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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858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1.24 11:55
조회
146
추천
6
글자
11쪽

2부. 이국(異國)의 밤 : 넷

DUMMY

태서와 해기서는 장현군 일행과 헤어져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갔었다. 골목은 별로 길지 않았다. 집 두 채 정도 길이의 골목을 지나자 아까 장현군과 헤어졌던 것과 비슷한 크기의 대로가 펼쳐졌다.

“여기 있는 집을 다 두드려 봐야 하는 겁니까?”

해기서가 막막한 듯 태서를 보며 물었다. 태서 또한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쩌겠소. 뒤져봐야지.”

태서가 성큼성큼 가장 가까이 있던 집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태서가 다가가던 곳 옆집 창문으로 사람 형체가 휙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태서는 바로 방향을 바꿨다. 태서가 그 집 대문 앞에 서자, 해기서가 옆으로 다가왔다.

“뭐 보셨습니까?”

“아까 집안에서 사람 그림자를 본 것 같소.”

태서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는 나무로 된 문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다.

“계시오, 안에 아무도 안 계시오!”

해기서는 옆에서 그런 태서를 보고 멀뚱멀뚱 서있기만 했다. 그것을 보고 태서가 약간 짜증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 하시오. 다른 집들 확인해보지 않고.”

“아, 예.”

그제야 해기서는 다른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해기서의 뒤로 끼익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뉘시오.”

사람 목소리였다. 해기서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태서가 두드렸던 문이 열리고, 허름한 옷차림의 남성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너무 쉽게 사람을 만난 터라 잠시 당황했던 태서가 활짝 웃었다.

“아이고, 이거 사람이 계셨군요. 혹시 이 마을에서 먹을 것을 구할만한 곳이 있겠습니까?”

태서가 손짓까지 더하며 말했다. 남자는 태서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용병이오?”

“예? 아니요. 저희는 그냥 여행을 다니는 몸들입니다. 하하. 그런데 이거 식량이 똑 떨어져서 말이지요.”

“생긴 게 좀…. 아카샤 사람입니까?”

“아, 아카…? 저희는 그…, 에. 동방에서 왔습니다.”

“동방?”

“예, 예. 동방…. 뭐 그게 중요하겠습니까. 혹시 먹을 것을 구할 만한 곳이 없겠습니까?”

태서가 능글능글하게 물었다. 남자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힘들게요. 이곳은 이 근처 항구로 향하는 장사치나, 용병들을 상대해서 먹고 살던 마을이오. 그런데 어느 순간 항구가 폐쇄되면서, 오는 사람이 없어 마을 사람들은 다 떠나고…. 그나마 가끔 지나가는 용병들이 있어서 나 같은 사람 몇이라도 남아 장사를 했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발길이 끊겼으니…. 나도 곧 이곳을 뜰 생각이었습니다.”

“예….”

태서는 그 말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황야가 얼마나 이어질 지도, 중간에 얼마나 더 가야 민가가 있는 지도 알 수 없었다. 이 마을에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황야에서 굶어죽을 수도 있었다.

태서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꾸벅 인사를 한 뒤 옆의 집 쪽으로 향했다.

“다른 집들 확인해 봐야 소용없을 게요.”

그런 태서 쪽으로 남자가 말했다. 태서가 알겠다고 고개를 살짝 숙였으나 몸은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남자가 안 됐다는 듯 쯧쯧 혀를 차고 집으로 들어가려 할 때, 해기서가 닫히는 문을 손으로 막았다.

“잠깐, 하나만 더 물읍시다.”

“뭐요.”

남자가 살짝 경계하며 말했다. 해기서가 슬쩍 태서 쪽 눈치를 봤다. 태서는 이미 다른 집들 문을 두드리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해기서가 남자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혹시 이곳을 담당하는 관리는 없습니까?”

해기서가 소곤소곤 말하자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 나라에 큰 도시를 빼면 제국 관리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관리가 있었어도 마을 망하자마자 가장 먼저 떠났을 텐데, 아직 남아 있겠어요?”

남자의 말에 해기서는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남자가 문을 닫자 태서를 따라 힘없이 터벅터벅 걸었다. 태서도 그 많은 집들의 문을 두드리기 귀찮았는지 그냥 길을 따라 걷고만 있었다.


요척과 윰은 왼쪽 골목으로 들어갔었다. 태서 일행과 마찬가지로 골목을 지나자 큰 길이 나타났고, 요척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조용히 요척의 뒤를 쫓던 윰이 옆으로 다가갔다.

“저기…. 집들을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 기척도 안 느껴지고…. 사람들이 떠난 지 꽤 된 것 같은데 집 안에 들어가 봐야 먹을 게 있겠나.”

“그럼….”

“그래도 사람이 살던 곳이니 상점 같은 거라도 있겠지. 뭐, 대단한 건 없어도, 생각보다 쓸 만한 게 나올 지도 모르고.”

요척이 좌우의 건물들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윰도 고개를 끄덕이고 요척처럼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요척의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윰은 그 걸음을 쫓으려 했으나 너무 빨라 거의 뛰어야 쫓을 수 있었다.

요척은 한 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대문 위에서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간판. 정확히 무엇을 파는 곳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상점이었다. 요척이 나무로 된 문고리를 잡았다.

“안에 사람이 있다.”

“사람이요?”

“혹시 모르니 넌 밖에서 기다려.”

요척은 메고 있던 천가방 안에서 봉을 꺼내 들며 말했다. 윰이 고개를 끄덕이자, 요척이 문고리를 당겼다. 문은 끼익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요척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고, 윰은 바깥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어 안을 살폈다.

안에는 과연 진열대들이 벽마다 늘어서 있었다. 가장 안쪽에 길게 나무로 된 계산대가 보였다. 거의 비다시피 한 진열대들. 요척은 계산대 쪽으로 향하면서도 진열대에 무엇 무엇이 남았나, 대충 훑어봤다.

천천히 경계하며 요척이 계산대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계산대 안쪽에서 누군가 벌떡 일어나 소총을 겨눴다.

“꼼짝 마! 뭐야, 도둑이야?”

통통하게 살이 찐 중년 남자였다. 허름한 옷과 어울리지 않는 까만색 중절모가 눈에 띄었다. 요척이 들고 있던 봉을 거두어 다시 천가방 안에 넣었다.

“주인장, 여행하는 사람들인데 말 좀 물읍시다.”

요척은 전혀 당황하거나 놀란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가게 주인 같았다. 가게 주인은 요척을 한 번 훑어보고, 밖에 있는 윰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용병…이세요?”

가게주인이 살짝 경계를 풀며 물었다. 요척은 가게주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용병은 아니고, 그냥 사정이 있어 떠돌고 있소. 그만 그 총 좀 치워주면 안 되겠소?”

그 말에 가게주인이 얼른 총을 치우며 활짝 웃었다.

“아이고 이거, 손님들을 몰라 뵙고, 죄송합니다. 뭐 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있으십니까? 이게 물건이 얼마 남진 않았지만 총이랑 총알은 좀 남아 있습니다.”

가게주인이 언제 그랬냐는 듯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요척은 가게를 한 번 슥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먹을 것을 좀 구하려고 합니다.”

“아…. 그게 죄송하지만 식료품은 얼마 전에 다 떨어져서….”

가게 주인이 당황하며 대답했다. 요척은 ‘흐음’하고 숨을 내쉬고는 입맛을 다셨다.

“그렇다면 지도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지도요?”

“예. 전국이 다 나온 지도 말입니다. 없습니까?”

요척이 가게주인을 힐끗 쳐다보며 계산대 위로 팔을 올렸다. 가게주인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입을 열었다.

“있지요. 있기는 한데 그게…. 가격이 좀 나갑니다.”

“가격이 얼마나 됩니까?”

“총알로 치면…. 한 사백 개는 주셔야 하는데, 제가 특별히 싸게 해서 삼백오십 개에 드리지요.”

“총알?”

요척이 되물었다. 가게주인은 오히려 그런 요척의 물음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요척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뒷짐을 지어보였다.

“우리가 사실 동방에서 온 터라 이곳 화폐가 어떤지 알질 못하오. 가능하다면 그 총알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겠소?”

요척의 물음에 가게주인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미간을 찌푸린 그의 표정에서 단번에 불쾌함이 느껴졌다.

“거, 돈 없으면 이만 나가 보슈.”

가게주인이 계산대 뒤쪽의 의자에 기대앉으며 차갑게 말했다. 요척은 계산대에 다시 한 쪽 팔을 올리며 몸을 기댔다.

“내 일행이 그 총알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소. 그러니 한 번 보여만 주시오.”

요척의 말에 가게주인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계산대 아래에 있던 서랍을 열었다. 곧 펴 보인 가게주인의 손바닥 위에는 총알 두 개가 신비한 빛을 내고 있었다. 요척이 그것을 유심히 살피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고맙소. 내 확인해보고 다시 오겠소.”

요척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게를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윰이 다가왔다.

“뭐 필요한 게 있던가요?”

“지도가 있다는데, 가격이 좀 비싼 모양이야. 일단 가서 장현군 대감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요척은 윰과 함께 성큼성큼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여섯은 처음 흩어졌던 장소에 다시 모였다. 장현군과 대료문은 별다른 소득이 없어 보였다. 태서 또한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바라볼 뿐이었다. 장현군이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람 그림자도 안 보이네요. 하하….”

“저희 쪽은 사람을 만났는데…. 이미 거의 다 이 마을을 버리고 떠났다고 합니다.”

태서가 한숨을 쉬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대책이 서지 않아 모두 답답해 할 때, 요척이 나섰다.

“상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헌데 이곳은 우리나라 총알과는 다른, 신비한 총알을 화폐로 쓰는 것 같습니다.”

요척의 말에 장현군의 표정이 약간이나마 밝아졌다.

“먹을 것은 있다고 하던가요?”

“식료품은 다 떨어졌지만, 지도는 있다고 합니다. 헌데 그 총알 수백 개를 요구하는데….”

“거, 담배, 담배는 있소?”

요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료문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나섰다. 요척이 상점 안에서 봤던 물건들을 천천히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핏 보긴 했으나 있는 것 같았네.”

요척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료문이 성큼성큼 왼쪽 골목으로 향했다. 다들 멍하니 바라만 보는데 대료문이 뒤돌아보며 서둘러 오라 손짓했다.

“어찌 가만히 서 있소.”

“그, 우린 가진 것이 없지 않나.”

요척의 말에 대료문이 호탕하게 껄껄 소리를 내 웃었다.

“여 관군도 없는 거이 같은데, 무어이 겁나오. 기냥 아이 죽을 만큼만 패 눕혀 놓고 먹을 거랑 이것저것 챙겨 오면 되잖갔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우리 사정에 그런 것 따지기요? 두고 보오. 아직꺼정 여서 목숨 부지하고 있는 거이 보면, 먹을 것도 분명 있을 거이니.”

대료문이 말릴 새 없이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나머지 사람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걸음을 떼었다. 각자 말고삐를 잡고 골목 안으로 터벅터벅 들어가는 것이 마치 패잔병의 모습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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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일곱 15.12.24 194 3 12쪽
38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下 +2 15.12.23 170 4 16쪽
37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中 15.12.22 279 5 13쪽
36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上 15.12.21 189 3 11쪽
3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섯 15.12.18 298 4 12쪽
3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다섯 15.12.17 269 3 11쪽
3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넷 15.12.16 193 4 11쪽
3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셋 +2 15.12.15 267 4 13쪽
3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둘 +2 15.12.14 315 4 11쪽
3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하나 +2 15.12.11 154 5 11쪽
2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여섯 +2 15.12.10 129 5 13쪽
28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다섯 +2 15.12.09 163 5 12쪽
27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넷 15.12.08 149 4 12쪽
26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셋 15.12.07 146 5 13쪽
25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둘 15.12.04 135 5 11쪽
24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하나 +2 15.12.03 143 5 11쪽
23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 +2 15.12.02 142 6 11쪽
22 2부. 이국(異國)의 밤 : 아홉 +2 15.11.30 130 7 12쪽
21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덟 +2 15.11.28 161 7 12쪽
20 2부. 이국(異國)의 밤 : 일곱 +2 15.11.27 190 7 15쪽
1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섯 15.11.26 134 6 13쪽
18 2부. 이국(異國)의 밤 : 다섯 +4 15.11.25 155 11 10쪽
» 2부. 이국(異國)의 밤 : 넷 15.11.24 147 6 11쪽
16 2부. 이국(異國)의 밤 : 셋 15.11.23 199 11 13쪽
15 2부. 이국(異國)의 밤 : 둘 15.11.21 180 7 11쪽
14 2부. 이국(異國)의 밤 : 하나 15.11.20 162 6 15쪽
13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둘 15.11.19 158 6 8쪽
12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하나 15.11.18 177 7 14쪽
11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 15.11.17 166 8 12쪽
10 1부. 하늘이 내린 돌 : 아홉 15.11.16 18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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