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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857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2.09 19:15
조회
162
추천
5
글자
12쪽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다섯

DUMMY

태서는 온 힘을 다해 도망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쫓아오던 방위군들 외에 다른 기사들까지 태서를 쫓고 있었다. 옆에서 함께 뛰던 원드가 숨을 헉헉거리다 멈춰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모르겠다. 그냥 잡아가라. 힘들어 뒈지겠다.”

원드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방위군들은 그런 원드를 본 척도 하지 않고 지나쳐 태서를 쫓았다. 원드가 살짝 민망한 표정으로 방위군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원드에겐 관심 없다는 듯 태서를 쫓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원드는 그 사이 일어나 골목으로 빠져 나갔다.

태서는 숨을 몰아쉬며 최대한 전속력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방위군들은 갑옷 때문인지 쉽게 태서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상점거리까지 도망친 태서의 발이 멈췄다. 태서가 도망치려는 방향에서 몰려오는 방위군이 보였다.

“이런 썅….”

태서가 뒤를 돌았다. 뒤에서도 태서를 쫓던 방위군들의 모습이 보였다. 완전히 앞뒤가 막힌 상황이었다. 태서는 무엇인가 결심한 듯 총을 꺼내 안의 탄환 숫자를 확인했다.

“그래. 나 세자빈마마의 숙부이자 대장군의 사위이며, 전 내무대신 태훤 왕사의 아들. 태서. 여기서 죽자.”

태서가 그렇게 비장한 표정을 짓는데, 갑자기 무엇인가 그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태서는 순간 몸이 붕 뜨자 당황해 총구를 겨눌 생각도 하지 못했다.

“누, 누구야!”

태서는 그대로 상점 지붕 위로 날아갔다. 날아가며 태서가 자신을 던진 게 누구인지 확인하곤 활짝 웃었다.

“대료문이!”

태서가 상점 지붕 위에 떨어지자, 대료문도 근처 상자를 디뎌 그쪽으로 뛰어 올랐다. 태서와 대료문이 지붕 위로 달아나자 방위군들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들 중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 하나가 병사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병력을 셋으로 나눈다. 하나는 이쪽에 남아 다른 일당을 찾아보고, 또 하나는 골목으로 들어가 저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계속 추격한다. 나머지 하나는 흩어져 동원 가능한 전 병력에게 연락해라.”

“예!”

방위군은 대답한 후 모두 일사분란하게 흩어졌다.


여관방 안에는 어느새 장현군과 요척이 돌아와 있었다. 아직 저녁 식사도 한참 남은 시간. 해기서가 둘에게 왜 벌써 돌아왔는지 물으려 할 때 장현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큰일입니다. 지금 밖에서 병사들이 저희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벼, 병사들이요?”

해기서가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장현군의 옆에 있던 요척이 고개를 끄덕였다.

“골목 쪽 집을 수색하다가 병사 둘을 만났는데 다짜고짜 공격해 어쩔 수 없이 베어 버렸네. 오는 길에도 보니 병사들이 동방인들을 찾고 있더군. 여기도 겨우 왔네.”

요척의 말에 해기서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장현군이 뭐라 말하려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대료문과 태서가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 대료문은 힘든 듯 빈 침대에 몸을 눕혔다.

“이래 도망쳐본 거이는 또 오랜마이구만.”

대료문의 말에 장현군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료문 씨도 병사들에게 쫓기신 겁니까?”

“내 어찌하나 숨어있는데 저 총괄 나리가 와서 구해 도망쳐왔슴다.”

대료문의 말에 장현군의 시선이 태서 쪽으로 향했다. 바닥에 앉아 숨을 고르던 태서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술집에서 사람 하나를 죽여서 이렇게 된 듯 합니다.”

태서의 말에 장현군을 비롯한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장현군이 태서의 앞에 마주 앉아 더욱 자세히 묻기 시작했다.

“사람을 죽였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술집에서 실랑이를 하다가 어떤 놈이 제게 총을 쏘려고 하기에, 먼저 쐈는데….”

“그런데 죽은 겁니까?”

“예. 술집 주인이 병사들에게 발고한 것 같습니다.”

태서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장현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다면 태서만 쫓으면 될 일이었다. 다짜고짜 장현군과 요척에게 칼을 빼들고 덤벼든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같은 동방인이라 헷갈린 것인가, 장현군은 잠시 생각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이 도시에서 빠져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밤을 틈 타 빠져나가는 것이 좋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밤엔 사람도 별로 없고 병사들이 지키고 있어 나가기 더 힘들 겁니다. 차라리 내일 저녁 식사 후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에 빠져나가시죠.”

요척의 대답에 장현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척이 말을 이었다.

“제가 일단 여관 주인에게 돈도 좀 더 쥐어주고, 감시하겠습니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척이 자신의 돈 주머니 안을 확인한 후 방 밖으로 나갔다. 장현군은 물론 그 외 나머지 인원들 모두 대충이나마 태서가 아닌 ‘첩자’인 자신들을 잡으려 한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태서가 있던 술집은 병사들이 철통같이 막아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괜히 엮일까 두려워 그쪽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때 술집 앞으로 마차 하나가 멈췄다. 마차에서 내리는 인물을 확인한 병사들이 얼른 차렷자세로 예를 갖췄다.

마차에서 내린 것은 텔케른과 대화 했던 그 방위군 대장이었다. 그는 입가의 주름을 자랑하며 싱긋 웃었다.

“다들 고생이 많군. 고생이 많아.”

“아닙니다!”

방위군 대장의 격려에 병사들이 온 힘을 짜내 대답했다. 방위군 대장이 술집 안으로 들어가고, 그 뒤를 텔케른과 가르딘이 따랐다. 병사들이 일단 텔케른과 가르딘의 앞을 막고 방위군 대장의 눈치를 봤다.

“신분을 밝혀 주시지요.”

병사의 말에 먼저 들어갔던 방위군 대장이 병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수도에서 온 기사분이네.”

“실례했습니다.”

대장의 말에 병사들이 얼른 길을 내줬다. 텔케른과 가르딘은 불쾌한 기색 따윈 없이 덤덤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태서가 죽인 남자는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곳에 있던 방위군들 중 제법 직책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자가 대장에게 경례를 한 뒤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이게 저 자의 품에 있었습니다.”

“이건….”

종이를 받아든 대장의 표정이 바뀌었다. 종이의 한 면을 차지한 문양. 그것은 루캄 제국, 황실의 문양이었다. 대장이 종이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텔케른을 바라봤다.

“혹시 이것이 뭔지 아십니까?”

대장이 텔케른 쪽으로 종이를 건네며 물었다. 텔케른은 종이를 받아들더니 덤덤하게 가르딘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가르딘은 품에서 병 하나를 꺼내 텔케른의 손 위에 올려놨다.

병 안에는 파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이 신비로운 느낌의 기체라고도, 액체라고도 하기 힘든 것이 구름처럼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나였다. 병 안을 가득 채운 것도 아니었다. 병 아래에 살짝 깔린 마나. 양이 그렇게 많진 않았지만 그것도 없어서 밥을 굶는 사람들이 세상에 널려 있었다.

텔케른은 주저하지 않고 병의 뚜껑을 열어 마나를 종이에 쏟아버렸다. 마나는 공기 중에 날아가지 않고 종이에 흡수되는 것 같았다. 루캄 황실의 문양이 마나를 머금어 점점 푸르게 변했다. 문양은 곧 천천히 종이 위에서 움직였다. 문양은 잉크가 빠져 종이 여기저기로 번지듯 움직이더니 다시 새로운 글자들을 만들어냈다.

종이에는 어느새 황실의 문양이 사라지고 글자들이 새겨졌다. 텔케른은 그것을 보고는 눈빛이 바뀌었다.

「동방의 첩자들을 은밀히 처리할 것. 최소 한 명은 살려서 끌고 올 것.」

명령이었다. 그리고 황실의 문양을 썼다는 것은 황제의 명령이라는 것. 게다가 이렇게 사복으로 다니는 황실 소속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황실의 비밀 부대라도 되는 건가.’

텔케른이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종이를 자신의 품에 넣었다. 방위군 대장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텔케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텔케른은 차마 이 종이에 대해 알려줄 수 없었다. 기사들 중에서도 고위 기사들만이 아는 황실의 명령서. 그 내용은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다.

“죄송하지만 이것은 황실과 관련된 내용이므로 제가 파기하겠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어쩔 수 없지요.”

텔케른의 말에 방위군 대장은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허허 웃을 뿐이었다. 그 사이 가르딘은 시신을 살피고 있었다.

“음, 정확히 이마에 한발. 범인이 분명 동방인이었나?”

가르딘이 자신의 옆에 서있는 방위군을 향해 물었다. 방위군은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대장 쪽을 바라봤다. 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병사가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동방인과 금발머리의 남자가 다투고 있었는데, 이 남자가 끼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동방인이 총을 쏴 죽였다고 합니다.”

병사의 말에 텔케른이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놈들 중 하나가 분명하다. 역시 실크램 안에 있었어.”

텔케른이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부하들을 죽인 자들. 수도의 기사들을 죽였다는 것은 곧 이 나라, 황실에 도전한다는 뜻이었다. 옆에 서있던 방위군 대장이 텔케른의 옆으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

“걱정 마십시오. 저희 방위군들이 밤새 이 실크램 안을 이 잡듯 뒤져 찾아낼 겁니다.”

“감사합니다. 공을 반드시 위대한 루캄투르프 폐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허허. 그리 해주시면 저야 감사하지요.”

텔케른의 말에 방위군 대장이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텔케른은 대장에게 인사를 한 뒤 자신이 직접 수색을 하겠다며 가르딘과 술집을 나섰다. 그리고 마차 앞에서 대기하던 자신의 수하 기사를 불렀다.

“너는 지금 바로 수도로 가라. 지금 상황을 보고하고, 이 종이를 전해. 실크램에서 살해당한 남자에게 있었다고 말하고. 바로 출발해.”

“알겠습니다.”

텔케른의 말에 기사가 군기가 바짝 잡힌 모습으로 대답했다. 항구에서부터 여기까지 쫓아오느라 충분히 지쳤다는 것을 알기에 텔케른은 명령을 내리면서도 미안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기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바로 말에 올랐다.


어느덧 해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윰은 오전보다 좀 몸 상태가 좋아졌는지 일어나 앉아 있었다. 장현군이 가장 먼저 저녁을 먹고 올라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윰의 옆에 앉았다.

“좀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하하. 창피하네요. 술 좀 마셨다고 이렇게 되다니.”

“창피하긴요. 몸 관리 잘하셔야 돼요. 해기서 씨가 식사를 좀 가지고 올라올 겁니다. 그거 좀 들고 더 주무세요. 내일 저녁에 출발할 거예요.”

“내일 저녁에요?”

장현군의 말에 윰이 무슨 일인지 몰라 물었다. 장현군이 오늘 있었던 일을 대충 말해주자 윰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서 대리자에 대한 조그마한 단서라도 잡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윰이 슬쩍 창문 밖을 바라봤다. 해가 지면서 남긴 약한 빛 덕에 밖은 아직 완전히 어둡진 않았다.

“어?”

멍하니 밖을 바라보던 윰의 눈에 들어온 것은 빛기둥이었다. 멀리 아니, 맨 처음 봤던 빛기둥보다는 가까운 거리인 것 같았다. 빛기둥이 보이는 방향. 방향을 알아야 했다.

“바, 밖에 빛기둥이 있습니다!”

윰이 얼른 빛기둥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장현군은 그 말에 깜짝 놀라 짐에서 나침밤을 꺼내 윰이 가리키는 곳의 방향을 확인했다.

“아직 21일이 안 됐는데 어째서…. 우리가 온 걸 안 걸까요?”

장현군이 방향을 쪽지 하나에 적어놓으며 윰에게 물었다. 윰은 기쁘다기보다는 오히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어째서…. 무슨 일이 있으신 건 아닐까요.”

“걱정 마세요. 지도를 보니 ‘7구역’이라는 곳 근처 같군요. 내일 곧장 저쪽으로 길을 잡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장현군이 말에 윰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몸을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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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일곱 15.12.24 194 3 12쪽
38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下 +2 15.12.23 170 4 16쪽
37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中 15.12.22 279 5 13쪽
36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上 15.12.21 189 3 11쪽
3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섯 15.12.18 298 4 12쪽
3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다섯 15.12.17 269 3 11쪽
3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넷 15.12.16 193 4 11쪽
3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셋 +2 15.12.15 267 4 13쪽
3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둘 +2 15.12.14 315 4 11쪽
3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하나 +2 15.12.11 154 5 11쪽
2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여섯 +2 15.12.10 129 5 13쪽
»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다섯 +2 15.12.09 163 5 12쪽
27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넷 15.12.08 149 4 12쪽
26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셋 15.12.07 146 5 13쪽
25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둘 15.12.04 135 5 11쪽
24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하나 +2 15.12.03 143 5 11쪽
23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 +2 15.12.02 142 6 11쪽
22 2부. 이국(異國)의 밤 : 아홉 +2 15.11.30 130 7 12쪽
21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덟 +2 15.11.28 161 7 12쪽
20 2부. 이국(異國)의 밤 : 일곱 +2 15.11.27 190 7 15쪽
1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섯 15.11.26 134 6 13쪽
18 2부. 이국(異國)의 밤 : 다섯 +4 15.11.25 155 11 10쪽
17 2부. 이국(異國)의 밤 : 넷 15.11.24 146 6 11쪽
16 2부. 이국(異國)의 밤 : 셋 15.11.23 199 11 13쪽
15 2부. 이국(異國)의 밤 : 둘 15.11.21 180 7 11쪽
14 2부. 이국(異國)의 밤 : 하나 15.11.20 162 6 15쪽
13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둘 15.11.19 158 6 8쪽
12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하나 15.11.18 177 7 14쪽
11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 15.11.17 166 8 12쪽
10 1부. 하늘이 내린 돌 : 아홉 15.11.16 18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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