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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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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877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1.25 15:44
조회
155
추천
11
글자
10쪽

2부. 이국(異國)의 밤 : 다섯

DUMMY

“여깁니다.”

요척이 상점 앞에 서서 말했다. 대료문이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마침 담배가 어젯밤 떨어져 힘들 던 차였다. 담배 한 개비가 대료문의 머릿속을 꽉 채웠다. 대료문이 상점 문고리를 잡았다가 동작을 멈췄다.

“긴데 저건 뭐시기요? 본래 있던 거이요?”

대료문이 상점 옆 골목 입구 근처에 묶여 있는 말을 보며 요척에게 물었다. 요척대신 윰이 입을 열었다.

“아니요. 이런 건 없었는데….”

“기래? 주인장 거는 아이란 거고, 손님 거라는 말이갔구만.”

대료문이 잡았던 문고리를 놓고 말 쪽으로 다가갔다. 말 등에는 보따리 두 개의 양 쪽 입구가 밧줄 하나로 연결된 채 걸려 있었다. 대료문이 그 보따리 중 하나를 열어 보곤 요척을 손짓으로 불렀다.

“요 형님. 아까 봤다는 총알, 이거이 아니오?”

대료문의 말에 요척이 보따리 안을 들여다봤다. 안에는 수많은 총알과 권총이 수북하게 들어 있었다.

“맞네. 이거네.”

요척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료문이 보따리를 다시 묶었다. 그리곤 두 개를 모두 자신의 한 쪽 어깨에 걸쳐 멨다.

“이야, 이거이 무슨 횡재인지 모르갔소.”

대료문이 껄껄 웃으며 장현군 쪽으로 걸어왔다. 장현군이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누구 것인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마음대로 가져가는 건 좀….”

“하하. 어느 훌륭하신 분께서 필요한 사람 쓰라고 놓고 간 거이 분명하오.”

대료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삐걱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여섯 명의 귀를 따갑게 했다.

“어어, 당신들 뭐야! 지금 당신 어깨에 그거, 그거 내 꺼 아니야?”

남자는 묶여 있던 말 쪽을 한 번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대료문을 포함한 여섯 명의 시선이 그 남자 쪽으로 향했다.

상점 문 앞에서 대료문 쪽으로 다가오는 것은 금발의 청년이었다. 푸른색 눈동자도 눈에 띄었지만 살짝 귀를 덮을 정도로 기른 금발이 여섯 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야. 머리가 원래 금색이니?”

대료문은 청년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능청스럽게 물었다.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이 아저씨가 진짜 웃기는 사람이네. 지금 어깨에 있는 거 내 꺼 맞지? 빨리 내려 놔.”

청년이 대료문 어깨의 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에는 대료문이 똑같이 코웃음을 쳤다.

“나야 말로 웃기는구만 기래. 니 몇 살인데 초면에 반말질이니?”

“도둑놈 주제에 무슨 나이 타령이야. 좋은 말로 할 때 내려놔.”

“어린놈이 당차다, 야. 기래 이거, 니 거 맞지. 긴데 우리가 지금 가진 거이 없어서 그러니 이것 좀 나눠 가지자. 좋은 거이 좋은 거 아이갔니?”

대료문의 제안 같지도 않은 제안에 청년이 기가 막힌 듯 소리를 내 웃었다. 청년이 한숨을 쉬며 주머니를 뒤적였다.

“이거 완전 강도 새끼들 아니야. 좋은 게 좋은 거 같은 소리하고 있네. 나는 뭐가 좋은데.”

청년은 말을 하며 주머니에서 꺼낸 담배를 입에 물었다. 청년이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너희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그 유명한….”

청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료문의 주먹이 올라갔다. 곧 길에는 둔탁한 울려 퍼졌다. 대료문의 주먹이 정확히 청년의 관자놀이에 닿아 있었다.

“어린 노무 새끼가 어디 어른 앞에서 담배를 꼬나무니.”

대료문은 오히려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대, 대료문 씨 아무리 그래도….”

장현군이 너무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청년은 말을 끝내지 못하고 뒤로 꼬꾸라졌다. 대료문은 쓰러진 청년 쪽으로 다가가 떨어진 담배를 주워 입에 물었다.

“거 아새끼, 기냥 나누자 할 때 나누면 좀 좋니?”

대료문이 입에서 연기를 뿜으며 중얼거렸다. 뒤에서 태서가 대료문의 주먹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방금 그게 주먹으로 친 소리야? 쟤 부러졌겠는데.”

태서가 감탄하는 사이 이미 대료문은 상점 문을 열고 있었다. 장현군과 나머지 일행도 쓰러진 청년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장현군 일행이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이 양손을 슥슥 비비며 반갑게 맞이했다. 특히 요척의 얼굴을 알아보고 밝게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아까 말씀하셨던 일행분들이신가 봐요. 가진 게 있으셨던 모양이네.”

주인장의 말에 대료문이 어깨에 메고 있던 것을 땅바닥에 휙 던지듯 내려놓았다. 대료문이 턱짓으로 짐 보따리를 가리키자 가게주인이 머뭇거리다가 다가왔다. 가게주인은 계속 여섯 명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며 쭈그려 앉아 짐을 열었다. 안에는 역시 수많은 총알들과 권총 몇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가게 주인이 침을 꿀꺽 삼켰다.

“지, 지도. 지도 찾으신다고 하셨죠? 드려야지.”

가게주인이 헐레벌떡 일어나 계산대 쪽으로 향했다. 계산대 안쪽 서랍에서 지도를 꺼내 급하게 뛰어와 대료문에게 내밀었다.

“여기 지도입니다.”

대료문이 지도를 받아 펼쳐봤다. 과연 동방을 제외한 루캄 전역이 훤히 보였다. 대료문이 지도를 가게주인 쪽으로 펼쳐 보였다.

“지금 여가 어딘지 손으로 짚어 보라.”

대료문의 말에 가게주인이 지도 한 쪽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깁니다. 제가 표시해드리지요.”

가게주인은 친절하게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해안선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동그라미를 쳤다. 대료문은 지도의 표시된 부분을 확인하고 장현군에게 건넸다. 장현군도 지도를 받아 보고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료문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며 가게 안을 둘러봤다.

“긴데 담배는 아이 보이네.”

“다, 담배요. 잠시 만요.”

대료문의 말에 가게주인은 옆에 있던 진열대를 살폈다. 그러다가 진열대 가장 윗칸에서 담배 세 갑을 발견하곤 활짝 웃었다.

“여기 있습니다.”

“먹을 거는 없니?”

“그게 식료품은 다 떨어져서….”

“니 먹을 거는 있을 거이 아니니.”

대료문이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가게주인에게 말했다. 가게주인은 쩔쩔매며 손사래를 쳤다.

“그것도 없으면 전 굶어 죽습니다. 제발 사정 좀 봐주십시오.”

“이 돈이며는 다른 데 가서도 살만하지 않갔어? 잘 생각해보라. 먹을 거이 없으며는 지도고 뭐고 아무 소용없어. 이것들 가지기 싫니?”

대료문의 말에 가게주인이 바닥에 놓인 보따리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잠시 생각하던 가게주인은 결심한 듯 다시 계산대 쪽으로 향했다. 계산대 안쪽의 문을 열고 들어간 가게주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방 하나를 들고 나왔다.

“이거면 옆 마을로 가는 데 여섯 분이서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오늘 바로 이 마을 뜰 생각이라 드리는 겁니다.”

가게주인이 음식가방을 대료문 앞에 내려놓았다. 대료문이 가방을 열어 안을 살폈다. 안에는 서방의 빵과 종이에 싸인 생고기들, 물 여섯 통이 들어 있었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껴 먹으면 삼사일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이,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거니.”

“더 드리면 저도 옆 마을 갈 때까지 먹을 게 없습니다. 옆 마을까지는 이틀 정도 걸리니 충분하실 겁니다.”

“뭐 어쩔 수 없구먼 기래.”

대료문은 약간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음식가방을 윰 쪽으로 건넸다. 윰이 가방을 받아 등에 메자 가게주인이 총알과 총이 든 보따리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것을 본 대료문의 눈빛이 번뜩였다.

순식간이었다. 누가 반응도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대료문이 칼을 뽑았다. 항구에서 싸운 후 제대로 닦지 않아 칼에는 핏자국이 얼룩덜룩 늘러 붙어 있었다.

대료문의 칼은 가게주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어이, 누가 두 개 다 가져가라 했니.”

대료문의 목소리는 아까와 다르게 날이 서있었다. 갑자기 목에 닿은 칼 때문에 겁을 먹었던 가게 주인은, 대료문의 눈을 보고 사시나무 떨 듯 온 몸을 떨었다.

“왜, 왜 이러십니까, 갑자기….”

“우리를 바보로 아니? 이까짓 지도 한 장에, 담배랑 음식 조만큼 주고 두 보따릴 다 가져가?”

“그, 그럼….”

“하나 내려놓으라.”

대료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게주인은 양 손에 들고 있던 보따리 중 하나를 놓았다. 보따리는 털썩 소리를 내며 가게주인 앞에 떨어졌다. 대료문이 그제야 칼을 거두고 떨어진 보따리를 어깨에 들쳐멨다.

“그 돈으로 잘 먹고 잘 살라.”

대료문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가게 문밖으로 나갔다. 나머지 다섯 명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약간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따라 나갔다.

밖으로 나온 대료문이 기분 좋은 듯 웃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자 바로 출발합세다.”

“예….”

장현군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고귀한 왕족으로서 남의 것을 훔치고, 협박하는 것이 내킬 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특별한 상황. 만약 대료문의 방법이 아니었다면 지도는커녕 풀뿌리 하나 못 얻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장현군이 한숨을 쉬며 밖에 두었던 말 위에 올라탔다.

대료문도 담배에 불을 붙이며 자신의 말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대료문의 발에 무엇인가 닿았다.

“뭐야. 아직까지 자고 있니?”

대료문의 발치에는 금발 청년이 아직까지 쓰러져 있었다. 청년의 왼쪽 관자놀이 부분은 크게 부어올라 얼굴 형체가 달라져 있었다.

대료문은 청년을 크게 개의치 않고 말 위로 올랐다. 금발 청년은 다섯 필의 말이 출발하는 소리에도, 말이 내는 흙먼지를 뒤집어쓰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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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일곱 15.12.24 194 3 12쪽
38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下 +2 15.12.23 170 4 16쪽
37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中 15.12.22 279 5 13쪽
36 외전. 호수 위 보름달 : 장현군 上 15.12.21 189 3 11쪽
3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섯 15.12.18 300 4 12쪽
3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다섯 15.12.17 269 3 11쪽
3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넷 15.12.16 193 4 11쪽
3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셋 +2 15.12.15 267 4 13쪽
3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둘 +2 15.12.14 317 4 11쪽
3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하나 +2 15.12.11 154 5 11쪽
2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여섯 +2 15.12.10 130 5 13쪽
28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다섯 +2 15.12.09 164 5 12쪽
27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넷 15.12.08 149 4 12쪽
26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셋 15.12.07 146 5 13쪽
25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둘 15.12.04 135 5 11쪽
24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하나 +2 15.12.03 143 5 11쪽
23 2부. 이국(異國)의 밤 : 열 +2 15.12.02 142 6 11쪽
22 2부. 이국(異國)의 밤 : 아홉 +2 15.11.30 130 7 12쪽
21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덟 +2 15.11.28 161 7 12쪽
20 2부. 이국(異國)의 밤 : 일곱 +2 15.11.27 190 7 15쪽
19 2부. 이국(異國)의 밤 : 여섯 15.11.26 135 6 13쪽
» 2부. 이국(異國)의 밤 : 다섯 +4 15.11.25 156 11 10쪽
17 2부. 이국(異國)의 밤 : 넷 15.11.24 148 6 11쪽
16 2부. 이국(異國)의 밤 : 셋 15.11.23 199 11 13쪽
15 2부. 이국(異國)의 밤 : 둘 15.11.21 180 7 11쪽
14 2부. 이국(異國)의 밤 : 하나 15.11.20 162 6 15쪽
13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둘 15.11.19 158 6 8쪽
12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하나 15.11.18 178 7 14쪽
11 1부. 하늘이 내린 돌 : 열 15.11.17 166 8 12쪽
10 1부. 하늘이 내린 돌 : 아홉 15.11.16 18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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