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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소녀 유리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유모세
작품등록일 :
2016.05.18 00:04
최근연재일 :
2016.12.28 01:54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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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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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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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어둠 속에서

DUMMY

참혹한 사고 현장을 목격한 직후는, 그냥 눈앞이 새하얗게 보여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종잇장처럼 찌그러진 버스와 그 폭주에 말려들어 치이고 부서진 채 나뒹구는 사람들의 시체 사이로 흘러내리는 벌건 핏물이 빗방울에 섞여 번지는 모습은 리하에게 3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그때도 비가 오는 날이었다. 할 말이 있다던 윤하린 선배의 전화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품고 몰래 학교로 숨어 들어갔던 한밤중의 그 날, 학생회실에서 피투성이가 된 윤미래 선배의 시체와 그 앞에서 칼과 가위를 들고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는 윤하린 선배를 보았다. 그때 선배의 얼굴이, 조금 전 사고를 일으킨 버스 기사와 똑같았었다.


“우읍······.”


구토가 올라올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지금 상황이 그때와 같았다. 사념체가 폭주했고, 리하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던 그때의 절망적인 상황과 완전히 같았다.

다른 게 있다면 사고의 규모뿐일까. 버스 사고만으로도 오늘자 뉴스에 실릴만한 참사인데, 사방에서 느껴지는 사념체의 기운들은 아직도 죽지 않고 있었다. 즉 이것보다 더하거나 이에 못지않은 사고들이 앞으로 더 벌어질 예정이란 뜻이다.


리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사념체를 정화했는데도 숙주가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이러고 한가하게 누워만 있을 때가 아니었다.


막아야했다. 이제부터 일어날 참사를 어떻게든, 막을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막아야했다. 다시는 사념체에 의한 희생자를 모른 척하지 않기 위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그로 인해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러기 위해 어린 나이에서부터 정화자의 일을 시작해온 리하였다.

방금 목격한 사고로 충격을 받아 머리가 어질어질한 걸 참아낸 리하는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신체능력 강화와 비행 마법은 아직 유효하다. 사념체의 기운이 느껴지는 다른 지역으로 한시라도 바삐 이동해 어떻게든 손을 써야 했다.


그러나 공중으로 날아오른 것은, 이 경우에 한해 좋지 않은 판단이었다. 빠른 이동은 가능하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야에서는 지상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고층빌딩을 가뿐히 넘어서는 위치에까지 날아오른 리하가 공중에서 본 것은 혼란 그 자체였다.

폭주하는 사념체의 기운이라면 느끼고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일이 벌어지리란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실은 그녀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처절한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리에서 충돌하는 자동차들은 그나마 온건해 보였다. 건물 여기저기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의 행렬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쳐왔다. 부모가 아이를 수십 층 건물 밑으로 집어던지고, 자식은 부모를 옥상에서 떠밀어 내린다. 길 가던 사람이 전혀 상관도 없는 타인을 습격하고, 다른 사람의 집이나 일터에 침입해 위해를 끼친다. 점잖게 표현해 그렇다는 것이지 소동이 이는 곳 하나하나가 모두 칼이나 몽둥이 같은 흉기를 휘두르며 살해 현장이 벌어지는 판국이었다. 무수한 비명이 맴도는 도심 속에서, 어떤 주유소 한 군데는 폭발마저 일어나고 있었다. 아파트나 빌딩 여러 곳에서도 화재가 일어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중이다.

리하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 모든 게 사념체의 폭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마음이 떨려와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떠올랐다. 사념체, 물론 위험한 존재다. 숙주의 정신을 파멸시키고 마지막에는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 정신적 기생충은 그 위험성에 비해 다루기 쉬운 편이라 처리하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다.

이제 겨우 고등학교 2학년으로, 일족의 마법은 아직 제대로 배우지도 않아 기초적인 사념체의 정화와 그에 필요한 마력을 뒷받침하는 슈트를 입었을 뿐인 소녀조차 아무렇지 않게 제거가 가능할 정도이니까.

지금까지 사념체를 정화해오며 참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지금 일어나는 광경은 리하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남들 돕기, 불우이웃돕기 식으로 해왔던 사념체의 정화가, 하루 아침만에 천재지변급의 재앙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정화조차 통하지 않는 사념체 폭주에 어떻게 대항을 하면 좋을지, 리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설령 방법을 알았다 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당장 기부터 질려버렸을 것이다.


마치 사냥을 하듯, 사람들이 흉기나 물건을 집어던지고, 엉겨 붙어 물어뜯고 때리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 하는 이 눈앞의 지옥도를 보고 버텨내기에는 리하의 성격과 정신이 너무도 평범했다. 일족의 허가를 받은 정화자라 해도, 자칭 마법소녀라 해도, 그녀의 본질은 아직 18세의 여고생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떨려오는 몸을 주체하면서 리하는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여기서는 뭘 해야 하는 거지? 이런 상황에 쓸 수 있는 마법이 뭐였지?

생각나는 거라곤 정화의 마법뿐이다. 하지만 그 주문은 어째서인지 통하지 않는 것을 아까 확인했고, 그것을 또 지금처럼 광범위한 장소에 퍼뜨릴 만한 실력도 아직 없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찾아가며 정화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랬다간 시간이 얼마나 걸리게 될지······.

울고 싶은 기분을 참으며,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기 위해 리하는 지팡이를 고쳐 잡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이,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사람들을 구해야했다. 그러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마법소녀의 일이다.

그 날 맹세했다. 다시는 윤하린 선배와, 은미래 선배 같은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해야만 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다독인 후, 리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간다.”


내려가서 폭주에 휘말린 사람들의 사념체를 어떻게든 정화시켜 보리라.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다짐한 순간 리하는 거리에서 이상한 것을 목격했다.


“저게 뭐지?”


그것은 사람 같아 보였지만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짐승에 더 가까운, 아니 아예 짐승의 모습이었다. 두 발로 섰고, 전신이 짙은 회색빛의 털로 뒤덮여 있는 그것은 멀리 공중에서 내려다보는데도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두 배, 세 배는 될 법한 엄청난 덩치를 가지고 있는 그 인간인지 짐승인지 모를 그 무언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거리의 사람들을 공격하는 듯 보였다. 쇠파이프를 들고 다른 사람을 덮치려 하는 한 남자에게 정말 빛과 같은 속도로 달려가 밀쳐내고,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을 입이 벌어질 만큼 엄청난 높이로 점프해 자신의 품 안으로 받아내었다.


그 정체 모를 무언가와 그것이 하는 행태를 목격한 순간, 리하의 머릿속에 번개가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저게 사념체를 퍼뜨린 범인이 아닐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념체를 한꺼번에 폭주시키고, 그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거라면?


원래부터 생각을 한 번 하고 나면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성질의 리하였다. 더 오래 따져볼 것도 없이, 리하는 그대로 그 짐승 같은 무언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네가 누군지, 정체가 뭔지, 쫓아가서 다 밝혀주겠어.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의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멀리서 보던 대로 우선 덩치가 어마어마했다. 3미터에서 4미터 사이는 되는 것 같았다. 전신이 회색빛 털로 뒤덮여 있고, 길고 뭉툭한 꼬리가 달려있는 그 짐승의 형상은 두 발로 우뚝 서있는 모양새였다. 사납고 날카롭게 으르렁거리는 얼굴은 두 귀가 뾰족하게 서있고, 주둥이는 개처럼 길게 튀어나와 있다. 그 거대하고 위협적인 모습의 그것은, 아무리 봐도 이것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게 없는 모습이었다.


“늑대인간······?”


그 말 그대로, 이 단어 외에 더 이상 그것을 정확하게 가리킬 호칭은 없어 보였다.


그것은 늑대인간이었다. 아주 거대하고 또 날렵한, 몹시도 위험하게 보이는 괴물이었다. 이 괴물이 사념체와 연관이 있는 걸까? 있다면 어떻게, 어떤 식으로? 아니 그 전에 잠깐, 늑대인간이라는 게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거였어?

의문이 솟아올랐지만 리하는 우선 모든 걸 뒤로 했다. 어쨌든 잡아야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늑대인간도 공중을 날아오는 리하를 알아챈 듯, 커다란 목을 돌려 그녀를 정확히 돌아보고 있었다. 한차례 낮게 으르렁거린 그것은 품에 안은 사람들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마치 총알과 같은 속도로 길을 가로질러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괴물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자마자 리하는 저게 범인일 것이란 확신이 반쯤 들어섰다. 그렇다면 절대 놓칠 수가 없었다.


속도를 높여 늑대인간을 추격했다. 그런데 그 괴물은 3미터가 넘어가는 거대한 덩치를 가졌음에도 보기와 달리 굉장히 빠르고 민첩했다. 공중을 날아가는 리하가 따라잡지 못해 당황할 정도였다. 거리의 자동차나 사람, 가로등 같은 것들을 날렵하게 피하고 지그재그로 달리며, 명백히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도무지 거리가 좁혀지지 않자 초조함이 밀려온 리하가 이를 꽉 깨물었다. 어디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지 두고 보겠어. 이제까지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 목숨을 앗아가 놓고 그냥 내빼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지.


장애물을 피하며 달아나던 늑대인간이 빌딩 하나를 돌아섰다. 이어진 거리로 도망치려는 듯, 그 괴물은 아주 지능적으로 건물의 위치와 높이를 이용하고 있었다. 공중을 날아오는 리하를 따돌리기 위해 비행에 방해가 될 만한 요소들이 있는 곳으로 코스를 몰아가면서, 역으로 보면 오히려 괴물 자신이 리하를 유인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리하 또한 앞뒤 생각 없이 무작정 뒤쫓는 것은 아니어서, 어쩌면 본인이 유인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고 있었다. 저 괴물이 만약 달아나다가 어느 순간부터 저항을 해온다면, 그때는 어떻게 맞서야 할까. 그냥 봐도 거대한 덩치에 날렵함까지 갖춘 괴물을 힘으로 상대해야한다면? 이쪽도 마법으로 신체능력을 강화한 상태지만, 그게 저 괴물에게도 통하는 수준일까?


그때 늑대인간이 앞의 빌딩을 향해 뛰어올랐다. 무슨 요량으로 그러는 것인지 추려볼 새도 주지 않고, 한 번에 10층 높이에까지 뛰어오른 괴물은 그대로 건물 벽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건물 안에 숨어서 추적자를 따돌리려는 것 겉았다.

괴물의 엄청난 도약력에 기가 질려왔지만, 리하는 기죽지 않고 자신도 무너진 건물 벽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추적을 계속했다.

건물 내부는 일반적인 회사 사무실인 듯 했다. 늑대인간이 한 번 뛰어들어 휩쓸고 간 탓에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있기는 했지만 치명적인 손실까지는 입지 않은 듯 했다.

무너진 벽을 바라보니 이미 건물의 반대편 벽까지 뚫려 있었다. 늑대인간이 벌써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계속해 추격하려는 찰나, 리하는 사무실 밖의 복도에서 인기척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거기 누구 있어요?”


딸그락 하고 뭔가 나무로 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늑대인간이 숨어서 기습하는 경우에 대비해, 마음을 단단히 먹은 리하는 소리가 울린 복도로 조심스레 나가보았다.


“아무도 안 계세요?”


리하의 목소리가 울리자 복도 밖의 비상계단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하는 늑대인간일지 몰라 경계해지만, 계단에서 나타난 것은 건물의 청소부로 보이는 외국인 노동자였다.

늑대인간은 놓쳤지만 그래도 사람 하나가 멀쩡하다는 것에 리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이 사람에게서는 사념체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완전히 마음을 놓게 된 리하가 가벼운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여기서 뭘 하시는 거죠?”


리하의 질문을 받은 그 외국인 노동자, 자세히 보니 아직 젊은 청년이었다. 한 이십대 중후반쯤 될까, 검은 곱슬머리와 다갈색의 피부를 가진 중동인이었다.


“나, 난 오늘 일하는 날이에요. 그래서 청소하러 왔어요. 나는······.”


젊은 중동 청년이 다소 어눌한 한국어로 대답했다. 겁을 잔뜩 먹은 그의 모습에 다시 안도한 리하가 조금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복도에서 뭔가 괴물 같은 게 뛰어갔는데, 혹시 보셨나요?”

“봤어요. 큰 괴물, 괴물이었어요. 난 그게 무서웠어요.”


청년도 늑대인간의 모습을 봤는지, 목소리뿐 아니라 몸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리하는 빙긋 웃어 보였다.


“아무 일 없어 다행이네요.”

“당신은 누구지요? 그 괴물이 뭔지 혹시 알고 있습니까?”

“전 유리하라고 해요. 그 괴물은 저도 뭔지 몰라서, 한 번 알아보려고 쫓아가는 중이었고요.”

“알아보려고요?”

“그럴 일이 좀 있어요. 당신은 누구죠? 무엇 때문에 여기 있나요?”

“나는 모민이에요. 방글라데시에서 일하러 왔어요. 오늘 일하는 날이라 청소하러······.”

“아아, 미안해요. 청소하러 왔다고 처음에 말했었죠, 참.”


민망하게 웃어 보인 리하는 그 청년을 지나쳐가며 말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모민. 여기는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우선 밑에 내려가서 경찰을 부르세요. 조금은 안전할 거예요.”


건물 어딘가에 늑대인간이 남아있다면 이 사람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한 자리에서 엉거주춤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리하는 곧장 구멍 난 반대쪽 벽을 통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늑대인간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어디에 있는지 한시라도 빨리 방향을 찾아서······.


“어?”


그때 리하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자신은 아직 마법소녀의 슈트를 그대로 입고 있고, 이렇게 변신해 있는 동안은 슈트에 걸린 광범위한 최면에 의해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그냥 못 알아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녀를 없는 사람, 투명인간처럼 인식하게 된다. 그녀 자신이 최면대상으로 삼지 않은 몇몇 소수의 인물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런데, 조금 전 빌딩에서 만난 그 청년은 분명 리하가 변신해있는 중임에도 먼저 그녀를 인식하고 돌아보았다.

그리고, 늑대인간 역시 리하를 알아보고 여기까지 도망쳐 온 참이다.


“설마······.”


급하게 빌딩으로 돌아가 보았다. 무너진 복도로 다시 가보니, 그 젊은 청년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모민? 아직 있어요? 대답해줘요!”


큰소리로 청년의 이름을 불러보았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전혀 없었다.

순간 리하는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직접 눈으로 본 건 아니지만, 그 청년이 늑대인간일 것이란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점점 확신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이 사념체 사건의 범인을, 폭주를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을, 비록 놓쳤지만 확실히 두 눈으로 보았다는 것과 그로 인한 이 오싹한 상황에 몸이 떨려왔다.


“당신이었나 보네.”


정체불명의 청년, 그리고 늑대인간. 리하는 사건의 범인을 찾은 것 같았다. 그러자 동시에 다른 생각도 떠올랐다.

며칠 안에 지구는 멸망할 것이라 선고하고, 일족의 피난을 준비하고 있다는 데이비드 오언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알고 있는 건지, 그 청년 기업가는 이 사태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데이비드 오언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아직 이 상황이 모두 끝난 건 아니기에, 리하는 닥친 일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늑대인간을 이제 다시 추격하기는 힘들게 됐지만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념체의 폭주는 손 쓸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하는 데까지 최대한 해봐야겠지.


다시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러잖아도 마침, 근처에서 폭주하는 사념체의 기운이 정확히 감지되고 있었다. 차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검정색의 승용차였다. 폭주하는 사념체에 숙주가 먹혀있는 상태이니, 빨리 가서 막지 않으면 또 하나의 큰 사고가 벌어지리라.

리하는 재빨리 정화의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자동차에 타고 있는 숙주에게서 사념체를 빼내 확실하게 정화시켰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럴 수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념체를 분명 정화시켰는데, 아무런 영향도 없었는지 자동차는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급가속을 하면서 반대쪽 차선으로 역주행을 시도했다. 그리고 반대 차선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자동차를 정면에서 그대로 들이받으며, 리하가 어떻게든 막으려 했던 사고를 또 하나 일으키고 말았다.


“······.”


정화를 시켰음에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은 리하는 길에 내려서서 변신을 풀었다. 도로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어째서 정화가 통하지 않는 거지?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리하는 길가의 버스 정류장 벤치에 주저앉았다. 이러고 있을 틈이 없이 바로 다음 번 사념체를 찾으러 가야 하지만, 간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아, 물러들 나시라고요. 경찰이 현장보존 할 수 있게 협조들을 해줘야 할 거 아냐, 좀.”


사고현장에서 경찰인 듯 보이는 남자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 좋게도 사고 현장 바로 근처에 경찰이 있었던 모양이다.

리하는 그 경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서 내가 본 것을 얘기해야 할까? 수상한 외국인이 있고, 그 사람이 이번 일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하자마자 피식 웃었다. 사념체니 늑대인간이니, 그런 얘기를 누가 믿어. 나 같은 특이한 종족이 아니고서야.

그리 생각하면서도 리하는 몸을 일으켰다. 어쨌거나 밑져야 본전이다. 말이라도 한 번 해보고, 뭔가 알아보기라도 하는 게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 청년은 자신을 모민이라 소개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일하러 왔다고 말했고.

경찰을 통하면 외국인 노동자 신원조회 같은 것도 부탁할 수 있지 않을까. 경찰에서 알아보지 못해도 그런 건 어디 가면 알 수 있는지, 한 번 물어봐서 나쁠 건 없을 지도.

이에 리하는 거리에서 사람들을 제지하고 있는 그 경찰에게로 향했다.


작가의말

다음 이야기로 흘러가야 할 텐데, 글쓴이의 건강관계상 다음 편의 연재는 잠시 다음 주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몸 상태가 요즘 너무 안 좋아서... 쿨럭...;;

다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챙긴다고 챙기는데도 더위를 먹어서 지금 영 제정신이 아니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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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은하를 가르는 검 16.12.07 167 0 26쪽
51 은하를 가르는 검 16.11.30 122 0 16쪽
50 은하를 가르는 검 16.11.23 121 0 22쪽
49 은하를 가르는 검 16.11.16 93 0 34쪽
48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1.09 140 0 19쪽
47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1.03 148 0 16쪽
46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1.02 217 0 16쪽
45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0.27 229 0 16쪽
44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26 142 0 17쪽
43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20 216 0 19쪽
42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19 125 0 23쪽
41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13 140 0 21쪽
40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12 195 0 12쪽
39 악몽을 꾸다 16.09.29 135 0 14쪽
38 악몽을 꾸다 16.09.28 208 0 16쪽
37 악몽을 꾸다 16.09.22 159 0 19쪽
36 악몽을 꾸다 16.09.21 157 0 17쪽
35 악몽을 꾸다 16.09.15 269 0 20쪽
34 악몽을 꾸다 16.09.14 267 0 18쪽
33 악몽을 꾸다 16.09.08 152 0 14쪽
32 악몽을 꾸다 16.09.07 218 0 20쪽
31 어둠 속에서 16.09.01 213 0 18쪽
30 어둠 속에서 16.08.31 137 0 18쪽
» 어둠 속에서 16.08.24 150 0 19쪽
28 어둠 속에서 16.08.18 20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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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광풍이 몰아칠 때 16.08.11 15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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