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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93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2.08 20:55
조회
147
추천
4
글자
12쪽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넷

DUMMY

태서는 어제와는 다른 술집에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구석 쪽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술병을 열고 있었다.

“어디 보자 네 병 마셨네. 돈이….”

태서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세어봤다. 처음 실크램에 도착했을 때 여관 값으로 지불할 돈과 대료문의 칼 값을 뺀 후 여섯은 똑같이 가진 돈을 나눴었다. 태서가 받은 돈을 세어보고 한숨을 쉬었다.

“어제 진짜 많이 쓰긴 썼나보네….”

태서가 새로 연 술병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제법 비싸 보이는 술. 테이블 위에 놓인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태서가 잠시 고민하다가 술병 째 입으로 가져갔다. 몇 모금 벌컥벌컥 마신 태서가 ‘캬’ 소리와 함께 병에서 입을 뗐다. 병을 내려놓으며 태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할 일은 해야지.”

태서는 술집 안을 이리저리 살폈다. 이제 막 점심이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테이블의 반 정도가 차있었다. 태서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자리로 다가갔다.

자리에 앉은 것은 긴 코트에 중절모를 쓴 남자였다. 용병으로 보이는 남자는 혼자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사람을 찾고 있는데, 혹시 동방에서 온 여자를 본 적 없습니까?”

“동방?”

남자가 오히려 되묻고는 손을 흔들었다. 태서가 실례했다고 고개를 꾸벅 숙이고 그 다음 테이블로 향했다.

세 테이블 정도를 더 물어본 태서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이렇게 해서 찾을 수 있는 거야?”

태서가 중얼거리며 다음 테이블로 다가갔다. 금색 머리카락의 젊은 남자가 혼자 앉아 병나발을 불고 있었다. 태서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혹시 동방 여자를 본 적 없소?”

“동방? 동방 그 씨발놈들!”

금발머리가 태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큰소리를 냈다. 그리고 금발머리는 태서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

“너…. 그때….”

지도를 구했던 마을에서 대료문에게 돈을 빼앗겼던 원드였다. 원드는 그때 대료문 옆에 있었던 태서를 단번에 알아봤다. 그러나 태서는 전혀 원드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 이 사람이 왜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원드가 낮은 소리로 웃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누구야. 이거 반가운 얼굴이구만.”

“누구신지?”

“하하, 기억 못해? 만약 그날 상인들이 지나가지 않았으면 난 지금쯤 풍화작용으로 모래가 됐을 거다. 너희 때문에 이 자식아.”

원드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태서에게 겨눴다. 태서는 놀라면서도 몸을 옆으로 틀어 총구와 직선으로 놓이는 것을 피했다.

‘이거 미친놈인가…. 총 안 가져 왔으면 큰 일 날 뻔했네.’

태서도 얼른 허리의 권총을 꺼냈다. 석궁은 너무 눈에 띄어 윰에게 줬던 권총을 잠시 빌려온 것이 다행이었다. 순식간에 둘이 권총을 들고 대치하자 술집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둘이 서로의 가슴을 향해 총을 겨눴다. 태서는 술기운이 돌아 약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대체 갑자기 왜 총을 겨누는 겁니까!”

태서가 소리쳤다. 그 말에 원드는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아니, 참나. 나 기억 못해? 너희가 상점 앞에서 내 돈 다 훔쳐 갔잖아 이 자식아!”

원드가 거의 울 듯 말하자 태서는 그제야 무엇인가 생각났다.

그날 사람들이 다 떠나고 거의 폐허가 된 마을. 상점 앞에서 대료문이 때려눕히고 돈을 훔쳐갔던….

“아…. 그때 그….”

“드디어 기억났냐. 너희 때문에 나는 진짜로 거기서 죽을 뻔했어!”

“아니 저기 그게…. 그때 나는 아무 짓도 안했거든.”

태서가 살짝 당황하며 말했지만 원드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내가 운이 좋긴 좋나 보군. 아니지, 아니야. 운이 좋았으면 그때 너희들 만나지도 않았겠지! 시발, 너희 일행 다 어디 있어. 내가 반드시 다 죽인다!”

“아니. 그러니까 그건 우리 모두의 뜻이 아니라….”

“닥쳐, 변명해봤자 소용없어!”

원드가 태서의 말을 끊고 소리쳤다. 이에 태서도 짜증이 난 듯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아니 그건 그 살인자 새끼가 단독으로 한 짓이라고!”

“아이고, 심지어 살인자셨어요? 잘 됐네. 내가 그 놈 죽여서 법 대신 심판해주마!”

“법 대신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한 번 해볼까 이 자식아, 내가 손가락만 까딱하면 네 가슴이든 대가리든 바람구멍 뚫리는 거야!”

“뭐 총은 너만 있으세요? 나도 마찬가지다 이 새끼야!”

도저히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다. 그때 아까 태서가 제일 처음 대리자에 대해 물었던 손님이 그 쪽으로 다가왔다. 중절모에 코트를 쓴 남자. 딱 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뿜고 있었다. 싸움 구경을 하기 위해 둘러싼 사람들을 헤치고, 남자는 태서와 원드 쪽으로 다가갔다. 태서와 원드는 그것도 모르게 계속 말다툼을 하는 중이었다.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총을 들었으면 방아쇠부터 당겨야지.”

남자가 품에서 총을 꺼내들며 말했다.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꼭 약한 자들이 입부터 나불거리지.”

남자가 피식 웃으며 계속 말했다. 여유롭게 꺼낸 총의 총알을 확인하는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태서와 원드는 여전히 서로에게 열을 올리고 있었다.

“어이, 이봐. 너희….”

남자가 약간 당황한 듯 말했으나 둘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에 남자가 오히려 짜증이 난 듯 권총을 천정 쪽으로 들었다.

‘탕’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총에서 발사된 총알이 술집 천정을 뚫었다.

“이 자식들아, 내 말 좀 들어봐!”

남자가 태서와 원드 쪽으로 소리쳤다. 그제야 태서와 원드의 시선이 남자 쪽으로 향했다. 태서가 남자를 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뭐야. 오늘 날이 안 좋구만.”

태서가 중얼거리자 앞에 있던 원드가 콧방귀를 뀌었다.

“대체 얼마나 원한을 지고 다니시기에 이렇게 사람이 꼬이시나.”

원드가 비꼬자 태서가 또 발끈해서 바라봤다.

“원한?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내가 바로 세자빈마마의 숙부(叔父)이자 대장군의 사위이며….”

태서가 말하는데 중절모의 남자가 더 이상 찾지 못하고 총구를 겨눴다.

“아무래도 팔이나 다리 하나에 총알이 박혀봐야 말을 듣겠군.”

남자가 중얼거리며 태서의 다리를 조준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탕, 하는 소리가 술집에 다시 한 번 울렸다.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중절모를 쓴 남자가 총을 떨어뜨리고 뒤로 쓰러졌다. 태서의 총에선 연기가 나고 있었다. 쓰러진 중절모 남자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태서의 앞에 있던 원드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때 태서가 정신을 차린 듯 자신의 총을 바라봤다.

“어…? 뭐야.”

태서가 원드 쪽을 바라봤다. 원드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아니, 그렇다고 진짜 쏘면 어떡해…. 그것도 이런 대도시에서….”

원드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태서는 그제야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 저, 저, 저 자식이 먼저 방아쇠를 당기려고 해서 나도 모르게! 아니 잠깐 이건 실수야. 진짜 실수….”

“실수로 그렇게 정확히 대가리를 조준 하냐? 하, 하여튼…. 복수고 뭐고 나는 이만 가볼 테니 안녕히 계슈.”

원드가 총을 다시 허리에 차고 뒤로 돌았다. 태서가 그런 원드의 어깨를 붙잡았다.

“잠깐 원인 제공자가 그냥 가면 안 되지.”

“놔, 이 자식아! 니가 쏴놓고 뭔 원인제공자야. 빨리 여기서 안 뜨면 진짜 좆 되는 거야.”

원드가 태서의 어깨를 뿌리치고 술집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사, 사람이 죽었다! 살인자다!”

술집 안의 손님 중 하나가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술집 주인도 살짝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원드를 밀치고 먼저 술집 밖으로 나갔다.

“살인자다! 저 놈이 사람을 죽였소!”

술집 주인이 밖으로 나가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에 원드가 얼른 술집 밖으로 나갔다. 이곳에 있다가는 분명 큰일이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때 누군가 원드의 팔을 붙들었다.

“이봐. 어딜 혼자가나. 원인 제공자.”

원드는 뒤를 돌아봤다가 화들짝 놀라 뒤로 넘어갈 뻔했다. 자신의 팔을 붙들고 있는 것은 태서였다. 원드가 짜증스럽게 팔을 뿌리쳤다.

“이 아저씨야. 내가 쐈어? 내가 쐈냐고!”

원드가 태서를 향해 따지는데 옆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호각소리였다. 이 길거리에서 저렇게 호각을 불며 돌아다닐 사람은 딱 하나. 실크램의 방위군뿐이었다. 원드가 호각소리 쪽을 바라봤다. 역시 단단히 갑옷을 챙겨 입은 실크램의 방위군 세 명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게다가 아까 도망갔던 술집 주인까지 방위군의 옆에 함께 있었다.

술집 주인이 멀리서 태서와 원드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저, 저놈입니다!”

술집주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위군 셋이 태서와 원드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원드가 그것을 보고는 얼른 반대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고, 태서도 놀라서 그 뒤를 쫓아 달아났다.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홍차가 올라와 있었고 방 한 쪽에선 아름다운 여인이 하프를 연주하고 있었다. 테이블 앞에 앉아 홍차를 집어든 것은 꾀죄죄한 몰골의 텔케른이었다.

“실크램의 방위군 대장께서 이렇게 직접 맞이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텔케른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이에 창문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던 노년의 남자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수도에서 오신 고위 기사님을 어찌 지방 도시 방위군의 대장 따위가 홀대하겠습니까.”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부담스럽습니다.”

텔케른이 고개도 들지 못하고 말했다. 그 노년의 남자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곤 텔케른을 바라봤다.

“그보다. 그 항구에서 여기까지 동방 첩자들을 쫓아 오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아직 수도에서 연락을 못 받으셨습니까?”

“예.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었습니다.”

“이상하군요. 아직도 아무런 전파가 없다니….”

텔케른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나 실크램의 방위군 대장이라는 자는 아무렇지 않게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마십시오. 어차피 그 동방의 첩자라는 자들이 실크램에 있다면, 결코 빠져나가지 못할 겁니다. 이미 모든 병력을 동원해 도시 안을 철저히 수색 중입니다.”

“이렇게 협조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저희는 모두 위대한 루캄투르프 님의 신민 아니겠습니까.”

방위군 대장이 천천히 하프를 치는 여자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텔케른도 고개를 끄덕이며 홍차를 홀짝, 한 모금 마셨다.

“홍차 맛이 좋군요.”

“그렇습니까? 입에 맞으시니 다행입니다. 그보다 씻고 좀 쉬시는 게 어떨 런지요. 수하 분들도 지금 씻고 계실 겁니다. 머무실 곳은 이미 준비해두라 일러뒀고요.”

방위군 대장의 말에 텔케른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계속 그들을 추격하느라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잠도, 식사도 못해 부하들이 걱정됐습니다.”

“하하. 자신보다 부하들을 먼저 생각하시다니. 훌륭한 지휘관이십니다.”

방위군 대장이 하프 켜는 여인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텔케른은 거의 식은 홍차를 단숨에 들이켠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사를 하고 나가는 텔케른의 뒷모습을 방위군 대장은 말없이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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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일곱 15.12.24 192 3 12쪽
38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下 +2 15.12.23 169 4 16쪽
37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中 15.12.22 278 5 13쪽
36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上 15.12.21 189 3 11쪽
3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섯 15.12.18 298 4 12쪽
3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다섯 15.12.17 267 3 11쪽
3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넷 15.12.16 193 4 11쪽
3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셋 +2 15.12.15 265 4 13쪽
3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둘 +2 15.12.14 314 4 11쪽
3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하나 +2 15.12.11 154 5 11쪽
2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여섯 +2 15.12.10 129 5 13쪽
28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다섯 +2 15.12.09 162 5 12쪽
»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넷 15.12.08 148 4 12쪽
26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셋 15.12.07 146 5 13쪽
25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둘 15.12.04 133 5 11쪽
24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하나 +2 15.12.03 142 5 11쪽
23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 +2 15.12.02 142 6 11쪽
22 2부. 이국(異國)의 밤 : 아홉 +2 15.11.30 128 7 12쪽
21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덟 +2 15.11.28 161 7 12쪽
20 2부. 이국(異國)의 밤 : 일곱 +2 15.11.27 189 7 15쪽
1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섯 15.11.26 133 6 13쪽
18 2부. 이국(異國)의 밤 : 다섯 +4 15.11.25 155 11 10쪽
17 2부. 이국(異國)의 밤 : 넷 15.11.24 146 6 11쪽
16 2부. 이국(異國)의 밤 : 셋 15.11.23 198 11 13쪽
15 2부. 이국(異國)의 밤 : 둘 15.11.21 180 7 11쪽
14 2부. 이국(異國)의 밤 : 하나 15.11.20 161 6 15쪽
13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둘 15.11.19 157 6 8쪽
12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하나 15.11.18 176 7 14쪽
11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 15.11.17 165 8 12쪽
10 1부. 하늘이 내린 돌 : 아홉 15.11.16 187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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