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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96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2.24 21:24
조회
192
추천
3
글자
12쪽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일곱

DUMMY

태서가 황급히 깨우는 통에 장현군이 잠에서 깼다. 일어나자마자 태서가 ‘쉿’ 소리를 내며 손가락 하나를 자기 입에 가져갔다.

“마차 하나가 성문에서 나온 사람을 태우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대리자 님입니까?”

“아니요. 해기섭니다.”

태서가 소곤거리자 장현군의 시선이 성문 쪽으로 향했다. 마차 하나가 천천히 성문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찌할까요.”

태서의 물음에 장현군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해기서 씨라…. 일단 알리지 맙시다.”

장현군의 말에 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최대한 몸을 숨기며 마차를 쫓았다. 마차를 호위하는 병력은 고작 둘. 태서 혼자서 처리할 수 있을까. 장현군은 거기서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내려갑시다. 총은 쏘지 마세요. 아직 실크램까지 총소리가 닿을 겁니다.”

장현군의 말에 태서가 고개를 끄덕인 뒤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마차를 호위하던 병사 둘은 잠시 당황한 듯 보였으나 이내 자세를 잡았다. 태서와 장현군이 길 앞을 떡하니 막고 총을 겨눴다.

“이봐. 그 마차에 탄 사람 좀 봐야겠어.”

태서가 총을 까딱이며 말했다. 병사 둘은 말없이 칼을 뽑아들었다. 총을 보고도 전혀 겁먹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태서가 살짝 당황한 듯 장현군을 바라봤다. 장현군은 들고 있던 석궁을 태서에게 건넸다.

“총은 제게 주시죠.”

장현군의 말에 태서가 권총을 건네는 순간, 병사 둘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장현군이 놀라서 총을 겨눴으나 병사는 벌써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병사가 정확하게 장현군의 총을 쳐냈다. 총이 날아가자 당황한 장현군을 향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병사의 모습. 동방의 병사와는 다른 위압감을 뿜고 있었다.

그때 병사가 목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태서가 땀을 닦으며 장현군을 바라봤다.

“괜찮으십니까?”

“대체….”

장현군이 놀란 눈으로 또 다른 병사 쪽을 바라봤다. 이미 병사는 이마에 석궁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그 사이에 하나를 쏘고, 또 장전하여 하나를 쐈단 말인가. 장현군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태서를 바라봤다. 태서는 별 것 아니라는 듯 헛기침을 했다.

“석궁은 이거 오랜만에 쏴봐서 좀 조마조마했습니다. 하하.”

실크램 성문을 돌파할 때도 봤었지만 석궁도 이 정도로 다룰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사격의 달인이라는 명성이 결코 허명이 아니었음을 장현군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태무가 천천히 마차 쪽으로 다가갔다. 마부는 덜덜 떨며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태서는 그런 마부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마차 문을 벌컥 열었다. 그 안에선 해기서가 앉아 마부처럼 덜덜 떨고 있었다.

“해 대신. 오랜만이구만.”

태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해기서는 말이 없었다. 태서가 아무런 말도 없이 옆으로 비켜섰다. 해기서는 얼른 마차에서 내렸다. 장현군이 그런 해기서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해기서가 장현군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장현군은 해기서를 일으켜 세우고 어떻게 된 일인지 묻기 시작했다.

“대체 해기서 씨. 어떻게 된 겁니까. 요척 씨를 공격한 게 해기서 씨 맞습니까? 요척 씨 말로는 그 근처에 해기서 씨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고 들었는데요.”

“…맞습니다.”

해기서는 변명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빠른 수긍에 오히려 장현군이 난감했다. 장현군이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요척 씨는 자기 앞에 흙으로 된 벽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한 것인지, 왜 그런 것인지. 다 말해줘야 겠습니다.”

장현군의 말에 해기서가 잠시 태서의 눈치를 봤다. 태서는 이미 해기서의 등 뒤에서 석궁을 겨누고 있었다. 해기서는 체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 저희 집안은 오래 전 토지신을 모시던 나라의 후손입니다. 육천에 들어오며 부적들과 만드는 법을 모조리 폐기했지만 단 세 장. 세 장의 부적은 남겨 대대로 이어지게 했지요. 그 중 하나를 사용해서 요척 씨를 그리 만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해기서나 엎드린 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장현군은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었다. 해기서가 계속해 말을 이었다.

“사실 성천 천장 합하께서 제게 밀명을 내리셨습니다.”

“밀명?”

“예. 저희 성천은 북방이라 옛날부터 농지가 부족했습니다. 그나마 천부석 덕에 곡식이 부족하지 않으나, 지금처럼 계속 중천에 천부석을 보낸다면 어찌 될 진 뻔한 일. 해서 서방에 들키지 않고 행동하려 하는 환천군 작전과 별개로, 서방 고위인사와 만나 대리자를 돌려받아 오라했습니다. 그리고…. 대리자 납치의 책임을 물어, 중천 몰래….”

“중천 몰래?”

장현군의 물음에 해기서가 잠시 태서 쪽 눈치를 봤다. 장현군이 태서에게 잠시 물러나 있으라고 턱짓했다. 태서는 불안하긴 했지만 장현군의 명인지라 해기서가 탔던 마차 곁으로 갔다. 해기서의 목소리를 최대한 들어보려 했으나 거리도 있고, 워낙 작게 말하는 터라 들리지 않았다.

장현군은 태서가 물러난 것을 확인한 뒤 다시 해기서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말씀해보세요. 무슨 밀명입니까.”

“중천 몰래…. 서방에 약조를 받아오라 했습니다. 중천과는 별개로 저희 성천과 천부석을 거래할 것. 대리자 님이 돌아오시면 매달 남게 될 잉여 천부석을 서방에 팔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천부석의 가격은 우리 성천에서 정하도록 할 것.”

‘제발 믿어라. 제발 믿어.’

해기서가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중천을 멸하고 육천을 통일하려는 계획. 그 일이 알려진다면 몰아치게 될 태풍. 그것에 비한다면 이 거짓말은 설령 중천 조정에 보고된다 해도 산들바람 정도였다.

해기서의 말에 장현군이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해기서는 성천 사람이었다. 비록 성천이 중천의 속국이라고는 하지만, 해기서에게는 중천보다 성천이 더 중요할 것이었다. 장현군을 비롯한 환천군이 나라를 위해 충성하듯, 해기서도 자신의 나라를 위해 충성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일은 제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 같군요.”

“그, 그렇다면….”

“조정에 보고하겠습니다. 그리고 해기서 씨는…. 알아서 하십시오.”

장현군의 말에 해기서가 감사하다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아. 맞다. 실크램 안에 있으며 대리자 님에 대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요? 무슨 소식입니까.”

“대리자께서 이미 하루, 이틀 전에 실크램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해기서의 말에 장현군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겨우 꽁무니를 잡았다고 생각했건만 또 놓쳤다. 장현군이 마음을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갔는 진 못 들으셨습니까?”

“죄송합니다. 거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아직 저희에게 이 정도로 신경 써주는 것 만해도 감사합니다.”

장현군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장현군은 해기서를 마차로 돌려보내고, 태서를 불렀다. 태서는 마차에 오르는 해기서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며 장현군의 앞에 섰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리고 어찌 그냥 보내는 겁니까.”

“성천에서 받은 명이 있다고 합니다. 이 일은 제가 따로 조정에 보고할 것입니다. 해기서는 일단 성천 사람. 성천에서 받은 명을 수행하라 말했습니다.”

장현군의 말에 태서는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 마차가 장현군과 태서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부는 혹여 둘의 마음이 변할까 전속력으로 마차를 모는 듯했다. 마차가 멀리 사라지고 나자 장현군이 태서의 석궁을 가리켰다.

“해기서 씨가 실크램에서 대리자 님의 소식을 들었는데, 이미 실크램을 나가셨다고 합니다.”

“예?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 새 나갔단 말입니까?”

“저희가 각 성문에 매복하기도 전에 나간 모양입니다. 일단 다들 이쪽으로 불러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강구하죠.”

장현군의 말에 태서가 성냥을 꺼내 석궁 화살 앞 짚더미에 불을 붙였다. 곧 밤하늘로 불화살이 높게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현군과 태서가 있는 곳으로 나머지 인원이 모두 모였다. 그들에게 장현군은 해기서에게 대리자에 대해 들은 것을 전했다. 다만 해기서가 말했던 밀명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장현군의 말에 윰을 비롯해 나머지 인원들은 모두 허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대리자를 찾을 절호의 기회라 여겼었기에, 그 상실감은 더욱 컸다. 특히 윰. 윰은 이번에야 말로 대리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었다. 신에게 빌고 또 빌었었기에, 이번에야 말로 신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신은 아직 윰이 대리자와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돈도 슬슬 떨어져 가고 먹을 것도 별로 없으니 제 생각엔 근처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근처 도시라면 어디 말이우까?”

대료문이 지도를 보며 물었다. 장현군이 기다렸다는 듯 지도의 도시 하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엘마르둑. 15년 전 전쟁으로 멸망한 벨트로크와 이니예르. 비록 나라는 망했지만 두 나라의 잔당들은 아직도 남아 ‘반란군’이라는 이름으로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 중 엘마르둑은 벨트로크 반란군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도시였다.

“이곳의 반란군을 사실 저희 중천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원이라니요?”

장현군의 말에 태서와 요척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 일군의 총괄을 맡고 있는 둘이었지만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 장현군이 말을 이었다.

“저도 이곳으로 출발하기 직전, 전하께 처음 들은 말입니다. 서방으로 가서 문제가 생기면 일단 이곳으로 피신해 있으라고 하시더군요.”

“아니, 저희는 서방으로 올 수 있는 배도 없는데, 어찌 지원을 하고 있단 말입니까?”

태서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장현군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저희가 온 길은 첩자들이 오는 방법입니다. 빠르게 서방의 중심부로 침투할 수 있지요. 하지만 반란군에게 지원하는 길은 서방의 밀수꾼들이 들어오는 방법. 공허의 절벽을 건너는 방법입니다. 정확히 어찌 건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장현군의 말에 이번에는 요척이 입을 열었다.

“허면 저희는 무엇을 지원하는 겁니까. 무기입니까? 무기라면 저들 것의 성능이 더 뛰어날 텐데요.”

“서방의 총이나 대포는 마나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굉장히 귀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 것이 필요 없는, 화약으로 발사되는 저희 무기를 지원하는 겁니다. 저희가 지원하는 것은 그것뿐이 아닙니다.”

장현군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천부석. 천부석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태서와 요척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처, 천부석이라니. 그렇게까지 저들을 지원하는 이유가 뭡니까?”

“만약을 대비한 것입니다.”

“만약이라면….”

“서방과의 전쟁.”

장현군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미 조정에서는 서방과의 전쟁까지도 대비하고 있었단 말인가. 대료문까지 약간 놀란 가운데, 윰은 고개를 숙인 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전쟁을 멈추라고 신이 만들어준 천부석. 그것은 이미 사람들에게 풍요를 가져다주는 돌을 넘어, 하나의 자원으로 자리 잡아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전쟁에 까지 동원되고 있다. 윰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신의 모습이, 신의 눈물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말

다들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전 집에서 글이나 써야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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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일곱 15.12.24 193 3 12쪽
38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下 +2 15.12.23 169 4 16쪽
37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中 15.12.22 278 5 13쪽
36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上 15.12.21 189 3 11쪽
3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섯 15.12.18 298 4 12쪽
3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다섯 15.12.17 267 3 11쪽
3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넷 15.12.16 193 4 11쪽
3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셋 +2 15.12.15 265 4 13쪽
3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둘 +2 15.12.14 314 4 11쪽
3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하나 +2 15.12.11 154 5 11쪽
2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여섯 +2 15.12.10 129 5 13쪽
28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다섯 +2 15.12.09 162 5 12쪽
27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넷 15.12.08 148 4 12쪽
26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셋 15.12.07 146 5 13쪽
25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둘 15.12.04 134 5 11쪽
24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하나 +2 15.12.03 142 5 11쪽
23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 +2 15.12.02 142 6 11쪽
22 2부. 이국(異國)의 밤 : 아홉 +2 15.11.30 128 7 12쪽
21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덟 +2 15.11.28 161 7 12쪽
20 2부. 이국(異國)의 밤 : 일곱 +2 15.11.27 189 7 15쪽
1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섯 15.11.26 133 6 13쪽
18 2부. 이국(異國)의 밤 : 다섯 +4 15.11.25 155 11 10쪽
17 2부. 이국(異國)의 밤 : 넷 15.11.24 146 6 11쪽
16 2부. 이국(異國)의 밤 : 셋 15.11.23 198 11 13쪽
15 2부. 이국(異國)의 밤 : 둘 15.11.21 180 7 11쪽
14 2부. 이국(異國)의 밤 : 하나 15.11.20 162 6 15쪽
13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둘 15.11.19 157 6 8쪽
12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하나 15.11.18 176 7 14쪽
11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 15.11.17 165 8 12쪽
10 1부. 하늘이 내린 돌 : 아홉 15.11.16 187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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