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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소녀 유리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유모세
작품등록일 :
2016.05.18 00:04
최근연재일 :
2016.12.28 01:54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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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수 :
449,261

작성
16.08.1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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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광풍이 몰아칠 때

DUMMY

사방에서 감지되는 사념체들의 기운은, 이미 그 위치가 어디고 상태는 어떤지 따져볼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이 부근에서만 최소 백 이상이 느껴지고 있었다. 지리로 정리하자면 나래가 시신을 발견한 장소인 둔촌동을 기준으로 서울 강동구, 송파구에 걸쳐 폭주를 시작한 수많은 사념체들의 기운이 득시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든 좋으니 나한테 이게 다 꿈이라고 말해줄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공식명칭 정화자, 자칭 마법소녀로 활동해오며 사념체가 폭주하는 모습을 아주 접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사념체를 정화한 것보다 정화하지 못해 사람이 죽어가는 경우를 더 많이 보았다. 그때마다 슬픔을 느꼈고 분노하기도 했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는 리하도 처음이었다. 수백 단위의 사념체가 갑자기 폭주를 시작한 이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 걸까.


모두 막는 건 불가능하다. 사념체는 수백이지만 이쪽은 한 명이고, 엄마나 데이비드 같은 일족의 도움이 있다 해도 희생자의 수를 줄이는 정도에만 그칠 것이다.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죽는다. 아주 확실하게.


사념체에 의해 자살하기 전, 주위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것까지 생각하면 피해는 수천으로 불어나고, 서울 전체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 만 단위까지 넘어갈 수도 있다.

리하를 더욱 떨리게 하는 건 곧 예정되어 있는 대참사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일요일 이른 아침이라 아직도 침대 속에 있는 모양인 듯해, 리하는 속으로 열심히 엄마에게 투정을 늘어놓고 있었다. 엄마, 빨리 일어나. 지금 잠이나 자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그 전화마저도 오래 붙잡고 있을 틈이 없었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사념체의 기운 중, 가장 가까운 것 하나가 바로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있었다.

정류장을 막 떠나려 하는 버스 안에서 몹시 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발생지는 버스 운전기사였다. 60대로 보이는 그 기사는 매우 지치고 피로한 얼굴에, 이미 생기라는 게 느껴지지가 않는 얼굴빛을 하고 있었다.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이 자살을 하려고 하면 무슨 수단을 선택할까. 오싹해진 리하는 출발한 버스 위로 날아올라, 그 지붕 위에 착지한 채 운전석을 지팡이로 가리켰다.


“이런 짓 하지 말자, 제발.”


조마조마한 투로 중얼거리며 마력을 집중하자, 버스 기사에게 기생하고 있던 사념체의 기운이 허공으로 흘러나왔다. 암흑과도 같은 시커먼 연기였다.

볼 것 없이 바로 정화시키자, 사념체는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검은색 정화석 하나만을 남기고 소멸해버렸다.

폭주하는 사념체를 하나 잡은 것에 안도할 틈도 없이 리하는 바로 다음 사념체를 잡기 위해 그 장소를 벗어나려 했다.


“뭐야······?”


그때 리하는 전신에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꼈다.

방금 사념체를 정화한 참이다. 폭주를 막고 희생자가 피해를 입는 걸 분명히 막아냈는데, 버스가 전혀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앞선 차도의 신호등은 빨간색. 정지해야 하는 신호이다. 정상적인 운전자라면 여기서 브레이크를 밟고 멈출 것이다.

헌데 버스는 멈추지 않고 전진하고 있었다. 다른 차량들의 요란한 클랙슨 소리, 휴일 아침이라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각자의 볼 일을 위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의 다급한 비명에 섞여, 버스는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다른 차들을 치어버리고 정확히 인도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사념체는 정화시켰잖아?!”


막 공중을 날아가려던 리하는 그 순간 다른 사념체에 대한 걸 잊어버렸다. 도저히 영문을 모를 일이었지만 당장은 폭주를 시작한 버스를 막는 게 급했기에, 다른 것 없이 버스의 앞으로 날아갔다.

유감스럽게도 리하는 사념체를 정화하는 것과 그 일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간단한 마법 밖에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마력의 보조를 해주는 슈트 장비 외에는 그다지 쓸만한 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념체를 정화하는 일은 간단하게 해내지만, 지금처럼 달리는 버스를 멈춰 세울 만한 마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배운 것도 없었다. 단지 지금껏 배운 마법을 응용해 대책을 세울 뿐이었다.

그 대책이란 것은 정말 단순무식했다. 신체능력을 높여주는 마법을 사용해 리하 본인의 힘을 끌어올려, 달리는 버스를 정면에서 힘으로 저지하는 것이었다.

될지 안 될지 자신은 없지만 리하는 예전에 이 마법을 써서 덤프트럭 하나를 밀쳐낸 적이 있었다. 그 정도 힘이라면 버스도 한 번 밀어내볼 만하다고 판단한 리하는 마법으로 강화한 힘을 사용해 버스를 정면에서 가로막았다. 막아내려 했다.


“분명 정화했는데 왜 이런 일이······!”


그러나 버스를 막아내려 한 순간, 리하의 말문이 끊겨버렸다.


지금 막 리하 자신이 말한 대로 사념체는 정화시켰다. 사념체만 정화되면 숙주는 바로 제정신을 차려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뭐 안 좋은 꿈이라도 꾼 건가, 잠시 동안 어리둥절해하다 원상태로 돌아가야 하는데, 버스 기사에게서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사념체에 의해 증폭된 모든 부정한 마음이 사라졌어야 할 터인 그 버스 기사는 정확히 리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리하는 다시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인간의 웃음이 아니었다.


환희에 겨워, 좋아 어쩔 줄을 모르며, 함박웃음을 지은 그 눈의 동공이 크게 풀린 채 벌어져 있었다. 악문 이와 그것을 드러낸 입술의 꼬리가 마치 비웃듯이 올라가 있었다.


강화된 신체로도 달리는 버스는 막을 수 없어서 힘이 겨운 판에, 버스 기사의 마치 악마와도 같은 미소를 마주보게 되자 리하는 잠시 균형을 잃었고, 곧 버스에 밀려 길 옆으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안 돼······!”


다시 저지하기 위해 일어났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그 잠깐의 틈새 동안 버스는 속도 한 번 줄이지 않고 인도와 그 위의 행인들을 덮쳤다. 타이어에 사람이 깔리고, 직접 들이받힌 사람들의 몸체가 허공에 떠날리고, 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의 비명이 섞여왔다.

버스는 얼마 안 가 멈췄다. 버스 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은 게 아니다. 인도 위를 나아가던 버스는 곧 길가의 상점 하나를 통째로 들이받아 차체의 반 이상이, 말 그대로 갈려나간 후에야 겨우 광란의 질주를 멈췄다.


리하는 떨리는 눈으로 지금 막 목격한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남긴 흔적을 바라보았다.

도로 위에는 버스에 들이받힌 다른 차량들 또한 처참한 몰골이 되어 있었다. 버스가 달려나간 길 위로는 쇳조각과 자동차 파편들, 인도 위로는 사람의 살점들과 시체들이 뒹굴고, 파괴된 거리와 건물들의 잔해 사이로는 마침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타고 흘러나온 핏물들이 그득했다.

봄철 가랑비라 하기에는 꽤나 거센 빗줄기이고, 사고가 난 인도와 아주 먼 거리도 아니었던 터라, 그 핏물들은 계속해 번져와 도로 위에서 정신이 나간 채 엎드려있는 리하에게까지 닿았다.

장갑과 수트가 핏물에 닿아 벌겋게 물들어가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리하는 이 처참한 광경에 넋이 나가 사고 현장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 * *



금방 다녀올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는 리하의 말을 믿고 휴식을 좀 더 취하던 피니엘은 조금 후, 엉뚱하게도 리하가 아닌 나래를 만났다. 리하의 방에서 자고 있던 피니엘은 방문이 열리고 나래가 혼자 들어서자 의아해했다.


“리하는?”

“사건이 좀 생겼어.”


대답하는 나래마저 안색이 창백했기에, 피니엘은 그 사건이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이라 여겼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늘 아침부터 갑자기 사념체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대. 지금 그것 때문에 큰일 났어.”


사념체의 폭주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잘 알고 있는 피니엘이었기에, 나래의 대답을 듣자 그녀 또한 표정이 굳었다.


“안 좋은 일 벌어졌겠네.”

“아침에 우리 집 근처에서 사람들이 죽어있었어. 그것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고 목격자 진술도 해주고 왔지.”


그것만으로도 심각한 얘기였는데, 나래가 다음에 덧붙인 말은 피니엘조차 창백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늘 아침에 이렇게 죽은 사람들이 더 많이 발견됐다나봐.”

“전부 다 집단자살로······?”

“지금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어.”


나래의 말을 듣자 피니엘은 재빨리 브레이슬릿을 가동시켰다. 사념체의 에너지 데이터는 여기에 저장이 되어 있으니, 에너지 값이 평균치를 벗어나 폭주하기 시작한 사념체라면 이걸로 탐지가 가능하다.

얼마만큼이나 심각한 상황인가.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사념체의 데이터를 조회하자 홀로그램으로 형상화된 서울 시내의 대략적인 지도가 허공에 떠올랐고, 그 위를 수도 없이 많은 붉은 점들이 수놓고 있었다.


“확인되는 사념체만 3천이야.”

“그 전부가 폭주 중이란 거야?”

“사념체 숙주 전체까지 확장하면 서울 시내에서만 12만.”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나래가 모를 리 없었다. 당장 폭주하는 사념체로 인해 죽어갈 무고한 목숨이 3천, 그리고 조만간 죽어갈 무고한 목숨은 12만.


“어떻게 막아야 하지······.”


허탈해하는 나래의 목소리. 그리고 피니엘 또한 당장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허공에 투영된 홀로그램 지도를 초조한 듯 바라보고만 있었다.


작가의말

본격적인 유혈 사태가 묘사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글쓴이도 이런 거 한 번 해보고 싶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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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2부 에필로그 16.12.28 220 0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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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아픔을 넘어서 16.12.14 119 0 26쪽
52 은하를 가르는 검 16.12.07 167 0 26쪽
51 은하를 가르는 검 16.11.30 122 0 16쪽
50 은하를 가르는 검 16.11.23 121 0 22쪽
49 은하를 가르는 검 16.11.16 93 0 34쪽
48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1.09 140 0 19쪽
47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1.03 148 0 16쪽
46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1.02 217 0 16쪽
45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0.27 229 0 16쪽
44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26 142 0 17쪽
43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20 216 0 19쪽
42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19 125 0 23쪽
41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13 140 0 21쪽
40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12 195 0 12쪽
39 악몽을 꾸다 16.09.29 136 0 14쪽
38 악몽을 꾸다 16.09.28 208 0 16쪽
37 악몽을 꾸다 16.09.22 160 0 19쪽
36 악몽을 꾸다 16.09.21 157 0 17쪽
35 악몽을 꾸다 16.09.15 270 0 20쪽
34 악몽을 꾸다 16.09.14 267 0 18쪽
33 악몽을 꾸다 16.09.08 152 0 14쪽
32 악몽을 꾸다 16.09.07 218 0 20쪽
31 어둠 속에서 16.09.01 214 0 18쪽
30 어둠 속에서 16.08.31 137 0 18쪽
29 어둠 속에서 16.08.24 150 0 19쪽
28 어둠 속에서 16.08.18 202 0 12쪽
27 광풍이 몰아칠 때 16.08.17 273 0 17쪽
» 광풍이 몰아칠 때 16.08.11 15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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