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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830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2.03 14:30
조회
142
추천
5
글자
11쪽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하나

DUMMY

장현군 일행은 르모트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날이 밝자마자 길을 떠났다. 말을 타면 단 하루거리라는 실크램. 일단 그곳을 목표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장현군 일행에게 최대한 많은 음식을 챙겨줬다.

그들이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르모트에 또 다른 여행객들이 찾아왔다. 기사 복장으로 말을 탄 세 남자. 항구에서부터 장현군 일행을 쫓던 텔케른이었다.

텔케른이 마을로 들어오자 장현군 일행을 맞이했던 남자가 허리를 숙이며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르모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텔케른은 남자의 인사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두리번거리며 마을을 살피던 텔케른이 말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이봐. 혹시 이곳으로 수상한 자들이 지나가지 않았나?”

텔케른의 말에 남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억지 미소로 고개를 저었다.

“수상한 자는 보지 못했습니다.”

“잘 생각해보고 다시 대답해보게. 동방에서 온 첩자들을 쫓고 있다. 만약 숨겨주거나 하면 모두 살기 힘들어.”

텔케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서슬 퍼런 그의 말에 남자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동방에서 온 첩자들. 남자는 채 고민도 하지 않았다.

“도, 동방에서 온 자들을 말씀하시는 거였습니까. 동방에서 온 자들은 봤습니다. 예, 봤습지요.”

남자의 말에 텔케른이 하얀 이를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지금 어디 있나. 여기서는 뭐 수상한 짓을 하지 않았나?”

“저희 마을에서 사람을 해치던 숲의 주인을 처리하고 실크램으로 떠났습니다.”

“숲의 주인?”

남자의 말에 텔케른이 마을 주위 숲들을 둘러봤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남자의 옆으로 말을 몰고 지나갔다.

“그래서 이런 거였군.”

“예?”

텔케른의 말에 남자가 물었다. 그러나 텔케른은 대답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숲의 주인은 그들이 왜 죽였지?”

“저희가 부탁해서 처치해 줬습니다. 게다가 그 일행들 중 혼자서 숲의 주인을 처리했지요. 대단했습니다.”

“뭐, 혼자서?”

“예. 혼자서요. 그것도 총이나 폭탄도 없이 창 한 자루로 말입니다.”

“혼자서…. 혹시 그자들에 대해 아는 것이 있으면 모두 말해라.”

텔케른의 말에 남자가 굽실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 자들이 동방에서 왔다는 것과 실크램으로 갔다는 것. 여섯 명이라는 것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 아, 그 중 한 명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이름?”

“예. 분명 뭔 수비총괄 요척이라고 했습니다.”

남자의 말에 텔케른이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낮게 웃었다. 그리곤 말고삐를 다시 고쳐 잡았다.

“실크램으로 간다. 전속력으로!”

텔케른이 먼저 속력을 내고 뒤이어 심복 가르딘과 병사 하나도 빠르게 말을 몰았다. 숲을 빠져나오자마자 가르딘이 텔케른의 옆으로 바짝 붙었다.

“저 마을에 뭐가 있었습니까?”

“숲이 마르고 있더군.”

“예? 숲이 말라요?”

“그래. 숲의 주인을 죽였으나 당연한 것 아닌가. 왜 몬스터들 따위에게 그 땅의 주인이란 친호까지 붙였는지 아나?”

“그 일대에서 가장 난폭하고 강한 몬스터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닙니까?”

가르딘이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텔케른이 금방 고개를 저었다.

“원래 그 땅을 최소한으로나마 유지시켜주던 신비한 몬스터들을 땅의 주인이라 불렀지. 물론 지금은 자네 말대로 그 일대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에게 ‘주인’의 칭호를 붙이지만. 진짜 땅의 주인이 있는 곳을 만난 건 오랜만인데. 그걸 죽였다니. 저곳도 얼마 못 가겠군.”

‘그리고 그런 땅의 주인을 혼자서 죽였다고…. 재밌군.’

텔케른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을 더욱 빠르게 몰았다.


르모트에서 출발한지 하루가 지나고 나타난 도시. 실크램. 그곳은 지금까지 봐왔던 척박한 마을들, 갈라진 대지가 환각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수많은 사람들, 포장된 도로.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목소리 때문에 여섯은 서로 대화하기도 힘들었다. 각양각색의 복장. 말을 탄 사람은 물론 마차까지 사람들 사이로 지나갔다. 그곳은 여섯 명의 상상보다 훨씬 더 번화하고 화려한 도시였다.

여섯은 번화가 근처에 위치한 작은 여관에 방 하나를 잡아 쉬고 있었다.

“오늘 하루는 숙박집을 찾고, 먹을 것을 사놓는 데 다 썼군요.”

요척이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 장현군도 피곤한 듯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내일부터는 각자 흩어져서 동방 여자에 대해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닙시다. 여행하는 자들도 많이 지나는 도시인 것 같으니….”

장현군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대리자에 대한 단서라고는 윰이 보는 빛기둥 뿐. 그리고 그것이 언제 다시 나타날 진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아니, 21일이 되면 다시 나타날 것이나 그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막막하기는 하나 장현군이 말한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일단 내는 칼이나 하나 사야갔소.”

대료문이 두 개 뿐인 침대 중 하나에 몸을 던지며 말했다. 침대에 앉아있던 태서가 그 반동으로 몸이 약간 허공에 붕 떴다가 다시 내려왔다. 태서가 짜증스럽게 대료문을 노려봤다.

“이봐. 그 곳은 군대감 자리야.”

태서의 말에 대료문이 턱으로 반대편의 침대를 가리켰다.

“저 하나 더 있잖소.”

“저긴 내 자리고.”

“기럼 나머지 넷은 어서 자란 말이오?”

“어디긴.”

태서가 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대료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 이럴 기면 아예 방을 두 개 잡으면 됐잖소. 뭐 돈이 부족한 것도 아이잖소.”

“서방 땅에 얼마나 오래 있을 줄 알고. 아껴야지.”

태서가 시선을 피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료문은 숨을 길게 내쉬어 화를 삭이곤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 한 쪽 구석에 있는 옷장을 열어 요를 몇 장 꺼내 바닥에 깔았다.

“바닥이 좁아 넷이는 몬 잘 거이 같소. 침대에서 둘 씩 자는 거이 어떻갔소.”

대료문이 요를 바닥에 반듯하게 펴며 태서 쪽으로 말했다. 태서는 대답 없이 바로 장현군 쪽을 바라봤다. 그 모습이 더욱 대료문의 심기를 건드렸다. 대료문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장현군이 그런 대료문을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침대에서 둘 씩 자고, 바닥에서 둘이 자지요. 하하….”

장현군의 말에 침대에 앉아 있던 요척이 일어나 바닥에 앉았다. 대료문이 그것을 바라보곤 약간 놀라는 척 입을 열었다.

“아니 요 형님께서 바닥에서 주무시오?”

“뭐 문제가 있나?”

“참 나. 아무리 나라를 떠났어도 지킬 건 지켜야지 않갔소. 제일 어른을 어이 바닥에서 재우갔소. 내 저 자식이랑 바닥에서 같이 잘 테니 요 형님은 우서 주무시오.”

대료문이 가리킨 자는 해기서였다. 괜히 혼자 구석 의자에 앉아 쉬던 해기서가 깜짝 놀라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료문이 씩 웃으며 해기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기서는 차마 거기서 싫다고 할 수 없었다.

“예…. 제가 바닥에서 자겠습니다.”

해기서의 말에 요척이 머뭇거리다가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갔다. 대료문이 바닥에 깐 요에 눕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기서도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다들 자리를 잡고 눕자 장현군이 일어나 촛불 앞에 섰다.

“내일 조를 어떻게 나눌까요?”

장현군의 말에 잠시 눈치를 보던 태서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군대감과 함께 가겠습니다.”

그러나 장현군은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전 이미 요척 씨와 가기로 해서…. 하하.”

장현군이 멋쩍게 웃었다. 태서가 아쉽다는 듯 자기 옆에 누운 요척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요척은 그런 태서를 보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잠을 청하고 있었다. 태서가 이내 반대편 침대에 누운 윰을 바라봤다.

“그럼 제가 윰과 함께 가겠습니다.”

태서의 말에 장현군도 윰을 바라봤다. 윰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서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대료문 쪽을 잠시 바라봤다가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대료문과 함께 가는 것은 당연히 싫었다. 답답하고, 말도 한 마디 잘 안 하는 해기서랑도 될 수 있으면 가기 싫었다. 장현군과 가지 못했으나 태서에게는 윰이랑 가는 것 또한 최악을 피한 것이라 나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대료문이 해기서와 같은 조가 됐다. 대료문이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옆에 누운 해기서를 바라봤다.

“어이 해 동생. 내일 우리가 뭐 하나 건져야디.”

“아, 예….”

대답하는 해기서의 얼굴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대료문은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일단 칼부터 사고, 그 대리잔가 하는 거이는 천천히 알아보자고.”

“예….”

해기서가 몸을 대료문과 반대쪽으로 돌리며 대충 대답했다.

조가 다 정해지자 장현군이 후 불어 촛불을 끄고 자신의 자리에 누웠다. 사방이 캄캄해지고, 숨소리만 작게 방 안에 퍼졌다. 가끔 밖에서 행인들의 소리가 들어왔으나, 오랜 여정으로 피곤에 지친 이들의 잠을 방해할 순 없었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다들 하나 씩 일어나 씻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세수는 물론 몸까지 물을 적시니 다들 좀 살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윰까지 씻고 나서야 다들 밖으로 나설 준비를 했다.

“지금 돈이면 이 여관에서 꽤 오래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급한 일이긴 하지만 천천히 해도 좋으니 최대한 꼼꼼하게 수색해주십시오.”

장현군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대답했다. 준비를 마친 뒤 여관 밖으로 나가자 장현군이 품에서 여관 주인에게 받은 도시 지도를 꺼냈다.

“각자 어디로 갈진 정하셨습니까?”

“일단 내 칼 하나 사야 하니, 여 근처나 뒤져보갔소.”

대료문의 말에 장현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크램의 남쪽. 가장 번화한 곳이었으며 상점이 많은 곳이었다.

“그럼 저희가 서쪽으로 가지요.”

옆에서 지도를 가만히 보고 있던 태서가 말했다. 장현군이 고개를 끄덕이고 지도를 넣었다.

“저희는 그럼 동쪽을 수색하겠습니다. 민가가 많은 곳이라 뭐 대단한 게 나올 것 같진 않지만…. 북쪽은 높은 자들이 거주하는 곳 같으니 가장 마지막에 함께 조심해서 살펴봅시다. 오늘로 끝나지 않을 테니 최대한 규칙을 정해놓고 수색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래야 내일 물어봤던 곳에 또 가거나, 동선이 반복될 확률이 적을 테니까요.”

장현군의 말에 모두 알겠다고 대답한 뒤 각자 정해진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현군과 요척이 먼저 큰 길로 나가 서쪽으로 향했고, 그 후 대료문, 해기서와 태서, 윰이 갈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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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1 nuga
    작성일
    15.12.03 15:34
    No. 1

    남에 나라 밀입국한 놈들이 (그것도 걸림) 너무 맘편한거 아닌가 싶네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4 백아™
    작성일
    15.12.03 16:00
    No. 2

    그러게요 ㅎㅎ.. 대료문은 일단 실력에 자신이 있으니 여유로운 것 같네요 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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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일곱 15.12.24 194 3 12쪽
38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下 +2 15.12.23 169 4 16쪽
37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中 15.12.22 279 5 13쪽
36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上 15.12.21 189 3 11쪽
3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섯 15.12.18 298 4 12쪽
3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다섯 15.12.17 269 3 11쪽
3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넷 15.12.16 193 4 11쪽
3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셋 +2 15.12.15 267 4 13쪽
3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둘 +2 15.12.14 315 4 11쪽
3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하나 +2 15.12.11 154 5 11쪽
2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여섯 +2 15.12.10 129 5 13쪽
28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다섯 +2 15.12.09 162 5 12쪽
27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넷 15.12.08 149 4 12쪽
26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셋 15.12.07 146 5 13쪽
25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둘 15.12.04 135 5 11쪽
»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하나 +2 15.12.03 143 5 11쪽
23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 +2 15.12.02 142 6 11쪽
22 2부. 이국(異國)의 밤 : 아홉 +2 15.11.30 130 7 12쪽
21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덟 +2 15.11.28 161 7 12쪽
20 2부. 이국(異國)의 밤 : 일곱 +2 15.11.27 189 7 15쪽
1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섯 15.11.26 133 6 13쪽
18 2부. 이국(異國)의 밤 : 다섯 +4 15.11.25 155 11 10쪽
17 2부. 이국(異國)의 밤 : 넷 15.11.24 146 6 11쪽
16 2부. 이국(異國)의 밤 : 셋 15.11.23 198 11 13쪽
15 2부. 이국(異國)의 밤 : 둘 15.11.21 180 7 11쪽
14 2부. 이국(異國)의 밤 : 하나 15.11.20 162 6 15쪽
13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둘 15.11.19 157 6 8쪽
12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하나 15.11.18 176 7 14쪽
11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 15.11.17 166 8 12쪽
10 1부. 하늘이 내린 돌 : 아홉 15.11.16 18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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