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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소녀 유리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유모세
작품등록일 :
2016.05.18 00:04
최근연재일 :
2016.12.28 01:54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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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1
추천수 :
31
글자수 :
449,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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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1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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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악몽을 꾸다

DUMMY

“리하야, 왜 그래?”


나래가 묻는 말에 리하는 입을 뻐끔거렸다. 도저히 제정신일 수가 없었지만, 들은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기에 오히려 의식이 말끔해지는 기분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셨대······.”

“뭐?!”


경악하는 나래와 마찬가지로 피니엘 또한 크게 놀란 얼굴이 되었다. 리하는 넋 나간 표정 그대로 비틀비틀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다.


“엄마가······ 엄마가······.”


계단을 내려가다가 굴러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운 몸놀림이었다. 나래가 얼른 뒤따라가 부축해주었으나, 리하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리하야, 어서 내려와! 지금 빨리 나가야 돼!”


아래층 거실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데이비드가 아빠에게도 전화를 한 듯 했다. 나래와 아빠, 그리고 피니엘의 목소리가 섞여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리하는 그 중 누구의 말도 듣지 못하는 채로 어느새 집을 나서고 있었다.

대문 앞에 데이비드가 보냈다는 리무진이 도착해 있었다. 리하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그 차에 올라타,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한 병원에 도착했다. 미리 와 기다리고 있던 데이비드의 안내를 받아, 리하는 그곳 영안실에서 눈을 감은 어머니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


그리고 당장은 그 어떤 실감도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을 너무도 갑작스럽게 맞이했고, 덕분에 도저히 납득을 할 수가 없었으니까.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데. 일족에서도 인정받은 정화자란 말이야. 그런 엄마가 어떻게 사념체 따위를 정화하다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거냐구.

절대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눈앞에는 정말로 숨이 멎은 어머니의 모습이 있었다.


“아······.”


있을 수 없어, 이런 건 있을 수 없어. 마음은 그랬지만 실제로 나타나는 반응은 달랐다.


“아아······!”


시야가 캄캄해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온 몸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채, 리하는 식어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아아아악!!”



* * *




점심때가 훌쩍 지나고 있었지만 진흥은 허기를 느낄 여유도 없었다. 새벽부터 오후까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이 괴상한 사건들은 사람이 무언가를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았고, 새로 날아오는 연락이나 무전마다 또 다른 사고에 대한 것들뿐이었기에 그걸 캐치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혼란해지는 느낌이었다.

언론은 언제나 그렇듯 경찰이나 구급대가 일 하나 수습하고 나면 그 다음에야 달려와서 요란을 떨어대는 족속들이라, 사건에 대한 보도가 시작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참이다.

케이블, 그리고 공중파의 뉴스채널들이 일제히 긴급보도를 방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은 더욱 심각하게 진행되었다.

주위의 다른 사람을 살해하고, 그 다음 자기도 자살하는 기괴한 죽음의 방식이 TV 전파를 타고 고스란히 방영되었으니까.


한 케이블 채널에서 진행되던 뉴스 중 하나에서 방송사고가 일어났다. 사건에 대해 생방송으로 보도 중이던 뉴스 아나운서에게 스태프 중 하나가 갑자기 달려들어 칼로 마구 찔러대는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잡혀버린 것이다.

즉시 뉴스가 끊겼고, 그 후의 상황은 다른 뉴스 채널에서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칼에 찔린 여자 아나운서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그녀를 찌른 여성 스태프 또한 그 직후 목숨을 끊었다고 말이다.


“국가 비상사태 선포되겠네.”


방송국에서까지 이런 참사가 벌어졌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니 곧 계엄령이 떨어질 거란 건 분명해 보였다. 그런다고 이 이상 현상의 원인과 그 대처 방안이 곧바로 발견될 것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뭔가 짚어볼 만한 것이라면 있을 것 같았다. 3년 전 있었던 유사 사건에 대한 기록을 아까 사무실에서 열람해 보았고, 지금 그리로 찾아가는 중이니까.


“지우야, 3년 전에 네가 담당했던 사건 있지? 그 당시 피해자였던 유리하하고 그 가족들 연락처 나한테 문자로 좀 찍어 보내줘.”


혹시 연관되는 점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진흥은 동료 형사 변지우에게 전화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정보를 간략히 요구했다.


“주소 있으면 주소도 같이.”

[ 그건 갑자기 왜? ]

“뭣 좀 알아볼 게 있어서.”

[ 자료 남아있으니까 보내주기는 하겠는데, 너 무슨 일 하려고 그러는 거냐? ]

“일단 그 집 식구들이랑 얘기 좀 해보고 뭔가 소득 있으면 말해줄게.”


그러자 전화 너머에서 변 형사의 심각한 대답이 들려왔다.


[ 그럴 필요 없다, 인마. ]

“왜, 바쁜데 나 혼자 뻘짓하는 거 같아서?”

[ 그게 아니고, 그 집 어머니가 아까 사망했다고 경찰서에 신고 들어왔거든. ]


변 형사가 해준 말에 진흥의 표정도 거기서 잠깐 굳고 말았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유리하 학생 어머니가 밖에 나갔다가 사고에 휘말린 것 같단다. 모 병원에 시신 안치시켰다고 하는데 위치가 마침 두강 인력 사무소에서 그리 멀지 않아. 진흥이 네가 가서 좀 알아보고 오면 안 되겠냐? ]


진흥은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귀찮은 일을 떠맡아 그런 게 아니라, 알아보려 하는 상대에게 또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 석연치 않아서였다.


“최초 제보자가 누구래?”

[ 그 집 지인이라는 데이비드 오언 씨라던데. ]

“데이비드 오언?”

[ 오언 파이낸셜 한국 지사장이란다. 오늘 그 어머니랑 만날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사고에 휘말린 걸 보고 신고했다더라고. ]

“그 사람 연락처도 같이 적어서 나한테 좀 보내줘.”

[ 알았다, 수고해. ]


변 형사는 곧 예전 사건 피해자인 유리하와 그 가족들의 연락처 및 주소, 그리고 사고 제보자인 데이비드 오언의 연락처와 병원 주소를 문자로 보내주었다. 병원 주소가 원래 가려던 곳과는 반대의 방향이었기에 진흥은 곧바로 진로를 바꿨다.

유리하의 가족을 만나고 목격자인 데이비드 오언의 증언을 듣는다 해도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칠 무언가를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지금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헤매는 것보단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 *



그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리하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신을 잃은 건 아니지만 모든 게 다 꿈결처럼 몽롱해서 현실감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 아빠와 데이비드가 병원 사람들과 뭐라 뭐라 애기를 했고, 나래는 옆에서 계속해 자신을 걱정해주었다. 피니엘은 동물의 형태로 모습을 숨겨서 리하와 나래의 주위에서 맴도는 중이었고.

겨우 주위를 인식할 수 있게 된 리하는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영안실 근처 복도였다. 벤치 위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울었는지, 팔소매가 눈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괜찮아?”


나래 또한 적잖게 충격을 받았는지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런 나래도 당장은 본 체 만 체 하면서 리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빠는······?”


혼잣말에 가까웠지만 나래는 그런 리하를 달래듯 자상하게 대답해주었다.


“데이비드 씨와 같이 얘기하고 계셔.”


영안실 입구 앞에서 아빠와 데이비드, 그리고 허름한 점퍼 차림의 낯선 남자가 얘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리하는 그 남자의 모습에 잠시 고개를 기울여보였다.


“누구야?”

“경찰이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 잠깐 알아볼 게 있다고 하던데.”


나래는 조금 못마땅한 눈으로 경찰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분위기 이런데 꼭 찾아와 물어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


친구의 푸념에 리하도 별로 좋지 않은 기분이 되어 경찰 쪽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어쩐지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고, 덥수룩한 머리와 약간 지저분해 보이는 행색의 저 경찰은 분명 집에 오기 전 길거리에서 마주쳤던 그 경찰이었다. 복장이 사복인 걸 보면 형사인 것 같은데······.

거기까지 생각하고 리하는 도로 시큰둥해졌다. 아까 만났던 사람인 게 뭐 어쨌다고. 그게 뭐 대수야, 지금 이런 상황에.

되려 아빠를 바라보니 눈물이 또 터져 나와, 리하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깊게 파묻고 울음소리를 삼켰다. 아빠 뒤의 영안실에 엄마가 누워있는데. 엄마가······.


리하의 그런 모습을 그 경찰, 신진흥도 보고 있었다. 리하가 그를 알아본 것처럼 진흥 또한 단번에 그녀를 알아본 참이었다. 아침에 봤던 그 정신 나간 계집애가 설마 유리하였다니, 세상 참 좁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리고 이 가족들에게 마침 볼 일이 좀 있었는데, 그 어머니가 하필 이럴 때 그 사고에 휘말렸다는 것도 참 기가 막혔고.

병원에 찾아와 유리하의 아버지, 그리고 지인이라는 데이비드 오언에게 신원을 밝히고 사건 당시 정황에 대해 물어보니 예상대로 특이한 부분은 없었다. 현장에서 신고했다던 데이비드 오언의 증언은 여타 사건들과 다른 게 없었으니까. 그녀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고, 자신을 그것을 발견해 신고했을 뿐이라고 말이다.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의 패턴과 다르지 않다 여긴 진흥은 우선 메모를 끝내고, 충격에 빠져 있는 유은후를 돌아보았다.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예, 실감이 나지가 않는군요.”


슬프게 가라앉은 유은후와, 역시 무거운 표정의 데이비드에게 속으로 조의를 표하며 진흥은 계속해 말했다.


“현장 주위에 캐서린 씨 이외의 다른 시신은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데이비드를 향해 묻는 말이었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그랬습니다. 다른 사람의 것은 전혀 없었지요.”

“데이비드 씨는 무슨 약속으로 캐서린 씨를 만나러 가신 겁니까?”

“개인적인 안부 차원에서입니다. 저와 사이가 가까우신 분이라서요.”

“그랬군요. 아, 조금 전 질문의 의미는 별 거 아닙니다. 혹시 패턴에 맞는 부분이 있나 좀 알아보려고 한 소리라서요.”

“패턴이라니요?”


데이비드의 질문에 이번에는 진흥이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아직 확실하게 정의된 건 아니지만 지금 뉴스에서 떠드는 사건들 중에 공통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공통점입니까?”

“피해자들을 살해하기 직전에 가해자는 모두 정신분열적인 모습을 보였고, 살해 행각 후에는 공통적으로 자살을 했다는 점이죠. 캐서린 씨가 동일한 사건에 휘말린 거라면 그 가해자도 현장 근처에서 자살한 채로 있지 않았을까 했거든요.”

“그런 일이 다 있군요. 하지만 적어도 제가 봤을 땐 다른 사람의 시체는······.”

“확실치는 않고, 모든 사건을 다 확인해본 것도 아니니 틀릴 수도 있지요. 같은 사건의 범주 내인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사건인가 확인해 보려고 한 말입니다.”


그때 유은후가 진흥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한 발 나섰다가 잠시 주춤했다. 기색을 알아챈 진흥이 그를 바라보았다.


“뭔가 말씀하실 게 있습니까?”

“아, 예. 그런데 좀 적절치 않은 말일 수도 있어서······.”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은후는 좀 머뭇거리면서, 그리고 조심스러운 투로 진흥에게 말을 전했다.


“캐시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할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좋은 분이셨겠죠. 그 부분은 저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예, 성격도 그렇고······ 행실로도 그렇죠. 그리고 능력적으로도······.”

“능력적이라고요?”


은후는 거기서 다시 머뭇거렸다. 아내의 진짜 모습이나 그 능력에 대한 걸 말해봐야 일반인인 이 형사는 믿지 않을 테니까.


“일에 대한 걸로 남에게 원한을 살 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데이비드가 옆에서 은후 대신 대답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둘째 치고 남편인 유은후가 머뭇거리는 게 좀 의아한 진흥이었지만, 당한 일이 일이니만큼 그럴 수도 있다 여기며 우선 넘겨버렸다.


“알겠습니다. 정황은 파악됐구요, 좀 더 조사한 후 결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진흥은 그쯤에서 다시 한 번 리하를 돌아보며 말했다.


“따님께서 3년 전에 당한 사건과 지금 벌어지는 사건들에 유사성이 많아서 당시 증언을 좀 들어보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많이 무겁네요.”

“죄송합니다. 시간 지나고 애가 조금 진정되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죄송하죠. 상황이 이래도 간단한 몇 가지는 좀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오래 안 걸리는 일이면 저도 같이 듣겠습니다.”


그런 은후를 진흥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 정신적인 충격이 클 텐데, 옆에 아빠라도 같이 있어야 좀 진정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며 벤치에 앉아있는 리하에게 다가가자, 리하는 물론 나래까지 진흥을 알아보고 조금 놀란 기색이 되었다.


“아, 형사님은 아침에 그······.”


진흥 역시 나래를 알아보았다. 오늘 아침 둔촌동에서 신고를 한 그 여고생이었다. 그 옆에는 역시 아침의 그 정신 나간 계집애처럼 보였던 유리하가 몸을 웅크린 채 앉아있었고, 그로 인해 진흥은 다시 기가 막혀왔다. 아는 사람 연달아 만난 것도 신기한데 그게 또 친구 사이인 것 같으니 참.


“나 강동서 강력반 신진흥이라고 하는데, 학생이 유리하지?”


리하는 그 말에 고개 숙인 채로 대답했다.


“네.”

“간단한 거 몇 가지 좀 물어보려고 왔어. 힘들겠지만 참고 할 수 있는 데까지 대답 좀 해주겠니?”

“뭐죠?”


눈물을 닦고 올려다보는 리하에게 진흥은 약간 조심스러워하며 말했다.


“지금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보니까 네가 예전에 당했던 사건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당시 증언을 조금 들어보려고.”

“잠깐만요, 형사님. 그런 질문은······!”


나래가 옆에서 기겁을 했다. 3년 전 사건은 나한테도 리하한테도 큰 상처로 남아있는데 다짜고짜 그런 얘기를······!


“굳이 세세하게 답하려 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예 아니오로 대답해줘.”

“꼭 물어봐야 하는 건가요?”


리하의 힘없는 목소리에 진흥은 간단히 대답했다.


“지금 필요한 일이라.”


리하는 그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초조한 기색의 나래와 별다른 표정 없이 무덤덤한 데이비드, 걱정스러워하는 아빠의 모습에 리하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고마워. 3년 전 사건 당시에, 윤하린에게 정신 이상자 같은 모습이 있었니?”


윤하린이란 말에 손끝이 움찔했으나, 리하는 진흥이 부탁한 대로 대답해주었다.


“예.”

“당시 피해자였던 은미래에게는?”

“없었어요.”

“윤하린은 스스로 자살한 게 확실하고?”

“예.”

“윤하린의 죽음과 그 원인이 리하 너에게 뭔가 짚이는 부분이라거나, 석연찮은 부분을 가져다 준 건 없어?”


리하는 순간 망설였으나, 오래 머뭇거리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예.”

“그렇군. 그 부분에 들어서는 나중에 따로 얘기를 들어봐야겠네.”


그러면서 진흥은 리하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얘기를 나지막하게 들려주었다.


“아침에는 미안했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 줄 몰랐거든.”

“아뇨, 괜찮아요.”

“네가 말해준 그 모민이라는 방글라데시 사람, 지금 자세한 신원 파악 중이야. 늑대인간이니 사념체니 하는 소리는 황당했지만 이 사건과 뭔가 관련이 되어있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는 지갑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리하에게 내밀었다.


“어머니 장례식 치르고 마음 좀 진정되면 너희 아버님에게 말씀드려서 다시 찾아올게. 그 전에 뭔가 사건이랑 관련된 일 생기면 연락해주고.”


리하는 그가 내민 명함을 말없이 받아들었다. 강동 경찰서 강력1반 경사 신진흥.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이는 리하를 좀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진흥은 은후에게 정중히 인사를 해보였다.


“실례 많았습니다.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형사님도 궂은 날씨에 수고하셨습니다.”

“사모님께서 당하신 사고 진상 꼭 밝혀내고, 범인 알아내는 대로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부탁드립니다.”


다음으로 데이비드에게 시선을 돌린 진흥은 그에게도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제가 데이비드 씨에게 연락할 일이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수사 협력이라면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예, 그쪽으로 제가 문의를 좀 드릴 일이 생길 것 같아서요. 오늘 아침에 두강 인력에서도 사고가 일어났는데, 여기가 알고 보니 오언 파이낸셜 하청업체라고 하더군요.”

“그랬습니까? 그쪽은 제가 아직 연락을 들은 게 없었는데······.”

“하청업체에서 업무와는 무관한 일로 일어난 사고니까 본사에서 감당할 이유는 없겠죠. 다만 이 외에도, 최소한 저희 관할에서 생긴 피해자들 중에서는 오언 파이낸셜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 비중이 많은 편이라, 인적관계 조사에서 저희가 협력요청을 하는 일이 곧 생길 것 같아 미리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진흥이 하는 말에 데이비드가 아닌 나래의 눈이 번쩍였다. 강동서 관할 구역에서 오언 파이낸셜과 연관된 희생자들이 많다는 게 자기가 추측한 것과 많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나래의 눈치를 모르는 채 데이비드와 진흥은 서로의 얘기를 계속했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 저희 본사 쪽에서 제공해야 할 정보가 있다면 제게 한 번 연락을 주시죠. 관련 부서 사람들에게 미리 공지를 전달해둘 테니까요.”

“수사 진행되는 대로 그리 하겠습니다.”


데이비드가 건넨 명함을 받아 들면서 진흥이 대답했다. 그는 곧 데이비드, 은후에게 한 번 더 인사를 하고는 병원 밖으로 향했다.

그런 진흥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나래는 리하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저 형사님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는데.”


다시 기운 없이 늘어진 리하 대신 동물의 모습으로 위장 중인 피니엘이 조그맣게 대답했다.


“오언 파이낸셜 때문에?”

“경찰이 그쪽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연관이 있다, 라고는 인식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나래의 눈길이 이번에는 데이비드 쪽으로 향했다.


“오언 파이낸셜과 사념체 확산에 대한 건 지금 물어보면 될 것 같아.”

“난 어떻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까 나래가 힘내야겠네.”

“그래야지. 피니엘은 리하랑 같이 있어줘.”


나래의 부탁에 피니엘은 웅크리고 앉은 리하의 품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동물로 위장해있는 피니엘의 작은 몸을 리하는 말없이 끌어안았고, 피니엘은 거기서 리하의 몸이 가냘프게 떨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리하야······.”


말을 걸려 하자 리하는 대답 없이 고개만 저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조용히 해달라는 의미였다. 그걸 알아들은 피니엘은 자신도 아무 말 않은 채, 리하의 품에서 그녀를 조용히 다독여주었다.

리하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동안 나래는 데이비드에게로 향했다. 원래 그를 찾아 나가려던 참이라, 만난 김에 할 일을 마쳐놓을 생각이었다.


“데이비드,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작가의말

추석입니다...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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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아픔을 넘어서 16.12.14 119 0 26쪽
52 은하를 가르는 검 16.12.07 167 0 26쪽
51 은하를 가르는 검 16.11.30 122 0 16쪽
50 은하를 가르는 검 16.11.23 121 0 22쪽
49 은하를 가르는 검 16.11.16 93 0 34쪽
48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1.09 140 0 19쪽
47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1.03 148 0 16쪽
46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1.02 217 0 16쪽
45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0.27 229 0 16쪽
44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26 142 0 17쪽
43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20 216 0 19쪽
42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19 125 0 23쪽
41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13 140 0 21쪽
40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12 195 0 12쪽
39 악몽을 꾸다 16.09.29 135 0 14쪽
38 악몽을 꾸다 16.09.28 208 0 16쪽
37 악몽을 꾸다 16.09.22 159 0 19쪽
36 악몽을 꾸다 16.09.21 157 0 17쪽
» 악몽을 꾸다 16.09.15 270 0 20쪽
34 악몽을 꾸다 16.09.14 267 0 18쪽
33 악몽을 꾸다 16.09.08 152 0 14쪽
32 악몽을 꾸다 16.09.07 218 0 20쪽
31 어둠 속에서 16.09.01 213 0 18쪽
30 어둠 속에서 16.08.31 137 0 18쪽
29 어둠 속에서 16.08.24 150 0 19쪽
28 어둠 속에서 16.08.18 202 0 12쪽
27 광풍이 몰아칠 때 16.08.17 27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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