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99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2.17 17:02
조회
267
추천
3
글자
11쪽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다섯

DUMMY

장현군 일행은 여관방 안에 모여 앞으로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아직 요척을 그리 만든 게 해기서라는 것도 알 수 없었고, 그가 홀로 실크램으로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간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일단 우리의 목표는 대리자님입니다. 다시 한 번 사람을 뽑아 실크램으로 보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장현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데 태서가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 역시 실크램은 위험합니다. 성문 안에 들어가기도 전에 발각될 수도 있고…. 대리자께서 실크램에 머무시는 것인지, 다음 행선지가 있는지만 알 수 있다면 실크램 주변에서 기다리면 될 터인데….”

태서의 말에 대료문의 표정이 밝아졌다.

“고거이 좋은 생각이오.”

“어? 뭐가. 뭐?”

대료문의 칭찬에 태서가 당황한 듯 물었다. 대료문이 장현군 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

“보시우다. 우리가 실크램 서문에서 대리자를 보디 않았슴까? 서문으로 들어왔으니까니 다른 데로 이동할 거이였으며는 다른 문으로 나가지 않갔소. 기라니 서문을 빼고 동문, 남문, 북문 앞에서 기다리는 거이요.”

“대리자께서 언제 나올 지도 모르는데….”

“이동할 거이면 오래 있갔슴까?”

장현군의 말에 대료문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태서가 약간 못마땅한 표정이었으나 요척과 윰은 별로 반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장현군이 넷의 표정을 살핀 뒤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조는 어떻게 짜는 게 좋겠습니까?”

“내 혼자, 저 태 총괄 혼자. 나머지 모두 같이.”

대료문의 말에 요척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대가 군대감과 함께 가시게. 내 몸이 성치 않아 군대감을 잘 호위할 수 있을 지 장담을 못하겠네.”

태서의 말에 대료문이 고개를 끄덕이고, 장현군을 보며 답을 기다렸다. 장현군은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연구소에서 7구역, 7구역에서 실크램. 어디를 가는 것인가. 장현군이 눈으로 대리자의 경로로 추측되는 도시들을 따라갔다. 다음 행선지. 다음 행선지를 알 수 있다면.

장현군은 이내 머리가 아픈 듯 손으로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대리자와 동행하는 자들의 정체는 무엇이며, 목적은 무엇인가. 용병…. 동방에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

“대료문 씨의 말대로….”

“아니요.”

윰이 장현군의 말을 끊었다. 모두의 시선이 윰 쪽으로 몰렸다. 윰의 두 눈이 붉게 충혈 돼 있었다.

“모두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길을 안내하는 것이 제 일. 대리자님께서는 분명 다시 한 번 접신하실 겁니다. 그때까지….”

대리자를 찾는 것은 물론 중요했다. 하지만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대리자를 찾는 것만큼, 모두 무사히 돌아가는 것 또한 윰은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당하게, 자신 있게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장현군은 그런 윰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윰 씨, 걱정 마세요. 성문 앞에서 감시만 하면 됩니다. 그리 위험한 일이 아니에요.”

장현군의 말에 윰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목이 막힌 듯, 하고 싶은 말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장현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집어 들었다.

“바로 출발하죠. 시간이 없습니다.”

장현군의 말에 나머지 인원들도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때 방구석 진열대 같은 것에 올려져 있던 작은 상자 모양의 기계에서 ‘지직’거리는 불쾌한 소리가 났다.

『소식…다. 나이… 14세인 동방인 여자를 찾고 있…. …정확… 밝…. 루캄은 동방과의 외교… 우호적임을 밝히고… 루캄에서 직접 보호하… 입장 밝혔….』

이어 그 기계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장현군이 그 말에 집중하는데 옆으로 무엇인가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어떤 놈이 개수작이니!”

대료문의 우레와 같은 호통. 그리고 그의 칼이 단숨에 기계와 진열대를 두 동강 냈다. 장현군은 물론 나머지 인원들도 놀란 표정으로 대료문을 바라봤다. 진열대에서 떨어진 기계가 ‘펑’하는 소리를 내고는 검은 연기를 뿜었다. 대료문은 대단한 일을 한 듯 코웃음을 치며 칼을 칼집에 넣었다.

“어떤 간나 새끼가 우리를 어찌 해보려고 해놓은 장치 같슴다. 하하, 걱정 마시오. 내 이런 속임수 따위에 아이 당하니까니.”

갑작스러운 소란에 리리암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리리암은 진열대가 두 동강 난 것을 보고 뭐라 하려다가, 그 근처에 떨어져 연기가 나고 있는 기계를 발견했다.

“이, 이게….”

리리암은 놀란 토끼눈으로 천천히 그 기계 쪽으로 다가갔다. 기계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앉더니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라, 라디오가…. 이곳의 유일한… 라디오가…. 깜빡하고 여기 뒀었는데 고작 하룻밤 만에….”

리리암이 떨리는 손으로 라디오라는 기계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이미 두 동강난 기계는 회생불능으로 보였다. 대료문이 그런 리리암을 향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니 그거이 아는 장치니? 나는 또 어떤 새끼가 우리를 함정에….”

“야, 이…. 개자식들아! 이게 얼마짜린지 알고나 있냐!”

대료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리암이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다짜고짜 대료문 쪽으로 리리암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대료문은 아슬아슬하게 그 주먹들을 피했고, 나머지 인원들은 리리암을 말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실크램의 시청은 생각보다 화려하고 거대했다. 해기서는 그 앞에 서서 잠시 넋을 놓았다. 모딕이 빨리 들어가자고 말하지 않았다면 아마 한참을 그곳에 서있었을 것이다.

앞을 가로 막던 자들은 모두 모딕이 신분을 말하면 길을 내줬다. 그렇게 멍하니 모딕의 뒤만 따라가다 도착한 곳. 시청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시장 집무실.

“자, 하실 말씀은 정리가 되셨나요?”

모딕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눈웃음을 치며 해기서에게 물었다. 해기서는 잔뜩 긴장한 듯 굳은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모딕이 문을 열자 펼쳐진 것은 수많은 책장, 커다란 테이블. 그리고 고급스런 장식의 시장 집무용 목제 책상. 그곳에 앉아 모딕과 해기서를 바라보고 있는 말끔한 차림의 시장.

모딕이 가볍게 목례를 했다.

“동방에서 오신 해기서 씹니다.”

모딕의 말에 시장이 자신의 검은색 콧수염을 한 번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아까 라디오로 들었습니다. 동방인 소녀가 사라져서 찾고 계시다구요. 이거 첩자로 오인해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 저렇게 전달이 될 정도라면 저희가 돕지 않을 수가 없겠죠. 위대한 루캄투르프 님의 뜻일 텐데.”

시장이 말하며 모딕 쪽을 바라봤다. 모딕은 여전히 미소를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해기서는 굳은 것 같은 다리를 겨우 움직여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다가오는 시장 쪽으로.

“실크램 시장. 테일입니다.”

테일 시장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해기서도 쭈뼛쭈뼛 손을 맞잡았다.

“서, 성천 재무대신 해기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방긋 웃는 테일의 모습에 해기서도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긴장감과 답답함, 죄책감이 섞여 해기서는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안색이 안 좋군요. 어디 불편하신 데라도 있으신가요?”

테일이 해기서의 얼굴을 빤히 보며 물었다. 해기서가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전혀,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일단 자리에 앉으시지요.”

테일이 문 바로 앞에 위치한 커다란 테이블 쪽을 가리켰다. 해기서와 모딕이 마주보고 자리에 앉고, 테일은 상석에 앉았다. 삼각형으로 앉은 세 사람 앞에 여자 비서가 따뜻한 홍차를 한 잔 씩 놓았다.

여자 비서가 나간 뒤에야 해기서가 입을 열었다.

“사실…, 전 대 성천 천장 합하의 밀명을 받고 왔습니다.”

“천장이라면….”

테일이 모딕 쪽을 슬쩍 바라봤다. 모딕이 입에 머금고 있던 홍차 한 모금을 삼켰다.

“동방은 중천, 성천, 월천, 일천, 운천. 다섯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중천의 왕께서 모든 지역을 통치하시기엔 넓으니 네 지역을 각각 ‘천장’이라는 분들께 위임해 통치하도록 하신 것이지요.”

모딕의 말에 테일이 이해했다는 듯 다시 해기서 쪽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그 성천의 천장께서 무슨 밀명을…. 아, 밀명이니 제가 알면 안 되는 것이겠군요. 하하.”

테일이 웃으며 찻잔을 들었다. 해기서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찻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테일의 웃음소리가 멈추자 셋 사이로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다만 눈치만 볼 뿐.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해기서였다.

“우리 성천은 루캄과 동맹을 맺고 싶어 합니다.”

“동맹?”

“그렇습니다. 우리 성천은 중천을 점령하고, 육천 그러니까, 동방 전체를 통치하고자 합니다.”

그 말에 테일의 입 꼬리가 살짝 떨렸다. 경련이 일어나듯. 잠시 떨리다가 멈췄다. 모딕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차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테일이 모딕을 슬쩍 한 번 바라본 뒤 입을 열었다.

“그, 그렇군요. 이 문제는 제가 어찌 말씀을 드리기가…. 여기 모딕 씨는 첩보대대의 기사단장이시니 함께 수도로 가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거 제가 들어선 안 될 말을 들은 건 아닌지….”

테일이 말하는 중간중간, 계속 모딕 쪽을 바라봤다. 그때 모딕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여기 화장실이 어딘가요?”

모딕의 말에 테일이 미소를 지으며 문 쪽을 가리켰다.

“문을 나가면 제 비서가 안내해 드릴 겁니다.”

“그럼 잠시 실례.”

모딕이 꾸벅 인사를 한 뒤 문을 나갔다. 모딕이 사라지자마자 테일이 해기서 쪽으로 몸을 살짝 돌려 앉았다.

“만약, 만약 루캄투르프 님께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면 이곳으로 다시 오십시오.”

“예?”

테일의 말을 해기서가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테일은 품에서 무엇인가 꺼내 해기서에게 건넸다.

“제 서명이 들어간 통행증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실크램은 검문 없이 들어올 수 있고, 안에서도 다른 검문을 받지 않으실 겁니다. 또한 언제든지 절 만날 수 있습니다.”

“대체 이걸 왜 제게…?”

해기서가 받아든 통행증과 테일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테일은 혹시 모딕이 들어올까 문 쪽을 힐끔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 루캄투르프 님께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면, 제가. 제가 다른 도시들과 뜻을 모아 도와드리겠습니다. 다른 도시들과 함께 병사를 모아, 성천을 도와드리겠단 말입니다.”

“그, 그게….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해기서가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테일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이 한 말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곧, 황제에 대한 반역임을 알면서도, 별 걱정이 없다는 듯 홍차를 마셨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을 찾는 자 : EAST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일곱 15.12.24 193 3 12쪽
38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下 +2 15.12.23 169 4 16쪽
37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中 15.12.22 279 5 13쪽
36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上 15.12.21 189 3 11쪽
3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섯 15.12.18 298 4 12쪽
»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다섯 15.12.17 267 3 11쪽
3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넷 15.12.16 193 4 11쪽
3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셋 +2 15.12.15 265 4 13쪽
3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둘 +2 15.12.14 314 4 11쪽
3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하나 +2 15.12.11 154 5 11쪽
2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여섯 +2 15.12.10 129 5 13쪽
28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다섯 +2 15.12.09 162 5 12쪽
27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넷 15.12.08 148 4 12쪽
26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셋 15.12.07 146 5 13쪽
25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둘 15.12.04 134 5 11쪽
24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하나 +2 15.12.03 142 5 11쪽
23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 +2 15.12.02 142 6 11쪽
22 2부. 이국(異國)의 밤 : 아홉 +2 15.11.30 129 7 12쪽
21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덟 +2 15.11.28 161 7 12쪽
20 2부. 이국(異國)의 밤 : 일곱 +2 15.11.27 189 7 15쪽
1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섯 15.11.26 133 6 13쪽
18 2부. 이국(異國)의 밤 : 다섯 +4 15.11.25 155 11 10쪽
17 2부. 이국(異國)의 밤 : 넷 15.11.24 146 6 11쪽
16 2부. 이국(異國)의 밤 : 셋 15.11.23 198 11 13쪽
15 2부. 이국(異國)의 밤 : 둘 15.11.21 180 7 11쪽
14 2부. 이국(異國)의 밤 : 하나 15.11.20 162 6 15쪽
13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둘 15.11.19 157 6 8쪽
12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하나 15.11.18 176 7 14쪽
11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 15.11.17 165 8 12쪽
10 1부. 하늘이 내린 돌 : 아홉 15.11.16 187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