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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95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2.04 13:21
조회
133
추천
5
글자
11쪽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둘

DUMMY

제법 커다란 길로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밀려 물건 구경도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 와중에 대료문은 정확하게 무기상을 찾아 안으로 들어갔다. 해기서는 그런 대료문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 겨우겨우 무기상점 안으로 들어왔다.

상점 안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가게 문 맞은편에 계산대가 놓여 있었고, 양 벽 진열대에 칼과 총, 폭탄 등이 놓여 있었다. 대료문은 대충 진열대를 훑어보다가 계산대로 다가갔다.

“저 있는 칼이 다요?”

대료문의 말에 주인장이 활짝 웃으며 살짝 말려 올라간 콧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뭐 찾으시는 칼이 있나요?”

“동방 칼은 없소?”

“동방 칼이라. 동방 물건들은 워낙에 귀한 지라….”

주인장이 살짝 난감한 듯 말했다. 대료문은 한 손에 들고 있던 손바닥만 한 주머니를 계산대 위로 내려놓았다. 주인장이 약간 머뭇거리다가 주머니를 풀어봤다. 주머니 안에는 총알들이 가득 들어있고, 권총 하나가 그 안에 파묻혀 있었다. 주인장이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들어봤다.

“이, 이건….”

보통 권총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권총이었다. 그리고 권총 손잡이 부분에 박힌 보석 하나. 그것을 가만히 보던 주인장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마, 마침 좋은 물건이 있습죠. 예, 예. 굉장히 귀한 물건입지요. 마음에 드실 겁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절대 다른 데 가지 말고 기다리십시오. 이것보다 좋은 물건은 이 근처에서 절대 못 구하니까요.”

주인장이 호들갑을 떨며 자신의 뒤 쪽에 있던 작은 문을 열었다. 창고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던 주인장은 오래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왔다. 그의 손에 들린 칼은 붉은 칼집과 달리 칼자루는 나무 색의 수수한 모습이었다.

주인장이 그 칼을 공손히 두 손으로 받쳐 대료문에게 내밀었다.

“한 번 보시죠.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주인장의 말에 대료문이 망설이지 않고 칼을 잡아들었다. 붉은 칼집. 대료문은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칼을 뽑아 들었다. 곧게 뻗은 칼날. 평범한 칼자루와 검신이었지만 알 수 없는 아우라를 뿜는 듯했다.

“역시….”

대료문이 낮게 중얼거렸다. 해기서는 옆에서 그런 대료문은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대료문이 시선이 머문 것은 칼자루와 가장 가까운 검신에 박힌 네 개의 글자였다.

「발의살신(發義殺神」

의로서 일어나 신을 죽인다. 의미심장한 문장이었다. 대료문이 그 글자들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주인장이 다가왔다.

“어떻습니까? 쓸 만하지 않습니까? 그게 동방의 어느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던 칼인데, 그 집안이 망하고 여기까지 흘러 들어왔다고 합니다.”

주인장의 말에 대료문이 칼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이 칼, 어이 구한 거이요?”

“그 거지 꼴을 한 동방인이 와서 팔고 갔습니다. 본인도 떠돌아다니는 상인인데 어렵게 구했다고 하더군요. 딱 봐도 귀해 보여 저도 거금을 들여 산겁니다.”

주인장의 말에 대료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칼만 유심히 들여다봤다. 주인장이 살짝 답답한 듯 대료문 옆으로 바짝 붙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워낙 귀한 물건 같아 나중에 귀족 분들을 수소문해 팔아볼 생각이었습니다. 지금 큰마음 먹고 내놓은 겁니다.”

대료문은 주인장을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여전히 칼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주인장이 설마 사지 않을까 불안해하는데 대료문이 입을 열었다.

“그 자 마빡에 칼자국 있디 않았소?”

“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주인장이 살짝 놀란 기색을 보이며 대답했다. 대료문은 그 말에 갑자기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주인장은 물론 옆에 있던 해기서도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했다.

대료문이 칼을 허리에 차고 주인장의 어깨를 툭툭 쳤다.

“고맙소. 내 잘 쓰갔소.”

“아, 예. 예.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

주인장이 나가는 대료문과 해기서 쪽으로 허리를 굽실거렸다.

밖으로 나오자 해기서가 사람들을 헤치고 대료문 옆으로 다가갔다. 대료문은 여전히 그 붉은색 칼을 만족스럽다는 듯 이리저리 만져보고 있었다. 해기서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 칼에 대해서 뭐 알고 있습니까? 아까 보니 칼을 판 사람도 아는 분 같던데….”

해기서의 물음에 대료문이 살짝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잘 알디. 하하. 내 스승이니 어이 모르갔니. 해 아우. 오늘 기분도 좋은데 술이나 한잔 하갔니?”

“수, 술이라니요. 이제 수색을 해야죠.”

“아, 수색. 기래. 내 깜빡 했구만. 자, 가지. 하하.”

잔뜩 신이 난 대료문의 모습이 해기서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기서가 잠시 그러는 사이 어느새 대료문이 멀찍이 앞서 가 버렸다. 해기서는 깜짝 놀라 대료문을 부랴부랴 쫓았다.


장현군과 요척이 수색 중인 곳은 대부분이 민가였다. 빽빽하게 늘어선 2층, 3층짜리 집들. 가끔 빨래를 너는 사람이나 나와서 노는 아이들. 술에 취해 계단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여 동방 여자에 대해 물었으나 답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집 문을 두드려도 나오는 사람은 다섯 집에 한 집 꼴이었다.

“혹시 동방에서 온 여자를 본 적이 없습니까?”

“동방 여자? 동방인들은 생전 본 적도 없소.”

나온다 해도 이런 까칠한 대답만 들을 뿐. 더 이야기를 걸려 해도 무심하게 문을 쾅 닫아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서방 인심이 사납군요.”

요척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현군이 살짝 피로한 듯 근처 계단에 주저앉았다. 그것을 보고 요척이 깜짝 놀랐다.

“군대감. 어찌 바닥에 앉으십니까. 잠시만 제가 바닥에 깔 것을 찾아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태서 씨 같은 말을 하는 군요. 타지에 와서 무슨 군대감 대접을 받겠습니까.”

장현군이 이렇게 말했으나 요척은 여전히 마음이 불편한 듯 안절부절 못했다. 장현군이 그런 요척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바닥으로 시선을 내렸다.

“이거 막막하군요.”

장현군이 허탈한 듯 웃으며 말했다. 요척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래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니 말입니다.”

요척의 말에 장현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이것뿐이죠.”

장현군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아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요척은 이 막막한 임무를 받은, 그것도 그 모든 책임을 지게 된 장현군이 안쓰러운 듯 바라봤다. 비록 왕의 배다른 동생으로 태어나 정적 취급을 당했지만 궐 안에 있었으면 온갖 귀한 대접을 받았을 몸. 그런 자가 이 먼 타지에서 생고생을 하고 있다니. 요척은 착잡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주위를 둘러봤다. 아직 남은 집이 끝도 보이지 않았다.

“쉬고 계십시오. 제가 가서 더 탐문을 해보겠습니다.”

요척이 그리 말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데 장현군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

“요척 씨.”

“예?”

요척이 다시 뒤로 돌아 장현군의 앞으로 다가와 섰다. 장현군이 요척에게 무엇인가 말하려는데 갑자기 어깨에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장현군이 고개를 돌려보니 언제 왔는지 천둥새가 어깨에 앉아 있었다. 요척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천둥새입니다. 조정에서 답신이 온 모양입니다.”

요척의 말에 장현군이 서둘러 천둥새의 다리에 묶인 쪽지를 풀러 봤다. 그것을 보고 장현군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요척은 내용이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장현군이 쪽지를 주머니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별 말이 안 써져 있군요. 대료문 씨에 대한 건 덮으려는 모양입니다. 수고하여 조정의 근심을 덜어달라는 말 뿐입니다.”

그 말에 요척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을 눈치 채고 장현군이 피식 웃었다.

“대료문 씨와 헤어지지 않게 되어 기쁘신 모양입니다.”

장현군이 놀리듯이 말했다. 순간 요척 스스로도 왜 그 말에 안심이 됐는지 몰랐다. 요척은 약간 뻘쭘한 듯 뒤로 돌아섰다.

“농이 지나치십니다. 그는 조정에 수배된 자. 일국의 총괄직을 맡은 제가 어찌 그런 마음을….”

“굳이 숨기실 필요 없습니다. 이곳에 있는 이상 우린 동료가 아닙니까.”

장현군의 말에 요척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어험. 다시 수색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때 장현군이 아까 못한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요척 총괄은 참 듬직합니다.”

그 말에 요척이 천천히 뒤로 돌아봤다. 장현군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평소에도 물론 그의 미소는 온화하고 자비로워 보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과 또 달라보였다. 게다가 요척 ‘씨’가 아닌 요척 ‘총괄’이란 직책으로 불렀다.

요척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장현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장현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요척이 그 앞에 한 쪽 무릎을 꿇었다.

“군대감께서는 하명하실 일이 있으시다면 어려워 마십시오.”

요척의 말엔 힘이 넘쳤다. 장현군은 살짝 허리를 굽혀 그런 요척을 일으켜 세웠다.

“하명이라니요. 그저 요척 총괄이 너무 듬직해서 한 말입니다.”

“하실 말슴이 정녕 없으십니까?”

“요척 총괄은 제 명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것입니까?”

장현군이 어깨의 천둥새를 바라보며 물었다. 살짝 머금은 그의 미소가 유독 외롭게 느껴졌다. 요척은 전혀 지체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죽으라는 명을 내리신다면 이 자리에서 자결할 수도 있습니다.”

요척의 대답을 듣자 장현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입니다. 요척 총괄. 부디 그 마음. 변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이 마음이 변한다면, 그때는 군대감의 총으로 절 쏘십시오.”

“하하. 제가 총을 들고 있다 한들 요척 총괄이 다음 마음을 품으면 어찌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저 요척 총괄을 믿을 뿐입니다.”

장현군의 말엔 뼈가 있는 듯 했으나 요척은 그게 무슨 뜻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장현군은 꿇어앉은 요척의 옆을 유유히 지나갔다.

“자 수색을 계속 해야지요. 요척 씨도 서두르세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장현군의 목소리.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무엇인가 기분 나쁜, 알 수 없게 부자연스러운 느낌. 요척은 더욱 그게 마음에 걸렸으나 일단 중요한 것은 대리자를 찾는 것이라 생각하고 크게 괘념치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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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下 +2 15.12.23 169 4 16쪽
37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中 15.12.22 278 5 13쪽
36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上 15.12.21 189 3 11쪽
3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섯 15.12.18 298 4 12쪽
3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다섯 15.12.17 267 3 11쪽
3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넷 15.12.16 193 4 11쪽
3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셋 +2 15.12.15 265 4 13쪽
3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둘 +2 15.12.14 314 4 11쪽
3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하나 +2 15.12.11 154 5 11쪽
2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여섯 +2 15.12.10 129 5 13쪽
28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다섯 +2 15.12.09 162 5 12쪽
27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넷 15.12.08 148 4 12쪽
26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셋 15.12.07 146 5 13쪽
»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둘 15.12.04 134 5 11쪽
24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하나 +2 15.12.03 142 5 11쪽
23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 +2 15.12.02 142 6 11쪽
22 2부. 이국(異國)의 밤 : 아홉 +2 15.11.30 128 7 12쪽
21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덟 +2 15.11.28 161 7 12쪽
20 2부. 이국(異國)의 밤 : 일곱 +2 15.11.27 189 7 15쪽
1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섯 15.11.26 133 6 13쪽
18 2부. 이국(異國)의 밤 : 다섯 +4 15.11.25 155 11 10쪽
17 2부. 이국(異國)의 밤 : 넷 15.11.24 146 6 11쪽
16 2부. 이국(異國)의 밤 : 셋 15.11.23 198 11 13쪽
15 2부. 이국(異國)의 밤 : 둘 15.11.21 180 7 11쪽
14 2부. 이국(異國)의 밤 : 하나 15.11.20 162 6 15쪽
13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둘 15.11.19 157 6 8쪽
12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하나 15.11.18 176 7 14쪽
11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 15.11.17 165 8 12쪽
10 1부. 하늘이 내린 돌 : 아홉 15.11.16 187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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