 24.06.13 20 0 10쪽
» 17. 도력이 높은 양반을 수배했다. 24.06.13 21 0 12쪽
16 16. 어쩌다 곡마단 단원이 된 백리토. 24.06.13 18 0 11쪽
15 15. 저놈의 말은 순전히 거짓말입니다. 24.06.13 21 0 12쪽
14 14. 방울을 흔들면 그가 나온다. 24.06.12 23 0 11쪽
13 13. 죽음은 늘 가까운 곳에. 24.06.12 23 0 11쪽
12 12. 금귀혼강시의 위력. 24.06.12 26 0 14쪽
11 11. 황금관짝과의 거리는 불과 십보. 24.06.11 22 0 14쪽
10 10. 황금관짝. 24.06.11 31 0 17쪽
9 9. 도둑놈, 도둑년이라면 이가 갈리는 백리토. 24.06.11 35 0 13쪽
8 8. 금귀혼강시(金歸魂剛屍) 24.06.11 38 0 15쪽
7 7. 배때지에 확실히 칼금을 그어줘라! 24.06.11 29 0 10쪽
6 6. 친해지기 어려운 요상한 성격. 24.06.10 40 0 10쪽
5 5. 수취인불명의 표물. 24.06.10 48 0 12쪽
4 4. 곤륜은 너무 멀다. 24.06.10 72 0 17쪽
3 3. 진짜진짜 무림지존(武林至尊)이 될 몸. 24.06.10 105 1 30쪽
2 2. 잠 좀 자자! +1 24.05.09 150 1 11쪽
1 서장(序章) +1 24.05.08 180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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