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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소녀 유리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유모세
작품등록일 :
2016.05.18 00:04
최근연재일 :
2016.12.28 01:54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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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수 :
449,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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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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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어둠 속에서

DUMMY

어지간한 캐시라도 지금만큼은 당황했다. 늑대인간에게 습격을 당한다는 건 그녀로서도 상상을 할 수가 없었던 일이니까.

늑대인간의 거대한 갈고리와도 같은 손톱이 날아드는 순간, 캐시는 순간적으로 주문을 외워 자신의 신체 능력을 강화시켰다. 그로 인해 달리는 자동차조차 한 손으로 막아 세울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니게 된 캐시였으나, 늑대인간은 그런 그녀조차 비교가 되지 않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두 팔을 들어 늑대인간을 막으려 했으나, 괴물이 가한 단 한 번의 공격에 캐시는 수 미터를 밀려났다. 팔이 저리는 정도가 아니라 온 몸이 허물어지는 느낌이었다. 이 괴물은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 무엇 때문에 데이비드와 함께 하고 있는 거지?

늑대인간의 두 번째 공격이 들어왔다. 이 괴물은 그 거대한 덩치와 어울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민첩한 몸놀림으로 달려들어와, 크게 스윙을 하듯 팔을 휘둘렀다. 단순한 공격이지만 힘과 속도가 가공할 수준이라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간신히 반응한 캐시는 이번에도 막아냈으나, 전신이 수백 톤 무게의 강철에 깔리기라도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번에는 바닥에 쓰러져 역시 수 미터를 밀려났다.


“이 무슨······.”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즉사였을지도 모른다. 간신히 방어해내긴 했지만 다음 공격도 과연 막아낼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강한 괴물이었다. 이 괴물과 데이비드 오언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우선은 제쳐두고, 눈앞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캐시는 다시 주문을 외우려했다. 늑대인간이 세 번째 공격을 시작하지 않았기에 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겨우 몸을 일으킨 캐시는 우선 이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정화자로서 사념체를 정화하기 위한 마법을 주로 익힌 그녀였기에, 이런 식의 싸움과 거기에 사용할 마법은 배워두지 않았던 것이다. 스스로를 보호할 호신용 마법이라면 있지만 그게 이 괴물에게 통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늑대인간은 겨우 일어선 캐시를 보고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어찌된 영문인지 데이비드 쪽을 돌아보았다. 마치 이 다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는 듯한 행동이었다.

데이비드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려보였다. 그러자 늑대인간은 뭔가 불만스러워하는 듯 낮게 으르렁거리더니,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캐시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그녀를 쓰러뜨린 다음 데이비드의 앞으로 날려 보냈다.

자신의 앞까지 날려온 캐시가 한마디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쓰러져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고, 데이비드는 몸을 쪼그리고 앉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일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담백하고 그윽한 말투였다. 늑대인간의 공격으로 이미 기력이 다한 캐시는 움직이기는커녕 대답조차 하지 못한 채, 데이비드가 하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투손시에서 희한한 사건이 일어났지요. 한밤중에 갑자기 경찰서와 구급대, 군부대에 긴급 신고들이 들어왔어요. 신고 내용들이 하나같이 똑같으면서도 황당한 내용이었는데, 마을에 괴물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납치해가고 있다고 한 겁니다.”


힘은 다했지만 정신은 아직 또렷한 캐시가 데이비드를 노려보았다. 위협적인 눈빛이었지만 데이비드는 동요 없이 평온한 투로 얘기를 이어나갔다.


“어처구니없는 신고들이었지만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실제로 투손시의 거리와 하늘에 정체 모를 괴물들 수백이 나타나 시민들을 납치해가고 있었기 때문이죠. 애리조나 주 방위군과 해병대가 투입돼 실종된 시민들의 수색작업을 벌였고, 하루도 안 돼 산 속에서 실종된 시민들을 찾아냈습니다. 모두 다친데 없이 무사했죠. 괴물들의 모습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고요.”


쓰러진 캐시는 조금 기운을 되찾아 몸을 일으키려했다. 그녀가 손으로 땅을 짚는 것을 본 데이비드는 다시 손가락을 튕겼고, 멀리 서있던 늑대인간이 다가와 캐시의 등을 발로 지그시 밟아 눌렀다.


“아윽······!”


이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었기에, 캐시는 다시 구속되다시피 해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여전히 아무 일 없다는 듯 낭랑하게 자신의 할 말을 계속했다.


“그 괴상한 사건은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종료되어 잊혀지나 했는데, 얼마 안 가 투손에는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당시 괴물들에 의해 납치당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그 도시를 떠나기 시작한 거죠. 아무 이유도 없이요. 어디로 간다는 그 어떤 설명도 없이 도시를 떠나 어디론가로 훌쩍 사라졌습니다. 우리 일족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이것 때문인데, 안 그래도 괴물이 나타났다는 점이 꺼림칙해 사건의 뒷조사를 해봤더니 참 놀랄 만한 일이 나왔죠.”


그쯤에서 데이비드는 궁금하지 않냐는 듯 캐시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대답할 겨를도 없는 캐시는 씩씩거리며 그를 노려만 볼뿐이었고, 덕분에 데이비드는 좀 실망스러워했다.


“중요한 일인데 관심이 없으시네. 뭐 좋습니다. 어쨌든 알려드릴 건 알려드려야 하니까요. 그렇게 그 사건의 뒤를 캐서 우리가 어떤 정보를 얻었느냐 하면, 당시 괴물들에 의해 납치됐던 시민들은 모두 죽었다는 겁니다. 앞서 살아있다고 하지 않았냐고요? 아뇨, 해병대가 산 속에서 발견한 시민들은 모두 괴물들이에요. 끌려간 시민들은 그 괴물들에 의해 유전자 단위까지 분해되었고, 그 정보를 자신들의 몸에 융합한 괴물들은 죽은 시민들의 모습을 훔쳐 사람인양 위장을 한 거죠. 이 괴물들이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했느냐, 그 전에 이 괴물들은 정체가 뭐냐, 하는 질문이 지금 마음속에 떠오르실 거라 생각합니다.”


데이비드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마법이나 자료를 꺼내는 대신, 다리가 아픈지 몸을 일으켜 똑바로 섰다.


“짧게 말씀드리자면 이 괴물들은 그 괴물들입니다. 오래 전 우리의 선조들과 고향을 멸망시킨 그 원수들이죠. 그놈들이 이제 이 태양계를 자신들의 사냥 가시권에 두었고, 그 전에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를 조사하기 위해 정찰병들을 내려 보낸 겁니다.”


그리고 손을 들어 늑대인간을 한 번 까딱하고 가리킨다.


“그래서 지구를 조사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거죠. 여기 이 늑대인간도 그렇게 흩어진 괴물들 중 하나입니다. 이쪽은 많이 좀 특수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본질을 따지면 그래요. 이들은 평범한 사람인 척 위장을 했지만 실체는 지구의 모든 것을 조사해 곧 침략을 개시할 자신들의 본대에 정보를 날려주는 스파이의 역할이죠.”


늑대인간이 캐시를 짓누른 발을 슬며시 떼었다. 덕분에 조금은 숨을 쉴 수 있게 된 캐시는 어지러운 와중에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12년 전에 괴물들이 나타났고, 사념체의 범죄가 대대적으로 확산된 것도 12년 전이다. 두 사건에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데이비드 오언은 클린 미러를 사용해 캐시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 했다. 캐시가 그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싱긋 웃음을 지어보였으니까.


“그렇습니다. 사념체는 일족의 특정한 누군가를 범인으로 단정지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에요.”

“무슨······.”

“일족 거의 대부분이 사념체를 퍼뜨렸으니까요. 사람과 괴물을 구분하기 위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캐시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데이비드는 아예 질문조차 받지 않은 채 대답을 늘어놓고 있었다.


“이 괴물들에게는 감정이란 게 없습니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만을 수행할 뿐인 단순한 생체 프로그램에 불과해요. 인간과 같은 감정, 생각을 지니는 게 불가능하죠. 흉내라면 낼 수 있지만.”

“당신은······ 대체······.”

“괴물과 인간을 구분하려면 감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니 사람의 정신과 감정에 기생하는 사념체를 뿌려서 확인하는 거죠. 사념체에 잠식당했을 때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면 인간, 오랫동안 변화가 없으면 괴물, 이렇게 쉽게 구분이 가능합니다.”


말문을 잇지 못하는 캐시였으나, 데이비드는 그녀의 마음을 알고 친절히 설명하듯 대답해 주었다.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냐고, 그런 비난을 하고 싶으시군요. 기억해 두십시오, 우리 일족은 결코 지구에 머무르는 게 아닙니다. 잠시 간의 피난처일 뿐이지, 영원히 이곳에서 살아갈 거란 순진한 생각을 하시면 곤란하지요.”


데이비드의 미소가 바뀌었다. 사람을 내려다보듯, 비웃듯, 그렇게 깔보는 고압적이고 차가운 웃음이었다.


“우리 일족이 수천 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온 이유는 별 거 아닙니다. 그저 우리를 대신해 방패막이로 세울 수 있는 생명체가 존재했기 때문이죠. 괴물들은 언젠가 이 지구에도 나타날 테고, 그때를 대비해 인간들이 적당히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다음 괴물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줄 미끼로 사용할 예정이었고 앞으로 그렇게 될 겁니다. 음, 이쯤에서 부인은 또 한 번 순진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인류와 힘을 합쳐 괴물들과 싸우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게 가능하다면 우리 선조들이 고향까지 버리고 도망가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 방대했던 영토와 힘을 지니고도 마지막엔 패배했는데, 그때의 선조들과는 비교 자체가 실례인 지구의 문명 수준으로 괴물들과 맞서는 게 가능하다 생각하십니까? 비유로 하자면 현대의 군사병력을 원시인들이 돌도끼 들고 상대하는 꼴이에요. 승산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인류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라곤 우리 대신 괴물들의 먹잇감이 되어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는 것뿐이죠. 오랜 세월 동안 일족은 차원을 변경하는 마법을 연구하며 에너지를 모아왔고, 이제 그 실행단계에 있습니다. 그 전에, 부인처럼 일족에 도움이 되지 않을 부류를 쳐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고요.”

“도움이 되지 않는 부류를 쳐낸다고······?”


이를 악문 캐시의 질문에, 데이비드는 여전히 평온을 유지한 말투로 대답했다.


“12년 전부터 우리는 사념체를 뿌려 괴물과 인간을 분류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그 성과로 거의 대부분의 괴물들을 찾아내 제거했습니다. 뒤에 있는 늑대인간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 논외로 쳤지만, 일반적으로는 척살이 목표죠. 그리고 동시에 일족에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자들을 배제하기로 했어요. 오랫동안 지구에 살아와 정이 들은 나머지, 지구인들을 그냥 내버려두고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도록 내버려두자는 주장은 일족이 지구에 처음 불시착했던 시기부터 나왔지요. 그 때문에 일족은 두 갈래로 나뉘어 싸웠던 적이 있고, 다툼 끝에 분란을 일으켰던 자들은 모두 배제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구 인류를 방패로 쓰자는 방침 아래 지금까지 일족을 운영해 왔는데,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뀔 즈음이 되니까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더군요. 우리가 왜 우주를 떠돌게 됐는지, 알면서도 그게 뭐 어떠냐는 식으로 여기는 것이었죠. 그들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안락한 현실이었어요. 가정, 사랑, 지금 가진 직업, 일 등 현재의 행복이었죠. 바보 아닙니까? 당장 우주 밖에서부터 위협이 뻗쳐오는 판국인데 눈앞의 일에만 정신이 팔려서 앞일을 생각하지 못하다니요. 이런 사람들은 있어봤자 나중에 큰일 생기면 일족 내에서 분란만 일으킬 게 뻔하기 때문에 미리 걸러놓기로 한 것이죠. 사념체를 이용해서.”


사념체가 사람과 괴물의 감별뿐 아니라 일족 내에서 분란을 일으킨다는 자들까지 구별해냈다는 건 캐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소리였다. 어떤 기준이 있길래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걸까? 이에 대한 데이비드의 대답이 다시 이어졌다.


“지구인은 우리의 방패막이일 뿐, 그 이상의 가치는 없다는 게 일족 내의 대체적인 여론입니다. 그런데 지구에 오래 살아 정을 붙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사념체라는 미끼를 뿌린 겁니다. 사념체를 이용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고, 범인이 누군지는 아직 모른다는 공지를 흘리니, 아니나 다를까 지구에 정을 붙인 몇몇 사람들이 앞장서서 사념체를 정화하고 다니더군요. 부인을 포함해서 말이죠. 우리는 그들과 그들의 가족 모두는 미래의 위협으로 판단해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단 전면으로 나서면 예전과 같은 분열이 또 일어날 테니, 사념체 정화를 올바른 일처럼 포장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정화자로 치켜세워준 거죠. 그러면 대개 방심을 하게 되거든. 그리고 일족이 피신하기 직전에, 그 사람들만 제거해 버리면 끝나는 간단한 일입니다. 지금 부인이 당하고 있는 것처럼요.”


캐시는 눈앞에 불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도무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들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 모든 일이 일족 전체의 의지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새삼스러울 것 없잖습니까? 내가 살려면 남을 죽여야죠. 우주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상식입니다.”

“사람을 죽일 권리 따위 당신들에게는 없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념체의 폭주는 대한민국 한정입니다. 왜냐면 다른 지역의 분란유발 우려자들은 모두 제거를 끝냈거든요.”

“죄 없는 사람들까지 무차별로 학살하면서 말이지.”

“어쩔 수가 없었어요. 사념체를 폭주라도 시키지 않으면 당신의 발을 묶어둘 수가 없거든.”


빙긋 웃은 데이비드의 손가락에, 마치 송곳과도 같이 날카로운 하얀 빛줄기가 뻗어 나왔다. 그는 그것을 캐시의 심장 부근에 깊숙이 찔러 넣고는 여전히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캐서린 로즈 유, 마법의 재능은 일족의 오랜 역사를 따져 봐도 역대급에 들어갈 만한 자질을 지녔다고 평가 받은 인재였습니다.”


저항조차 못하고 심장을 찔린 캐시는 그 자리에 허수아비처럼 무너져 내렸다. 단순한 상해가 아니었다. 영혼석이 파괴된 것이다. 일족이라면 갓난아기 때부터 이식 받는 증표이자 마력의 원천이 되는 곳을, 데이비드 오언은 아무 망설임 없이 부숴버렸다.


“하지만 부질없는 평가였죠. 되도 않는 사랑 놀음에 빠져 현재에만 안주하더니, 본인의 자질을 반의반도 물려받지 못한 무능력한 아이를 낳고 일족의 뜻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때부터 당신은 제거대상이었지만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기에 당신과 당신 남편을 밀어주는 척하며 그동안 그냥 놔두었을 뿐이고, 이제는 때가 되었으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요.”


데이비드에 손가락에 맺힌 빛이 이제는 손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크기 또한 거대해져서 검에 가까운 형태가 되었고, 데이비드는 역시 망설임 없이 캐시의 등을 찔렀다. 이번에는 육체에 대한 직접 공격이었기에, 캐시는 빛의 검에 의해 몸을 관통당하고 말았다.


“아아아악!”


그냥 날카로운 칼에 찔리고 끝난 게 아니었다. 찔린 부위와 그 상처 안쪽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끔찍한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캐시를 아무렇지 않은 눈으로 내려다보며 데이비드는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쓸모없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마법능력은 그대로라 귀찮았지. 사념체를 그냥 둬봐야 당신 손에 의해 흔적도 없이 정화될 테고, 그렇다고 정면에서 치자니 만만한 위인이 아니고, 그러니 쓸 수 있는 방법이 뭐 있나? 기습과 암살 외에는 없지. 사념체를 한꺼번에 폭주시켜서 시선을 끌고, 다른 데 정신 쏟을 여유가 없게 한 다음에 이렇게 제거하기.”


데이비드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빛의 검은 캐시의 심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고통에 피를 토하면서도 캐시는 고개를 들어 데이비드를 노려보았다.


“난 내 딸이 꿈을 크게 가지길 원했어.”

“남길 유언 정도는 들어드리지요.”

“당신들처럼 이념과 아집으로만 세상을 살아가지 않기를 바랐으니까.”

“계속하십시오.”


비꼬는 어투는 아니었다. 데이비드는 정중했고, 캐시의 마지막 말을 끝까지 들어주겠다는 태도였다. 그와는 별개로 손은 계속해 움직이고 있었지만.


“다음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자신들만의 기준을 적용하고, 강요하고, 또 속여서, 성장할 기회를 비틀어버린 사람들이 일족을 이끌어 가겠다니,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올 것 같네.”


말뿐 아니라 정말 비웃음을 띤 캐시를 향해 데이비드는 정중해 대답해주었다.


“생존 앞에서 꿈을 따지는 걸 보통 멍청한 짓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주는 현실과 그렇지 않은 현실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요.”


마지막에 다다른 것일까. 캐시는 더 이상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목 아래로 아무 감각이 없었다. 대신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졸음이 몰려왔고,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어처구니없는 죽음의 순간보다, 딸아이가 집에 무사히 돌아갔을 지가 더 걱정이 되었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그 아이가 아무렇지 않아야 할 텐데······.

머릿속이 훨씬 몽롱해졌다. 아이의, 리지의 얼굴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목소리는 기억이 나는데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 이게 마지막이라면 적어도, 한 번이라도 좋으니 딸의 얼굴을 보고 싶은데······.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캐시는 자신을 의식할 수 없었다.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지 않는다는 그 개념조차 그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말이다.

남아있는 것은 차가운 빗방울 아래로 잠겨 있는 그녀의 시신뿐이었다. 두 번 다시 깨어나지 않을 육체만을 남긴 채, 캐시는 서서히 눈을 감아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아... 어머님...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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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은하를 가르는 검 16.12.07 167 0 26쪽
51 은하를 가르는 검 16.11.30 122 0 16쪽
50 은하를 가르는 검 16.11.23 121 0 22쪽
49 은하를 가르는 검 16.11.16 93 0 34쪽
48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1.09 140 0 19쪽
47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1.03 148 0 16쪽
46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1.02 217 0 16쪽
45 손을 내밀어 준 것은 16.10.27 229 0 16쪽
44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26 142 0 17쪽
43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20 216 0 19쪽
42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19 125 0 23쪽
41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13 140 0 21쪽
40 무너지는 시간을 헤맬 때 16.10.12 195 0 12쪽
39 악몽을 꾸다 16.09.29 135 0 14쪽
38 악몽을 꾸다 16.09.28 208 0 16쪽
37 악몽을 꾸다 16.09.22 160 0 19쪽
36 악몽을 꾸다 16.09.21 157 0 17쪽
35 악몽을 꾸다 16.09.15 270 0 20쪽
34 악몽을 꾸다 16.09.14 267 0 18쪽
33 악몽을 꾸다 16.09.08 152 0 14쪽
32 악몽을 꾸다 16.09.07 218 0 20쪽
» 어둠 속에서 16.09.01 213 0 18쪽
30 어둠 속에서 16.08.31 137 0 18쪽
29 어둠 속에서 16.08.24 150 0 19쪽
28 어둠 속에서 16.08.18 202 0 12쪽
27 광풍이 몰아칠 때 16.08.17 272 0 17쪽
26 광풍이 몰아칠 때 16.08.11 15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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