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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859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2.18 17:42
조회
298
추천
4
글자
12쪽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섯

DUMMY

“아까 그 라디오라는 기계에서 분명, 동방 여자를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리리암 씨 말을 들어보니 이 라디오라는 기계는 루캄의 입장을 전한다는데, 동방의 소녀라면….”

장현군이 윰을 바라보며 말했다. 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14세 정도의 여자…. 대리자가 되면 노화가 멈춥니다. 그래서 대리자 님의 외모도 그 정도 나이에서 멈췄습니다.”

“역시…. 현재 루캄에 있는 동방 여자라면 한 명 뿐이겠지요. 그 말은 루캄 정부에서도 대리자 님을 모시고 있지 않다는 뜻이군요. 대리자 님과 동행하고 있다는 자들은 역시 정부 관계자가 아니었나 봅니다.”

장현군의 말에 태서가 가방을 등에 메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번 납치 사건은 루캄과 상관없이 민간인들의 소행이란 말입니까?”

“그건 더 확인을 해 봐야 알겠지요. 저희의 임무는 대리자 님을 동방으로 모셔가는 겁니다. 일단 그것만 생각하고 이후 일은 조정에 맡기지요.”

장현군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나갈 채비를 마쳤다. 장현군이 리리암에게 수레를 빌려 요척을 태워가려했으나 말 위가 오히려 편하다며 거절했다. 다섯은 빠르게 말을 몰아 다시 실크램으로 향했다.


해기서는 시장과의 대화를 마치고 모딕과 함께 실크램 거리를 걷는 중이었다. 그날 대리자를 찾으며 신경 쓰지 못했던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며 해기서가 연신 감탄사를 뱉었다. 모딕이 그런 해기서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시장님과는 어떻게 잘 이야기 하셨습니까?”

“아, 예. 뭐….”

해기서가 말 끝을 흐렸으나 모딕은 더 캐묻지 않았다.

“기사 둘을 붙여드리지요. 그들이 수도로 안내해 줄 겁니다.”

“그럼 전 바로….”

“예. 이대로 쭉 직진하면 높은 건물이 나올 겁니다. 공사관으로 사용하던 곳인데, 그곳에 가서 말씀하시면 됩니다. 미리 말해놨으니 걱정하지 마시구요.”

“같이 안 가십니까?”

“전 처리할 일이 더 남아서요.”

모딕의 말에 해기서가 꾸벅 인사를 한 뒤 인파들 속으로 사라졌다. 해기서가 사라지자 모딕이 근처의 골목으로 들어갔다. 인적이 드문 골목을 걷던 모딕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모딕의 뒤에는 어느새 텔케른이 잔뜩 인상을 쓴 채 서있었다. 모딕은 여전히 웃음 가득한 얼굴이었다.

“텔케른 씨. 아직 실크램에 계셨습니까?”

“가지고 있던 라디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어서 말입니다.”

“이상한 소리라뇨?”

모딕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텔케른은 자신의 뒤에 서있던 가르딘에게 잠시 떨어져 있으라 말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

“동방의 대리자. 밝혀도 되는 겁니까? 분명 죽은 첩보대대의 비밀 지령서에는 은밀히 처리하라고 적혀 있었습니다만.”

“뭔가 착각을 하셨군요. 동방에서 온 첩자들을 은밀히 처리하라는 거 아니었나요? 방송에 나온 여자 분은 첩자가 아닙니다.”

모딕의 말에 텔케른의 얼굴이 구겨졌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도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제가 첩자들을 쫓아도 되는 겁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확실하게 말해 주시지요.”

“지금 확실하게 말해 줄 수 있는 분은 루캄투르프 님 뿐이라 생각됩니다만.”

능청스러운 모딕의 말에 텔케른이 주먹을 꽉 쥐었다. 첩보대대 기사단장 모딕. 주먹이나 휘두를 줄 아는지 의심스러운 외모와 체구. 텔케른이 주먹 한 번만 휘둘러도 날아갈 것 같았다.

“아무리 소속이 다르다곤 하지만 동방에서 오는 물자의 검문을 맡았던 몸입니다. 그 배를 통해서 첩자들이 침입했고요.”

“음, 지금 하신 말씀을 들어보니 문제가 있군요. 검문을 맡으셨다면, 검문이 끝난 지금 수도로 복귀하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지금 내가 그걸 묻고 있는 거잖아! 추격을 해도 된다는 거야, 아니면 복귀 하라는 거야!”

텔케른이 반말로 호통을 치자 모딕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아이고, 박력이 넘치십니다. 텔케른 씨. 비록 소속은 다르지만 제가 상급자라는 사실을 잊진 않으셨겠죠?”

모딕의 말에 텔케른이 분한 듯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감정이 앞서 결례를 했군요.”

텔케른이 차렷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모딕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정말 전 텔케른 씨에 대해서 들은 말이 없습니다. 차라리 수도에 직접 가서 명령을 받고 움직이시는 게 어떠실지? 그게 확실하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텔케른은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경례를 한 뒤 골목을 빠져 나왔다. 골목 밖에서 기다리던 가르딘이 옆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되셨습니까?”

“저 빌어먹을 새끼. 언젠가 내가 죽인다.”

“예? 추격은….”

“수도로 간다.”

“예? 아, 예.”

가르딘이 잡고 있던 말고삐 두 개 중 하나를 텔케른 쪽으로 건넸다. 치이는 것이 사람인 시장통에서 둘은 말을 끌고 성문 쪽으로 향했다.


밤이 다 돼서야 다섯은 실크램 근처에 도착했다. 실크램 근처에 말을 세우고 다섯 명이서 어떻게 성문을 지키고 있을 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언제 성 밖으로 나올지 모르니 밤낮으로 지켜야 할 겁니다. 그러면 두 명 씩 가야 하는데….”

“내 혼자 가갔소.”

장현군의 말에 대료문이 고민도 하지 않고 나섰다. 대료문의 말에 장현군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몇 날이 지날지 모릅니다.”

“하하. 내 자고 있어도 인기척 들리면 바로 깨니까니 염려 마오.”

“그렇다면 대료문 씨가 북문으로 가주세요. 대리자 님을 발견하면 윰 씨가 볼 수 있도록 몸의 힘을 모아서, 아시죠? 저희가 불화살 날아가면 동문, 폭죽이 터지면 남문입니다.”

“알갔소. 걱정하실 거이 없슴다.”

대료문이 자신만만하게 칼자루를 쥐어 보이고는 말에 올랐다. 대료문이 말을 몰아 북문 쪽으로 사라지자, 장현군이 태서를 바라봤다.

“태서 씨는 저랑 같이 가주시죠.”

“알겠습니다.”

“저흰 동문으로 가겠습니다. 요척 씨와 윰 씨는 남문으로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태서와 요척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러나 장현군은 다신 요척에 대한 불안을 씻을 수가 없었다.

“요척 씨 정말 괜찮겠습니까?”

“염려 마십시오. 정말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절대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대리자 님을 발견하면 폭죽을 터뜨리십시오.”

“알겠습니다. 저희 쪽에서 발견하면 폭죽 하나, 윰이 대료문의 기운을 보면 북문이라는 의미로 폭죽 두 발.”

“예. 저희는 발견하면 불화살을 날리겠습니다.”

장현군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요척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말 위에 올랐다. 뒤에 윰을 태우고 나서야 요척이 말을 몰아 남문 쪽으로 향했다.

이어 장현군과 태서가 동문으로 말을 몰았다.


남문이 훤히 보이는 언덕에 요척은 폭죽을 설치해 놓고, 윰은 바닥에 요를 깔았다.

“좀 누워 계세요.”

“내가 야간에 번을 설 테니 넌 눈 좀 붙여라.”

“그래도….”

윰이 요척의 왼팔을 보며 말을 흐렸다. 부목을 댄 왼쪽 팔과 붕대로 감은 가슴께. 망신창이의 몸이었지만 요척은 아픈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있었다. 요척은 그런 윰의 눈빛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걱정 마. 다치긴 했어도 싸울 수 있으니까. 팔 한 쪽만 멀쩡하면 창은 휘두를 수 있어. 그보다 자고 있어도 그, 기운인가 느낄 수 있는 것 같지?”

“예. 그날 모래사막에서 대료문 씨가 칼이 부러질 정도로 싸웠을 때 알았습니다. 저 정도로 큰 기운은 눈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느낌으로도 알 수 있다는 걸요. 전 지금까지 대리자님이 접신할 때 정도의 기운만 그런 줄 알았거든요.”

윰의 말에 요척이 피식 웃었다.

“대료문이 대단하긴 하지. 그래. 너는 눈으로 보이잖아. 어때, 눈으로 보면.”

“거대한 산 같습니다. 가까이…, 가기 무서울 정도로….”

윰의 말에 요척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료문과 직접 겨뤄본 적은 없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겨뤄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요척은 그것이 자존심 상하기도 했지만, 대료문이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직접 본 그가 소문처럼 잔학무도하진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척이 그렇게 생각에 빠진 사이 이미 윰은 잠이 들어 있었다. 요척은 멍하니 남문을 바라봤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지나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문지기 몇이 수다를 떨 뿐이었다.


태서는 평소엔 장현군에게 아부를 떠느라 바쁘더니 막상 단 둘이 남자 말이 없었다. 장현군이 주야 담당을 나누자는 말에 자신이 밤에 서겠다고 한 게 다였다.

장현군이 누워서 잠을 청하고, 태서는 옆에 석궁을 놓은 채 성문을 바라봤다. 저곳에서 대리자가 나오면 짚 뭉치가 꿰진 화살에 불을 붙인 뒤 날리면 되는 것이었다. 간단하다면 간단한 일. 그러나 태서의 표정은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대리자를 만나면…. 하…. 장인어른….’

태서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그의 장인, 대장군 가비래. 나라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것은 물론, 국무대신 아도후 앞에서도 당당한 대장부. 아도후가 권세를 얻고 있는 지금, 왕은 분명 가비래를 믿고, 이왕이면 그를 키워주려 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왜 하필 내가…. 그때 거절했어야 했는데….’

태서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며 서방으로 출발하기 전, 가비래가 했던 말을 떠올리려 할 때였다.

“태서 씨.”

“예…. 예?”

갑자기 들린 장현군의 목소리에 태서가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장현군은 요에 똑바로 누운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말입니까?”

“우린 이곳에 대리자를 찾으러 왔습니다. 그런데…. 대리자의 얼굴을 아는 것은 윰 씨 하나뿐이죠.”

“예?”

태서는 이마에 식은땀까지 흐르고 있었다. 장현군이 계속해 말을 이었다.

“아무도, 대리자 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그를 찾아야 하는 데 말이죠. 그런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 그게 무슨…. 본국에 있을 때 대리자 님의 용모파기를 보지 않았습니까. 하하…. 시골 촌구석까지 붙었던 용모파기인데요.”

“그 외모를 기억하십니까? 기억한다고 해도 보통 사람을 찾는다 하면 외모를 다시 한 번 확인하지 않나요? 그리고 탐문을 할 때도 우리 중 생김새를 설명하는 자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저 동방인…. 그거 하나.”

“이 서방땅에 와 있는 동방인은 하나뿐이지 않습니까. 하하…. 그 정도면 충분하지요.”

“동방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이죠. 요척 씨는 이곳에 오고 첫날, 제게 혹시 용모파기가 있냐 물어봤었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용모파기를 줬지요.”

그 말에 태서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인가. 대체 무엇을 의심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싶으신 말씀이….”

“다들 대리자 님을 찾는 것 외에 다른 곳에 아니, 다들이라고 해봤자. 대료문 씨와 해기서 씨, 그리고 태서 씨뿐이지만요.”

“그게 무슨….”

“아닙니다. 하하. 제가 괜한 말을 했군요. 피곤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고생하세요.”

장현군은 아까의 진지하던 표정을 거두고 다시 웃으며 눈을 감았다. 태서는 그런 장현군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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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일곱 15.12.24 194 3 12쪽
38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下 +2 15.12.23 170 4 16쪽
37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中 15.12.22 279 5 13쪽
36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上 15.12.21 189 3 11쪽
»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섯 15.12.18 299 4 12쪽
3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다섯 15.12.17 269 3 11쪽
3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넷 15.12.16 193 4 11쪽
3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셋 +2 15.12.15 267 4 13쪽
3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둘 +2 15.12.14 315 4 11쪽
3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하나 +2 15.12.11 154 5 11쪽
2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여섯 +2 15.12.10 129 5 13쪽
28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다섯 +2 15.12.09 163 5 12쪽
27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넷 15.12.08 149 4 12쪽
26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셋 15.12.07 146 5 13쪽
25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둘 15.12.04 135 5 11쪽
24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하나 +2 15.12.03 143 5 11쪽
23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 +2 15.12.02 142 6 11쪽
22 2부. 이국(異國)의 밤 : 아홉 +2 15.11.30 130 7 12쪽
21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덟 +2 15.11.28 161 7 12쪽
20 2부. 이국(異國)의 밤 : 일곱 +2 15.11.27 190 7 15쪽
1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섯 15.11.26 134 6 13쪽
18 2부. 이국(異國)의 밤 : 다섯 +4 15.11.25 155 11 10쪽
17 2부. 이국(異國)의 밤 : 넷 15.11.24 147 6 11쪽
16 2부. 이국(異國)의 밤 : 셋 15.11.23 199 11 13쪽
15 2부. 이국(異國)의 밤 : 둘 15.11.21 180 7 11쪽
14 2부. 이국(異國)의 밤 : 하나 15.11.20 162 6 15쪽
13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둘 15.11.19 158 6 8쪽
12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하나 15.11.18 177 7 14쪽
11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 15.11.17 166 8 12쪽
10 1부. 하늘이 내린 돌 : 아홉 15.11.16 18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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