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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806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2.14 14:51
조회
314
추천
4
글자
11쪽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둘

DUMMY

성벽 앞에 다다른 요척은 생각보다 훨씬 웅장한 모습에 감탄했다. 성벽 주위 해자엔 물은 없고 온갖 풀과 넝쿨들이 자라 있었다. 요척이 긴장한 모습 없이 성벽 안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소! 지나가던 여행객이오. 아무도 없소!”

요척이 소리를 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벽 위에서 누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고개를 내민 남자가 슬쩍 요척을 훑어보더니 사라졌다. 요척이 다시 소리를 치려는 순간, 쇠사슬 풀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성문 겸 해자의 다리 역할을 하던 철판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흙먼지가 커다랗게 일자 요척이 얼굴 앞에서 손바닥을 휘저으며 기침을 했다.

토성 안쪽에서 아까 성벽 위에서 보였던 남자가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요척이 살짝 경계를 하며 말을 탄 채 철판을 건넜다. 경비 서던 남자 앞에서 요척이 성 안을 두리번거렸다. 사각형의 흙으로 된 집들이 보였지만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사람이 별로 없나 보오?”

요척이 묻자 남자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예. 별로 없죠.”

남자는 말하며 다시 쇠사슬을 감으려 했다. 요척이 다시 성 밖으로 천천히 말을 몰아 나가며 입을 열었다.

“위에 일행이 있는데 좀 데려오겠소.”

“몇 명입니까?”

“나를 포함해 여섯이오.”

“혹시 모르니 문은 닫아 놓겠습니다.”

요척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철판을 건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현군 일행 모두가 아까 요척처럼 성문 앞에 섰다. 성벽 위에서 경비를 서는 남자가 사람 수를 세어보더니 다시 사라졌다. 아까처럼 쇠사슬 풀리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일었다.


보초를 서던 남자가 묵을 만한 곳을 알려줬다. 길이 복잡하지 않았기에 장현군 일행은 어렵지 않게 그곳을 찾아갈 수 있었다. 게다가 문 위에 ‘리리암 여관’이라는 패가 떡하니 달려 있어 쉽게 눈에 띄었다.

대료문이 앞장 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 뉘 없소?”

대료문이 들어가 집 안을 살피며 말했다. 여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조용했다. 그때 가장 가까이 있던 방문이 열리고 젊은 여자가 밖으로 모습을 보였다. ‘리리암 여관’의 주인인 리리암.

붉은 구리색의 곱슬머리를 뒤로 묶고 있었다. 서방인치고는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색에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눈동자. 리리암은 씩 웃으며 대료문의 앞으로 다가왔다.

“손님, 손님 맞죠?”

“아…. 뭐 글티. 손님이디. 긴데 여 여관 맞니? 방도 얼마 아이 돼 보이는데.”

“그럼요. 여관 맞죠. 손님들 묵을 방은 충분히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가격은 두당 열 발 씩만 주세요. 1박에.”

리리암이 최대한 사람 좋은 웃음을 해보였다. 대료문이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딱 하나 밖에 없는 식탁에 짐을 올려놓으며 의자에 앉았다.

“일단 식사부터 좀 해야갔구만. 먹을 것 좀 내 놓으라.”

대료문이 자리에 앉자 나머지도 따라 각자 자리를 잡았다. 리리암이 쪼르르 식탁 앞으로 다가왔다.

“식대는 별도입니다만. 1박 기준으로 식대를 포함하면 두당 다섯 발이 추가됩니다.”

리리암의 말에 장현군이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너무 비싼 것 아닙니까? 실크램에서 육인실을 빌렸을 때도 하루에 사십 발 정도 밖에 안 나왔습니다. 게다가 식대도 합쳐서요.”

장현군의 말에 리리암이 약간 당황한 듯했다.

“시, 실크램은 큰 곳이라 여관이 많아서 그렇죠. 여긴 여관이 여기 딱 한 군데랍니다. 당연히 가격이 비쌀 수밖에요.”

리리암의 말에 대료문이 피식 웃으며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식탁에 쾅하고 올려놨다.

“어이. 꼬맹이. 장사할라믄 사람을 잘 봐야디. 니 눈에 우리가 호구 같니? 지금까지 니가 말한 거 반값 낼 테니 알아서 하라.”

‘알아서 하라’고 했지만 대료문의 말은 거의 협박에 가까웠다. 그 말에 리리암도 살짝 화가 났는지 잔뜩 인상을 쓰며 조악하게 만들어진 계산대로 갔다. 장현군 일행은 뭘 하려는 건지 몰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계산대로 다가간 리리암은 구석에 세워져 있던 소총을 들었다.

매끈한 총신에 여기저기 톱니바튀가 튀어나와 조악한 모양새였다. 발사가 되긴 되나 싶을 정도였다. 리리암은 총을 대료문 쪽으로 겨눴다.

“묵기 싫으면 그냥 가면 되지, 어디서 협박질이야. 한 번 죽어 볼래?”

리리암은 분명 잔뜩 화가 나있었지만 대료문은 오히려 귀엽다는 듯 껄껄 웃었다.

“이야. 저 아새끼네, 재밌구만.”

대료문이 자리에서 칼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리리암이 들고 있는 총에서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대료문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고 리리암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니 총 쏠 줄이나 아니? 아니 긴데 그 총 나가기는 나가는 거이….”

대료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관 안에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 대료문이 자신의 머리 위를 바라봤다. 대료문이 서있는 곳 바로 위 천장에 뚫린 구멍에서 연기가 살짝 나고 있었다.

“하, 하하…. 총 쏠 줄 알구나, 야.”

대료문이 살짝 놀란 눈으로 리리암을 바라봤다. 리리암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자리에 앉아있던 나머지 사람들이 놀라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리리암이 이번에는 정확히 대료문 쪽으로 총을 겨눴다.

“이번에는 맞춘다.”

리리암의 말에 대료문이 약간 민망한 듯 자신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거 계집애가 당차다, 야.”

대료문이 칼을 다시 허리에 차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장현군은 물론 태서와 요척까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찾지 못했다.

“궐 밖 제일이라는 서무하가 계집애한테 쫀 건가 지금?”

“자네가 이러는 건 처음 보는군. 하하.”

태서가 비아냥거리며 말하고 요척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 모습에 리리암은 어이가 없었다. 총을 앞에 들이밀고 있는데 웃음이 나오나. 리리암은 그리 생각하며 총을 다시 옆에 세워뒀다.

“당신들 동방인들이지?”

“그렇습니다.”

리리암의 말에 장현군이 표정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리리암은 한숨을 픽 쉬며 계산대에 한쪽 팔을 걸쳤다.

“내가 특별히 반값에 해줄게. 동방인이라서 특별히 해주는 거야. 고마운 줄 알아.”

“동방인이라서?”

“동방인한테 빚을 좀 졌거든.”

장현군의 물음에 리리암이 주방 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그 말에 대료문의 눈빛이 달라졌다. 대료문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리리암이 들어간 주방 쪽으로 향했다.

“이보라. 동방인한테 빚을 졌다는 거이 무슨 말이니?”

“말 그대로야. 이 마을에 온 동방인한테 빚을 졌어. 나 뿐 아니라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 모두.”

“마을에 온 동방인? 혹시 그 놈 대갈빡에 칼자국 없었니?”

대료문이 열을 올리며 물었다. 리리암은 요리를 준비하다 말고 대료문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미안하지만 여자였거든. 밥 먹고 싶으면 좀 나가줄래. 요리할 때는 집중해야 되거든. 아니면 새까맣게 태워서 먹여줄까?”

리리암의 말에 대료문이 주방 밖으로 물러나다가 ‘여자’라는 말에 장현군 쪽을 바라봤다. 장현군은 물론 윰과 나머지 일행도 같은 생각을 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장현군은 말없이 손짓으로 대료문을 다시 불렀다.

대료문이 주방문을 닫고 다시 자리로 와 앉자 장현군이 입을 열었다.

“괜히 귀찮게 했다가 제대로 대답 안 해줄 지도 모르니 식사를 가지고 오면 천천히 묻죠.”

“기래. 계집애 성질 더러운 거이, 삔또 상하게 하면 아무 것도 아이 해줄 것 같으니까니.”

대료문도 장현군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장현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윰 씨가 본 빛은 여기서 나온 것이겠군요. 그래야 실크램 앞에서 만난 것과 시간이 맞고.”

장현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주방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당탕, 하고 무엇인가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 모두가 깜짝 놀라 그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그때 주방문이 살짝 열리고 리리암이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하하. 별 거 아니야. 신경 쓰지 마.”

리리암이 어색하게 웃고는 다시 주방문을 닫고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장현군 일행은 불안한 표정으로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반값에…. 해준다는 이유가 있었구만 기래.”

“반값도 충분히 덤탱이 씌운 거였어.”

대료문의 말에 태서가 맞장구를 쳤다. 식탁 앞에서 리리암이 살짝 미안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요리 몇 개가 올라와 있었다. 다들 포크를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먹기 주저하는데 리리암이 고개를 들더니 활짝 웃었다.

“자, 리리암 여관의 특제 야채볶음, 구운 빵, 옥수수 수프입니다.”

리리암의 말에 대료문이 어이가 없다는 듯 포크로 자기 앞에 놓인 접시 위 음식을 쿡쿡 찔렀다.

“어떤 거이 빵이고, 어떤 거이 야치볶음이니?”

“일단 이건 수프였군요.”

대료문의 말에 장현군이 멋쩍게 하하, 웃으며 말했다. 리리암은 민망한 듯 호탕하게 웃으며 음식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하하, 조금 타서 그렇지 맛은 괜찮아.”

리리암이 그것을 입에 넣자마자 뒤돌아 바닥에 뱉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장현군 일행 쪽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음, 맛있다. 자자, 다들 먹어봐.”

“야…. 니 좀 사기라도 성의 있게 쳐주면 아이 되겠니.”

“아, 거참. 남자들이 말 더럽게 많네.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이것도 없어서 못 먹는 사람들 천지다.”

리리암이 음식을 다시 빼가려는 데 장현군이 모두를 돌아보며 달래기 시작했다.

“일단 먹어보고 말하죠. 먹어보고.”

그 말에 리리암이 다시 음식을 식탁 위에 올려놨다. 그러나 장현군도 막상 음식을 집으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 맞다. 저기 아까 동방에서 온 여자를 봤다고 했죠?”

장현군은 아주 자연스럽게 포크를 놓으며 리리암 쪽으로 말을 걸었다. 리리암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한 이틀 됐나, 아니 삼일인가?”

“그 사람한테 빚졌다는 게 정확히 뭔가요? 저희가 찾고 있는 분일 수도 있어서 말입니다.”

“아, 그래? 그럼 너희가 서향 부하야? 동방의 귀족이라더니 진짜인가보네.”

그 말에 태서가 발끈해 식탁을 치고 일어났다.

“네 이년! 부하라니, 감히 이 분이 누군 줄 알고 이 분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대료문이 말을 막기 위해 태서의 입에 음식을 집어넣었다. 태서는 그 음식을 몇 번 씹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곧 바닥에 엎드려 음식을 뱉어냈다.

그 사이 윰이 장현군의 귀로 얼굴을 가져갔다.

“대리자님의 존함이 서, 향입니다.”

윰이 귓속말을 해주자 장현군이 계속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꼭 찾아서 동방으로 다시 모셔가야 합니다. 그 분과 같이 다니고 있는 자들이 누군지, 빚진 것은 무엇인지 꼭 좀 말씀해 주시지요.”

장현군의 말에 리리암은 별다른 의심 없이 말을 시작했다. 서향 즉, 대리자가 천부석 하나를 마을에 놓고 간 것과, 동행하고 있는 칼리언, 포웰이라는 이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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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일곱 15.12.24 193 3 12쪽
38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下 +2 15.12.23 169 4 16쪽
37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中 15.12.22 279 5 13쪽
36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上 15.12.21 189 3 11쪽
3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섯 15.12.18 298 4 12쪽
3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다섯 15.12.17 268 3 11쪽
3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넷 15.12.16 193 4 11쪽
3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셋 +2 15.12.15 266 4 13쪽
»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둘 +2 15.12.14 315 4 11쪽
3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하나 +2 15.12.11 154 5 11쪽
2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여섯 +2 15.12.10 129 5 13쪽
28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다섯 +2 15.12.09 162 5 12쪽
27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넷 15.12.08 148 4 12쪽
26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셋 15.12.07 146 5 13쪽
25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둘 15.12.04 134 5 11쪽
24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하나 +2 15.12.03 142 5 11쪽
23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 +2 15.12.02 142 6 11쪽
22 2부. 이국(異國)의 밤 : 아홉 +2 15.11.30 129 7 12쪽
21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덟 +2 15.11.28 161 7 12쪽
20 2부. 이국(異國)의 밤 : 일곱 +2 15.11.27 189 7 15쪽
1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섯 15.11.26 133 6 13쪽
18 2부. 이국(異國)의 밤 : 다섯 +4 15.11.25 155 11 10쪽
17 2부. 이국(異國)의 밤 : 넷 15.11.24 146 6 11쪽
16 2부. 이국(異國)의 밤 : 셋 15.11.23 198 11 13쪽
15 2부. 이국(異國)의 밤 : 둘 15.11.21 180 7 11쪽
14 2부. 이국(異國)의 밤 : 하나 15.11.20 162 6 15쪽
13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둘 15.11.19 157 6 8쪽
12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하나 15.11.18 176 7 14쪽
11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 15.11.17 166 8 12쪽
10 1부. 하늘이 내린 돌 : 아홉 15.11.16 187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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